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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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지금 왼쪽 어깨가 젖는다...

누군가를 지키는 젖어듬이다...

축축해도 따뜻한 젖어듬이다...

기분 좋은 젖어듬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젖어듬이다...

여자는 아마 집에서 수건을 가져나올거다...

그리고 집앞에서 남자의 어깨를 닦아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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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한병이 7잔인 이유!!!

♣ 2명이서 소주를 마실 때

3잔씩 먹고 1잔이 남아서 1병을 더 사게된다.
그래서
4잔씩 더 마신다. (총7잔씩)


♣ 3명이서 소주를 마실 때

2잔씩 먹으면 1잔이 남아서 1병을 더
사게된다.
2잔씩 더 마시면 2잔이 남는다.
그래서 1병을 더 사게된다.
또 3잔씩 마시면 결국 총7잔씩.



♣ 4명이서 소주를 마실 때

1잔씩 마시면 3잔이 남아서 1병을 사게된다.
2잔씩 마시면 2잔이
남는다.
그래서 1병을 더 사게되고 2잔씩 마시면 1잔이 남는다.
그래서 1병을 사서 2잔씩 마시면 결국 총 7잔씩



♣ 5명이서 소주를 마실 때

1잔씩 마시면 2잔이 남아서 1병을 사게된다.
또 1잔씩 마시면 4잔이
남는다.
그래서 1병을 더 사게되고 2잔씩 마시면 1잔이 남는다.
또 1병을 사게되고 1잔씩 마시면 3잔이 남고
결국 1병
더 사게되고 2잔씩 마시면 총 7잔씩.


♣ 6명이서 소주를 마실 때

1잔씩 마시면 1잔이 남는다.

1병을 더 사서 1잔씩 마시면 2잔이 남는다.
1병을 더 사서 1잔씩 마시면 3잔이 남는다.
1병을 더 사서 1잔씩 마시면
4잔이 남는다
1병을 더 사서 1잔씩 마시면 5잔이 남는다.
1잔이 모잘라 1병을 더 사게되고 2잔씩 마시면 총 7잔씩



♣ 7명이서 소주를 마실 때

1잔씩 먹고 취하냐???
ㅋㅋㅋ
그래서 더 시킨다~ㅎㅎㅎㅎㅎㅎㅎ

캬 정말 어떻게 마시든 7잔은 먹게 되는군요 ㅋㅋㅋ
 
백수와 만화가게방 아가씨


● 백수

내가 단골로 이용하던 만화방 주인이 바뀌었다.
어떤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저 아저씨하고 사귈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 만화방 아가씨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만화방을 차렸다.
만화도 보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다.

어제 만화방을 삼촌에게 지키게 했더니 삭막한 놈들만 만화방에 와있었다.
이제부턴 열심히 나의 이공간을 꾸며야지.


● 백수

도저히 만화가 보고싶어서 안되겠다.
만화방에는 젊은 아줌마가 지키고 있었다.
그때 그 삭막한 아저씨 마누란가 보다.
나이차가 장난아니게 많이 나 보인다.

다음에 그 아저씨랑 친해지면 젊은 마누라 얻는법이나 배워야 겠다.
저 아줌마가 불쌍해 보였다.


☆ 만화방 아가씨

마음대로 만화책을 보며 돈까지 버는 삶이란 정말 행복하다.
내일은 오디오를 설치하고 클래식 음악이나 틀어야 겠다.

음악속의 독서. 생각만 해도 너무 낭만적이다.
백수같은 남자가 날 힐끗거린다. 만화책 훔쳐가지 않나 감시해야 겠다.

● 백수

만화방에서 왠 클래식?
저 아줌마 옛날에 다방레지였던거 같다.
그럼 그때 그 아저씨는 기둥서방인가?

오늘도 한권값으로 세권 봤다.
흐흐흐


☆ 만화방 아가씨

그 백수같은 자식이 자꾸 불쌍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재수없다.
뭔가 이상한짓을 하는거 같아 보이는데 단서를 못잡겠다.


● 백수

만화방 아줌마가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찌 보면 이쁜것 같기도 하다.

배가 고파서 "아줌마 여기 라면 하나요!" 라고 말했다.
그 아줌마가 눈을 세모 낳게 뜨고는 "여긴 라면 안해요! 아저씨!" 라고 되받아쳤다.
안하면 안하는거지 화는 왜 내는지 모르겠다.

어제 기둥 서방한테 대들다가 맞았나 보다.
신경이 날카롭다.
만화방 경력 10년동안 라면 안 끓여주는 만화방은 처음이다.


☆ 만화방 아가씨

자꾸 졸음이 온다.
오늘 신간 올때까지는 할일도 없다.
또롯또 테잎 하나 사서 틀어야겠다.

단골 백수 녀석이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아직 남자 손 한번 못 만져본 수처녀한테 아줌마라니!
저녀석 아주아주 밉다. 내일은 화장하고 나와야 겠다.


● 백수

주인 아줌마가 화장을 하고 나왔다.
좀 야리꾸리해 보인다.
남편이 잠자리를 자주 같이 안해주나 보다.

트롯트 음악이 나오는걸로 봐서.
기둥서방이 제비인것 같다.
그런데 주인아저씨는 왜 한번도 보이지 않는 걸까.

쥐포천원치를 구워 달랬다.
그 아줌마가 쥐포굽다가 손을 데었다.

단골집 주인이라서 할 수 없이 옆에 쌀집 아저씨한테 간장을 얻어다가 발라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아줌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 만화방 아가씨

그 단골백수가 내 이쁜얼굴을 보더니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역시 내 미모에 뿅 갔나보다. 그 녀석이 쥐포를 구어달랬다.
독서하면서 뭐 먹는 녀석이 낭만이 있을리 없다.

데었다.
엄청 아팠다.

그 백수 녀석이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진짜 황당한 녀석이다.


● 백수

앗 오늘은 그 아줌마가 없다.
그때 삭막한 아저씨가 만화방을 보고있다.
주기를 따져봤더니 한달에 한번은 집에 들어오는것 같다.

집에 갈때쯤 그 아줌마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저씨보고 삼촌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럼 저 사람이 남편이 아닌가보네!

주인 아줌마를 스윽 쳐다봤다.
외출복을 입은 그녀가 오늘따라 섹시해 보인다.


☆ 만화방 아가씨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동창 곗날이라 삼촌보고 만화방을 봐달랬다.
좀 꾸미고 친구들과 만나서 재밌게 놀았다.

만화방에 돌아왔을때 그 백수녀석이 나가다 말고 나를 이상한 듯 쳐다 봤다.

마약맞은 놈 같다.


● 백수

오늘 큰맘먹고 아줌마한테 "아줌마 진짜 라면 안돼요?" 라고 물었다.
실은 "아줌마, 아줌마 맞아요?" 라고 물어 볼려고 했었는데...
주인 아줌마가 "나 아줌마 아녜요! 라면도 안해요."

신경질적인 답변이 왔다.
아줌마가 아니랜다. 기뻤다.

자세히 보니 무진장 예뻐 보였다.


☆ 만화방 아가씨


그 백수 녀석이 또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라면하고 원수진 녀석같다.
라면 안된다고 했는데 상당히 기쁜표정을 짓는다.

경계해야 될 놈이다.


● 백수

아침 문여는 시간에 그녀를 보러 만화방에 갔다.
금방 밥먹다 나왔나 보다.
얼굴에 밥 풀이 묻어 있다.

이제는 그 모습도 귀여워 보인다.
그래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도 난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다.


☆ 만화방 아가씨

백수 녀석이 아침부터 밥도 못먹게 들이 닥쳤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날 보고 실실 쪼갠다.
단골이라서 뭐라 할수도 없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 백수

그녀가 오늘은 왠일로 치마를 입고 앉아 있다.
너무 뇌쇄적이다.
다리가 참 이쁘다.

이럼 안된다라고 마음을 달랬지만 자꾸 눈이 그녀의 다리로 간다.
치마 안쪽에 빨간 속옷이 살포시 비쳤다.

오늘밤은 잠도 못잘것 같다.
그녀의 빨간 팬티를 보았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벌렁거려 만화가 눈에 들오지 않았다.


☆ 만화방 아가씨

오늘 왠지 치마가 입고 싶어졌다.
그런데 게슴츠레한 그 백수녀석 눈빛이 떠올랐다.

민망하긴 하지만 고등학교때 입던 빨간체육복을 안에다 껴입었다.
백수 녀석이 만화책을 보다 말고 벌벌 떨면서 나갔다.

약기운이 떨어졌나보다.


● 백수

점점 그녀가 좋아진다. 어떻게 하면 그녀의 눈에 띨까 고민이다.
만화방에 오는 모든 녀석들과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그녀한테 말을 건네는게 부담스럽다.
점점 그녀앞에 위축되어 가는 것같다. 그녀가 내 얼굴이나 알까?


★ 만화방아가씨

오늘도 그 백수녀석이 왔다.
다른놈들보다 유독 그가 눈에 띠는 건 왜일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겠다.

그 백수 녀석이 라면 안끓여줬다고 삐졌나보다.
요즘은 쥐포도 안시켜먹고 만화책에만 열중하고 있다.


● 백수

그녀의 눈에 띠기 위해 목욕재개하고 옷도 깔끔하게 차려입고 만화방에 갔다.
역시 예상대로 그녀가 날 쳐다 보았다.
여자는 역시 외모에 약한가보다.

이제 그녀의 눈에 띠는건 시간문제다.


★ 만화방아가씨

오늘은 그 백수가 오지않았다.
그와 비슷한 녀석이 있었는데 너무 깔끔했다.
맨날 오던 그 녀석이 안보이니 허전했다.

다음에 라면 끓여 달래면 눈 딱 감고 하나 끓여줘야 겠다.
상당히 속이 좁은 녀석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백수

오늘은 양복을 쫙 빼입고 만화방에 갔다.
만화방 안에 있던 녀석들까지 쳐다본다.

이 정도면 확실히 그녀 눈에 띨게 틀림없다.
그녀가 자꾸 쳐다 보았다.

다음에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자.


★ 만화방아가씨

만화방에 왠 양복입고 온 놈이 있다.
무척 낯이 익은 얼굴이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녀석이다.

무슨 흉계를 꾸미는거 같다.
잘때 문단속 잘해야겠다.


● 백수

큰맘먹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볼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화책 뒤지는척 그녀를 몰래 쳐다보기만 했다.

나약한 내모습이 싫었다.
계산할때도 아무 말도 못하고 돈만 홱 던져주고 도망치 듯 나왔다.


★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가 만화책을 뒤적이며 날 쳐다본다.
오늘은 기필고 단서를 잡아내고 말거다.
근데 녀석이 나갈때 만원짜리 던져주고 거스름돈도 안받고 나가버렸다.

내가 오해한걸까?
라면 사다 놓으라는 계시일까?

이상한 놈이다.


★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녀석이 요즘 이상하다.
나에게 무슨할말이 있는거 같다.
자꾸 만화책꽂이를 돌아다니기만 할뿐 책을 보지는 않는다.
무얼 찾는것 같다.

그 백수 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서야 알겠다.
성인용 야한 만화책..
난 그러구 싶지 않은데..
단골을 잃지 않을려면 할 수 없다.

내일 당장 구해다 꽂아놔야 겠다.


● 백수

오늘 드디어 결심을 했다.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그녀 앞으로 갔다.
그리고 "저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뻤다.

내가 고백하기를 기다린건가?
근데 내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손으로 어디를 가리켰다.
무슨 의미인지 몰라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았다.
엄청 야한 성인 만화가 많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이 책들을 재밌게 본 모양이다.

나도 재밌게 보라고 권유하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많이 밝히는 여자같다.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가 깨질려고 한다.


★ 만화방아가씨

그가 드디어 말을 걸었다.
좀 쪽팔린가보다.
그럴만도 하지..

그가 원하는걸 이미 준비해둔 나는 그가 더이상 쪽팔리지 않게 하기위해 손으로 그곳을 가르켜 주었다.

기쁜표정으로 짤래짤래 그곳으로 가는 그백수 뒷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여 미소를 지어 보여 주었다.


♧ 백수

순수해보이던 그녀가 매일밤 혼자서 저런 야한 만화책을 쌕쌕거리면서 보는것 같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어제도 저걸 밤이 깊도록 본 모양이다. 오전부터 졸고있다.
하지만 여전히 난 그녀를 좋아한다.


♥ 만화방 아가씨

어제밤 늦게까지 음악에 젖어 소박한 사랑 이야기를 꿈꾸다 잠을 못이루었다.
몹시 졸리다.
졸고 있는데 그 백수가 왔다.
그도 졸린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저런 눈은 왠지 음흉스럽다.

집에는 잔뜩 음란잡지가 쌓여 있을거 같다.
여전히 저백수는 경계심을 일으키게 한다.


♧ 백수

그녀를 생각하며 시한편 적었다.
애틋한 감정이 솟구친다.

밤에 그녀 만화방 주위를 서성거려 보았다.
닫힌 만화방 창문사이로 작은 불빛이 비쳤다.
피곤한 하루를 접고 잠을 이루는 그녀만의 공간에서 새 나오는 불빛이리라.
그녀는 오늘 무슨 생각을 하며 잠을 청하고 있을까?

별빛같은 미소를 머금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작은 불빛의 공간에서 오늘과의 작별을 아쉬워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불빛을 뒤로 하고 그녀를 생각하며 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 만화방 아가씨

변비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나같이 이쁜 숙녀한테 하늘이 시기하며 내린 벌같다.
벌써 한시간째 화장실에 앉아 있다.

오늘은 꼭 성공하리라 다짐하지만 여간 힘드는 작업이 아니다.
찡그린 얼굴 때문에 주름살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


♧ 백수

그녀가 오늘은 왠지 헬쓱해 보였다. 무슨 고민이 있는거 같다.
용기를 내어 "힘내세요"란 말을 남기고 만화방을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말을 남긴거 같다.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주어야 할텐데...


♥ 만화방 아가씨

그 녀석이 어제 변비땜에 고생한걸 어떻게 알았을까?
귀신 같은 놈이다. "힘내세요" 분명 날 놀린 말이 틀림없다.

그가 요즘 좀 좋아질려고 했는데,
나의 아픈곳을 그렇게 매정하게 긁고 가다니...
웬수 같은놈!


♧ 백수

만화방에서 오늘 일곱개의 숟가락이라는 만화를 보았다.
슬프고 진한 감동이 왔다.
세권을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고개를 들고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쪽팔렸다.

사내자식이 만화책보며 운다고 놀릴것 같다.
부끄러워 고개도 못들고 계산을 하고 바로 나와 버렸다.
다음부터 그녀 대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다.


♥ 만화방 아가씨

오늘 그 백수가 만화책을 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꽤 슬픈만환가 보다.
그 녀석은 나갈 때까지 그 책의 여운이 남았는지 슬픈표정을 지었다.
오늘밤에 그 만화책을 보며 나도 울었다.

그 백수자식 생각보다는 여린 면이 있다.
그 녀석 얼굴이 떠올라 괜한 미소가 머금어 졌다.


♧ 백수

오늘 잘못했다가 맞아 죽을뻔 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구친건지.
그녀 만화방에서 불량 고교생 두명이 행패를 부렸다.
한권값으로 한 열권을 본 모양이다.

그녀가 그걸 눈치채고서 돈을 더 내라고 하다가 싸움이 붙었다.
에그..
자식들 나처럼 능숙한자도 세권 이상은 안했는데..
무모한 놈들이다.
하여간 주인이 여자니까 이것들이 엄청 날뛰었다.

나두 겁이 엄청 많이 났다.
만화책을 덮고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이것들이 그녀를 툭툭친다.
순간 나도 모르게 툭툭 치던 놈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다른 한녀석을 겁나게 째려보았다.
그 자식이 "뭐... 뭐야. 이 새끼. 니가 뭔데 끼드는데..."라고 말했다.

나이도 어린게 반말을 썼다.
보통 영화나 연속극의 이런 상황에서 나 이여자 남편이다 또는 약혼자다 그러는 걸 본적이 있어서
나도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거기까지는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냥 "나 백수다" 라고 말해 버렸다.

아까 맞은 녀석까지 정신을 차리더니 웃었다.
그 자식들 아주 악날한 놈들은 아니었나 보다.

내가 덩치가 좀있고 인상이 더러워 보였는지 그냥 있는 돈이 이것뿐이라면서 내고 가버렸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걸 느꼈다.

그녀는 자기 자리에 앉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뭔가 위로의 말은 해줘야 겠는데..
할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본 만화책값을 살며시 놔두고 그냥 나왔다.
그녀는 내가 백수라고 말한걸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다음부터 어떻게 그녀 얼굴을 보나?


♥ 만화방 아가씨

오늘 큰 낭패볼뻔 했다.
어떤 고딩둘이서 돈도 안내고 만화책을 자꾸 바꿔 보았다.
어떻게 한권값으로 열권이나 보냐.
몹시 열받았다.
그래서 돈내라고 했더니 툭툭치며 날뛰었다.

괜히 싸움걸었나 싶었다. 겁도 났다.
눈물이 날려는걸 꾹 참았다.
근데 그 백수녀석이 나타나 한녀석을 한방에 때려 눕히더니 다른 녀석을 겁나게 째려보았다.
멋있었다.

근데 그 상황에서 나 백수다라고 그러다니 갑자기 너무 웃음이 나왔다.
애써 날 도와주었는데 웃고 있으면 그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혹시 말을 걸면 운것처럼 보이기 위해 침으로 눈에다 찍어 발랐다.
그런데 그냥 나가버렸다.
오늘 잠자리에 드는데 날 도와준 그가 자꾸 눈에 어린다.
내일 그가 오면 고맙다고 말하고 라면하나 끓여 주어야겠다.


♧ 백수

내가 백순게 탄로났다.
그녀 만화방에 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 먹고 잠이나 자야겠다.

라면을 먹는데 귀가 엄청 간지러웠다.
아무래도 라면에 이상이 있는거 같다.


♥ 만화방 아가씨

어제 도와준게 너무 고마와 그를 위해 아침에 시장에서
생라면 사리와 표고버섯 시금치 등을 사가지고 왔다.
육수도 만들어 그가 오면 바로 끓여서 줄것이다.
방부제 든 라면으로는 이렇게 진하고 여운이 남는 맛을 내기가 어렵고 정성도 결여된 것이기에..

오늘 좀 신경을 썼다.
그런데 이 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닳아져 가는 육수를 보며 그녀석 욕을 엄청했다.
좋아질만 하면 꼭 딴쪽으로 샌다.


◇ 백수

오늘은 컵라면 하나를 사가지고 만화방엘 갔다.
어짜피 백수라고 알려진 것.
더이상 쪽팔릴 것도 없다.
그녀가 오늘따라 화사하다.

용기를 내어
"아... 아... 아줌마 뜨거운 물 좀 주세요." 라고 말했다.
으이그... 아가씨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녀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을 부어 주었다.
그런데 라면 맛이 이상하다.

상한것 같다.
이상한 고기 비린 맛이 났다.
아까웠지만 화장실에 부어 버렸다.


♥ 만화방 아가씨

그가 컵라면을 가지고 만화방에 왔다.
라면 개시하라는 무언의 시위같다.
그가 또 아줌마라 그랬다.
엄청 얄미웠지만 저번에 도와준 일도
있고해서 인심을 써 육수를 부어주었다.

그런데 녀석이 라면을 먹다말고 화장실로 간다.
먹으면서도 쌀 수가 있다니 부러운 놈이다.


◇ 백수

오늘 만화방에서 더럽게 생긴 두 녀석을 봤다.
한 녀석은 노란추리닝에 피시에스를 낀 놈이고
한녀석은 짝이 안맞는 딸딸이를 신고 있었다.

저 녀석들 부모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그녀는 고독한 모습으로 계산대에 앉아 졸고 있다.

사랑스럽다.


♥ 만화방 아가씨

백수,
그 녀석 말고 눈에 띠는 녀석 둘이 들어왔다.
내가 만화방 차린게 후회된다.

저것들도 단골이 될까봐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노란 추리닝 녀석이 나보고 아줌마라고 말했다.
딸딸이 녀석은 라면을 시켰다.
죽고싶다.

계산하고 나갈때 딸딸이 녀석이 동전을 한움큼 내놓고 갔다.
애들 콧물이 묻어 있는것 같은 느낌이 왔다.

추리닝 녀석은 피시에스를 꺼내더니
"내가 말이야~ 만화방으로 자리를 옮겼어." 라는
이상한 말을 지껄이더니 마지막에
"아줌마 이거 피시에스에요" 라는 말을 던지고 나갔다.

왠지... 지구인이 아닌것 같다.
백수 그 녀석이 오늘따라 멋있게 느껴지는건 왜지?


⊙ 딸딸이[특별출연]

만화방 여주인이 이뻤다.
이 백수 친구만 안데리고 왔어도 여길
단골로 다닐텐데 저 녀석 때문에 이미지 다 구겼다.
짝재기 딸딸이도 왠지 마음에 걸린다.
라면을 시켰는데 주인 아가씨가 아무 반응이 없다.

아마 이 녀석이 아줌마라 불러서 화가 났나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라곤 짤짤이해서 딴 동전들 뿐이다.
나갈때 좀 쪽팔리겠다.


◈ 노란 추리닝[특별출연]

졸라 야한 만화책이 많다. 재밌다.
주인 아줌마한테 피시에스 자랑이 하고 싶다.
나갈때 자랑하고 나가야쥐..


◇ 백수

오늘 만화방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계산하려고 나왔는데
마침 그녀가 누구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나보다.
계속 웃는다.

날 보는 눈짓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 같다.
오래 해도 돼요...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 얼굴을 쳐다본 적이 그전에 있었던가?
행복하다.


♥ 만화방 아가씨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기분이 심난해서 오늘밤에 여기로 온다고 한다.
친구와 그렇게 전화를 하는데 그 백수녀석이 계산대에 왔다.

그의 얼굴을 보니 코위에 짜장이 엄청 묻어 있다.
저렇게 생긴 것도 웃긴데 짜장까지... 막 웃었다.
친구가 얘기하다 말고 왜 자꾸 웃느냐고 했다.
뭐가 묻었는지도 모른채 그는 행복한 표정이다.


◇ 백수

예전 만화방 주인일 때는 만화방도 대신 봐주고 그랬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그렇게 줄기차게 다녔는데도 그런 부탁 하나 안한다.

내가 의심스럽게 보였나?
하기야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백수한테 가게맡길 사람이 어디있겠나?


♥ 만화방 아가씨

내일은 내 친구 결혼식이다.
삼촌이 요즘 바빠서 만화방을 못봐준다고 그랬다.
할수 없이 내일은 문을 닫아야 하나...
그 백수 녀석이 떠올랐다.

나쁜 녀석같지는 않다.
아니 착한 것 같다.
그에게 내일 하루만 봐달라고 부탁을 해야겠다.


◇ 백수

오늘 그녀가 내일 만화방좀 봐달라고 했다.
기뻤다. 날 믿는다는 증거다.

이일을 계기로 그녀와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오늘 밤은 그녀 생각에 잠이 오질 않는다.


♥ 만화방 아가씨

그가 아침일찍 왔다. 제 시간에 화장을 끝마쳤다.
그에게 열쇠와 오늘 신간 값 치를 3만원을 맡겼다.
그가 어디 가느냐며 물었다.

날 아줌마로 아직 생각하고 있을까봐 선보러간다고 말했다.
내가 아줌마 아닌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그가 씁슬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줌마 소리는 안하겠지...

그가 내얼굴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화장이 잘못됐나?
괜히 신경이 쓰인다.


◇ 백수

아침 일찍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뽀얗게 화장한 그녀 모습이 아름다웠다.
용기를 내어 어디가냐고 물었다.
선보러 간다고 했다.

슬펐다.

미웠다.

밝히는 여자니 이번달 내로 시집을 가버릴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진하다 싶게 화장한 그녀 얼굴이 꼭 헤픈 술집 여자같이 보였다.


♥ 만화방 아가씨

친구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그 둘만의 인생을 떠났다.
사랑하는 맘에서 꾸밈없이 나오는
행복한 웃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이 맑았고 아름다웠다.

그런 그 둘앞에 내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축하는 해주었지만 왠지 내 마음 한구석이 공허하다.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그 백수가 내가 늘앉아 있던 자리에서 졸고 있었다.
내가 졸던 모습도 저랬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가 날 쳐다봤다.
고마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석이 날보더니
"오늘 선본 남자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나 보죠?
입이 다물어지질 않네..

"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저 백수 녀석은 좀 좋아질려 하면 꼭 먼저 초를 친다.
기분 나빠서 다 다음주에 시집갈 날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가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그럼... 으.. 하여간 시집 잘가쇼.. 아줌마..!

그리고 오늘 번돈 8만 칠천 구백 구십원하고, 아까 신간 값 치루고
남은 삼천오백원 여기 서랍에 넣어 두었소."
그리구선 홱 나가 버렸다.

뭔가 급한 볼일이 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늦게와서 삐진걸까?
오늘 만화방 봐준거에 대한 고마움은 다음에 해야겠다.
그 백수녀석 여전히 속하나는 좁은 것 같다.


◇ 백수

그녀가 선본다는게 분했다.
어떤 녀석이 만화책값으로 10원짜리 스무개를 냈다.
열 받는데 석유를 붓는거 같았다.
그 중 한개를 냅다 그 녀석한테 던졌다.
근데 이녀석이 쉽게 피해버렸다.
괜히 10원만 잃어 버렸다. 그녀 방을 살며시 열어 보았다.

깨끗하게 정돈된 자그마한 방이었다.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 종일 그녀가 X나게 맘에 안드는 놈이 선보는 자리에 나오라 기도했다.

근데 뭐가 기분이 좋은지 그녀가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절망의 벽을 느꼈다.

열 받으니 말이 술술 나왔다.
흑흑.. 그녀가 다다음주에 시집을 간댄다.
난 어떡하라고...

눈물이 앞을 가려서 정신없이 뛰쳐 나왔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가 너무 야속했다.



◇ 백수

만화방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걸 봤다.
무슨 날일까?
아마 한달에 한번정도 그 삭막한 아저씨가 오는 그날인가 보다.
무슨날인가...?

[음흉한 웃음] 조심해야겠다.
내가 그녈 좋아하긴 해도 그녀의 성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스통 같은 걸 알고있다.
그날 잘못 걸리면 뭔가 날라올 것 같은 으시함이 들었다.


♥ 만화방 아가씨

며칠 있으면 내 생일이다.
이젠 내 생일날을 축하해줄 사람도 별로 없다. 슬프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놓고 나를 달래봤다.

혹시 그 백수가 이 표를 보고 내 생일인걸 생각할 수 있을까?
괜한 기대는 하지말자.

그 녀석은 인간의 탈을 쓴 바보다.
저길봐라... 가스통 맞은것 처럼 으시시대고 있지 않은가...


◇ 백수

그녀를 보러 만화방으로 갔다. 오늘은 이름과 나이를 꼭 알아야겠다.
"에... 말이죠. 아줌마...
아줌마, 노처녀 맞죠?"
얼떨결에 이렇게 말해버렸다.


♥ 만화방 아가씨

이 백수 녀석이 아줌마도 모자라서 이제는 노처녀라고 놀린다.
열받아서 25살도 노처녀야? 라고 따졌다.


◇ 백수

25살?
생각보다 훨씬 어리네. 그럼 나하고 3살차이니까. 음...
딱좋네~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인다.


♥ 만화방 아가씨

그 녀석이 내가 만으로 25살인걸 눈치챈것 같은 요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7살이라고 말해버릴까?

저 녀석 나이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 쪽은 몇살먹은 백순데요?" 라고 말했다.


◇ 백수

역시 그때 내가 백수라고 한걸 들었구나...
흑 28살이나 되어 가지고 백수라 그럴까봐 "아줌마보다 한살 많아요"라고 말했다.

잘했쥐...


♥ 만화방 아가씨

뭐야 연하잖아!
연하도 괜찮을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저 녀석이 나하고 무슨상관이라고, 다음에 기회봐서 말을 놓아야 겠다.


◇ 백수

만화방에 오늘은 좀 늦게 갔다.
안에는 그때 그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있었다.

그래서 만화책만 뒤적이다.
그냥 집으로 갔다.
가다가 생각하니 오늘이 그날이다.
조심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껏 그녀를 좋아만했지 뭐하나 준게없다.
편지도 한번 안보냈으니... 호주머니에는 만원짜리하나가 있다.
뭘 사가지고 갈까?

아무래도 먹는게 남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하는 것을 떠올렸다.
순대, 족발, 통닭, 닭똥집....비암.....

아무리 떠올려도 그녀가 좋아할만한게 없다.
근처에 제과점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저기 가면 뭔가 살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케익을 샀다.
너무 비쌌다... 흑,
만원으론 거기 있는 것중에 제일 작은것밖에 살수가 없었다.

그래도 포장을 해 놓니 순대나 족발싸놓은것 보다는 있어 보인다.
아직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나보다. 아저씨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저 자리는 졸리게 만드는 귀신이 붙은 것 같다.
그 아저씨한테 이 물건을 주며 어떤 멋있는 단골이 줬다라고만 말하라고 했다.
쓰윽 나를 쳐다봤다. 왜 보셨을까?
나도 의심이 갔다.

그래서 한마디 더했다.
"이거 먹지 마요..."
그 아저씨가 왠지 그녈 안주고 먹어버릴것 같은 불안감이 자꾸 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뭔가 내 마음을 표시한 것 같아 기분이 괜찮았다.


♥ 만화방 아가씨

오늘 내 생일이다.
아빠 엄마한테서 연락온 것 말고는 아무도 내 생일을 기억하며 전화해준 사람이 없다...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오후에 친구를 만나 술이나 한잔하고 자축 해야겠다.

그러던 차에 삼촌이 오셨다.
오늘 내 생일이신걸 아셨나보다.
친구랑 실컷놀고 만화방에 가니 삼촌이 뭘 준다.
좀 덜떨어진 백수같은게 그냥 단골이라 준다 그러면서 놓고갔다는 것이다.

케익이다. 누굴까?
혹시 그백술까?
좀덜떨어지는 놈이라니..
그런것 같다.

근데 그에겐 그럴만한 센스가 있을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나 오래 못살거 같다.
내 미모는 아무리 감출려고 해도 안되나 보다.
흑흑.. 미!인!박!명!

그 녀석이 주었을까...
감히 백수연하주제에.. 근데 이거 그가 선물한 것이면 좋겠다.


◇ 백수

그녀 이름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오늘은 과감하게 만화책을 몇권 빌리자.
자연스럽게 내 이름도 가르쳐 주고 기회를 봐서 그녀 이름도 물어봐야 겠다.

그 케익은 잘먹었을까?


♥ 만화방 아가씨

그 녀석이 오늘 무슨 결의를 하고 온것 같다.
역시 그때 케익은 그가 준 것이... 무슨 고백이라도?
근데... 약간이나마 기대를 했던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들어올때 날 쳐다보지도 않고 만화책 몇 권을 뽑아와가지고
경색된 얼굴로 "이거 빌려가겠습니다." 라고 그랬다.
난 또... 좀 아쉽다.

그러고보니 오늘 처음 빌려 가는것 같다.
이 녀석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 절호의 찬스다.
나보다 한살 어린걸 알고 있는 터라....... 버릇처럼 반말이 나왔다.
"이름이 뭐야?
주소하구 전화번호 불러봐요."


◇ 백수

뭐야.. 지금 나한테 반말을 한건가?
한살정도 많은 놈한테는 자연스레 반말이 나온다?

옛날에 잘나갔던 여자같다.
그래도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맘은 변함이 없다.


♥ 만화방 아가씨

이름이 배준용이고 전화번호가..
758-**** 흠.. 심심하면 장난 전화나 걸어봐야 겠다.


◇ 백수

우쒸.. 내 이름만 가르쳐주고, 그녀 이름을 못물어봤다.
만화책 안갖다 주면 울집에 전화가 오겠지.

그때 기회를 잡자.


♥ 만화방 아가씨

그 백수녀석이 또 며칠째 안나온다.
내가 그 동안 장난전화쳤던 걸 눈치챈걸까?
빌려간 만화책을 잃어버렸나?
내일도 안나오면 만화책 가져오라고 전화를 해야겠다.

만화방안에 손님은 많은데 그 녀석이 없으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녀석 전화 받는 태도는 고쳐야겠다.
나보고 사오정 귀파는 소리하지말고 썩 꺼져라고 그랬다.

나쁜놈..


◇ 백수

만화책을 사흘 동안이나 안갖다줬는데도 그녀한테서 전화가 없다.
요 며칠동안 어떤 이상한 여자가 자꾸 장난전화를 했다.
동물원이냐?
사자한테 밥은 줬냐?
심지어 아우웅 아우웅 별 개같은 소리까지 냈다.

그렇지만 난 좋은말로 타일러 이런짓 하지 말라고 했다.
내일도 전화가 안오면 그냥 갖다줘야 겠다.
지금 그녀가 몹시도 보고싶다.


◇ 백수

그녀에게서 오늘도 전화가 안올것 같다.
그래서 아침일찍 만화책을 들고 만화방으로 향했다.

설렌다.
오랜만에 그녀의 모습을 본다는 기대에 만화책을 들고 하늘을 날듯이 뛰어갔다.


♥ 만화방 아가씨

오늘도 그 녀석이 안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화장을 하고 아침 일찍 그 녀석 집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할려고 하던차에 그가 숨을 헐떡거리며 만화방으로 들이 닥쳤다.


◇ 백수

뭘 들고 함부로 뛰어서는 안된다는 걸 새삼느꼈다.
만화방 들어 가기도 전에 탈진해 죽는줄 알았다.
만화방 안에 손님이 아무도 없다.

화장을 하고 그녀가 어디에 전화를 하고 있다.
그새 딴놈하고 선본게 아닌가 싶다. 찌리릭 쳐다봤다.


♥ 만화방 아가씨

숨을 헐떡거리며 못마땅한 듯 날 쳐다본다.
아무래도 내가 장난전화 한걸 이 녀석이 눈치챈것 같다.
그런거 같다고 생각하니 난 줄 알면서도 그딴 소릴 나한테 했단말이야?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그래 내가 사오정이다!" 라고 말했다.


◇ 백수

갑자기 왠 사오정?
그녀 이름이 오정이었나?
내가 그녀 이름을 궁금해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그녀도 나한테 관심이 있나?
그런데 이름이 너무 이상하다.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나서 "이름이 오정이었어요?

여기 만화책 가져왔는데요.
이름이 참 이쁘군요.

성도 특이하고..." 라고 내딴에는 엄청 길고 또박또박 말했다.
나도 할수 있다. 아자!


♥ 만화방 아가씨

뭐야!
이 녀석 누가 오정이라고... 내가 장난 전화한것 모르는 건가?
그렇다고 내 이름을 사오정이라고 믿어버리다니.
확실히 덜 떨어진 놈임에 틀림없다.
할수없다.

저녀석 성격에 아줌마. 노처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오정이라고 날 부를게 틀림없다.
성까지 붙여서 말이다.

그래서 "제 이름은 지윤이에요.
권지윤. 누가 오정이라고 그랬어요?
하여간 준용씨 연체료 물어야 겠네요." 말했다.


◇ 백수

야, 단골한테 이럴수 있나?
하루 늦은걸로 연체료라니.......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왜?!
난 그녀한테 그런말 할 용기가 없으니까...
아까 왜 사오정이라고 그랬을까?

연체료 내고 나니 만화책 볼 돈이 없다.
할수 없이 그냥 집으로 왔다.
그녀 이름이 권지윤이랜다.
권지윤....... 햐~ 이름한번 이쁘다.

그리고 그녀가 오늘 내이름을 불러주었다.
내 마음은 그녀가 그려져 있는 아침 하늘을 날고 있었다.


♥ 만화방 아가씨

괜히 연체료를 내라고했나?

바보같은 자식 그렇다고 삐져서 집에 가버리다니.
화장까지 했는데... 한살이라도 많은 내가 참자.



♥ 만화방 아가씨

아침에 만화방 청소하다가 십원짜리 하나를 주웠다.
오늘따라 왠지 그가 기다려진다.
만화방 봐준거 뭘로 보답할까 고민이다.

돈으로 보답할까?
너무 정이 없어 보인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영화본 지도 오래되고 해서
그 녀석이랑 영화나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 이번주 토요일 저녁에
요즘 인기 최고인 영화 표두장 예매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이영화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


◇ 백수

오늘로 대기발령 육개월째고
집에서 놀기 시작한지도 구개월째다.
여전히 내 일기장엔
그녀 이름이 꼬박꼬박 적히고 있다.
오늘 놀이터 벤취에 앉아서
담배 연기로 그녀 얼굴을 그려 보았다.
그녀가 보고 싶지만 나도 존심있는 남자다.

그래서 만화방에 가지 않았다.
며칠 밤을 그녀가 보고싶어
꺼이~~ 꺼이~ 울었다.
엄마가 취직이 안되어 우는가 하고
기운 내라며 곰탕을 끓여 주셨다.
며칠째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만 보고 돌아왔다.

그녀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벽에 붙은 영화 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인기 최고인 영화다.
재밌을 거 같다.


♥ 만화방 아가씨

백수녀석이 며칠째 안 보인다.
오늘로 5일째다.
만화방 보아 준거 사례로 주말에 같이 영화 보려고
예매한 티켓을 보니 마음이 조마해진다.
그 녀석이 내일도 안 오면 어떡하나....

혹시 이사를 간게 아닐까?
취직이 되어 바쁜거 아닌가?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 백수

저녁 무렵에 또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보았다.
문이 닫혀 있었다.
정말로 그 녀석하고 영화를 보러 간 걸까?
진짜 야속한 여자다.

내가 이렇게 가슴아파 하고 있는걸 알까?


♥ 만화방 아가씨

오늘도 그 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슬프다.
영화티켓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마음도 심란한데 이 영화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티켓 예매해 준 친구를 불러 같이 보았다.
진한 감동의 여운을 주는 영화였다.
근데 자꾸 이 영화 주인공 얼굴과
그녀석 얼굴이 교차되어 들어온다.
그냥 피식 웃고만 말았다.


◇ 백수

삼일째 만화방 문이 닫혀 있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바쁜가 보다.
야속한 여자야 그래 잘 살아라.

하기야 백수인 나를 그녀가 관심이나 두었겠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머니한테 나도 장가가게 선좀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다.
돈도 못버는게 무슨 장가를 가냐고
딸딸이를 팍! 던지셨다.
피할수도 있었지만 맞았다. 아팠다....

그리구 슬펐다.


♥ 만화방 아가씨

저녁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이 떨렸다.
몸살이 온거 같다.
다음날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몸이 말을 안들었다.
홀로 열이 나는 머리를 식히려고 수건에 물을 적셔왔다.
힘들고 서글펐다.

그 다음날은 더 아팠다.
약을 사올려고 했지만 일어날 기운이 없다.
저녁에 조금 한기가 가셔서 죽을 써먹었다.

빨리 나아야 할텐데..
그 녀석이라도 있었으면
약사오라는 심부름이라도 시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해 도움을 청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약도 사먹고 해서
아프기 시작한지 3일만에 회복할 기미가 보였다.

이제 혼자서 아픈 몸을 돌볼 수 있겠다 싶어
친구를 집에 돌려보냈다.
4일째 여전히 몸이 별로 안좋았지만
그 백수 녀석이 혹시 올까봐 만화방 문을 열었다.

그치만 그는 오지 않았다.


◇ 백수

그녀를 어떻게 잊을까 생각중이다.
결혼하면 제발 만화방 때려치우고
딴 데로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그녀가 말한데로라면 오늘이 그녀의 결혼식날이다.
축하나 해줄까?

하지만 내가 무슨 자격으로...
멀리서 만화방을 쳐다보았다.
근데 만화방이 영업중이다.
아마 딴사람이 봐주고 있는 모양이다.
독한 여자다...

생활력이 강하다고 봐야하나?
에라 잘됐다.
이참에 못본 만화책이나 실컷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화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 만화방 아가씨

드디어 그가 왔다.
깨재재한 모습으로 내가 그렇게 아팠는데 단골이라는 놈이.
내가 무얼했나 걱정도 되지 않았을까?
무척 반가웠지만 최대한 원망하는 눈으로 째려봤다.

하지만 왜 그랬을까.
아팠던 거 때문일까.

눈물이 찔끔 나왔다.


◇ 백수

들어서자 마자 흠? 놀랐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빗자루로 만화방 바닥을 쓸고 있었다.

왜 그녀가 여기 있지?
결혼식이 내일인가?
그래도 오늘은 엄청 바쁠텐데...
어제였나?
어제라면 신혼여행을 갔어야지.

하여간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그토록 그리워한 여인이었기에..
결혼식이 파토났나?
연기됐나?

뭔가 분한게 있는지 나를 째려봤다.
내가 뭘 어쨌다고...
만화방 바닥에 먼지가 많았나보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걸 보았다.
눈을 불어주고 싶었지만...
들고 있는 빗자루가 맞으면
상당히 아플 것 같은 무기로 보였다.
그래서 참았다.
아무말도 못하고 한참 있다가 용기를 내어 한마디했다.

"결혼식 연기됐어요? 아줌마."


♥ 만화방 아가씨

이 자식이 여전히 아줌마라고 그런다.
결혼은 또 무슨 말이냐?
혹시 그때 내가 결혼한다고 말한걸 진짜로 믿은거 아냐?
진짜 바보다.
어떻게 선보고 그날 바로 날을 잡을 수가 있나.

이런 바보 녀석이 아직 존재하다니..
그러니 백수로 지내고 있지..
누가 결혼한다고 그랬냐며 엄청 쫑을 주었다.


◇ 백수

그녀가 결혼 안한다고 했다.
너무 기뻤다.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빗자루를 들고 있다.
내일부터 또 만화방에 줄기차게 나와야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아줌마 내일봐요."

하고 인사도 하고 나왔다.


♥ 만화방 아가씨

그 녀석이 끝까지 아줌마라고 놀리고 나갔다.
하지만 내일부터 그가 다시 나올 것 같다.



◇ 백수

만화방을 가다가 아직도 붙어 있는
그때 그 영화포스터를 봤다.

순간 이 영화를 그녀와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번주가 이영화 마지막 상영인것 같다.
그녀가 나와 이 영화를 봐줄 것 같은 느낌은
별로 안들었지만 바로 티켓을 예매하러
극장으로달려갔다.
그녀와 영화를 같이 본다는 상상은 너무나 황홀하다.


♥ 만화방 아가씨

만화방 바닥을 쓴 먼지를 밖으로 버리다가
멀리서 달려오는 그 백수 녀석을 보았다.
어찌보면 귀엽다.
내가 밖에 나와 있으면 이 녀석이 자길 기다린줄 알겠다.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안있어 그가 들이 닥치리라.
숨을 헐떡이며...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 녀석이 안들어온다.
왜 안들어 오는 걸까?
먼지도 없는 쓰레받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 백수

드디어 영화표를 샀다.
내일 아침일찍 만화방가서 멋있게
보러가자고 말해야 겠다.


♥ 만화방 아가씨

이 녀석이 어디간걸까?
그 녀석이 하루종일 나타나지 않았다.


◇ 백수

늦잠을 잤다.
만화방에 가니 사람들이 많다.
전번에 본 노란 추리닝 그 녀석도 있다.
피시에스 안테나로 콧구멍을 후비고 있다.
이빨도 엄청 누런것 같다.

하여간 이렇게 사람많은데서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와 오늘따라 눈이 자주 마주쳤다.
내일은 진짜로 일찍와서 말해야겠다.


♥ 만화방 아가씨

저 백수녀석이 날 좋아는 하는것 같은데...
내생각인가?
그녀석과 눈이 자주 마주친다.
지금 그 녀석이 날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그 녀석 너무 말이 없다.


♣ 추리닝 [또 한번 특별출연]

옆에 있는 백수같은게 자꾸 쳐다본다.
아마 피시에스 없는 녀석 같다.

이 피시에스에 눈독들이는게 틀림없다.
그래서 이건 절대 안된다고 씩 웃어 보여줬다.


◇ 백수

아침 일찍 왔더니 손님이 아무도 없다.
잘됐다.
꼭 말해야지.

그런데 막상 영화표를 꺼내니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가 날 껌벅껌벅 쳐다본다.


♥ 만화방 아가씨

그 백수 녀석이 오랜만에 아침일찍 문열자 마자 왔다.
날 쳐다보는것이 무슨 할말이 있는것 같다.

혹시나 싶어서 그때 케익 혹시 자기가 준거냐고 물어봤다.


◇ 백수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

" 저기요 혹시 케익 그쪽이 준거예요? "

라고 물어봤다.

엥 그럼 지금까지 내가 준건지도 몰랐단 말이야?
" 예?
아.. 예 "

라고만 말했다.


♥ 만화방 아가씨

햐...
저 녀석이 준것 맞구나.
전혀 그런 센스가 없는거 같이 보이는 녀석인데~
놀라웠다.

그리고 그 답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 백수

그녀가 말붙인게 용기가 됐을까?
그래서 영화표를 꺼내며

" 영화표가 있는데요.
거시기요.
요번주말에 시간이 되시면 같이 보러 안갈래요?

제가요......
뭐랄까.
그래도 단골이잖아요. "


♥ 만화방 아가씨

훗 그 녀석이 영화를 보러가잔다.
영화표를 보니 내가 그때 자기랑 보러갈려고 했던 그 영화다.

아마 집에 뒷북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심심할때마다 치는것 같다.
그냥 자꾸 웃음이 나왔다.


◇ 백수

왜 자꾸 웃는거야?
보기 싫으면 안본다고 말하면 되지.
사람 민망하게 말이다.

다시 용기를 내어

" 만화방 때문에 그러시다면 제가 대신 봐드릴수도 있는데...
같이보러 안가실래요? "

라고 말했다.

나지금 떨고있냐..


♥ 만화방 아가씨

???
녀석이 지금 상당히 정신상태가 불안하다.

" 만화방 준용씨가 봐주면 이 영화는 저 혼자 보러갈까요? "

라고 말했다.


◇ 백수

이 여자 예리한 여자다.
내가 말 실수한걸 눈치채다니..

아이씨 보러 갈건지 안갈건지 빨리 대답이나 해주면 좋겠다.
숨 막힌다.


♥ 만화방 아가씨

보러갈까?
말까?
이 녀석 가지고 노는게 재밌다.
어린것이...
귀엽기도 하다.
" 아직 주말에 무슨일이 생길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무리 단골이래도 그렇지..
다큰 처녀가 아무나 하고 영화를 보러가요? "

그 녀석의 얼굴이 불그락 거린다.
아휴 재밌다.


◇ 백수

역시 그녀가 나하고 영화보러가기 싫어하는구나.
짤 없이 거절인가보다.
내일부터 쪽팔려서 어떻게 만화방나오나.

괜히 영화보러 가자구 그랬나보다.
에그 바보야.
그냥 만화책이나 보며 그녀 얼굴이나 쳐다보는건데...
흑흑.


♥ 만화방 아가씨

" 준용씨 이 티켓 나줘요.
제가 가지고 있다가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다 싶으면 전화를 할께요.
여기 그때 적어준 전화번호 맞죠?

그리고 가게되면 딸랑 영화만 보는거 아니겠죠?
전 스테이크를 참 좋아해요. "


◇ 백수

야~ 이거 거절한거 아니지!

" 아 예.. 스테키..그 뭐시라고요.
울 아부지 지갑을 삥쳐서라도 그거 사드릴께요. 하하.
그럼 안녕히..
꼭 전화주세요. "

" 야호..
윽.. "

기쁜 나머지 정신없이 나오다 달려오던
꼬마 자전거와 부딪쳐 걸려 넘어졌다.
지나가던 어떤 여자가 걱정스러운지 깔깔 웃는다.
괜찮다고 꼬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프다.
그래도 이게 대수냐?
하하


♥ 만화방 아가씨

이제 이 영화 대사까지 다외우게 생겼네.
이번 주말은 문닫고 미장원이나 다녀와야 겠다.
그녀석 나가고 나서 뻑소리가 났다.

뭔소린가 싶어 나가봤다.
어떤 꼬마가 자전거를 끌며

" 개자식! "

그러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은 저기 멀리 날듯이 뛰어 가고있다.
귀엽다.


◇ 백수

이틀 동안 전화기를 부여잡고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부지가 저녀석이 취직 못하더니 드디어 실성했구나
하며 혀를 차신다.
아직 동정의 눈빛이 남아있는걸로 봐서
내가 아버지 비상금 훔쳐낸걸 모르시나보다.


♥ 만화방 아가씨

그 백수녀석이 만화방을 이틀동안 안나왔다.
좀 이야기를 오래 했다 싶으면
그 다음날은 꼭 안나오는것 같다.
내일은 전화를 해야겠다.
주말이 자꾸 기다려지는건...


◇ 백수

아침부터 밥도 제대로 못먹고
전화기 근처만 배회하고 있다.
자꾸 아부지 엄마만 찾는 전화다.
그런 사람 안산다고 했다.
드디어 저녁에
왠지 그녀음성 같지 않는 사람이 날 찾았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인디요.

라고 대답했더니..

저 지윤인데요.

저아시죠 그랬다.
앗!! 그녀다.

근데 전화받는 목소리가
왠지 그녀 목소리같지 않다.
예전에 나한테 장난전화한
그 여자목소리 같다.
어쨌든 제발 다음말은
내일시간이 되니 보러가자
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다고 그런다.

흑 매정한 사람.
그 소릴 듣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괴로움에 괴성을 질렀다.
아버지 어머니가 달려왔다.
좀 무안해서 아무것도 아니라 그랬는데
엄마가 내일 병원에 같이가잰다.
아! 죽고 싶다.


♥ 만화방 아가씨

드디어 약간은 설레는 맘으로 전화를 했다.
이 녀석이 시큰둥하게 받더니
내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끊어 버린다.
뭐 인기 다있노..

내일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 딸깍... 는데
하지만 특별히 아주 단골이라 시간을 내보겠다
라고 그럴려 했는데..
우쒸! 다시 전화를 했다.
무슨 개울음소리를 내더니
감사합니다만 연발했다.

내일 극장앞에서 보기로 했다.
흠 자꾸 거울에 눈이 가는건 왜일까?


◇ 백수

그녀가 다시 전화왔다.
갑자기 전화 왜 끊었냐고 뭐라 그런다.
순간 정신이 들어 한자한자 똑똑히 들었다.

"내일 극장앞에서 봐요."

오옴음..(감격의 울음을 애써 참는 소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호!
야!
엄마가 달려오시더니 당장 병원가자고 하신다.
그 소리가 내귀에 들어올리없다.

내일 아침 일찍 목욕탕에 가야겠다.
내일 입고갈 속옷에서 부터 양말까지
머리맡에 챙겨두고
그녀가 내꿈에 나타나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 백수

새벽 해가 뜨자마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산뜻하게 개인 아침 하늘 아래
그 영롱함은 내 마음을 더욱 들뜨게 했다.
그녀에게 잘보이기 위해 난 목욕탕으로 간다.
지나는 사람 사람이 모두 사랑스럽다.


♥ 만화방 아가씨

오늘은 다른날 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지금 만화방을 열자니 너무 일찍인 것 같다.
그래 오늘은 아예 문열지 말자.
몸도 나른한데 목욕이나 가야겠다.


◇ 백수

목욕탕 안의 모든 사람이 발가벗고 있다.

그래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벗겨 놓으면 이렇게 다 똑같은 사람인걸....

괜한 용기가 생긴다.
"열심히 삽시다 여러분!"

괜히 소리질렀나?
저기 어떤 꼬마가

"아빠 저 아찌 백순가봐..."

그랬다.
그래도 사랑으로 들뜬 내 기분을 가라 앉히지 못했다.
그 꼬마 녀석이 오히려 귀여워 죽겠다.


♥ 만화방 아가씨

목욕을 하러 가는데
남탕쪽에서 백수 그 녀석이 나왔다.

얼른 근처 전봇대 뒤로 숨었다.
다행히 그 녀석이 반대 방향으로 갔다.
후후 저 녀석 자기가 깨재재하다는걸
이제사 느꼈나 보다.

목욕을 하는데 그 녀석 생각이나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런 날 보시던 어떤 할머니가

" 새댁~ 남편이 잘 해주는가 보구려...
좋을때지~"

그런다.
우쒸!
할머니까지 날 아줌마로 보다니.
괜히 웃었다가 할머니 등만 밀어 줬다.


◇ 백수

그녀가 극장앞에서
영화 시작하기 한 시간 전에 만나자고 그랬다.
그런데 4회표인지는 알겠는데 몇신지를 모르겠다.
그녀가 표를 갖고 있으니.
에라! 모르겠다.

뭐 좀 일찌기 서두르자.
힘겹게 잡은 약속인데 늦을수야 없지.


♥ 만화방 아가씨

오전엔 만화방을 청소했다.

그리고 오후에 시간이 많이 남았다
싶어 미장원을 갔다.
머리 손질도 좀하고 코팅도 좀 해야겠다.


◇ 백수

영화관 앞에 사람들이 많다.

이영화는 종영이 이번주인데도 사람이 많다.
사람들이 모두가 나처럼 들뜬 기분일까?

극장앞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왔다.
3회 입장객들 입장해주세요.
에게~ 이제 3회 시작하네..

할 수 없이 근처 앉을곳을 찾았다.
영화관 구석진곳에 앉기 좋은곳을 찾아가 앉았다.

그녀가 조금 있으면 올텐데...
이정도 못기다리랴.
근데 시간이 넘 안간다.
긴장되던 맘도 시간의 여유로움 때문이었을까?

슬슬 잠이온다.


♥ 만화방 아가씨

미장원에 손님이 꽤 있다.

내 차례를 기다렸다.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내 차례가 되어 머리 손질을 받고 코팅 젤을 발랐는데...
이게 왜 이리 안마를까...

점점 약속시간이 다가온다.
내 마음이 자꾸 조급해 졌다.
집에 와 나갈 준비를 하고
문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벌써 약속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그나마 영화시작 전까지는
도착할수 있을 것 같다.

근데 그녀석 속이
엄청 좁은걸 안다.

도착해서 뭔소리 들을거 같다.

이그 화상아 조금 일찍 서두르지...


◇ 백수

그녀가 저기 멀리서 달려온다.

그리고 내품에 안긴다. 그녀의
맑은 눈에 내 모습이 잠겨 있다.

이리와 지윤!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아이 바보.. 움~"
근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쳤다.

라거파는 놈이면 주겨 버릴껴.

그래서 엄청 짜증을 내며 쳐다 보았다


♥ 만화방아가씨

다행히 영화 시작 전에는 도착했다.

그렇지만 약속한 시각에는
한 한시간 가량 늦었다.
그가 뭐라 그럴지 모르겠다.

그녀석을 찾았는데 없다.
이 속좁은 녀석이 그냥 가버린거 아닌가?
근데 저기 어디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킥킥 웃는다.

그래서 가봤다.
그 녀석이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낀채 앉아 피사탑처럼 자고 있다.
쪽이 팔림이 느껴져 온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 녀석이 많이 귀여워 보였다.

살며시 다가가 그를 깨웠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짜증을 낸다.
아마도 내가 늦은게 짜증이 났나보다.


◇ 백수

고개를 들었다.

눈이 확 뜨였다.

지윤씨가 내 눈앞에 있는것이 아닌가?
오늘따라 더욱더 화사하고 이쁘다.

근데 그녀가 왜 내 눈앞에 있는거지?
주위도 너무 낯설다.

"지윤씨. 여기 왠일이에요?"


♥ 만화방 아가씨

여기 왠일이예요?

한시간 늦은걸 이렇게 복수해?

진짜 속좁은 놈이다.
그래도 내가 잘못한거니 할수없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래야 겠다.


◇ 백수

아! 맞다.

그녀와 영화보기로 했지.

그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깊이 잠들어었나보다.
시계를 봤다.

맙소사 내가 세시간이나 잤단 말인가?
그녀를 보니 어이 없다는 표정이다.
날 많이 찾아 헤맨 것 같다.
좀 찾기 쉬운데 앉아 있을걸..
이걸 어쩌나?

빨리 사과해야 겠다.


♥ 만화방 아가씨

이제는 시계까지 쳐다본다.

니가 도대체 얼마나 늦은건지 알아?
그렇게 묻고 있는거 같다.
저런 녀석한테 잘 보일려고
내가 미장원까지 가서 그 고생을 한걸까?

짜증이 나려한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이
목젖까지 나오다 말았다.
그런데 그 녀석이 대뜸 조금은 더듬거리면서
여기 졸고있는 나 찾느라고 많이 헤매지
않았냐며 미안해 한다.

그리고 그냥 가지 않고 찾아 줘서 고맙다고 까지 한다.
나참... 바보라고 해야하나.

착하다고 해야하나..


◇ 백수

내 잘못을 그냥 이해해 준다.

얼굴만 이쁜게 아니라 마음씨도
착하구나. 하하.

그녀가 날위해 팝콘하구 음료수도 사왔다.
음~ 너무 황홀하다.


♥ 만화방 아가씨

뻔히 다음 장면에 뭐 나올지 아는 이 영화가 기대되는건
이 녀석이 지금 내옆에 앉아 있기 때문일까?

녀석이 팝콘을 혼자서만 먹고 있다.
광고 보면서 저렇게 껄껄거리다니
결국 영화예고편도 시작하기 전에
그 많은 팝콘 다먹어 치웠다.

분위기 없는 놈...
영화같은데 보면 팝콘 먹다가
손이 겹치는 애틋한 장면도 연출되는데...
먹어보라는 소리도 한마디 안했다.
독한놈........

이럴줄 알았으면 두개를 사는건데 그랬다.


◇ 백수

그녀가 지금 내옆에 앉아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괜히 팝콘만 주섬주섬 주워먹었다.

이거 디게 맛없네..
이런걸 이천원이나 받는단 말인가!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웃는다.
멋쩍어서 따라 웃었다.


♥ 만화방 아가씨

이 다음 장면이 찡한 장면인데
그녀석 표정은 과연 어떨까?
가만히 그를 쳐다봤다. 하하.

사내자식이 징징짤려고 한다.
씩 그 녀석이 나를 쳐다봤다.
이런 장면에서 내가 웃으니까
이상하다는 듯 갸우뚱거린다.
좀 머쓱하구먼...


◇ 백수

너무 찡하다. 눈물이 날려고 한다.
흑흑 그녀도 지금 눈물이 나려 할까?

한번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쿡쿡거리다가 놀라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징징거린게
저 찡한 장면을 완전히 압도해 웃겼나 보다.

망신이다...
사내는 우는게 아닌가 보다.



♥ 만화방 아가씨

이 녀석 그때도 느꼈지만 여린면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눈시울 지었던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징징거릴려고 했다.

나올때 손수건을 말없이 건냈다.
근데 눈물 닦으라고 준건데..
이 녀석이 자기 뒷주머니에다 넣어버린다.

체면에 달라고 할수도 없고..
비싼건데..
하지만 별로 아깝지는 않다

◇ 백수

그녀가 이쁜 손수건을 나에게 주었다.
무슨 의미일까?
비싸 보인다.
고히 간직하겠다고 속으로 말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에 더 좋은걸루 사다가 선물해야겠다.


♥ 만화방 아가씨

영화가 끝났다.
그녀석이 스테이크 먹으러 가잰다.
돈도 없는게..
영화가 생각보다 길었다.
시간도 10시가 거의 다되간다.

이 시간에 무슨 스테이크 하는데가 있다고,
근처에 그럴싸한 찻집이 있다.
다음에 스테이크 사라고 그러고
정 아쉽다면 차나 한잔 하자고 했다.


◇ 백수

그녀 스테이크 사줄려고 아버지가 숨겨논 10만원 꽁친거
그냥 갖다 넣어두게 생겼다.
차나 한잔 하자고 한다.
흠 그것도 좋지.

영화 끝나자 마자 집에 간다고 그럴까봐 가슴 졸였는데.
조용한 찻집에서 그녀와의 대화.
드디어 그녀와 나와의 공유된 기억을 갖게 되는건가..


♥ 만화방 아가씨

찻집 안에서 별말 없이 너그러운 시간이 간다.
무슨말을 할까?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분위기는 좋은데
아직 그 녀석과 나는 어색한가 보다.
만화방 올때 잘해줄걸 그랬나?


◇ 백수

무슨 말을 해야하나?
하지만 이렇게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도 너무 기분이 좋다.
주위에 연인들이 하나도 안부러운건
그녀가 내앞에 있기 때문이지.
조명등 하나하나가 그녀를 위해 나리는 별빛같다.

자꾸 가슴이 떨려오는 것도
내앞에 그녀가 날 위해 앉아있기 때문이지.
잔잔히 흐르는 음악 한음 한음이
그녀를 위해 떨리는 내마음 조각같다.


♥ 만화방 아가씨

저 녀석이 왠지 분위기를 잡는 것 같다.
그녀석 내가 자기보다 한살 많은걸 알고 있을까?

그래서 혹시 연상의 여인 좋아해본적 있냐고 물어봤다.


◇ 백수

왠 흥을 깨는 소리.
난 연상에 대해서는 이성의 감정이 전혀 안든다고
딱 잘라 말했다.
솔직히 어릴쩍에는 옆집 누나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 시련이 너무 컸다.
그 뒤 부터는 하루만 연상인 여자도
이상하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 만화방 아가씨

뭐야 이 녀석 기껏 만나줬더니 연상은 안된다고?
내가 자기보다 한살 많다는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일부터 만화방에 안 나오게 되는건 아닐까?
백을 뒤져 다이어리를 집어 테이블위에 놓았다.


◇ 백수

다이어리를 꺼내 놓는다. 무슨 의밀까?
저속에 그녀의 일상이 기억되어 담겨 있을까?

보고 싶다.
좀 봐도 돼냐고 물어볼까?


♥ 만화방 아가씨

다이어리보고 침은 왜 삼키냐? 보여달라면 보여줄께.
반응이 없다.

그래서 다이어리 안에 면허증 끼워놓은 곳을 펼치며
사진이 맘에 안드네..
그 녀석 들으라고 혼잣말을 했다.


◇ 백수

앗!
그녀 사진이다.
기회다.
면허증 최근에 땄냐고 물어봤다.

나는 딴지 오래 됐다며
어떻게 바꼈는지 한번 봐도 돼냐고 물었다.


♥ 만화방 아가씨

역시 이 녀석은 내 의도데로 잘 따라온단 말이야.
보여줄 목적으로 펼친건데...

"싫어요."


◇ 백수

하기야 내가 무슨 애인이냐?
근데 싫다면서 면허증을 뽑아서 주는건 무슨 의미일까?

일종보통!
사진 잘나왔네 뭐..
이쁘기만 하다.
한참 동안 그녀의 사진만 뚫어지게 보았다.


♥ 만화방 아가씨

이 녀석 반응이 신통찮다.
뭔가 기대되지 않는 말이 나올것 같다.


◇ 백수

주민등로록번호가 칠팔공..
뭐야 진짜 한살차이잖아?
그래서 칠십팔년생이면 27살이 아니냐고 물어봤다.


♥ 만화방 아가씨

그거 눈치 채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냐?
실망한 눈빛이다.
만으론 25살이에요.
참 생일이 지났으니까
지금은 26살이네요.

히히 아마 제가 연상인거 같죠?


◇ 백수

연상?
아까 그래서 연상 뭐라 그랬나?
그게 무슨상관이냐
그녀는 단지 그녀일 뿐이다.
나이가 무슨상관이랴..
음 멋있는 말같군..
한살차이라...
한살차이면 좋지.

미소가 스민다.
내가 아무말없이 가만히 있자.
그녀가 나한테도 면허증있냐고 물어봤다.
그린카드 있다!
지갑을 뒤져 보여주었다.
한 오년전 사진이라 제법 핸섬한 것 같다.


♥ 만화방 아가씨

2종보통.. 99년 모월모일..
쿠 오년전이랑 변한게 하나도 없네.

칠칠일이공일.
어머.
진짜 나보다 한살이 많네...
저 녀석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상당히 내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거 같다.


◇ 백수

잠자리에 들었다.
과연 오늘 잠이 올까?
지윤씨를 만화방에 데려다 줬을때.
힘내세요 준용씨라고 내게 말해 줬다.
가슴이 찡했다.

오늘 영화에 나온 여주인공보다 훨 이쁘다.
우리 지윤씨가...
잘 자요 지윤씨 낼봐요~


♥ 만화방 아가씨

그 녀석이 나보다 한살많다.
완전한 백순줄 알았는데..
보이는 것처럼 시간만 죽이는 녀석은 아닌가보다.
고민이 많았다.
흠.

지금 그 녀석을 생각하며 일기를 적고있다.
그리고 내일이면 다시 그가 만화방으로 달려오겠지.


♥ 만화방 아가씨

그 녀석하고 많이 가까워 졌다.
하루하루 그 녀석이 나타나기만을 고대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아직 약간은 어색하지만 이제 제법 그가 나한테 말을 건다.
쥐포도 구워주고,
만화책 정리도 해주며 만화방 일을 도와준다.



그리고 손님이 아무도 없을 때면
음악을 틀어놓고 같이 앉아 만화책도 봤다.
옆에서 킥킥거리는 녀석이 점점 사랑스러워진다.
백수면 어때 같이 만화방하면 되지 이런생각까지 든다.
이제는...


◇ 백수

그녀하고 점점 거리가 가까워짐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그녀 앞에서 더듬거리던 말솜씨도
제법 멋있는 말을 하는 화술로 바꼈다.


그리고 손님이 없을때면 그녀가 틀어놓은 음악을 들으며
같이 앉아 만화책을 보며 웃을수도 있게 되었다.
옆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점점 내마음을 고백하고 싶어진다.


그치만 난 여전히 백수다..


♥ 만화방 아가씨

오늘 그가 다른 때보다 더 헐떡이며 만화방을 찾아왔다.
드디어 발령대기가 풀렸다면서 기쁜표정을 짖는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창원으로 연수를 떠난다고 했다.


기숙사생활을 하며 단체생활과 그 회사의 기업정신등을 배운다고 했다.
작지만 월급도 받는다며 자랑을 했다.
하지만 잘못하면 바로 짤린다나?


잘되었다.
부디 열심히 잘해서 자신감을 찾기 바란다며
기쁜표정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 아쉽다.
그가 일주일 뒤부터는 만화방엘 못나올 것이기에.


것두 100일씩이나...


◇ 백수

오늘 회사 다녀와서 아버지 어머니께
드디어 취직이 되었다고 했더니
부부가 얼싸안고 꺼이꺼이 우신다.
백수인 날 보시는 부모님의 마음이 참 안스러우셨나 보다.


만화방으로 달려가서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렸다.

그녀도 기쁜모양이다.
하지만 난 일주일 뒤 창원으로 떠난다.


100일동안 그녈 못볼걸 생각하니 취직되었다는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크게 밀려온다.


♥ 만화방 아가씨

오늘 그가 만화방에 나오지 않았다.
그냥 말없이 창원으로 떠났나보다.
서운했다.
이미 나도 그에게 사랑의 감정이 생겼나보다.


이자식 취직됐다고 날 버리기만 해.


◇ 백수

오늘은 가슴이 떨려 만화방에 가지 못하겠다.
그러나 내마음은 지금 몹시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장식되어 있다.
나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내가 없는 동안 누가 그녀에게 껄덕 될까봐 걱정이 된다.
그녀가 없는 곳에서 과연 그리움을 참아내며 잘 해낼 수 있을까?


♥ 만화방 아가씨

그가 떠난지 열흘만에 전화가 왔다.
사관이 재수없다고 그런다.
빨간 체육복을 생활복으로 줬는데 민망해 죽겠단다.
하하~ 그 체육복 입은 그의 모습이 보고싶다.


전화는 자주 못할 것 같다며
시간나는데로 편지를 보내겠다 한다.
만화방 앞에 편지통을 하나 설치해야겠다.


◇ 백수

얼마나 비참한 백수 생활을 했던걸까?
이방놈들 몰골은 꼭 북한에서 목숨걸고 귀순한 사람들 같다.
동병상련을 느끼고 잘해보자며 서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금방 친구가 됐다.


사관이 여간 깐깐한게 아니다.
빨간체육복 입혀서 아침마다 운동장을 돌게 한다.
숨은 안가픈데 쪽팔려 죽겠다.


♥ 만화방 아가씨

멀리 떨어진 그가 오늘따라 그립다.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만화방에 그가 모습을 감춘지 이제 일개월째다.
가을날 떨어지는 한잎 낙엽이 그녀석 모습이 되어 바람에 흩어진다.


그녀석한테 편지가 왔다.
귀여운데만 있는줄 알았는데...
애틋한 글로 날 감미롭게 할줄도 안다.
자기방에 온통 애인 사진 붙여 놓은 놈들 때문에 서러워 죽겠다라며
최근 이쁘게 찍은 사진 있으면 보내 달라고 했다.



뭐야 이놈..
누가 자기 애인이라도 된다는 거야?
오늘 난 그에게 답장을 쓰고 있다.
내일 아침 일찍 그에게 이 편지를 보내야 겠다.
오후에 찍은 내 사진을 고이 넣어서 말이다.



나는 그대가 곁에 없어도 그대가 항상 떠오른다.
그대가 그리움으로 내곁에 있기 때문이다.


◇ 백수

그녀한테서 편지가 왔다. 너무나 애틋하다.
이제 서럽지도 않다.
이방 벽에 붙어 있는 모든 여자들보다
이 사진속의 그녀가 백배 천배는 이쁘기 때문에...


♥ 만화방 아가씨

아침에 까치가 만화방 창틀에서 울었다.
누구 반가운 이라도 오려나?
그녀석 생각이 난다.
만화방 문이 열리면서 그가 나타날것만 같다.

하지만 그가 올려면 아직 보름이상 남았다.


갑자기 만화방 문이 열렸다.

괜히 그 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본적이 있는 녀석이
이제는 저게 한때는 노란색이었다는 것만 짐작이 가는
잔뜩 때묻은 츄리닝녀석과 함께 딸딸이를 질질 끌며 들어왔다.


아까 그 까치 어딨어?



잡아 주길껴...


◇ 백수

아침에 잔뜩 긴장이 된채 정식 발령자 명단붙은걸 보았다.
잘못 보였다면 짤릴수도 있다.


23번 배준용 안양**지사 관리부. 야!


안짤렸다.



거기다 안양이면 집에서 통근도 된다.



아부지 어머니!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또 지윤씨가 먼저 떠오릅니다.

지윤씨
이제 나 백수 아니야. 흑흑..

집에갈 채비를 모두 마쳤다.
그때 지윤씨가 보내준 그 사진을 자꾸 꺼내어 보았다.
삼개월 동안 뭐 변한게 있으련만...
참 새롭게 보인다.


드디어 서울가는 버스를 탔다.
설렌다.
밖의 전경들이 너무 애틋하게 지나간다.

오늘 그녀를 보면 말하리라.
그동안 사랑했었다고...

아니 사랑한다고... 하하...

과연 할 수 있을까...


날씨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잔뜩 흐려있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 온다.

조금만 참자.

조금 있으면 휴계소다.


♥ 만화방 아가씨

에이! 열쇠가 왜이리 안잠겨.

만화방에 열쇠를 채우고 있는데
단골이 되어가는 츄리닝녀석이

"아줌마 오늘은 만화방 안하는 겁니까?"

"안해 쨔샤."

뒤도 안돌아보고 택시를 잡아 탔다.


창원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애뜻하게 지나치는 이젠 벌거숭이가 된 논바닥을 쳐다보고 있다.

그가 날보며 좋아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하게 그 위에 그려진다.



갑자기 찾아간 날보면 그가 왠지 사랑한다고 고백을 할것 같다.

하늘은 왠지..
첫눈이라도 나리게 할 것 같이 흐리다.


◇ 백수

이제 배까지 아파온다. 아저씨 빨리좀 가요.
금강휴계소가 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내리자 마자 화장실부터 찾았다.

아~
시원하다.

화장실안에 스피커가 있나보다.

디게 시끄럽다.


서울발 창원행 12시 중앙우등고속 승객분은 탑승 바랍니다.


진주발 수원행 11시20분 현철여객 승객분은 탑승 바랍니다..


♥ 만화방 아가씨

이번 금강 휴계소에서 잠시 정차한다고
운전기사가 방송으로 안내했다.
배가 조금 고프다.

휴계실에 가 우동이나 한 그릇 먹어야 겠다.


◇ 백수

이젠 곧장 서울로 간다. 자꾸 그녀얼굴이 떠오른다.
진짜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리라.

이젠 백수가 아니기에..


그녀가 뭐라 대답해줄지 궁금하다.
연습이나 해볼까?


지윤씨!
저 더이상 백수가 아녜요...
에..
당신이 아줌마가 아닌걸 안 순간부터 쭉 사랑해왔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지윤씨..
넘긴가?
하하..
창밖에는 이런 나에게 축복이라도 하듯이 첫눈이 나리고 있다.


♥ 만화방 아가씨

그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자꾸 맘이 설레어진다.
그가 날보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할까?
기대는 되지만 후..



분위기가 영 없는 놈이라...

그래도 이제는 백수 딱지도 뗐는데....
그래 고백할거 같다.

그러면 난 뭐라 그러지.
음 이게 좋겠다.
연습이나 해볼까?



그래요.

저두 언제부턴가 준용씨를 사랑하게 됐었나봐요.
넘 솔직한가.

호호.....




창밖에는 이젠 가슴 저리는 가을은 끝나고
겨울을 알리는 첫 눈이 나리고 있다.

- end- 

그 일이 시작된 것은 그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의 놀이터 벤치에서다...

< 고 1 - 일곱 살 >

"아저씨 여기서 뭐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저씨 울고 있었어?"
"아... 아니야..."
"피... 거짓말..."

"아니라니깐...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런 거야"
"알았어. 안 울었다고 해"
"진짜 안 울었다니깐..."
"알았다니깐"
"......"
"......"

"...근데 꼬마야... 너는 어디 사니?"
"705동에 살아. 아저씬 어디 살아?"
"난 706동에 살아. 근데 꼬마야..."
"왜?"
"나 아저씨 아니거던. 나 이제 고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되었거던"

"그럼 오빠야야?"
"그렇지. 난 오빠야지"
"아냐. 오빠야들은 교복 입고 다녀. 아저씨는 교복 안 입었으니까 아저씨야"
"저녁에 집에 와서는 교복 안 입어. 그니까 오빠야라고 불러라 꼬마야"
"근데 아저씨"
"왜?"

"나 꼬마 아니거던. 나 일곱 살이거던"
"......"
"왜 말이 없어?"
"할 말이 없거던"
"......"
"......"
"아저씨, 내가 아이스크림 사 줄까?"
"아이스크림?"

"응. 나 아이스크림 사 먹으려고 밖에 나온 거거든"
"너처럼 꼬마한테 무슨 아이스크림씩이나 얻어 먹냐"
"그럼 안 먹을거야?"
"구구콘으로 사 와라"
"알겠어"

"아저씨, 구구콘이 없대. 그래서 브라보콘으로 사 왔어"
"월드콘도 없대니?"
"그걸로 바꿔다 줄까?"
"아냐. 그냥 먹을께"
"내가 까줄께 아저씨"

"임마. 이런 건 남자들이 까 주는 거야. 내가 까 줄테니까 줘 봐"
"알겠어"
"근데 아저씨"
"왜?"
"아까 왜 울고 있었어?"
"아까?"
"응"

"아까... 안 울었어"
"자꾸 거짓말 하면 나쁜 어린이라고 부를 거다"
"아저씨보단 나쁜 어린애가 차라리 낫겠다"
"좋아. 그럼 앞으로 아저씨보고 나쁜 어린이라고 부를거다. 평생 그렇게 부른다"
"평생?"
"그래. 내가 죽을 때까지 아저씨보고 나쁜 어린이라고 부를 거야"
"......"
"나쁜 어린이는 되기 싫지?"
"응... 나쁜 어린이는 싫어..."

"그럼 말해 봐. 아까 왜 울었어?"
"...엄마하고 아빠하고 싸웠어..."
"아빠가 엄마 막 때렸어?"
"......"
"다 그래. 우리집도 아빠가 엄마 막 때려"
"너네집도 그래?"

"응. 막 집어 던지고 싸우고 그래"
"우리집도 그래..."
"전에는 내 미미인형도 부러트리고 던지고 그랬다"
"우리 아빠도 내 항공모함 던졌어..."
"항공모함...?"

"응... 일년 동안 죽어라고 조립해 놓은 항공모함이었는데... 그거 던졌어..."
"그럼 그거 다 부서졌어?"
"응... 부서져서 다시 조립하지 못하게 되었어..."
"그랬구나..."
"......"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몰라"
"왜?"

"언젠가는 부서질 물건이면 차라리 지금 부서지는 게 좋을지도 몰라"
"왜?"
"나중에 쓸모 없어져 잊혀지는 것보다 기억속에 소중히 간직되는 게 좋잖아"
"정말... 그럴까...?"
"그러엄. 지금은 속상해도 나중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거야"
"그래... 그렇게 생각해야지..."
"잘 생각했어"

"근데 꼬마야..."
"왜?"
"너 일곱 살 맞냐...? 어떻게 일곱 살짜리가 그런 생각을 하니...?"
"책을 많이 읽어서 그래. 책을 많이 읽으면 어른이 빨리 돼"
"그렇구나"

"근데 아저씨..."
"왜?"
"아저씨는 고등학생 맞아? 고등학생이 장난감 부서졌다고 울어?"
"... 책을 안 읽어서 그래... 책을 안 읽으면 어른이 안 돼..."
"갖다 붙이기는"
"......"

< 고 2 - 초등학교 1학년 >

"아저씨 여기서 뭐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저씨 또 울었어?"
"아니야... 울긴 왜 울어..."
"피... 또 거짓말 하는구나?"

"아니라니깐.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랬어"
"알았어. 안 울었다고 해"
"진짜 안 울었다니깐"
"알았다니깐"
"......"
"아이스크림 사 줄까?"
"... 꼬마한테 무슨 아이스크림을 얻어 먹냐"
"구구콘 없으면 월드콘으로 사 온다"
"알겠어"

"오늘은 구구콘이 있어서 사 왔어"
"니것도 줘 내가 까 줄께"
"알겠어"
"오늘은 왜 울었어?"
"그냥 울... 아니, 나 안 울었어"

"나쁜 어린이구나?"
"그래... 난 나쁜 어린이일지도 몰라..."
"평생 나쁜 어린이구나?"
"......"
"왜 울었어?"
"... 성적이 떨어졌어..."
"성적이 떨어져서 운 거야 아니면 성적 떨어져서 아빠한테 맞아서 운 거야?"
"... 맞아서 울었어..."

"몇 대 맞았는데?"
"점수 떨어진 만큼..."
"오십 대 정도 맞았겠네?"
"...칠십 대 맞았어"
"그걸 다 맞았어? 좀 깎아주지 않았어?"
"... 깎아줬어... 그래서 이십 대 맞았어"

"그럼 오십대나 덜 맞았네"
"응"
"이야... 아저씨 오늘 땡 잡았구나. 오십 대나 덜 맞고 말이야"
"그런가...?"
"그러엄 오십대 더 맞을 생각해 봐. 이십 대 맞고도 이렇게 아픈데 말야"
"그거 더 맞았으면 진짜 아팠겠지?"

"그렇지. 아저씨는 오늘 매를 벌은 거야"
"...그래도 많이 아픈 걸"
"어디가 아픈데?"
"여기 종아리하고... 그리고... 마음하고..."
"한번 봐봐... 이야... 빨갛게 부어 올랐구나. 내가 손으로 감싸줄게"

"손으로 감싸 주면 좀 나아?"
"그러엄 원래 여자들 손이 약손이야"
"어... 진짜 좀 낫네..."
"그럼 이번엔 마음을 치료해 줄게"
"어떻게?"

"음... 일단 내가 한번 안아주께... 좀 나았어?"
"... 따뜻해..."
"그럼 나은 거지?"
"아직 2% 부족해"
"알겠어. 그럼 이번엔 내가 뽀뽀를 해 줄께... 자... 됐지? 이젠 나았지?"
"응... 이제 나았어..."
"좋아?"
"응"

"얼마만큼 좋아?"
"하늘만큼 땅만큼"
"한번 더 해 줄까?"
"응"
"...이번엔 입술에 해 줄께"
"알겠어"


< 고 3 - 초등학교 2학년 >

"왜 이제 오냐. 아까부터 계속 기다렸는데"
"숙제하느라고 늦었어. 미안해"
"요즘 초등학교는 숙제도 내 줘?"
"아저씨 초등학교 때는 숙제 없었어?"
"나 학교 다닐 때는... 숙제 한 기억이 없는데..."

"숙제는 내 줬을 거야. 아저씨가 안 해서 그랬지"
"나 참... 하여튼, 빨리 구구콘 사 줘"
"알겠어"
"구구콘이 맛있어?"
"응"
"왜 맛있어?"
"비싸니까"

"비싸면 맛있는 거야?"
"...비싸니까 맛있는 거 아니야?"
"맛있어서 비싼 게 아니라?"
"그런가? 에이 몰라. 복잡해"
"나 참... 아저씨 이렇게 하면 대학 못 가"

'대학 얘기 꺼내지 마. 가뜩하나 스트레스야"
"아저씨는 나중에 뭐 할 건데?"
"나는 소설가가 될 거야. 소설가가 되어서 진한 사랑 이야기를 쓸 거야"
"소설가가 되려면 책도 많이 읽어야 되지 않아?"
"응"

"아저씨 책 많이 읽었어?"
"아니..."
"소설가가 되려면 이해력이 좋아야 하지 않아?"
"응"
"아저씨 구구콘이 비싸서 맛있어 아님 맛있으니까 비싸?"
"......"
"아저씨는 좋은 소설가가 될 거야"
"왜?"
"단순하니까"

"단순하면 좋은 소설가 되는 거야?"
"그러엄 단순해야지 순수하게 글을 쓸 수 있어. 순수해야지 감동시킬 수 있고"
"정말?"
"그러엄"
"근데... 너 정말 초등학교 2학년 맞냐?"
"아저씨는 고 3 맞어?"
"......"
"......"


< 21살(삼수생) - 초등학교 4학년 >

"아저씨 여기서 뭐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저씨 또 울었어?"
"아... 아니라니깐..."
"......"
"......"
"구구콘 말고 구구 크러스터로 사 줄까?"
"... 새로 나온 거야?"
"응... 더 비싼 거야"

"비싼 거면... 맛있겠지...?"
"그렇겠지...?"
"그냥 구구콘 먹을래"
"왜?"
"비싼 것보다 맛있는 게 좋아"

"아저씨"
"왜?"
"맛있으니까 비싼 거야"
"맛있어도 비싸면 싫어... 이젠 내 분수에 맞을만큼 맛있는 게 좋을 거 같아"
"철 들었네?"
"고마워"

"자 받어"
"어... 왜 구구 크러스터야? 난 구구콘으로 먹을 건데"
"구구 크러스터보다 백만 배 비싼 거 먹어도 될만큼 아저씨는 훌륭한 사람이야"
"......"
"진짜라니깐"
"난 패배자야... 삼수까지 하고도 실패해서 군대로 쫓겨가는 그런..."
"군대... 가...?"
"응..."

"언제 가는데?"
"모레..."
"...그렇구나..."
"나 지금 되게 무섭다... 아무것도 한 것도 없이 군대로 끌려가는 거 같아..."
"......"
"남들 한번에 들어가는 대학... 계속 떨어지면서 허송세월만 하고..."
"왜 허송세월이니? 아저씨는 인생에서 가장 귀한 실패라는 경험을 하는 거라구"
"실패라는 경험...?"

"그래. 실패를 해도 충분히 만회가 가능한 이십대에 말이야"
"그럴까...?"
"한번 아파 본 사람은 그 병에 면역이 생기는 거야"
"그럼 나중에 또 아플 때엔 지금만큼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러엄 그리고 아프다고 주저앉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고 말야"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그 진부한 말이 진리라는 말이지?"
"그러엄... 역시, 아저씨는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아는구나"
"칭찬 받으니까 기분 좋네... 상은 없어?"
"상...? 흐음... 그럼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남들 보는데..."
"괜찮아. 여기 우리밖에 없잖아"

"나 원조교제 한다고 잡혀 가는 거 아닌가 몰라"
"잡혀가도 내가 잡혀 가. 아이스크림 사 주는 건 나니까 말야"
"그래도... 세상에 눈은 너무 사악해서... 저기... 그러니까..."
"왜 그러니. 우리가 이상한 짓 하자는 것도 아니고 심심한데 뽀뽀나 하자는데"
"그게... 근데..."
"진짜 말 많네. 지금 안 하면 삼년을 기다려야 되잖냐. 잔소리 말고 일루 와"
"야아... 근데... 흐읍..."


< 25살(대학 1학년) - 중 2 >

"오랜만이네"
"진짜... 그 동안 별 일 없었어?"
"응. 아저씨도 별 일 없었어?"
"어. 이번에 학교 들어가서 지금은 기숙사에 있어"
"그랬구나..."

"방학이라 내려왔는데... 너도 지금 방학이겠구나?"
"그렇지..."
"이제 중학생 되었겠네?"
"응"
"이야... 이젠 제법 키도 컸고... 이야..."

"왜 자꾸 가슴을 보냐"
"아니... 신기해서 말이야"
"신기할 게 따로 있지. 이젠 나도 어엿한 숙녀라구"
"그렇네 정말... 그럼 너도 H.O.T 같은 애들도 좋아하겠네?"
"가수? 노래는 좋아하지만 흔히 말하는 빠순이는 아니야"

"하긴... 너는 어려서부터 다른 애들하고 많이 틀렸지"
"아저씨도 다른 사람들하고 많이 틀렸지"
"그런가?... 하여튼, 오랜만에 만났는데 아이스크림이나 사 주라"
"아이스크림보다 떡을 사주고 싶은 걸"
"떡? 아하! 찰떡 아이스인가 그거 말이구나?"

"나 참.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 모르니? 아저씨 정말 국문과 맞니?"
"미운 놈 떡 하나? 하여튼, 떡 얘기하니까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떡 사와라"
"자, 찰떡 아이스"
"고마워"
"입 벌려 봐. 내가 넣어줄께"
"알겠어"
"슛! 고올인!"

"이 쫄깃쫄깃한 맛! 진짜 좋은 걸~~~"
"느끼하게 왜 그렇게 쳐다보냐"
"떡 하나 더 주면 안 잡아 먹쥐~~~"
"에이구... 어디서 되도 안 되게 애교는 배워 와서는"
"왜케 투덜거리냐. 내가 뭘 잘 못 했다구"

"오년만에 나타나서는 떡 하나 안 주면 잡아먹는다는 소리나 하고"
"진짜 잡아먹을 줄 알았냐? 너 안 보는 사이에 쫌 소심해졌다?"
"소심? 그래 내 이름 현소심이다"
"그래? 너 이름이 소심이었냐?"
"내 이름도 이제껏 몰랐지?"
"언제 말해줬냐"

"그래! 항상 말해줘야 아는 이 나쁜 아저씨야!"
"너 왜 그냐? 진짜... 너... 떡 하나 안 주면 잡아먹힐 줄 알았냐...?"
"어디서 쌍팔년 때 줏어들은 개그나 하구 있네! 나 집에 갈 거야!"
"너... 홀로 집에...?"
"참 나..."

"미안하다. 어휘력 표현 연습 좀 하느라 그랬어"
"오 년만에 만나서 그렇게밖에..."
"응? 뭐라고?"
"아니다. 에휴... 나 먼저 집에 갈 테니까 나중에 또 보자"
"그래. 꼬마 아가씨 잘 가"


< 28살 - 고 2 >

"아저씨... 여기서 뭐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저씨... 울고 있었구나...?"
"... 아이스크림 사 줘..."
"...그래..."

"구구콘으로..."
"...그래... 다 울고 난 다음에 사 줄께"
"......"
"가슴... 빌려 줄까...?"
"...... 응 ......"
"헤어졌어..."
"......"
"세상이 너무 현실적이야... 도저히 먹여 살릴 능력이 없더라..."
"......"
"어쩌면... 세상이 현실적인 게 아니라 내가 비현실적인 걸지도 몰라"
"......"
"국문과 나와서 뭘 하겠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글쟁이는 굶는게 운명이야..."
"......"
"나 같은 놈은 장가갈 자격도 없어... 식구들 다 굶겨 죽일 거야..."
"......"
"그녀를 떠나 보내고 콱 죽어 버릴까 생각도 했는데..."
"......"
"그냥 살았어... 목숨이라는 거 참 웃기더라... 오기가 생기더라..."
"......"
"가정을 꾸릴 자격이 없다면... 사랑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면..."
"......"
"모든 사람들을 사랑할 거야... 사랑만 줘도 되는 그런 사랑을 할 거야..."
"......"
"그들에겐 사랑만 줘도 되겠지...?"
"그러엄... 사랑만 줘도 되지"
"그래..."

"사랑만 줘도 되는 여자를 만나서 결혼도 하고 말야..."
"그럴까...? 세상은 현실적인데...?"
"꼭 남자만 돈을 벌어 올 필요는 없잖아. 남자가 내조를 해도 되는 거구"
"그럴까? 그럼 나도 집에서 살림하고 글만 쓰고 아내 사랑만 해도 되나?"
"그러엄"

"아내가 약국문 닫을 때 셔터만 내리면 되는 거구?"
"그러엄"
"약국문 닫는 날엔 아내 운전수 하면서 들로 산으로 놀러 다니구?"
"그러엄"
"약국이 바쁠 때엔 내가 도시락 싸 가지고 약국으로 가져가구?"

"... 이젠 그만 해라. 아주 약사 약사 노래를 해요"
"이야... 생각만 해도 좋다..."
"가슴에 자꾸 머리 좀 부비지 마라. 가슴 다 찌그러지겠다"
"허억... 미안해... 너무 푸근해서..."
"그렇다고 머리를 뗄 필요는 없어. 그냥 가만히 대고 있어"
"알겠어"

"...이젠 좀 나아졌니?"
"응"
"그래... 착하다..."
"나 이상해... 너한테만 오면 그냥 마음이 편해..."
"그래..."

"벌써 십년도 더 되었네 우리... 참 시간 빨리 흐른다..."
"그래... 그래도 아직 이 년이나 남았어"
"......"
"조금만 기다려... 십년을 참았는데 이년을 못 참겠니..."
"......"
"그 때까지 딴 생각 말고 몸 건강히 있어라... 알았지...?"
"......"
"아저씨...?"
"......"
"아저씨... 자니...?"
"...... 쿠울......"
"참 나......"


< 서른 - 대학 1년 >

"어... 너 여기서 뭐 하니?"
"어? 아... 그냥..."
"어째 오늘은 좀 바뀐 거 같다? 왜 니가 거기 혼자 앉아 있냐?"
"누구 좀 기다리느라구"
"누구?"

"그냥... 근데 아이스크림 사 줄까?"
"이야... 너 내가 아이스크림 사러 나온 거 어떻게 알았냐?"
"빠리바케트 삼천원짜리 바닐라통에 들은 거 사러 나왔지?"
"이야... 너 자리 깔아라"
"아이구... 거기 우리 엄마네 가게야. 아저씨 거기 단골인 거 벌써 알았어"

"증말? 이야... 세상 참 넓고도 좁네"
"세상이 좁은 게 아니라 아저씨가 단순한 거네요"
"그게 그런가?"

"아저씨, 나 할말 있어"
"그래? 나도 너한테 할 말 있는데 잘 되었다"
"할 말? 무슨 말인데?"
"너 먼저 해봐"
"아니야. 아저씨 먼저 해 봐"
"그래"
"......"

"너 이번에 약대 들어갔다며?"
"...응... 어떻게 알았어?"
"아파트에 소문이 파다해. 너 의대 들어갈 실력인데도 약대 들어갔다면서?"
"그런 소문은 잘도 들으면서 파리바케트가 우리 엄마인 줄 왜 몰랐니?"
"그게 그러나?"

"하여튼, 그래서?"
"어. 그래서 말인데..."
"......"
"니가 잘 알잖냐... 나 능력없는 서른살 노총각인 거 말이야"
"그런데?"

"너는 이제껏 날 잘 봐왔으니까 누구보다도 날 잘 알 테고"
"그런데?"
"너는 똑똑하니까 내가 얼마나 순수하고 좋은 사람인지 설명을 잘 할테고"
"그런데?"
"... 몰라서 묻냐..."
"여자 소개시켜 달라구?"
"응"

"그냥 약대 다니는 여자면 되는 거니?"
"아니"
"그럼?"
"니가 소개시켜 주는 여자면 되"
"왜?"
"널 믿으니까. 넌 현명하고 똑똑하고 정확하니까"
"그래?"

"넌 사람을 정확히 보고 내게 맞는 확실한 여자를 골라줄 거니까"
"오호"
"날 사랑할 수 있는 여자, 그리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를 골라줄 테니까"
"얼씨구"
"너가 추천해 주는 여자라면 그 누구라도 오케이야"
"참 나..."

"왜... 도저히 안 되겠냐...?"
"서른 먹은 남자가 갓 스물된 여자한테 중매를 부탁하는 건 세상천지에 없어"
"그냐...?"
"스무살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 더구나 결혼같은 건 먼훗날의 일이라구"
"......"
"이제 갓 대학에 들어와서 부푼 꿈을 안고 한참 자유를 느낄 때라구"
"...... 그래.... 나도 알어..."

"그런 신입생한테 중매 같은 이야기나 하구 아저씨는 참 멋대가리도 없어"
"...... 잘못했어......"
"잘못한 건 알긴 아는구나?"
"그래......"
"그럼 이번 한번 뿐이야. 앞으로는 그딴 멋대가리 없는 프로포즈는 안 받어"
"그래... 머... 머라구...?"

"뭐긴 뭐야!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대놓고 고백을 하면 되지 왜 말을 돌리니!"
"......"
"현소심 너를 사랑한다! 나하고 결혼해 주라! 이렇게 말하면 되잖아!"
"......"
"일곱살 때부터 아이스크림 사주면서 공을 들여놨건만 프로포즈도 제대로 못하구"
"......"
"내가 미쳤지... 저 늙다리 아저씨 키워 내느라 내 청춘을 바쳤으니 원..."
"......"
"기껏 키워 놨더니 한다는 소리가 여자를 소개시켜 달라구? 나 참..."
"그야... 니가 워낙 잘났으니까... 또... 나이 차이도 너무 많이 나구..."

"아이구... 그런 사람이 빠리바케트엔 왜 출근도장을 찍누?"
"......"
"우리 엄마가 웃겨서 혼났댄다. 여차하면 기둥에다가 절이라도 할 판이라던데"
"그야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 아차!... 너 어케 알았냐..."
"웃겨 정말! 내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했냐! 이 단순한 아저씨야!"
"그래도... 근데... 너네 엄마가 나 좋아하실까..."
"걱정은 되나 보지?"

"응... 나 무지 걱정돼"
"일곱살 때부터 선언했었어. 나 저 아저씨한테 시집간다구 말야"
"......"
"처음엔 장난으로 여기셨지만 벌써 십삼년동안 마르고 닳도록 얘기를 했다구"
"......"
"이젠 포기하셨지 머. 목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 안 하는 날 잘 알거든"
"그럼... 나 너한테 장가 들어도 되...?"
"웃겨 증말! 나 말고 누구한테 가려고 그랬니!"

"세상 사람들이... 우리보고 원조교제라구 하면 어떻게 하지?"
"맞는 말이잖아. 내가 일곱살 때부터 아이스크림 원조해 줬잖아"
"그게 그런가..."
"이젠 아무 걱정 말고 글만 써. 세상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 줄 그런 글을 말이야"
"정말?"
"그래. 내가 아저씨를 먹여 살릴 테니까 아저씨는 세상 사람들을 먹여 살려"
"그럼 난 세상 사람들만 먹여 살리면 돼?"

"아쭈! 나는 밥만 먹고 사냐! 나도 사랑을 먹어야지!"
"그치! 너도 사랑을 먹고 살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지금 먹여주면 안 되냐?"
"야아... 사랑이 가슴으로만 먹냐... 자꾸 가슴으로 파구들면 어쩌냐..."
"잠깐만 기다려 봐... 현소심이 가슴이 얼마나 따뜻한데..."
"야아... 자꾸 쪼물락 거리지 마... 야아..."
"......"



세상엔 참 많고도 다양한 사랑이 있습니다...
어느 것이 아름답고 참되다 감히 말할 수 없겠지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랑하고 산다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평생을 살면서 인간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알고 있는 사랑의 모습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길 소원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

여러부운~~~~ 올해가 가기 전에 모두 아름다운 사랑 하십시오~~~~ ^^/~~

 

작 가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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