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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성과지상주의, 도리어 ‘화’ 부른다
프로세계는 철저히 쩐(錢,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다. 돈은 프로의 능력을 대변하는 척도이자, 자체만으로 명예이고 자존심이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연봉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만큼 신바람 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연봉제는 직원에게나 기업에게나 양날의 칼이다. 잘만 운용하면 신명나는 일터를 보장하지만, 자칫하다간 성과지상주의의 나락으로 전락하기 쉽다. 칼자루를 쥔 기업 입장에서도 연봉제는 뜨거운 감자다. 효율적 인력운용은커녕 직원간 과도한 경쟁이 조직붕괴를 부르기도 한다. 야박하지만 냉엄한 ‘쩐의 논리’, 그 굴레를 벗고 상생의 길로 이르는 지름길은 무엇일까. | |||||||||||||||
업무스트레스·사기저하 만연 … 임금삭감·정리해고 수단 악용도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42) 과장은 요즘 영어공부에 한창이다. 출근 전 다니던 어학원 외에, 저녁 특강을 하나 더 신청했다. 연말 있을 사내 어학시험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평가 때까지 제법 시간이 남았지만, 밤바람이 선선해지자 벌써 마음이 분주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쉴 틈이 없다. 6개월간 준비한 전문 자격증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아서다. 내달 있을 업무능력시험도 가슴을 짓누른다. 이번에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면, 자기계발 부분에서 동료보다 한참 뒤처지게 된다. 일터에서도 ‘공부와의 전쟁’은 계속된다. 업무시간 틈틈이 사내 의무교육을 들어야 하고, 가끔은 외부 강의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강제 할당(?) 수업을 미루다 보면 자칫, 빡빡하게 짜인 셀러던트(샐리리맨과 스튜던트의 합성어)의 하루가 몽땅 엉클어질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장 생활이 즐거울 리 없다. 동료들은 모두 경쟁상대일 뿐이고, 혼자 있어도 사오정·오륙도라는 말만 뇌리에 가득하다. 성과보상을 통한 동기부여가 연봉제의 가장 큰 목적이라지만, 김 과장은 되레 매일 수십번씩 전직을 고민하곤 한다. 연봉제, 성과보상의 이면 연봉제가 확산된 후, 김 과장의 24시는 연봉제 직장인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풍속도가 됐다. 공부로 시작해 공부로 끝나는 그의 하루는, 주경야독이라는 말조차 무색케 한다. 과도한 성과지상주의, 심각한 고용불안, 만연한 사내 개인주의는 미숙한 한국식 연봉제가 보이는 어두운 단면이다.
연봉제로 대표되는 성과주의 임금체계는 최근 수년간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급여제도다. 5천명 이상 대기업의 80% 이상이 연봉제를 택했고,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시행중이거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기업들이 앞 다퉈 연봉제를 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해, 직원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능력·성과주의 문화를 확산하고, 기업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자는 복안도 깔려 있다. 장기불황과 함께 도래한 무한경쟁 시대에 성과주의 인사관리는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로 인식된지 오래다. 직장인 처지에서도 외면할 일만은 아니다. 어차피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기업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다. 기왕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면, 자신의 능력에 따라 적절히 보상을 받고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연봉제 허점, 주관적 평가와 제도 악용 그러나 연봉제 효과를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곳곳에서 한계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연봉제는 개별 직원에 대한 능력·성과를 평가해, 연간 임금액을 차등 결정하는 보수체계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연봉제 성공의 최대 관건. 하지만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른다’는 기본적 논리에서부터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고과평점의 객관성을 담보할 제대로 된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연봉제 도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응답 기업의 70%가 실적 평가제도 설계의 어려움을 성과주의 임금체계의 가장 큰 난관으로 꼽았을 정도다. 지난해 말 직장인의 1/4이 ‘실력에 비해 낮은 고과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응답(LG경제연구원 조사)도 국내 기업의 연봉제 도입 수준을 여실히 드러낸다. 적절한 성과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때, 회사와 직원간의 신뢰관계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당사자간 믿음이 사라지면, 연봉제의 원 취지인 동기부여는 고사하고 오히려 업무 의욕 저하로 연결되기 쉽다. 조직 전체의 시너지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과도한 성과지상주의는 구성원들간 과당경쟁을 유발해, 동료를 적으로 인식하는 왜곡된 개인주의로 이어진다. 연봉제의 기본 속성이 집단보다는 개개인의 업무 성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성과주의 임금체계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학계나 전문가 집단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면서 “연봉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노사간 오해가 쌓이게 되고, 오히려 기업 시너지 제고 등의 측면에서 역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기업들이 연봉제를 성과반영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용자의 고용 편의를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급여제도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중소기업에서는 본래 의도를 벗어나 인건비 절감, 퇴직금 의무 회피 수단으로 연봉제를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심지어 고과 평점을 의도적으로 낮춰, 고용자들의 정리해고를 수월하게 하는 일까지 자행되고 있다.
한 노무법인 관계자는 “중소기업에서는 임금체계 변경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사전 준비 없이 연봉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근로자들의 발언권이 제약되는 무노조 사업장 등에서는 사업자들의 고용 이기주의를 극대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임금 역전현상, 대리가 과장보다 더 받는다? 상하급 직원간 임금 역전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봉제의 기본 속성상 근무기간에 관계없이 급여액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연봉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한 대기업들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실제로 과장급 이상에 대해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호봉제 대상 하급 직원들의 고임금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노조의 테두리에 있는 고참급 대리의 급여가 비조합원 초임 과장보다 높은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과장의 연봉 증가폭이 노조의 임금인상률을 따라잡지 못한 데서 기인한 현상이다. 신입직원들의 연봉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임금 역전현상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대기업 신입직원 급여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최근 취업 포털 인크루트와 연봉전문사이트 오픈샐러리가 업종별 매출 10대 기업 중 87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올해 대졸 초임 연봉은 평균 3218만원에 달했다. 반면 대기업(1천명 이상) 직원들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4.5%로 해마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계속되다 보면, 결국 선·후배 직원간 임금 역전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A대기업 직원은 “요즘 신입직원들의 연봉이 워낙 높아 1, 2년 정도 연차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면서 “특별히 능력이 뛰어나다기보다 출발선상이 다르다는 점만으로 차별을 받는다 생각하면, 고참 직원 입장에서는 일할 맛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직원들의 연봉은 사내에서도 극비에 부치는 것이 불문율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동료들간 연봉을 공개하는 것 자체를 인사고과의 감점 요인으로 삼을 정도로 금지수위가 높은 곳도 있다. 대기업 나름대로 사기 저하와 위화감 조성 등의 문제를 인식한 조치라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받지 못한다. B기업 인사담당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연봉협상 결과나 개인별 성과배분(인센티브) 결과를 공개하는 일이 없다”면서 “개인간에도 연봉에 대한 발언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 이를 어기면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등 강도 높게 대처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연봉협상이란 말이 유명무실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워낙 비공개로 진행되다보니, 협상의 이정표가 될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또 기업들이 대부분 평가 결과를 등급별로 도식화해 통고하기 때문에 이의제기를 하기도 쉽지 않다. 직원들로서는 개별 면담 역시 고과의 과정일 뿐이어서, 불만이 있어도 쉬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성공적 연봉제의 필요충분조건 그러면 성공적인 연봉제 정착을 위한 선행조건을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업의 상황에 맞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직문화나 인적구성, 직급체계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적용 대상이나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고과호봉제, 직무급제, 직능급제 등 타 임금체계와 혼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고과호봉제는 기존 호봉제에 성과주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 근속에 따라 승급하지만, 개인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단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성과가 좋을 때 2호봉 오르는 것이 가능한 구조다. 고과호봉제는 성장기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받아들이는 데 적합하다. 직능급제는 원칙적으로 직원들의 직무수행능력을 따져 등급을 매기고, 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직원들이 일정한 능력을 갖췄을 때,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승격을 가능하게 한다. 직무급제의 경우, 현재 비정규직 문제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임금체계다. 직무급이란 개별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매겨, 급여 수준을 결정한다. 기본적으로 고부가가치·고강도 업무 종사자에 대한 상대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다. 송민수 연구원은 “연봉제 도입을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모든 조직의 문화 차이가 크고, 업무 성격에 따라 연봉제에 대한 태도 역시 다르므로 구성원과의 활발한 의견조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
무분별 제도 도입, 조직분열 ‘도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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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동네 어딘가 눈에 띄었던 맞춤양장점이 하나 둘씩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반면, 기성복 매장은 어딜 가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값싸고 편리한 기성복이 대세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유행을 쫓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나날이 유사해져가는 가운데 개성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사람들의 행동양식에서뿐 아니라 조직체에서도 발견된다. 오늘날 조직은 서로 닮아가고 있다.
조직은 왜 시간이 갈수록 서로 유사한 형태를 갖게 되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조직이론 중 하나인 제도이론(Institutional theory)은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들이 초기에는 다양성을 추구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공식화, 조직화, 제도화된다. 그 과정 속에서 합법성을 얻고자 하며, 서로의 장점을 모방하게 됨으로써(Bandwagon effect), 결국 동질적으로 변한다고 설명한다.
미국 예일대학교의 디마지오(Dimaggio) 교수는 조직의 구조적 동질화 현상을 환경압력(시장, 제도, 법, 정부규제)으로 인한 강압적(coercive) 동질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모방적(mimetic) 동질화로 구분했다. 또 전문화 추세 속에서 전문가들이 갖는 비슷한 가치관과 경험, 지식으로 비롯되는 규범적(Normative) 동질화로 나눠 조직과 제도적 환경 간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한 바 있다. 세계화와 정보화, 그에 따른 기업 간 무한경쟁은 강압적으로 서로에 대한 벤치마킹, 가치관의 수렴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세계 각지의 기업들은 변화하는 동시에 더욱 더 닮아가고 있다.
연봉제 효과 여전히 ‘의문’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예외 없이 발견되는데, 인적자원관리 정책 중 보상(compensation)체계와 관련해 더욱 두드러진다. 노동부의 ‘연봉제· 성과배분제 실태조사(2005)’에 따르면, 응답업체 2974개소 중 48.4%가 연봉제를, 2890개소 중 32.1%가 성과배분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생산직을 제외한 전체 인원의 70% 이상이 연봉제를 적용받고 있는 사업장은 55.2%에 달한다. 성과배분제는 전체근로자의 70% 이상이 적용되는 사업장이 83.7%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제와 성과급제는 외환위기 이후 급증했는데, 1999년의 도입비율이 각각 15.1%, 16.0%에 머물렀다. 이를 감안할 때,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들이 근본적인 체질변화를 요구하는 치열한 경영환경 속에서 서로 앞 다퉈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수용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연봉제와 성과급제의 도입을 서두른 것이 과연 시의적절한 올바른 선택이었냐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사실 성과주의 임금체계의 효과성에 대해선 학계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개인별 임금차등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조직 내 임금격차와 조직성과 간 연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크게 두가지로 대립된다.
하나는 임금격차가 적을수록 협력과 팀워크의 증진으로 조직성과가 높아진다는 평등주의(egalitarian) 입장이다. 또 인적자본의 정당한 차이별로 임금격차가 없는 경우 고성과자의 유인과 동기부여가 힘들기 때문에 조직성과가 낮아진다는 차등입장(hierarchical)이 있다.
노동부 조사를 보더라도 이러한 상반된 효과가 드러난다. 연봉제의 경우 생산성 향상, 임금관리 용이, 직원태도 변화에는 보통 이상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인건비 절감효과는 보통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황석주 |
우리나라의 연봉제와 성과급제는 사실 그 정의에 있어서조차 통일되지 못하는 수난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별 기업 내 다양한 이해당사자간에 이들 개념을 둘러싼 오해가 쌓이게 된다. 노사 간 의기투합은 더욱 어려워지는 등 오히려 기업의 부담이 커지게 된 측면이 없지 않다.
연봉제와 성과급제의 정의는 형태나 운영방식에 따라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연봉제는 평가에 따라 개인별 임금에 차등을 두는 것이다. 성과배분제는 기업, 사업부, 부서 단위 등 집단성과에 연동해서 집단단위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집단 인센티브로 정의할 수 있다. 연공급제의 임금이 일괄 인상되는데 비해, 연봉제와 성과급제에서는 평가를 통한 임금인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이들 간 기본적인 차이라 할 수 있다.
당사자간 공감대 형성 ‘관건’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연봉제와 성과배분제 운영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과 성과배분 기준 설정의 어려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준비가 불충분한 가운데 이루어진 제도의 일괄적 수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각 기업들이 치밀하게 준비할 시간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유행을 쫓아 서둘러 적당히 맞는 ‘기성복’으로 갈아입고, 한층 싸진 가격과 유행에 걸맞는 세련된 디자인에 스스로를 위안하며, 입을 꾹 다문 채 일정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 왔던 것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직무분석, 직무평가 등 치밀한 일련의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당연히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신뢰도 전제돼야 한다. 또한 임금체계 개선 전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 할지라도 조직 구성원간의 변화에 대한 공감대와 수용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임은 자명하다. 노동조합과 개인 근로자는 성과에 연동한 보상이 정해진 재원을 성과에 따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함께 노력해서 임금 지급 재원을 키우고 이를 공헌도에 따라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사용자는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법적절차 등 게임의 룰을 준수하는 가운데, 보다 치밀하게 계획해야한다. 또한 너무 일방적인 경영자관점, 성과제일주의를 지양하고, 노사 간 신뢰 문화를 정착하는 데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모든 조직이 처한 환경이 다름을 인식하고, 그 어떠한 관행이라도 성급히 도입해선 안 될 것이다. 무조건적인 벤치마킹도 지양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반짝 유행의 값싼 기성복을 벗어버리고, 처음엔 다소 불편하더라도 양질로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내게 꼭 맞는 맞춤복을 입어보자.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