CEO·변호사… 7000여명 수강한 IGM 협상 스쿨을 가다

상대 마음 저 깊은 곳 '숨은 욕구' 건드려라

#1. 강사의 말

"자, 다들 눈 감으세요. 제한시간은 30초입니다. 지금부터 옆에 계신 분과 팔씨름을 합니다. 상대방 손이 테이블에 닿을 때마다 1점씩 얻습니다. 가장 점수를 많이 얻은 두 분께 상품을 드립니다. 시~작!"

몇년 만의 팔씨름인가? 옆 사람 손을 잡고 용을 써본다. 40대인 상대방 힘도 만만치 않다. 쉽지 않은 승부. 1점 얻기도 어렵다. 그런데…. 저쪽 어디선가 '쿵쿵쿵쿵쿵쿵쿵…'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그만!" 강사의 게임 종료 선언. 금빛 포장의 초콜릿은 '무려' 32점씩을 사이좋게 획득한 두 사람에게 돌아갔다. 어떻게? 두사람은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승패를 주고받으며 두 사람 손과 테이블의 충돌음으로 '뱃고동'을 울려 퍼뜨렸다. 이때 폐부를찔러오는 강사의 설명.

"여러분, 제가 이기면 1점 드린다 했지, 팔씨름 진다고 감점한다고는 하지 않았죠? 그걸읽어낸 두 분은 부지불식간에 멋진 협상을 하신 겁니다. 이렇듯 협상은 상대방을 넘어뜨려야만 이기는 '씨름'이 아닙니다. 서로윈윈(win-win)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댄스'입니다."

아이고…. 덜 떨어진 나는 그만 댄스 파티장에 샅바 차림으로 나타나 씨름을 했구나!

#2. 영화 '선생 김봉두'의 한 장면이 스크린에 흐른다.

두농부가 고성(高聲)과 삿대질과 욕설을 교환하며 격하게 싸우고 있다. '(물건을 운반해야 하니) 경운기로 이 길을 지나가야하네', '(그러면 길 위에 올려놓은 내 호스가 찢어지니) 절대 경운기를 지나가게 할 수 없네' 하는 다툼이다.

이때두 농부를 진정시키는 선생 김봉두(차승원)의 멋진 갈무리. "그러니까 남진이 아버님은 (비닐) 하우스에 물을 대야 하니까 호스를이 길에 꼭 놓아야 되고, 성남이 아버님은 (물건 운반을 위해) 경운기가 꼭 이 길로 지나가야 한다는 말씀이잖아요? 그것만해결되면 되는 거잖아요?"

선생 김봉두는 삽을 들고 땅을 파고는 호스를 묻고 흙으로 덮는다. 그렇다. 이제 경운기가 지나가도 호스가 찢어질 염려는 없다.

"됐죠?" '중재자 김봉두'는 의기양양하게 자리를 뜬다. 영화를 보던 수강생들이 일순 조용한 탄식을 내뱉는다.

강사의 해설. "남진 아버지가 '경운기의 이 길 통과를 허락 못한다'고 핏대를 세우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요구(position)'일 뿐입니다. 마치 물 위로 솟아오른 빙산의 일각과 같은 거죠. 중요한 것은 물 밑에 잠겨 있는, 즉상대의 마음 속에 잠겨 있는 진정한 '욕구(interest)'입니다. 여기선 '비닐하우스에 물을 대고 싶다'는 게 욕구죠. 즉호스가 찢어지지만 않는다면, 이 길 위로 경운기가 지나가든 탱크가 지나가든 남진 아버지는 상관 없는 거죠? 그 '욕구'를 정확히읽어낸 김봉두 선생은 '땅을 파서 호스를 묻고 난 후 경운기는 통과시킨다'는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을만들어 협상을 타결시킨 것입니다."

최근 경영인들 사이에 협상 노하우 공부가 붐이다. 세계경영연구원(IGM)의'협상 스쿨'은 명강좌 중 하나로 꼽힌다. Weekly BIZ의 인기 코너 'Case Study'의 단골 메뉴 중 하나도 바로이 연구원의 '협상 이야기'다. 이 강좌를 듣고 난 후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협상은 골프와 같아서 체계적으로 배우면 결과가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걸 확실히 느꼈다"고 했다. 김신배 SK C&C 부회장은 "짧은 시간에 협상 원리를 효과적으로체득했고, 협상을 알고 나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길이 명확히 보인다"고 했다. 대기업의 CEO·임원·중견 간부나 주요 로펌의변호사, 고위 공무원 등 무게 있고 다양한 수강생의 누적 숫자가 7000명을 넘겼다.

기자도 지난 14~15일이틀간 열린 이 강좌에 참여했다. 강사진은 IGM 최철규 부원장(영국 LSE 경영학석사), 이계평 이사(서울대 경제학박사·전컨설턴트), 신철균 교수(KAIST 산업공학박사·전 삼성SDS 전략기획그룹장)였다.

위의 두 '#1', '#2'는 바로 16시간에 걸쳐 이어진 이 코스의 초반 풍경들이다. 그리고 이 두 풍경이 주는 교훈은 협상의 시작이자 끝이고, 기초이자 핵심이었다.

1일차 강좌의 초반 5시간은 간단한 모의 협상을 곁들이면서 '협상의 10계명'을 익히는 과정이었다. 후반 3시간은 '제대로 된모의 협상'에 할애됐다. 5명씩 협상팀을 이뤄 1시간 반 동안 전략을 짠 후 상대방의 5인조 팀과 1시간 반 동안 모의 협상을벌였다. '쇼핑몰을 짓고 있는 부동산 개발사'와 '이곳 입주를 검토하는 할인점'을 대표해 임대료와 임대기간·조건에 대해 밀고당겼다.

이 협상 장면은 고스란히 비디오로 녹화됐고, 2일차 후반부 3시간의 '피드백' 수업 교재로 활용됐다.(2일차 전반부 5시간은 '실제 협상 전략과 협상 준비서 작성')

피드백 수업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오랜만에 맞닥뜨린 스스로의 옆모습과 목소리는 어색했고, 아둔함과 해망쩍음은 당혹스러웠다. 얼굴은화끈거리다 못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내가 저렇게 빠른 속도로, 남들이 이해하기도 힘들게 말하는구나', '협상에서 거짓말 한번잘못 하면 두고두고 욕보는구나' 하는 깨달음만으로도 수강의 보람은 본전을 넘어섰다.

■ 협상의 10계명

①상대방'요구(position)'에만 얽매이지 말고 '욕구(interest)'를 찾아내라.

가장 유명한 '콜라 비유'.

뜨거운 여름날, 땀을 닦으며 우리 가게로 들어온 손님이 "콜라 주세요" 한다. 그런데 이런…. 콜라가 다 팔렸네. 이때 "콜라 다 떨어졌네요"라고만 응답하면 그 손님은 나간다. 협상 결렬이다.

여기서 '콜라'는 그의 요구일 뿐이다. "콜라는 떨어졌지만, 시원한 사이다는 있네요"라고 답하면 협상은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목이 마르니 시원한 청량 음료수를 마시고 싶다'는 손님의 욕구를 찾아내고 부응했기 때문이다. 마치 선생 김봉두가 남진 아버지의욕구를 읽어냈듯이….

②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을 개발하라.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완승했다. 이집트는 항복하고 시나이 반도를 홀랑 빼앗겼다. 이후 평화협상은 난항. 시나이 반도가생선 가시처럼 협상의 목에 걸렸다. 두 나라 모두 시나이 반도 반환이란 원칙에는 공감했지만, 이집트는 "100% 반환"을,이스라엘은 "일부 반환"을 요구하며 11년간 평행선을 그었다. 1978년, 사이러스 밴스(Vance)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홀연나타나 탁월한 협상가로 이름을 남긴다.

밴스 장관은 두 나라의 '욕구(interest)'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집트는 왜 그리 '100% 반환'에 집착하지? 시나이 반도는 자원도 없고 비옥하지도 않은데…. 알고 보니 이집트의 욕구는 "6일만에 항복하며 실추된 자존심을 '100% 반환'으로 회복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이스라엘의 욕구는 '군사 전략적 완충'이었다.

밴스 장관이 내놓은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은? "시나이 반도를 100% 반환해 이집트 자존심은 세워주고,대신 UN 평화유지군을 주둔시켜 '군사적 완충지대'를 만들자." 11년간 표류한 협상은 깔끔하게 타결됐다. 20세기 최고성공작이라는 '캠프 데이비드 협상'이다.

③ 상대방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내 자극하라

창조적 대안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상큼한 해법. 하지만 늘 찾을 수는 없다. 그럴 경우는 어떻게 할까? 손해 보는 쪽의 '숨겨진 욕구(hidden interest)'를 찾아내 건드릴 필요가 있다.

1940년대 유명한 육체파 여배우 제인 러셀과 저명한 영화 사업가 하워드 휴스의 전설적 협상 이야기.

러셀은 1년 전속료로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100만달러를 요구하며 요지부동이었다. 이 가격에 사실상 타결되는 상황. 휴스는 막판에'5만달러씩 20년 분할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60만달러로 깎는 셈. 그러나 손해 보는 듯한 러셀은이를 받아들였다. 다음과 같은 휴스의 설득 논리가 러셀의 '숨겨진 욕구'를 성공적으로 자극했기 때문이다.

"일시불 100만달러가 당장이야 좋겠지. 하지만 몽땅 날릴 수도 있어. 매년 5만달러가 들어오면 20년 동안 안심할 수 있잖아?" ('미래 불안 회피 욕구' 자극)

"(지급 방식은 발표하지 않으니) 어차피 발표는 '전속료 100만달러'라고 할 거야. 당신은 순식간에 전례 없는 '100만달러 수퍼스타'가 되는 거지." ('명예욕' 자극)

"일시불 100만달러에는 세금이 절반 가까이 붙어. 왜 그걸 내?" ('납세 거부감' 자극)

휴스, 참 머리 좋다. 사람에게는 이렇듯 명예·안전·출세·과시·공평·인정(認定)·안락·가족·인간관계 등을 향한 다양한 욕구가 숨어 있다.

④ 윈윈(win-win) 협상을 위해 노력하라

좋은 협상, 윈윈의 협상은 좋은 뒷맛을 남긴다. 반면, 최악의 협상은 상대방을 쥐어짠 끝에 타결되는 경우. 당장은 내가 이득을 본것 같지만, '협상에서 쥐어 짜였다'고 느끼는 상대방은 기회만 오면 복수하겠다고 칼을 갈게 마련이다. 심지어 계약을 제대로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 "쥐어짜기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므로 '창조적 대안'과 '숨겨진 욕구'를 적극 활용해 반드시 윈윈의결과를 만들라"는 조언이다.

⑤ 서로 인정할 객관적 기준부터 먼저 정하라

객관적기준(standard)을 정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1억원 깎자", "못 깎는다"고 다투면 '협상'이 아니라'흥정(bargaining)'이다. 시세, 장부 가격, 비슷한 규모 기업의 시가총액, 비슷한 협상의 최종 타결가, 공정한 제3자전문가의 평가액 등을 서로 인정하는 객관적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아파트를 사고판다고 치자.

흥정; "5억에 팔겠다"와 "4억에 사겠다"던 두 사람이 "그럼 반씩 양보해서 4억5000만원에 하자"고 타결.

협상; 역시 "5억"과 "4억"을 부른 집주인과 원매자가 인근 시세, 비슷한 평형의 최근 매매가, 조망(眺望), 교통 같은 객관적 기준을 놓고 두루 검토한 후 "4억5000만원"으로 타결.

에이, 결국 똑같은 결론이구먼. 협상한 쪽이 괜히 시간만 들였잖아? 이런 의아심에 강사는 다음처럼 답했다.

"설사 결과가 똑같더라도, 객관적 기준을 놓고 협상을 거친 쪽은 결과에 훨씬 더 '수긍(首肯)'과 '납득(納得)'을 합니다.수긍을 하면 협상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고, 결국 윈윈의 좋은 협상이 되는 것이죠. 객관적 기준을 공유하고 협상한 쪽이 단순히흥정만 한 쪽에 비해 더 적절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은 물론이고요.'

⑥ 합리적 논거를 지렛대로 활용하라

무작정 윽박지르고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터프(tough)한 협상가'라고? 절대 아니다. 스스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합리적 논거'를 많이 장착한 사람이 진정 강력한 협상가. 그래야 협상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합리적 논거란 객관적 데이터,권위 있는 이론, 관습, 전통, 내규 등을 뜻한다.

똑같이 100억원에 팔더라도, 합리적 논거를 많이 들이댄협상가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100억원이 결코 비싸지 않군' 하는 인식(認識)을 갖게 하고 높은 만족도로 도장을 찍게 만든다.협상이란 결국 서로 상대방의 인식을 바꿔내는 과정.

⑦ 배트나(BATNA)를 최대한 활용하라

강사의 조크. "세상에서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는 아들 딸이랍니다. 왜냐? 아들 딸은 대신할 차선의 대안(代案)이 없잖아요? 처나 남편 같은 배우자는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조금은 있잖아요?"

수강생들의 폭소가 터진다. 배트나(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란 '협상이 결렬될경우 대신 취할 수 있는 차선의 대안'을 뜻한다. 협상력을 키우는 강력한 무기. 이를테면 회사와 연봉 협상 중인 김 차장이 얼마전 경쟁사로부터 '부장으로 오라'는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면 훌륭한 배트나를 손에 쥔 셈이 된다.

훌륭한 협상가는 배트나를 잘 키운다. 배트나가 없으면 만들어내기도 한다. 경쟁사 지인을 통해 스카우트 제의가 있는 듯이 슬쩍 흘리는 식으로 말이다.

좋은 배트나가 있다면? 협상 상대방에게 알리는 게 좋다. 다만 '관계'가 매우 중요한 협상이라면 배트나를 드러냈다가 상대 감정을상하게 해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배트나를 알릴 때에는 본인이 노골적으로 밝히기보다는,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3자를통해 점잖게 알려지게 하는 편이 좋다.

그래픽=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자신의 배트나가 좋다면? 협상의 시간을 끌어도 좋다. 배트나가 나쁘면? 되도록 협상을 빨리 끝낸다.

⑧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 협상의 토대로

상대방이 오랜 협상 끝에 합의해놓고는, 오늘 갑자기 "원점부터 재협상하자"고 나온다.

"이분이 왜 이러시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받아치면 하수(下手)다.

"저는 당신이 약속을 쉽게 번복하는 분이 아닌 것을 잘 압니다. 그런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니 뭔가 사정이 있다고 짐작이갑니다. 하지만 재협상은 불가능합니다. 두 회사의 장기적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합의 사항은 유지하되 다른 사안에서절충하시죠."

이렇게 이슈와 사람을 분리하는 협상가가 고수(高手). 이슈에는 강하게 나가더라도, 사람에게는 반드시부드럽게 하라. 협상 시작 전에 되도록 차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협상 과정에서는 상대방을 명예로운 사람으로 만들라.그래야 좋은 인간관계가 구축되고 협상도 잘 흘러간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너무 꾸미려고 하면 역효과.

강사의 충고. "모를 때는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세요. 화가 난다면 너무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화난 모습도 보여 주세요. 자기 본연의 모습에 충실할 때 가장 좋은 인상을 줍니다."

⑨ 질문하고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하버드 대학의 한 놀라운 연구 결과.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 욕구(interest)를 알아내기 위한 질문을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경우가 무려 전체의 50%나 된다. 왜 그럴까?

상대방의 욕구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질문을 하면 무지(無知)와 불평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 다 큰 착각이다. 풍부한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욕구를 알아내야 협상에서 성공한다.

질문도 잘해야 한다. "가격을 3%만 깎아주시면 안 돼요?"라고 질문하면 "안돼요"라는 짧은 대답으로 대화가 끊기기 마련. 이렇게 '예스 노'를 묻는 '닫힌 질문'은 협상을 교착으로 근접시키기 쉽다.

"가격 인하를 하면 어떤 점이 곤란해지시는 건가요?"처럼 대답을 길게 이끌어내는 '열린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야 대답 속에 상대방의 정보가 나오고 '창의적 대안'이나 '숨은 욕구'를 찾아낼 단서가 보인다.

질문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경청(傾聽)의 미덕. 듣고 듣고 또 들어야 협상에서 유리하다. 상대방의 말을 끊지 말고, 충분히공감(共感)하면서 들어라. 잘 듣고 고개만 잘 끄덕여도 좋은 인상을 주고 협상에 유리해진다. 공감과 동의는 다른 것이니,공감에는 인색하지 말라.

상대방 질문에 동의하기 어려울 때의 화법.

"아니죠, 왜냐하면…" 식으로 부정(否定)을 내세우지 말라. 대신 "맞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식으로 긍정(肯定)을 일단 내세운 후 설명을 하라. 상대방과 기분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요령이다.

⑩ 준비하고 준비하고 또 준비하라

"단체 협상을 할 때 가장 괴로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강사의 질문에 침묵이 흐른다.

"옆에서 헛소리할 때입니다. 아군이 적군처럼 어이없는 얘기를 할 때 가장 힘들죠."

폭소가 터진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요?"

다시 침묵이 흐른다.

"준비, 준비, 철저한 준비입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닌가?

"뻔하지만, 준비야말로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우리와 상대방의 요구, 욕구, 창조적 대안, 숨겨진 욕구, 객관적 기준, 배트나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협상 준비표를 통해 예습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아군의 헛소리와 헛발질은 바로 준비 부족에서 오는 가장치명적 상황이거든요."CEO·변호사… 7000여명 수강한 IGM 협상 스쿨을 가다

상대 마음 저 깊은 곳 '숨은 욕구' 건드려라

#1. 강사의 말

"자, 다들 눈 감으세요. 제한시간은 30초입니다. 지금부터 옆에 계신 분과 팔씨름을 합니다. 상대방 손이 테이블에 닿을 때마다 1점씩 얻습니다. 가장 점수를 많이 얻은 두 분께 상품을 드립니다. 시~작!"

몇년 만의 팔씨름인가? 옆 사람 손을 잡고 용을 써본다. 40대인 상대방 힘도 만만치 않다. 쉽지 않은 승부. 1점 얻기도 어렵다. 그런데…. 저쪽 어디선가 '쿵쿵쿵쿵쿵쿵쿵…'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그만!" 강사의 게임 종료 선언. 금빛 포장의 초콜릿은 '무려' 32점씩을 사이좋게 획득한 두 사람에게 돌아갔다. 어떻게? 두사람은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승패를 주고받으며 두 사람 손과 테이블의 충돌음으로 '뱃고동'을 울려 퍼뜨렸다. 이때 폐부를찔러오는 강사의 설명.

"여러분, 제가 이기면 1점 드린다 했지, 팔씨름 진다고 감점한다고는 하지 않았죠? 그걸읽어낸 두 분은 부지불식간에 멋진 협상을 하신 겁니다. 이렇듯 협상은 상대방을 넘어뜨려야만 이기는 '씨름'이 아닙니다. 서로윈윈(win-win)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댄스'입니다."

아이고…. 덜 떨어진 나는 그만 댄스 파티장에 샅바 차림으로 나타나 씨름을 했구나!

#2. 영화 '선생 김봉두'의 한 장면이 스크린에 흐른다.

두농부가 고성(高聲)과 삿대질과 욕설을 교환하며 격하게 싸우고 있다. '(물건을 운반해야 하니) 경운기로 이 길을 지나가야하네', '(그러면 길 위에 올려놓은 내 호스가 찢어지니) 절대 경운기를 지나가게 할 수 없네' 하는 다툼이다.

이때두 농부를 진정시키는 선생 김봉두(차승원)의 멋진 갈무리. "그러니까 남진이 아버님은 (비닐) 하우스에 물을 대야 하니까 호스를이 길에 꼭 놓아야 되고, 성남이 아버님은 (물건 운반을 위해) 경운기가 꼭 이 길로 지나가야 한다는 말씀이잖아요? 그것만해결되면 되는 거잖아요?"

선생 김봉두는 삽을 들고 땅을 파고는 호스를 묻고 흙으로 덮는다. 그렇다. 이제 경운기가 지나가도 호스가 찢어질 염려는 없다.

"됐죠?" '중재자 김봉두'는 의기양양하게 자리를 뜬다. 영화를 보던 수강생들이 일순 조용한 탄식을 내뱉는다.

강사의 해설. "남진 아버지가 '경운기의 이 길 통과를 허락 못한다'고 핏대를 세우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요구(position)'일 뿐입니다. 마치 물 위로 솟아오른 빙산의 일각과 같은 거죠. 중요한 것은 물 밑에 잠겨 있는, 즉상대의 마음 속에 잠겨 있는 진정한 '욕구(interest)'입니다. 여기선 '비닐하우스에 물을 대고 싶다'는 게 욕구죠. 즉호스가 찢어지지만 않는다면, 이 길 위로 경운기가 지나가든 탱크가 지나가든 남진 아버지는 상관 없는 거죠? 그 '욕구'를 정확히읽어낸 김봉두 선생은 '땅을 파서 호스를 묻고 난 후 경운기는 통과시킨다'는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을만들어 협상을 타결시킨 것입니다."

최근 경영인들 사이에 협상 노하우 공부가 붐이다. 세계경영연구원(IGM)의'협상 스쿨'은 명강좌 중 하나로 꼽힌다. Weekly BIZ의 인기 코너 'Case Study'의 단골 메뉴 중 하나도 바로이 연구원의 '협상 이야기'다. 이 강좌를 듣고 난 후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협상은 골프와 같아서 체계적으로 배우면 결과가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걸 확실히 느꼈다"고 했다. 김신배 SK C&C 부회장은 "짧은 시간에 협상 원리를 효과적으로체득했고, 협상을 알고 나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길이 명확히 보인다"고 했다. 대기업의 CEO·임원·중견 간부나 주요 로펌의변호사, 고위 공무원 등 무게 있고 다양한 수강생의 누적 숫자가 7000명을 넘겼다.

기자도 지난 14~15일이틀간 열린 이 강좌에 참여했다. 강사진은 IGM 최철규 부원장(영국 LSE 경영학석사), 이계평 이사(서울대 경제학박사·전컨설턴트), 신철균 교수(KAIST 산업공학박사·전 삼성SDS 전략기획그룹장)였다.

위의 두 '#1', '#2'는 바로 16시간에 걸쳐 이어진 이 코스의 초반 풍경들이다. 그리고 이 두 풍경이 주는 교훈은 협상의 시작이자 끝이고, 기초이자 핵심이었다.

1일차 강좌의 초반 5시간은 간단한 모의 협상을 곁들이면서 '협상의 10계명'을 익히는 과정이었다. 후반 3시간은 '제대로 된모의 협상'에 할애됐다. 5명씩 협상팀을 이뤄 1시간 반 동안 전략을 짠 후 상대방의 5인조 팀과 1시간 반 동안 모의 협상을벌였다. '쇼핑몰을 짓고 있는 부동산 개발사'와 '이곳 입주를 검토하는 할인점'을 대표해 임대료와 임대기간·조건에 대해 밀고당겼다.

이 협상 장면은 고스란히 비디오로 녹화됐고, 2일차 후반부 3시간의 '피드백' 수업 교재로 활용됐다.(2일차 전반부 5시간은 '실제 협상 전략과 협상 준비서 작성')

피드백 수업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오랜만에 맞닥뜨린 스스로의 옆모습과 목소리는 어색했고, 아둔함과 해망쩍음은 당혹스러웠다. 얼굴은화끈거리다 못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내가 저렇게 빠른 속도로, 남들이 이해하기도 힘들게 말하는구나', '협상에서 거짓말 한번잘못 하면 두고두고 욕보는구나' 하는 깨달음만으로도 수강의 보람은 본전을 넘어섰다.

■ 협상의 10계명

①상대방'요구(position)'에만 얽매이지 말고 '욕구(interest)'를 찾아내라.

가장 유명한 '콜라 비유'.

뜨거운 여름날, 땀을 닦으며 우리 가게로 들어온 손님이 "콜라 주세요" 한다. 그런데 이런…. 콜라가 다 팔렸네. 이때 "콜라 다 떨어졌네요"라고만 응답하면 그 손님은 나간다. 협상 결렬이다.

여기서 '콜라'는 그의 요구일 뿐이다. "콜라는 떨어졌지만, 시원한 사이다는 있네요"라고 답하면 협상은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목이 마르니 시원한 청량 음료수를 마시고 싶다'는 손님의 욕구를 찾아내고 부응했기 때문이다. 마치 선생 김봉두가 남진 아버지의욕구를 읽어냈듯이….

②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을 개발하라.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완승했다. 이집트는 항복하고 시나이 반도를 홀랑 빼앗겼다. 이후 평화협상은 난항. 시나이 반도가생선 가시처럼 협상의 목에 걸렸다. 두 나라 모두 시나이 반도 반환이란 원칙에는 공감했지만, 이집트는 "100% 반환"을,이스라엘은 "일부 반환"을 요구하며 11년간 평행선을 그었다. 1978년, 사이러스 밴스(Vance)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홀연나타나 탁월한 협상가로 이름을 남긴다.

밴스 장관은 두 나라의 '욕구(interest)'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집트는 왜 그리 '100% 반환'에 집착하지? 시나이 반도는 자원도 없고 비옥하지도 않은데…. 알고 보니 이집트의 욕구는 "6일만에 항복하며 실추된 자존심을 '100% 반환'으로 회복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이스라엘의 욕구는 '군사 전략적 완충'이었다.

밴스 장관이 내놓은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은? "시나이 반도를 100% 반환해 이집트 자존심은 세워주고,대신 UN 평화유지군을 주둔시켜 '군사적 완충지대'를 만들자." 11년간 표류한 협상은 깔끔하게 타결됐다. 20세기 최고성공작이라는 '캠프 데이비드 협상'이다.

③ 상대방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내 자극하라

창조적 대안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상큼한 해법. 하지만 늘 찾을 수는 없다. 그럴 경우는 어떻게 할까? 손해 보는 쪽의 '숨겨진 욕구(hidden interest)'를 찾아내 건드릴 필요가 있다.

1940년대 유명한 육체파 여배우 제인 러셀과 저명한 영화 사업가 하워드 휴스의 전설적 협상 이야기.

러셀은 1년 전속료로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100만달러를 요구하며 요지부동이었다. 이 가격에 사실상 타결되는 상황. 휴스는 막판에'5만달러씩 20년 분할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60만달러로 깎는 셈. 그러나 손해 보는 듯한 러셀은이를 받아들였다. 다음과 같은 휴스의 설득 논리가 러셀의 '숨겨진 욕구'를 성공적으로 자극했기 때문이다.

"일시불 100만달러가 당장이야 좋겠지. 하지만 몽땅 날릴 수도 있어. 매년 5만달러가 들어오면 20년 동안 안심할 수 있잖아?" ('미래 불안 회피 욕구' 자극)

"(지급 방식은 발표하지 않으니) 어차피 발표는 '전속료 100만달러'라고 할 거야. 당신은 순식간에 전례 없는 '100만달러 수퍼스타'가 되는 거지." ('명예욕' 자극)

"일시불 100만달러에는 세금이 절반 가까이 붙어. 왜 그걸 내?" ('납세 거부감' 자극)

휴스, 참 머리 좋다. 사람에게는 이렇듯 명예·안전·출세·과시·공평·인정(認定)·안락·가족·인간관계 등을 향한 다양한 욕구가 숨어 있다.

④ 윈윈(win-win) 협상을 위해 노력하라

좋은 협상, 윈윈의 협상은 좋은 뒷맛을 남긴다. 반면, 최악의 협상은 상대방을 쥐어짠 끝에 타결되는 경우. 당장은 내가 이득을 본것 같지만, '협상에서 쥐어 짜였다'고 느끼는 상대방은 기회만 오면 복수하겠다고 칼을 갈게 마련이다. 심지어 계약을 제대로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 "쥐어짜기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므로 '창조적 대안'과 '숨겨진 욕구'를 적극 활용해 반드시 윈윈의결과를 만들라"는 조언이다.

⑤ 서로 인정할 객관적 기준부터 먼저 정하라

객관적기준(standard)을 정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1억원 깎자", "못 깎는다"고 다투면 '협상'이 아니라'흥정(bargaining)'이다. 시세, 장부 가격, 비슷한 규모 기업의 시가총액, 비슷한 협상의 최종 타결가, 공정한 제3자전문가의 평가액 등을 서로 인정하는 객관적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아파트를 사고판다고 치자.

흥정; "5억에 팔겠다"와 "4억에 사겠다"던 두 사람이 "그럼 반씩 양보해서 4억5000만원에 하자"고 타결.

협상; 역시 "5억"과 "4억"을 부른 집주인과 원매자가 인근 시세, 비슷한 평형의 최근 매매가, 조망(眺望), 교통 같은 객관적 기준을 놓고 두루 검토한 후 "4억5000만원"으로 타결.

에이, 결국 똑같은 결론이구먼. 협상한 쪽이 괜히 시간만 들였잖아? 이런 의아심에 강사는 다음처럼 답했다.

"설사 결과가 똑같더라도, 객관적 기준을 놓고 협상을 거친 쪽은 결과에 훨씬 더 '수긍(首肯)'과 '납득(納得)'을 합니다.수긍을 하면 협상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고, 결국 윈윈의 좋은 협상이 되는 것이죠. 객관적 기준을 공유하고 협상한 쪽이 단순히흥정만 한 쪽에 비해 더 적절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은 물론이고요.'

⑥ 합리적 논거를 지렛대로 활용하라

무작정 윽박지르고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터프(tough)한 협상가'라고? 절대 아니다. 스스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합리적 논거'를 많이 장착한 사람이 진정 강력한 협상가. 그래야 협상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합리적 논거란 객관적 데이터,권위 있는 이론, 관습, 전통, 내규 등을 뜻한다.

똑같이 100억원에 팔더라도, 합리적 논거를 많이 들이댄협상가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100억원이 결코 비싸지 않군' 하는 인식(認識)을 갖게 하고 높은 만족도로 도장을 찍게 만든다.협상이란 결국 서로 상대방의 인식을 바꿔내는 과정.

⑦ 배트나(BATNA)를 최대한 활용하라

강사의 조크. "세상에서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는 아들 딸이랍니다. 왜냐? 아들 딸은 대신할 차선의 대안(代案)이 없잖아요? 처나 남편 같은 배우자는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조금은 있잖아요?"

수강생들의 폭소가 터진다. 배트나(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란 '협상이 결렬될경우 대신 취할 수 있는 차선의 대안'을 뜻한다. 협상력을 키우는 강력한 무기. 이를테면 회사와 연봉 협상 중인 김 차장이 얼마전 경쟁사로부터 '부장으로 오라'는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면 훌륭한 배트나를 손에 쥔 셈이 된다.

훌륭한 협상가는 배트나를 잘 키운다. 배트나가 없으면 만들어내기도 한다. 경쟁사 지인을 통해 스카우트 제의가 있는 듯이 슬쩍 흘리는 식으로 말이다.

좋은 배트나가 있다면? 협상 상대방에게 알리는 게 좋다. 다만 '관계'가 매우 중요한 협상이라면 배트나를 드러냈다가 상대 감정을상하게 해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배트나를 알릴 때에는 본인이 노골적으로 밝히기보다는,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3자를통해 점잖게 알려지게 하는 편이 좋다.

그래픽=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자신의 배트나가 좋다면? 협상의 시간을 끌어도 좋다. 배트나가 나쁘면? 되도록 협상을 빨리 끝낸다.

⑧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 협상의 토대로

상대방이 오랜 협상 끝에 합의해놓고는, 오늘 갑자기 "원점부터 재협상하자"고 나온다.

"이분이 왜 이러시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받아치면 하수(下手)다.

"저는 당신이 약속을 쉽게 번복하는 분이 아닌 것을 잘 압니다. 그런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니 뭔가 사정이 있다고 짐작이갑니다. 하지만 재협상은 불가능합니다. 두 회사의 장기적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합의 사항은 유지하되 다른 사안에서절충하시죠."

이렇게 이슈와 사람을 분리하는 협상가가 고수(高手). 이슈에는 강하게 나가더라도, 사람에게는 반드시부드럽게 하라. 협상 시작 전에 되도록 차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협상 과정에서는 상대방을 명예로운 사람으로 만들라.그래야 좋은 인간관계가 구축되고 협상도 잘 흘러간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너무 꾸미려고 하면 역효과.

강사의 충고. "모를 때는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세요. 화가 난다면 너무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화난 모습도 보여 주세요. 자기 본연의 모습에 충실할 때 가장 좋은 인상을 줍니다."

⑨ 질문하고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하버드 대학의 한 놀라운 연구 결과.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 욕구(interest)를 알아내기 위한 질문을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경우가 무려 전체의 50%나 된다. 왜 그럴까?

상대방의 욕구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질문을 하면 무지(無知)와 불평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 다 큰 착각이다. 풍부한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욕구를 알아내야 협상에서 성공한다.

질문도 잘해야 한다. "가격을 3%만 깎아주시면 안 돼요?"라고 질문하면 "안돼요"라는 짧은 대답으로 대화가 끊기기 마련. 이렇게 '예스 노'를 묻는 '닫힌 질문'은 협상을 교착으로 근접시키기 쉽다.

"가격 인하를 하면 어떤 점이 곤란해지시는 건가요?"처럼 대답을 길게 이끌어내는 '열린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야 대답 속에 상대방의 정보가 나오고 '창의적 대안'이나 '숨은 욕구'를 찾아낼 단서가 보인다.

질문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경청(傾聽)의 미덕. 듣고 듣고 또 들어야 협상에서 유리하다. 상대방의 말을 끊지 말고, 충분히공감(共感)하면서 들어라. 잘 듣고 고개만 잘 끄덕여도 좋은 인상을 주고 협상에 유리해진다. 공감과 동의는 다른 것이니,공감에는 인색하지 말라.

상대방 질문에 동의하기 어려울 때의 화법.

"아니죠, 왜냐하면…" 식으로 부정(否定)을 내세우지 말라. 대신 "맞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식으로 긍정(肯定)을 일단 내세운 후 설명을 하라. 상대방과 기분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요령이다.

⑩ 준비하고 준비하고 또 준비하라

"단체 협상을 할 때 가장 괴로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강사의 질문에 침묵이 흐른다.

"옆에서 헛소리할 때입니다. 아군이 적군처럼 어이없는 얘기를 할 때 가장 힘들죠."

폭소가 터진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요?"

다시 침묵이 흐른다.

"준비, 준비, 철저한 준비입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닌가?

"뻔하지만, 준비야말로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우리와 상대방의 요구, 욕구, 창조적 대안, 숨겨진 욕구, 객관적 기준, 배트나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협상 준비표를 통해 예습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아군의 헛소리와 헛발질은 바로 준비 부족에서 오는 가장치명적 상황이거든요."

별 내용은 아니구요... 윈도우 종료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는 경우 물론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서비스 프로세스 중에 종료가 잘 안 되는 녀석이 있어서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증상인데 최근에 많이 느려졌더군요. msconfig에서 MS 서비스 제외하곤 전부 끄고 사용하는데... 레지스트리로 서비스 항목 강제종료 타임아웃 시간 줄여주니까 해결된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경우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해 종료시간이 느려진 경우는 다른 해결책을 찾아봐야겠습니다만... 우선 원인이 뭔지 파악하는게 중요하겠지요.

 

첨부파일 더블클릭 병합해주시면 기본 값인 20000을 100으로 변경해줍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Windows Registry Editor Version 5.00

[HKEY_LOCAL_MACHINE\SYSTEM\CurrentControlSet\Control]
"WaitToKillServiceTimeout"="100"

 

 (추가1)

좀 더 강력한(?) 프로세스 강제종료 레지스트리도 만들어봤습니다. 이건 서비스 항목이 아니라 실행중인 프로세스를 강제종료 하는 것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Windows Registry Editor Version 5.00

 [HKEY_CURRENT_USER\Control Panel\Desktop]
"AutoEndTasks"="1"
"HungAppTimeout"="100"
"WaitToKillAppTimeout"="100" 

[HKEY_USERS\.DEFAULT\Control Panel\Desktop]
"AutoEndTasks"="1"
"HungAppTimeout"="100"
"WaitToKillAppTimeout"="100"


출처 http://snoopy.textcube.com/877

출처 -

아래... 이유 모를 재부팅현상 등의 문제로 고민하시는 사장님들이 계셔서...

OCCT는 프라임이나 인텔번, S&M과 같이 시스템에 부하를 주어 안정성을 태스트하는 유틸입니다만...

CPU(RAM포함)와 VGA를 개별적으로 또는 모두 부하를 주어 파워서플라이 테스트도 할 수 있고, 모니터링 결과를 자세한 그래프와 텍스트로 출력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S&M도 파워테스트는 가능하나 이미 한물간 툴이라...


아무튼, 사용법은... 

아래 다운로드 링크에서 파일을 받아 설치하시고 실행하시면, 아래와 같이 6개의 메뉴를 가진 화면이 뜹니다.

다운로드 : http://www.ocbase.com/download/OCCTPT3.1.0.zip



맨 첫번째 메뉴는 OCCT 자체 알고리즘에 의한 CPU 테스트입니다.

Test Type은 Auto(1h), Infinite, Custom 세가지 입니다... 전 테스트 항목 모두 같음...

Auto는 시간 설정이 무시되며, 무조건 한시간 동안 테스트를 합니다. 또한 테스트 모드와 GPU의 해상도 설정도 기본값으로 테스트 합니다.

Custom은 사용자가 직접 설정을 조절하여 돌릴 수 있습니다.

Infinite는 바로 풀로드에 돌입하여 ESC키를 눌러 수동으로 정지할 때까지 무조건 계속 돌립니다. . 말 그대로 Infinite 입니다.

Custom Test Duration은 시간 설정입니다.
주의할점은, 처음 1분과 마지막 4분간 아이들로 모니터링 하는 시간이 있으니 이를 감안하여 원하는 테스트 시간에 5분을 더해서 설정해야 됩니다.(최소설정제한이 6분인 것도 이 이유 때문입니다. 아무리 짧아도 1분은 돌려야...ㅋㅋ)

Test Mode는 데이타 셋의 크기를 설정합니다.
도움말에 따르면 스몰로 하면 RAM을 거의 쓰지 않는 반면, 라지로 하면 빈번한 전송을 통해 CPU-(메인보드) 칩셋-메모리 모두를 갈군다고 합니다. 미디움은 당연히 중간이고...
그러니,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선 라지가 확실하겠죠?!

Priority는 프라임의 Priority옵션과 같은 선호도(우선순위) 설정입니다.

LOWEST (가장 낮음), LOWER (낮음), NORMAL(보통), HIGH(높음)의 네 단계로 설정가능합니다. 자체 도움말에 따르면 HIGH에선 그래프가 부정확할 수 있으며, NORMAL이 대부분의 경우에 적합할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센써모니터링에 우선하여 OCCT가 CPU자원을 할당받으니 모니터링은 띠엄띠업 일 수 밖에 없지만 테스트 해 본 결과, 프라임의 9~10의 정도는 아니고, 그 정도 간격의 모니터링으로도 충분하니 확실한 테스트를 위헤 이것도 HIGH가 좋을듯 합니다.



두번째 메뉴는 인텔번 유틸의 핵심인 Linpack을 사용하는 CPU테스트 입니다.

CPU테스트로는 프라임은 뒷발로 차버리는 강력한 부하를 주므로 조심하라는데... 조심할거면 테스트도 하지 말아야죠?!... ^^;;;

Test Mode에서 가용 메모리의 25%, 50%, 90%로 테스트에 사용할 선형 대수 문제의 크기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64bit운영체제라면 64bit에 체크, 32bit라면 당연히 비활성화 됩니다.

하이퍼쓰레딩 역시 지원하는 CPU라면 체크...




세번째 메뉴는 GPU 테스트입니다.

3DMARK정도의 일반적인 풀로드를 훨씬 능가하는 부하를 보여줍니다.

Resolution(해상도)는 모니터의 최대해상도(LCD는 최적해상도), 즉 FullScreen에 체크하고 테스트 하시면 됩니다.

Shader Complexity(쉐이더 복잡도)에 대한 설정값은...
Nvidia GT2xx = 7
Nvidia GeForce 9 series = 8 (to be confirmed)
ATI Radeon HD3000시리즈와 HD4000시리즈 = 3 (by far)
기타 VGA = 1 (목록에 없는 카드는 일단 1을 설정하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FullScreen을 체크 해제하면 윈도우 창모드로 실행합니다.

Error Check는 자체 에러 체크 기능을 사용합니다... 제대로 테스트 하려면 체크!




네번째 메뉴는 CUDA를 사용하여 주로 GPU의 메모리를 테스트 하는 모드입니다.
PASS의 숫자는 반복횟수니 크게 적을수록 오랫동안 테스트 하겠죠?




드디어... 다섯번째 파워서플라이 테스트메뉴 입니다.

CPU 테스트(Linpack)과 GPU 테스트를 동시에 돌려서 최대전력부하로 테스트합니다.



위와 같은 경고메시지가 나오고... 묻지마 파워라면 터질수도 있으니 자신의 파워가 "적어도 100W당 만원은 하는 파워를 사라"에 한~참 못 미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웬만하면 하지 마시는게... 라고 경험자들은 말을 하지만...

어딘가 문제가 있어 찜찜한걸 두고 보느니, 터트려서 문제를 찾아내 해결을 보는게 개운한 분은 망설이지 마시길... 정말 폭발하진 않으니... ^^;;;;




각종 옵션 항목입니다.

Language  - 다양한 언어를 지원합니다만... Korean은 안 보입니다.... ㅡㅡ
Generate Graphs - 이게 켜져 있어야 그래프를 기록해 보여줍니다.
Generate CSV Files - 결과를 각 항목을 콤마(,)로 분류한 텍스트 파일로 저장합니다.

오른쪽의 파란 ? 버튼을 누르면 간단한 개발자 및 참여자들 소개가 나옵니다.

그 위의 오랜지섹 톱니바퀴 버튼을 누르면...



이런 메뉴가 나옵니다. MAX CPU Temp는 CPU 최대 온도 설정입니다. 이 온도를 넘으면 CPU과열 경고와 함께 테스트가 중단됩니다.

Software는 어떤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쓸건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Built-in은 OCCT 자체 모니터링이고, 나머진 해당 프로그램입니다. 주의할점은 해당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는 상태에서만 동작합니다.... 간단하게 Built-in (OCCT 자체 모니터링) 추천 !

단, 어디까지나 소프트웨어 모니터링(메인보드의 센서를 프로그램이 읽는 방식)이기 때문에 신뢰도의 한계는 감안하고 보셔야 됩니다. 전 빌트인으로 하면 12v가 10.65v근처로 나오는데 다른 모니터링 툴로는 정상(12v)이더군요... 센서모니터링은 항상, 계측값보다 전압의 출렁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테스트를 끝네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 파일들이 내문서에 저장되고 출력됩니다.



이런 테스트를 통해, 내 PC의 CPU, RAM(개략적이나마 보드 칩셋도...), VGA, PSU 중 어느 것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

쓰다보니... 지루한 장문이 되버렸는데요... ㅋ~

아무쪼록... 사장님들의 PC 하드웨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시길.... ^^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에 ‘회의’… 자신의 진정한 모습 찾아 나서

“개인적으로 소외감 같은 걸 많이 느껴요. 이게 뭐 하는 짓인지… 하는 질문을 매일 항상 하게 돼요. 사실 특별히 집에 돈이 있는 사람들 아니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회사 다닐 거예요. 처음에는 저도 안 그랬죠. 회사를 위해, 아니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재작년쯤부턴가, 그러니까 마흔 넘어서 이렇게 됐어요. 책임은 커지고 부담도 커지는데, 사회나 회사가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40대 남성 ㄱ)

“예전에는 아버지가 집안의 기둥이고 그야말로 가장이었잖아요. 근데 요즘은 그런 게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돈 벌어오는 기계라고 생각하는 것이 전반적인 세태예요. 아내도 그렇고, 전에 아이한테 아버지가 왜 좋으냐고 물으니까 돈 벌어오니까 좋다고 하더라고요. 전에는 하다못해 형식적인 예의라도 갖춰서 균형을 잡았는데 요즘은 그것조차 유지되지 않으니 더욱 쓸쓸해요.”(40대 남성 ㄴ)

짙은 공허감·불안감·소외감 느껴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로 푸는 40대. 그러나 오히려 병만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경향신문>
땅거미가 가라앉은 지난 6월 16일 밤.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는 삼삼오오 찾아온 40대 남성들이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인권재단(이사장 박은정 서울대 교수)이 마련한 생활인권 대화마당 ‘알지(知)’에 참석한 사람들이다. 이날의 주제는 ‘한국 40대 직장남성들의 생활과 인권’이었다. 정유성 서강대 교수가 한국의 40대 남성에 대한 6개월간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46·마인드프리즘 대표)도 참석해 40대 남성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한국인권재단이 40대 남성의 인권에 주목한 것은 ‘40대 남성 자살률 세계 1위, 우울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한국 남성들이 봉착한 위기의 내용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현재 한국의 40대는 1961년생부터 1970년생까지다. 386세대 대다수가 이제는 40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386세대란 잘 알려졌다시피 1960년대에 출생해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고, 1990년대에 30대였던 사람들을 말한다. 지금은 40대가 돼 한국사회의 중년세대를 이루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분포상 가장 숫자가 많은 세대이기도 하다(표 참조).

‘인생 40은 불혹(不惑:유혹에 정신이 흔들리지 않음)’이라는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이 말은 오랜 세월 동안 40대 중년의 대명사로 불려왔는데 어떤 학자는 이를 공자의 역설적인 표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40대가 가장 흔들리는 시기이므로 경계하라는 뜻에서 한 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나이대의 대다수 남성은 짙은 공허감과 불안감, 소외감 등을 느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술, 여자, 도박 등에 쉽게 휘말린다.

그렇다면 40대는 왜 이렇게 방황하는 것일까.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은 중년을 ‘인생의 정오’라고 말했다. 40대 중년이 되면서 인간은 이전까지 외형적인 것에 치중했던 삶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 자신의 욕구에 대한 강렬한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30대까지만 해도 직업적 성취를 위해 집중해 쏟던 에너지를 40대가 되면 자신의 내부에 쏟아붓게 된다고 한다. 정혜신 박사는 “남자들은 학력, 지위, 경력 등을 확보하거나 결혼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면 인생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오다가 막상 중년이 되어 그것을 어느 정도 이루었을 때, 자신이 꿈꾸던 것과는 다른 현실을 맞닥뜨리면서 비로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0대에 이르러 소울메이트를 포함, 지적 대화가 가능한 여자친구를 갈망하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심리학자인 브뤼와 브레넌은 남성들은 중년이 되면 인간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가정을 돌아보지만 이 시기에는 아내도 구원의 여성이 아니라는 현실을 마주치고 절망한다고 했다. 이에 40대 남성들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으려고 방황하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안식처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호르몬의 영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중년이 되면 왕성하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 대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이 증가하면서 예민해지고 감성적으로 된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중년 두렵지 않다>의 저자인 이미나 서울대 교수는 “에스트로젠이 증가하면서 중년남성들에게는 내면에 억압돼 있던 여성성이 발휘된다”며 “그들은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감정적 요구를 의식해 자신을 인정해주고 친절하며 따뜻한 위로를 주는 정 많은 여성을 찾게 된다”고 전했다.

40대라면 일반적으로 결혼생활을 10년 이상 해왔고, 자녀가 있으며, 사회적으로 일반 기업에 속해 있다면 과장 또는 부장의 자리에 올라 책임이 막중할 때다. 40대 돌연사가 많은 이유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촌에서 유독 한국의 40대 사망률은 눈에 띄게 높다. 사회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집단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그야말로 ‘발악’을 하는 동안 구성원들의 삶의 질은 목적 달성을 위한 소모품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며 “근대화의 급물살 속에 우리 사회는 어느새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동안 써먹다가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가차 없이 버리고 새로 만들어 쓰는 부품들의 사회가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실제 오늘날의 40대가 사회에 진출할 무렵인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는 한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하던 때다. 취업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하면 된다’거나 ‘언젠가 상응하는 결과가 오겠지’ 하는 신념으로 청운의 꿈을 불사르며 산업역군으로 제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계기로 평생직장, 연공서열의 개념이 깨지고 말았다. 오늘의 중년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매서운 칼바람을 가장 뼈저리게 경험한 세대다. 정성호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오정(45세 정년)으로 상징되는 중년의 실업 문제는 이들을 위기로 몰고 있다”며 “이들은 경제적 기반을 미처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육비 부담이 가장 큰 생애주기에 직면해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대비도 잘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실업의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라고 저서 <중년의 사회학>에서 기술했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매서움 경험 IMF 외환 위기는 한편으로 ‘믿을 건 실력뿐’이라는 도식을 갖게 했다.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의 밥줄인 조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밤낮을 잊고 회사일에 매달렸다. 그러나 40대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회사는 더 이상 자신의 든든한 울타리가 아님을. 그래서 그들은 ‘정리해고’ ‘명예퇴직’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회의를 느끼게 된다.

당연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과로와 그로 인한 만성피로, 스트레스는 한국의 40대 남성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와 같다. 그러나 그들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조차 알지 못한다. 기껏해야 술과 담배로 푸는 정도다. 문제는 가뜩이나 업무적으로 술자리가 많은 40대 남성에게 술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병만 키울 뿐이다. “뭐 한 2주일 업무 때문에 계속 술을 먹었는데, 이러다 죽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오랜 만에 가까운 친구들 만나 스트레스 풀려고 했더니 또 술을 먹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한 어느 40대 직장남성의 말은 40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자화상일 것이다.

정유성 교수는 “예컨대 비만이나 당뇨 같은 성인병에 노출돼 암이나 뇌혈관, 심장질환과 같은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릴 확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높을 뿐 아니라 같은 연령대 여성에 비해서도 아주 높다”며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의 삶이나 생활방식이 모두 불건강하고 만성 스트레스를 부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40대 남성(40, 50대 남성 직장인 3.7%가 정신질환 경험)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몸과 마음이 시름시름 앓으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의할 점은 40대 남성들이 인간관계에서의 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마찬가지다.

정유성 교수는 “40대 직장남성을 심층면접한 결과, 그들이 직장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업무 자체 부담이라기보다 상사와 관계, 본사와 관계, 동료와 관계 등 주로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40대 남성이 대부분 중견 간부급 직책이다 보니 업무에는 익숙할 대로 익숙한 수준이라서, 오히려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간관계에서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또 “인터뷰 내용 중에는 직장 내 왕따에 대한 견해도 곁들여졌는데, 대부분 그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이고, 심지어 그럴 만해서 왕따당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어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미 정서적으로 이혼상태 상당수”

존재의 위기, 관계의 위기에 내몰린 40대는 짙은 공허감과 불안감, 소외감에 시달린다. <경향신문>
문제는 상당수 40대 남성이 가정에서도 소외감에 시달리는 것. 이는 40대 이혼율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도 엿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한 사람 중 40~44세 남성이 2만2200건으로 가장 높았다. 정신과 전문의 정찬호 박사(44)는 “남편과 아내가 직장 업무로 인한 피로감 등으로 대화가 줄어든데다 아이 양육이나 교육 문제에서 의견 충돌까지 일면서 갈등이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40대 부부 중에는 법적 절차까지는 밟지 않더라도 이미 정서적으로는 이혼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자녀와 소통에서도 한국의 40대 남성은 큰 어려움을 겪는다. 주로 자녀와 관계, 대화 단절, 교육 문제 등이다. 학자들은 이를 가부장 아래 오랜 세월 동안 뿌리내린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상은 사라졌지만 평등하고 조화로운 아버지 상은 아직 만들어지지 못한 시대적 한계로 해석한다. 이와 관련해 정혜신 박사는 한 상담 사례를 소개했다. 기업의 임원인 한 40대 가장은 자신이 자녀와 친구같이 지낸다는 확신에 나름대로 가정을 성공적으로 가꿔 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여고생인 딸의 일기를 우연히 읽고 큰 충격에 빠졌다는 것이다. 일기장에는 아빠에 대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즐비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2005년 발표한 전국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버지의 50.8%는 ‘자녀가 고민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나와 의논한다’고 답했다. 또 65.8%는 ‘자녀와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을 자녀들에게 했을 때 결과는 천양지차였다. ‘아버지와 고민을 나눈다’는 자녀는 4%에 불과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40대 남성이 갖고 있는 이 같은 여러 가지 고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40대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내적 성장의 기회라는 것이다. 정혜신 박사는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의 관계에 목마름을 느끼는 이 시기를 반갑게 받아들이라”며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타인과 소통에 노력하면 역할에서 벗어나 본래의 자기의 모습을 되찾으면서 심리적·정신적인 안정감을 갖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유성 교수는 “삶터의 틀을 ‘돌봄 사회’로 바꾸고 그에 걸맞은 삶의 방식을 만들어감으로써 중년 남성들에게 감수성 훈련과 인간관계 훈련을 통해 자신을 만나고 찾을 수 있는 자리를 열어줘야 한다”며 “자연 속의 명상이나 체험, 지나치게 종교색을 띄지 않은 영성 프로그램, 봉사활동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86이 된 386세대는

386세대는 경제개발을 목표로 국가총동원체제를 정비하던 박정희 정권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또 1980년대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던 암울한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다. 대학생활 내내 최루탄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며 민주화운동에 청춘을 불사른 이들은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이끈 주역이었다. 반미운동의 선봉이기도 했다. 정성호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중년의 사회학>에서 386세대를 가리켜 “다른 세대와 비교해 이념적이고 파괴적이었으며 진보적이었다”며 “비판의식과 현실 참여에 대한 열의, 진취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이야말로 그들의 전매특허“라고 했다.

386세대는 근대적인 교육을 대규모로 받고 자란 세대기도 하다. 대학이 늘고 정원도 2배로 증가하면서 이전의 어느 세대보다 많은 사람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지금의 10대, 20대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 속에서 성장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절대빈곤의 고통 속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다.

정성호 교수는 386세대를 상징하는 단어로 돌, 형, 이념서적과 술, 컴퓨터, 비디오카메라, 배낭여행을 꼽았다. 돌은 시위문화를 상징하는 것이고 형은 그들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 여자후배가 남자선배를 부르던 호칭이다. 대학 시절 운동권 학생은 사회과학 계통의 서적을 커리큘럼에 따라 독파했으며 그로 인해 당시 사회과학서적이 넘쳐났다. 더불어 노래운동도 활발해 ‘동지가’ ‘광야에서’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는 386세대의 필수곡이다.

386세대는 또 PC와 인터넷을 사용하고 이러한 IT기기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할 능력을 지닌 제1세대이며, 유학이 아닌 여행의 개념으로 배낭을 메고 해외로 나간 첫세대다.

386세대가 다시금 주목받은 건 2002년 대선이 계기가 됐다. 그해 12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은 6월항쟁을 이끈 386세대를 일약 시대의 주역으로 발돋음시켰다. 참여정부에도 대거 입성했다. 정 교수는 “이들의 활약에 대해 일부는 이를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보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 경륜이 부족한데 너무 설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386세대는 권위주의적 정치권력에 몸으로 저항했던, 그야말로 절망의 조건 속에서 희망을 실현해낸 세대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명]이혼율 제일 높고 자살률도 심각


통계로 본 40대 남성의 현주소… 인터넷 검색어 1위는 로또

‘이혼율 최고. 사망률 최고. 실낱 같은 소망은 로또 당첨!’
한국의 40대 남성이 갖고 있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다. 한국의 40대 남성과 관련한 여러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최근 정유성 서강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 40대 남성들의 생활과 인권’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수록된 내용과 그동안 각 언론을 통해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통계로 본 40대 남성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취업 및 직장생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0대 남성의 총 취업 인구는 2009년 5월 현재 387만8000명이다. 직업 구성은 2007년 기준 임금 근로자 234만, 시간제 근로자 5만, 자영업자 110만5000, 고용주 35만8000명으로 대부분 임금 근로자다. 이들의 근속 기간은 3년 미만 57만, 5년 미만 37만, 10년 미만 70만, 10년 이상 174만 명으로 10년 이상 근속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주당 근로시간은 2007년 기준 36~45시간이 125만, 45~53시간이 99만, 54시간 이상도 143만 명이나 돼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긴 노동시간으로 정평이 난 한국인 중에서도 40대 남성들의 노동시간 또한 만만치 않게 길다.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지난 1월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7%나 늘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경제 불황의 여파가 40대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실업급여 신청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실직하기 전 직장에서 1년도 채 근무하지 못했고, 40대 75% 이상이 앞으로 고용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표1 참조).

근로 여건 만족도는 만족 37.5%(매우 만족 9.6%, 약간 만족 27.9%), 보통 52%, 불만 9.5%(약간 불만 7.2%, 매우 불만 2.3%)로, 비교적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만족도는 2003년 기준 만족 11.4%, 불만족 50.8%, 보통 37.8%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노후에 대한 준비는 별로 해놓지 못했다. 지난 2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50대 직장인 107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0대는 현재 직장을 그만둔 이후 삶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35.0%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20대(46.4%), 30대(43.4%)에 비해 은퇴 후의 삶에 대한 대비가 더 없었다.

■가족문화
‘일’에 삶의 중심을 두고 살아온 한국의 40대 남성들은 가족과 소통에 서툴다. 부부 사이는 물론 자녀와 관계도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으니,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가정과 가족이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상당수 40대가 불안한 결혼 상태에 놓여 있으며 가족 부양이라는 짐을 버거워한다. 부모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전 세대 중 40대 이혼률이 가장 높은 건 당연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남자 중 이혼을 가장 많이 한 연령대는 40~44세였다. 전체 이혼 건수 11만6500건 중 2만2200건이 40~44세였다. 자식들은 아버지를 ‘돈 벌어다주는 존재’로 인식한다. 대학생 44%가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은 재력뿐이라고 답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버지의 생활비 부담률은 95.5%로 한국이 세계 1위다. 반면 고민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아버지와 의논한다고 답한 자녀는 4%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40대는 인터넷에서 어떤 검색어를 가장 많이 찾을까.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의 40대는 1위 ‘로또’를 비롯해 2위 ‘환율’, 3위 ‘팍스넷’ 등 돈 버는 것과 관련된 검색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교육비 걱정이 많은 40대 가장은 뛰는 환율, 떨어지는 주가로 주머니가 매우 궁핍해진 상황에서 로또라도 당첨되길 바랐던 것이다.

■수명&사망률
40대는 자신들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신체의 변화로 깨닫기 시작하는 시기다. 피부가 탄력을 잃고 눈 가장자리에 주름이 생겨난다. 이마와 목 부위에 주름이 생기고 턱이 처진다. 시력 감퇴와 생식 능력 감퇴도 두드러진 변화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신체 내부 질환이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집중되면서 몸의 기능이 20대의 80%로 떨어지고 암이나 뇌혈관, 심장질환과 같은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기본적으로 남자와 여자 중 기대수명이 더 긴 쪽은 여자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여성과 남성 간 기대수명의 차이는 벌어진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체 79.6세로 10년 사이 5.2년이 늘었고, 45세 기준 기대여명만 해도 남성은 4.2년, 여성은 3.9년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이 82.7세로 남성 76.1세보다 6.6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드러났다(표2 참조).

한국의 40대 사망률은 부동의 세계 1위다. 세계보건기구(WTO) 홈페이지에는 여러 국가의 연령별 남녀 사망률을 한데 모은 그래프가 있는데, 어느 나라나 남성 사망률이 여성 사망률보다 높다. 또 어느 나라든 남녀 사망률은 비슷하게 시작해 20대와 30대에 큰 차이를 보이다가 40대에 접어들면서 비슷해진다. 그런데 그래프에서 유일하게 40~50대에 접어들면서 남성의 사망률이 치솟는 나라가 한국이다(표3 참조).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저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에서 ‘엽기적 사실’이라며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 40대와 50대 남성들의 목숨이 가장 파리 목숨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40대 사망률은 인구 1000명당 10.7명이다. 의학의 발달로 10년 전에 비해 인구 1000명당 1.1명 줄어든 수치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다. 40대에는 간과 심장질환 발병이 크게 늘어나면서 간질환이 40대, 50대 사망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대에 시작한 과도한 음주가 20여 년이 지나면서 간질환으로 악화하는 것이다(표4 참조).

그렇다면 40대 전반에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남자는 얼마나 될까. 한국갤럽이 지난해 20~60대 한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기 건강검진에 대한 국민 태도’를 조사한 결과 40대의 48%만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40대의 자살률도 심각하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0, 50대 자살 사망자 수는 4004명으로 전체 자살 사망자의 33%로 가장 많았다. 남성의 자살충동 원인은 경제적 이유가 2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가정불화(7.9%), 질환장애(7%)가 그뒤를 따랐는데 특히 40대의 경우 경제적 문제로 자살하는 이가 많았다.


[조명]“자기 성찰·타인과 소통이 가장 필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말하는 ‘40대 남성의 성장통’

20년 넘게 40·50대 중년 남성의 정신건강을 연구해온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40대 남성이 겪는 불안감과 외로움은 그 시기 남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라고 말한다. 또 “내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이며 “40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성찰과 가면을 벗은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타인과 소통하기”라고 덧붙인다. 정 박사에게 한국의 40대 남성이 혼돈의 시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왜 40대 남성의 정신건강을 논의하는 게 필요한가.
“개인의 각성(깨달음)은 살면서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사회적으로 중추적 연령이면서도 각성 면에서는 가장 진도가 늦은 그룹이 40대예요. 왜냐하면 한국의 남성들은 페르소나(Persona:연극 등의 등장인물)와 자신을 과도하게 동일시하기 때문이죠. 광대가 왕의 가면을 쓰면 왕이 되고 거지가면을 쓰면 거지가 되지만, 무대에서 내려와 가면을 벗으면 본래 자신의 모습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한국의 40대 남자들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고 주문하면, 자기의 역할을 이야기해요. 심리적 진도가 여기까지만 도달한 탓이에요. 정신과에서는 ‘사회적 성공은 곧 자기 억압의 결과’라고도 이야기해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억압으로 인한 개인적 대가나 비용은 몹시 많이 치르죠.”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이 정신적으로는 더 황폐화돼 있다는 이야기인가.
“예를 들어 기업의 과장이나 대리는 임원이 되면 현재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고, 삶도 안락해질 것으로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얘기예요. 실제 사회적으로 성공을 이루었을 때 또 다른 이면들도 동시에 갖게 된다는 것을 남자들이 알 필요가 있어요. 40대의 남성은 지위가 높건 낮건 돈이 많건 적건 누구나 본질적인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어요. 모두 굉장히 불안해하죠.”

40대 남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뭔가.
“직장에서의 관계의 어려움도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 40대 남성들이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가족과의 갈등이에요. 그리고 가족과의 문제보다 더 힘겹고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죠. 자기 자신의 무능함, 삶에 대한 불안감, 자신이 걸머지기엔 너무도 무거운 짐들이 40대를 버겁게 만들어요. 사회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성공한 사람도 스스로 무능감에 시달리죠.”

왜 40대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가.
“성장환경이 달라도 누구나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40대만의 집단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40대는 인간에게, 특히 남자들에게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느끼는 시기예요. 여자들은 40대 전에도 이런저런 인간관계를 통해 스스로 돌아볼 기회가 많지만 남자들은 학력, 일, 지위, 경력 등 무언가 성취하거나 결혼해 안정된 가정을 갖게 되면 심리적으로도 안정될 것이라고 흔히 착각하거든요. 그것을 1차적 목표로 삼고 살아온 남자들이 자기가 꿈꿨던 것을 어느 정도 도달한 즈음에 ‘아, 이게 아니구나’ 하고 느끼게 되죠.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그 시기가 40대인 거예요. 때문에 30년 전의 40대나 지금의 40대인 386세대나, 30년 후의 40대나 동일하게 이런 시기를 거치게 돼요.”

학자들은 아들을 키우는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미래에도 40대가 같은 고민을 할 것이라는 것은 교육도 영향력이 없다는 얘기인가.
“40대의 문제는 미국이나 유럽이나 똑같이 존재해요. 하지만 차이가 있어요. 사망률, 자녀와의 관계 등 한국의 40~50대 남자들이 그 시기에 겪는 지표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비관적이에요. 유난히 한국 중년남자들이 스스로 조절이 안 될 만큼 가혹한 상처를 받는다는 얘기예요. 우리나라 문화나 교육 등 사회적 환경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체계라는 게 굉장히 물질적이잖아요. 그런 영향이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부모의 교육보다 선행해야 할 것은 사회적·문화적인 집단의 성찰이에요. 40대 남자들의 문제를 계기로 아이들의 문제, 부모들의 문제는 물론, 일터에서 사람의 문제까지 들여다보는 성찰이 되어야 해요.”

40대는 유난히 외도에 대한 욕망과 유혹에 휘청댄다. 아내 외 지적 대화가 가능한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도움이 될까.
“그런 욕망은 큰 맥락에서 외롭고 무기력하고 큰 혼란에 빠졌을 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감각이 살아나기 때문이에요. 그러면서 마침내 사회적 페르소나와 거리가 생기는 거죠. 다만 한 인간에게는 성장의 기회이고 인생에서 굉장한 중요한 시기지만 이런 약한 모습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여러 부작용도 있어요. 여자친구가 도움이 된다 안 된다는 지엽적인 문제예요. 정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가 생겨 지금까지 덮개로 감춰온 자기 자신을 세상에 내놓고 다시 숨기지 않는 계기가 된다면 좋은 일이거든요. 그게 아내일 수도, 동성친구일 수도, 애인일 수도 있어요. 어떤 남자는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최초로 드러내는 상대가 술집 마담이기도 해요.”

속내를 보여주는 대상이 아내이면 가장 좋을 것 같은데, 오랫동안 사이가 멀어진 채로 살아왔다면 회복이 힘들지 않나.
“멀어진 관계라도 자신의 진솔한 내면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복원이 가능해요. 하지만 시작이 쉽지 않은 탓에 지레 포기하는 부부가 많은 거죠.”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 외에 유효한 자기성찰의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남자로서 또 역할로서의 나를 벗어나서 자기 자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자극이면 좋겠죠.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기를 내놓으면서 자기를 찾고, 스스로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공감하고 지지해주면 ‘아, 내놓아도 되는구나. 사람들은 다 이러고 사는구나’ 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게 돼요. 또 그런 도식이 생기면 자기에 대해 과도하게 방어하고 살지 않게 되니까 자기로 살아가기가 훨씬 수월해지죠. 시나 소설, 수필과 같이 다른 사람의 삶과 인간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서적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는 것도 도움이 돼요. 대다수 40대 남자는 책은 영어서적이나 리더십 관련 서적, 자기계발서 등만 읽고 TV는 뉴스와 다큐멘터리 정도만 본다고 말하잖아요. 그러지 말고 사람이 살아가는 것과 인간관계의 본질, 이런 것을 일상에서 간적접이든 직접적이든 경험하는 게 좋아요.”

자녀와의 관계를 잘 풀지 못하는 40대 가장이 많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부모가 자식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하듯이, 자식도 부모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평가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자기가 보여주거나 말해주는 대로만 자식이 알고 있을 거라는 착각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거예요. 자녀와 문제가 생겼을 때 수평적인 관계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아요. 가령,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내가 너무 슬프다. 내가 그동안 너에게 어떻게 했기에 네가 그런가 싶어 마음이 착잡하다’와 같이 진솔한 말부터 해야 해요. 그런데 ‘내가 그동안 너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힘들었는데, 네가 옳지 않다’와 같이 주장하거나 설득하려고 하면 안 돼요. 그럼 자녀는 속으로 ‘웃기고 있네’ 하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내 생각이나 내 가치관, 내 의견을 이야기해선 인간 대 인간의 대화가 불가능해요. 내 느낌이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해요. 이런 방식의 소통은 아이가 7살만 넘으면 가능해요.”

직장에서 얻는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고용 불안도 그렇고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다.
“고용 불안과 같은 외부적 맥락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중요한 것은 동일한 자극에도 가족을 포함해 타인과 관계에서 소통을 잘 해온 사람은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거예요. 이건 사교적인 것이나 마당발의 개념과는 다른 얘기예요. 그런 점에서 과거 하버드대가 졸업생을 상대로 30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는 주목할 만해요.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안정적으로 잘 유지하는 사람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만족감을 갖고 정신적으로 건강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적으로도 성공했다고 하잖아요.”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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