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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최종수정2008-05-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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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로또를 하지 않습니다. 해본적도 없습니다. 일단 사놓으면 되던 안되던 마음만은 풍요롭다 하지만 선뜻 살 엄두를 내지 못하겠네요. 내가 일단 로또가 되면 "너 차하나 사주고, 너 전세방 하나 마련해주고, 좋은 옷 한벌씩 다 사주고 크게 한턱도 쏜다" 사람들을 로또를 사고나서 이렇게 기분을 냅니다. 그것이 당첨이 되었건 안되었건 그들에게 있어서 그만한 상상도 행복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 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로또를 하십니다. 매주는 아니시지만 한달에 한 두번은 하십니다. 눈이 나쁘신 아버지께서는 매번 오천원어치 로또를 자동으로 뽑아오시고선 "내가 눈이 나쁘니까 니가 한번 당첨날 되면 확인해 보아라" 하십니다.
저는 그렇게 얘기합니다. "아버지 안될꺼 뻔한데 뭐하러 자꾸 이런걸 하세요~, 낭비에요 낭비~!"
짐짓 그냥 웃으시면서 회피하시지만 어제 그 만한 이유를 알았습니다. 아니 조금만 노력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는 다른 부모들 처럼 저에게 큰 재산을 물려주실 수 없으십니다. 그렇다고 어렸을때부터 성인이 되어 자기 밥벌이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 다른 부모들처럼 많은 걸 누리게 하면서 키우지 않았다고 생각하십니다. 물론 저도 한때 이런 아버지를 원망하던 철없는 어린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난은 절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크나큰 버팀목이 되었으며, 없이 살수록 정직하고 정도있게 살아야 한다는 그 말씀을 오늘날 까지도 가슴깊이 새기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께서도 편법을 바라십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한번만 한번만 하시는 마음으로 로또를 사십니다. 그리고 그날 하루는 꿈을 꾸십니다. 이게 되면 우리아들 남부럽지 않게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거라고 내가 죽어서도 우리아들 없이 살진 않을거라고..물론 이러한 즐거운 상상이 다음날 아침이면 "아버지 꽝이에요"라는 말에 허허 하시면서 웃어넘기실 테지만, 이런 마음을 알게된 저는 그날 그날의 로또 당첨 확인은 아버지께 죄를 짓는 것 처럼 무안하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지난 어린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바라기만 했지 무엇하나 해드린게 없는 아들은 아버지께서 주신 꾸깃꾸깃한 로또 한장을 죄스럽게 펼처보며 오늘도 눈시울을 적시고 있습니다.
집안에서는 어린시절부터 무뚝뚝하게 자라 사랑한다는 말씀 한번 드리지 못했습니다. 오늘 블로깅을 통해 그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강철구/이화여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