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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이야기를 하자면 1504년(연산군 10년) 발생한 갑자사화(甲子士禍)를 빼놓을 수 없다. 정치적 배경은 생략하고 요지만 말하자면, 자신의 생모인 폐비 윤씨가 사약을 받고 숨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연산군이 윤씨 복위에 반대한 선비들을 처형 또는 부관참시한 사건이다. 갑자사화 발생 24년 전 사약을 받고 숨진 폐비 윤씨.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손톱 끝에서 조선 왕조의 피바람이 시작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연산군의 아버지 성종의 비(妃)였던 윤씨는 용안(龍顔)에 손톱으로 상처를 냈다는 이유로 궁궐 밖으로 쫓겨났다. 물론 궁중내 암투가 원인이기는 했지만. 윤씨가 손톱 관리만 제대로 했더라면 역사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손톱 관리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 믿거나 말거나. 요즘도 초등학교에서 손톱 검사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어찌됐건 손톱은 이제 미용이나 위생상 이유를 넘어서 현대인의 매너로 또는 직업상 필요에 의해 가꾸고 다듬어야 하는 대상이 됐다.
손톱을 울긋불긋 이쁘게 치장하는 매니큐어의 역사는 기원전 3천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대 이집트에서는 계급 표시의 수단으로 손톱을 치장했다. 왕과 왕비는 짙은 빨간색을 칠했고, 계급이 낮을수록 색상도 옅어졌다. 중국에서는 밀랍, 계란 흰자위, 아교, 아라비아고무를 섞어 손톱에 칠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네일캐어 전문점인 알레산드로 이윤숙 실장은 "최근 들어 직업이나 건강상 이유로 꾸준히 네일 캐어를 받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며 "단지 손톱을 치장하는 차원을 넘어서 얼굴처럼 손톱을 건강하게 가꾸려는 것이 요즘 추세"라고 말했다.
▶ 손톱에 대한 오해
손톱의 성장속도는 하루 평균 0.1mm이며, 손톱 뿌리부터 손끝까지 자라는데 3개월~6개월이 걸린다. 손톱 성장속도도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강하면 아무래도 손톱도 빨리 자란다. 30세까지는 나이가 먹을수록 손톱 성장속도도 빨라지지만 그 이후가 되면 속도는 점차 줄어든다. 계절적으로는 여름에 가장 잘 자라고, 하루 중에는 밤보다 낮에 잘 자란다.
다섯 개 손톱은 모두 같은 속도로 자랄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다. 일단 가운데 손가락 손톱이 가장 빨리 자란다. 손가락이 가장 긴 만큼 가장 많은 자극을 받고, 일도 가장 많이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엄지 손가락은 제일 튼튼해 성장도 가장 느리다. 발톱은 손톱 성장속도의 절반 밖에 안된다. 때문에 발톱이 완전히 자라서 끝부분까지 완전히 바뀌려면 1년 정도 걸린다.
손톱도 뼈와 마찬가지로 칼슘제를 섭취하면 튼튼해질까? 틀린 말이다. 손톱은 칼슘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 동물의 뿔, 새의 깃털처럼 케라틴이라 불리는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손톱을 튼튼하게 하려면 적정량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아울러 손톱 끝까지 영양이 가려면 손 자체의 피부에도 영양이 충분해야 하므로 손톱 건강은 손 건강과 밀접한 사이다.
손톱의 반달이 클수록 건강하다는 것도 틀린 말이다. 반달은 딱딱한 손톱이 되기 전 단계의 손톱. 건강한 손톱의 표시는 되지만 신체 건강여부를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 건강과 관계없이 반달이 아주 작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손톱은 얼마나 튼튼할까? 영국 맨체스터대 롤랜드 에노스 박사팀에 따르면, 놀랍게도 손톱은 말발굽만큼 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가로방향보다 세로방향으로 2배나 더 단단한 것으로 증명됐다. 전자현미경으로 손톱을 정밀하게 들여다본 결과, 손톱은 3가지 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중간에 있는 고밀도 케라틴 층이 가로방향으로 연결돼 손톱 안쪽까지 배열돼 있었다는 것. 따라서 손톱은 세로 방향으로 잘리기 어려워 손톱에 생긴 상처가 쉽게 안쪽까지 파고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 손톱에 대한 진실
1. 손톱은 짧게 잘라야한다. (X)
"저는 원래 손톱이 뭉툭하게 타고 났어요. 어디가서 손 내놓기가 부끄러워요."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여성들이 많다. 특히 남성들의 손톱은 여성들에 비해 짧고 뭉툭한 것이 기본적인 특징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
태생적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실제로는 손톱을 짧게 자르는 습관 때문에 손톱이 뭉툭하게 변한다. 계속 손톱을 짧게 자르다보면 손끝보다 네일베드가 짧아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박히게 된다. 이를 고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손톱을 하얀 부분이 보이지 않게 바짝 들여깍는 것이 아니라 1~2mm정도를 남기고 깍아주는 것이 좋다. 대신 반대로 너무 손톱을 길게 길러서도 안된다. 네일베드가 충분히 자라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손톱을 길게 기르면 네일베드가 손톱에 밀착돼는 것이 아니라 떨어져 자라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2. 손톱은 손톱깎이로 깎는다. (X)
손톱깎이를 사용하면 얼핏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상당한 충격이 손톱에 전해진다. 특히 바짝 들여깎는 경우, 심하면 손톱 끝부분이 빨갛게 멍이 드는 것도 볼 수 있다. 특히 약해진 손톱을 손톱깎이로 다듬을 경우, 쉽게 부러지거나 갈라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손톱은 화일(file`줄)로 다듬어주는 것이 좋다. 화일로 문질러 손톱 길이를 다듬어주면 손톱 밑 형성층도 보호해줄 수 있다.
3. 손톱 주변의 각질은 다듬어야 한다. (X)
손톱 주변의 각질(큐티클)은 손톱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지대 역할을 한다. 예전에 아줌마들은 목욕탕 탕 속에서 퉁퉁 불은 큐티클을 밀어내고 가위로 잘라냈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손톱 관리법. 큐티클을 물에 불려 과다하게 잘라내다보면 손톱을 약하게 만든다. 굳이 큐티클을 잘라낼 필요는 없다. 건강한 손톱이라면 손톱의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하는 선에서 더 이상 자라나오지 않는다. 네일케어를 하면서 큐티클 오일을 발라 지저분한 부분만 밀대로 손톱 바깥 방향으로 밀어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4. 손톱은 동그스럼하게 깎아야 한다. (X)
네일샵에 가면 네일리스트들이 이렇게 물어온다. "손톱 모양은 라운드(둥글게)로 해 드릴까요, 아니면 오벌 스퀘어(뭉툭한 사각모양)로 해 드릴까요?" 모양이야 끝부분이 뾰족한 둥근 형태가 이쁘겠지만 손톱 건강상 사각형이 좋다. 특히 손톱을 길게 기를 경우는 반드시 사각 모양으로 다듬어야 한다.
손톱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쓰이는 부분이다. 물건을 집거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거나, 테이프 하나를 떼 낼 때도 손톱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때 손톱에 적잖은 충격이 가해진다는 것. 손톱이 건강하지 않거나 끝이 뾰족한 형태라면 충격이 끝부분에 집중돼 쉽게 구부러지고 부러진다. 압력을 넓은 면으로 고루 분산시켜주는 사각형이 되면 그만큼 손상도 적다.
5. 매니큐어를 오래 바르면 해롭다. (O)
영양제나 보호제 없이 매니큐어만을 바른다면 손톱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컬러링(매니큐어를 바르는 것)을 할 때는 베이스코트(매니큐어를 바르기 전에 바르는 손톱 보호제)와 탑코트(메니큐어를 바른 후 그 위에 덮어 바르는 영양제)를 꼭 발라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베이스코트와 탑코트를 이용한다면 매니큐어를 장기간 바르더라도 별다른 무리가 없다.
아울러 매니큐어를 지울 때에는 아세톤 성분이 없는 리무버를 사용해야 한다. 아세톤을 자주 사용할 경우, 손톱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데 이는 손톱의 단백질이 파괴돼 수분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리무버를 쓴다고 해도 손톱에 무리를 주게 되므로 자주 매니큐어 색깔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단위로 바꿔 주는 것이 좋다.
매니큐어를 바를 때는 손톱 안쪽을 0.1~0.2mm 정도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집에서 매니큐어를 바르다보면 큐티클과 안쪽까지 빽빽하게 칠하는 경우가 많은데, 손톱의 숨구멍을 막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