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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름다운 별 사진은 어찌 찍느냐고? 이제부터 찬찬히 알아보자.
디카는 긴 시간 노출 못 견뎌
우리나라 천체사진의 역사는 1970년대부터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1985년 핼리혜성의 출연부터다. 그 이후로 꾸준히 늘어난 아마추어 천체 사진가들은 다양한 별 사진에 도전하고 있다. 성단(별이 모여 있는 것), 성운(별과 가스가 모여 있는 것), 은하, 행성, 혜성, 유성, 별똥별, 별자리, 별의 일주 등.
성단, 성운, 은하 등은 천체 망원경과 천체자동추적기 등 특수한 장비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 부담스럽다. 별의 일주, 별자리, 정지된 별 사진은 도전해볼 만하다. 우리가 가진 일반적인 카메라로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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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는 사진을 말한다. 하늘에 별은 하루에 약 한 바퀴를 돈다. 1시간에 15도씩 회전하는 셈이다. 그 궤적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 움직임을 마치 흘러가는 것처럼 찍으려면 장시간 노출이 기본이다. 튼튼한 삼각대와 릴리즈(셔터 누름장치), B셔터가 있는 렌즈 교환 가능한 카메라와 다양한 렌즈, 필름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디지털 카메라는 한두 시간의 긴 시간 노출을 견디지 못한다. 씨씨디(CCD)가 뜨거워져 노이즈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천체 사진가 권오철(33)씨는 “천체 사진은 노이즈(거친 입자)와의 싸움이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한 점 별을 찍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시했던 모든 천체사진은 필름으로 찍은 것이다. 감도가 800이상 올라가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 별자리, 정지된 별 사진
별들이 움직이지 않고 한 점으로 찍히는 사진을 말한다. 별자리도 그 안에 포함된다. 일단 고감도로 촬영한다. 촬영할 때 15초를 넘지 말아야 한다. 15초를 넘으면 별의 궤적이 찍히기 시작된다. 셔터 속도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조리개는 최대한 여는 것이 좋다. 표준렌즈나 광각렌즈를 많이 사용한다. 정지된 별 사진 촬영은 천체사진의 기본이다. 반드시 찍어 보는 것이 좋다.
별자리 사진은 망원렌즈를 주로 사용한다. 무엇보다 별자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언제쯤 우리나라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등. 필름을 사용하면 증감을 해서 노출을 보정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모두 사용하는 데 불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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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사진은 오로지 별빛만 있는 깜깜한 곳이 적당한 촬영지다. 팽창하는 도시의 빛은 큰 방해물이다. 일반적으로 천체 사진가들은 도심에서 30~50㎞ 떨어진 낮은 산을 선호한다. 권씨가 추천하는 좋은 촬영지는 접근하기에 편한 1000m 이상 산이다. 대기의 먼지층은 900m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촬영 장비가 무거워서 최대한 편하게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좋다. 지리산 성삼재, 정령치 부근, 강원도 태기산, 청옥산 일대, 계방산 우두령, 오대산 등이 있다. 천문대도 좋은 촬영지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기에도 좋다. 국립천문대로는 1.8m 주망원경이 있는 보현산 천문대, 소백산 천문대가 있다. 사설 천문대로는 강원도 별마로 천문대, 중미산 천문대, 코스모피아 천문대, 안성천문대 등이 있다.
* 별 사진 촬영시간대
촬영시간은 일출 1시간 전부터 일출 때까지, 일몰 후 1시간 안에 좋다. 배경이 되는 하늘색이 맑은 푸른색으로 살아 있다. 그렇다고 다른 시간대가 나쁜 것은 아니다.
* 별 사진의 구도
별만 있는 사진은 재미가 없다. 별과 어울릴 만한 구조물을 넣는 것이 좋다. 나무가 되건, 사람이 되건 다 좋다. 다만 전체 프레임에서 구조물은 주 피사체의 보조역할이므로 3분의 1 이상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때 주의할 것은 수직·수평이 균형 있게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별 사진 역시 사진의 일반적인 구도원리에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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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사진처럼 긴 시간 노출이 필요한 경우 정확한 데이터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많이 찍어보는 수밖에 없다. 다만 여러 대의 카메라를 같은 위치에 놓고 브라케팅(Exposure Bracketing 노출을 한 스톱 혹은 반 스톱씩 더 밝게, 더 어둡게 찍는 것)하는 것이 좋다. 자주 가는 곳의 경우 자신만의 노출 데이터를 축적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별 사진
천체사진가 한상봉(33)씨는 “노이즈가 역시 문제다. 캐논사는 천체 사진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발 당시 반영했다. 긴 시간 노출 시 열화노이즈가 타사계열보다 적다”고 말한다. 장시간이 필요한 별의 일주사진은 30초 혹은 1분 단위로 나눠서 촬영하고 이후 포토샵에서 ‘레이어(layer)’안의 ‘라이튼(lighten)’ 기능을 이용해서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면 된다.
한씨는 “천체 사진가들 중에는 카메라 안에 있는 로 패스(low pass)필터를 없애고 냉각장치를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 필터는 적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천체사진은 오히려 적외선을 많이 받아들여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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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서 별 사진 찍기
도시는 휘황찬란한 불빛이 사방에 퍼져 있다. 쉽지 않다. 정지된 한 장의 별 사진은 셔터 속도를 15초로 해 놓고 조리개를 조정해서 노출을 맞춘다. 이때 적정노출은 도시의 불빛이 과다가 되지 않는 지점이다.
디지털 카메라에서 일주 사진을 찍을 경우 도시의 불빛들이 과다가 되지 않는 지점에서 촬영을 하고 30초, 1분씩 촬영한 여러 별 사진을 포토샵에서 겹치면 된다. 필름 카메라에서는 셔터 잠금장치를 하고 노출을 분할해 다중촬영을 한다.
권씨는 아름답고 좋은 천제 사진은 “특이하고 귀한 천문현상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고 아름답게 찍는 것”이란다. 그가 밤마다 이산 저산 헤매면서 찍은 별들은 지구가 생기기도 전에 빛을 쏘기 시작했던 것들이다. 그 긴 시간을 넘어 이 땅에 도착했다.
“밤하늘을 보고 있으면 한없이 작아진다. 한없이 겸손해진다.”권씨는 말한다. 그 겸손을 별에게 배운다.
글·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천체사진가 권오철, 한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