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우는 소비자시민모임에서 바지 10벌을 가지고 실험을 한 결과 포름알데히드가 한 벌의 바지에서 검출됐다.
이렇듯 미량이지만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물질들이 첨가돼 있는 의류.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귀찮은데 또 경험상 괜찮던데 그냥 입을까 아니면 방지차원으로 세탁해서 입는 게 좋을까.
◇ 새집 증후군? 새 옷 증후군도 있다
하나의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제조과정이 들어가고 그 안에서 각종 첨가물이나 화학물질이 첨가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의류의 구김방지나 변형방지, 수분방지, 염색성향상, 정전기 방지 등을 위한 각종 가공을 거치게 되고 직물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계면활성제와 향기 같은 것도 첨가한다.
또 옷의 저장용도를 높이기 위해 포름알데히드가 소량 들어가며 각종 불소 약품처리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의류에 곰팡이가 슬지 않게 하는 약품 등으로 위생처리가 돼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새 집 뿐만 아니라 피부에 유해한 성분은 새 옷에 있으니 이른바 ‘새 옷 증후군’을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윤숙희(34·회사원)씨는 얼마 전 자신의 허벅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추리닝을 새로 입었는데 자꾸만 간지러워 옷을 벗고 봤더니 빨갛게 허벅지 안쪽이 올라와 있던 것.
윤씨는 “원래 자신은 피부 하나는 건강하다고 자부했는데 고작 추리닝 하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반면 정유영(29·스포츠강사)씨 새로 청바지나 티를 구입해도 귀찮기도 하고 ‘뭐 어떠리’하며 바로바로 입어버리곤 한다. 그런데도 피부에 아무런 이상 없이 멀쩡한 정씨.
과연 윤씨와 정씨가 똑같이 새 옷을 사 입었는데도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28일 대림성모병원 가정의학과 한승헌 과장은 “만약 알레르기나 아토피 환자, 접촉성 피부염 환자라면 꼭 세탁을 해서 입어야 하지만 대부분은 멀쩡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같은 환경에서도 각기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차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즉 화장품을 새로 바꾸거나 똑같은 장소에서도 유별나게 재채기가 나오거나 하면 그 사람은 평소 피부염이 없다 하더라도 과민한 사람이기 때문에 세탁을 하는 게 좋다는 것.
한 과장은 “염색액이나 각종 옷에 첨가돼 있는 화학물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병을 유발시키는 것은 아니다”며 개인 차이를 설명한다.
◇ 새 옷, 드라이클리닝도 피부염 유발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의류는 하루 종일 우리 신체에 밀접하게 붙어 있기 때문이다.
또 드라이클리닝 후의 옷은 이상한 석유냄새 같은 것이 나고 새로 산 옷도 왠지 이상한 향기를 인위적으로 뿌려놓은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
가톨릭대성모병원 산업의학과 김형렬 교수는 “세탁물이 실내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고 단언했다.
드라이클리닝 물질 중에는 염소 등 다양한 화학물질이 많은데 그 중 대부분이 비닐에 싸여 있으면서 대기중으로 나가지 않고 잔류돼 있는 경우가 꽤 있다.
물론 세탁물에서 나오는 양이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그 물질이 집안으로 들어와 공기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는 충분히 있기 때문.
특히 김 교수는 “새 옷에서 나는 냄새나 드라이클리닝 후 나는 냄새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 물질 농도 가 높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문제가 될 정도의 농도는 아니지만 간혹 두통을 유발하고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단지 암을 일으킬 소지가 확률상 낮을 뿐이라는 것.
게다가 새 옷에 있는 염색도 피부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염료 중에는 아민류가 들어가 있는데 이 아민류라는 물질이 주로 피부염을 일으키는 범인이다.
가끔 저렴한 면티 중에 빨면 염색물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단지 인식을 못해서일 뿐 피부에는 위험한 성분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그래도 섬유에 흡착돼 있는 상태라서 물이 빠질 정도의 염색이 아니라면 그나마 피부에는 괜찮다.
◇ 새 옷, 무조건 세탁? “제조회사 책임져라”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새 옷은 반드시 세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제조과정을 통해서 여러 가지 유기용제 등 화학물질 상태가 완전히 제거가 안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탁과정을 거침으로써 화학물질 제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화학물질 민감증’이라는 소량의 화학물질에 노출되더라도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며 “자신이 화학물질 민감증인지 아닌지는 새 옷을 입는 등 직접적인 경험에 의해서만 알 수 있다”고 한다.
일례로 간접흡연이나 새 옷을 살 때 피부가 이상하거나 재채기가 쉽게 발생하는 사람들이 화학물질 민감증일 경우가 많다.
소비자시민모임의 김자혜 사무총장은 “바지나 겉옷은 새로 구입 때마다 소비자가 세탁을 해야 한다면 너무 불편한 일이다”라고 지적한다. 즉 피부에 직접 닿았을 때 인체에 피해가 없도록 애초에 생산을 하는 게 마땅하다는 것.
김 사무총장은 “유통업체보다는 생산업체의 책임이 크다”라고 전했다. 그 예로 여러 제조업체들은 저마다 원단에는 첨가되는 물질이 없다거나 수입해서 쓴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러모로 소비자들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고 옷을 구입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선 드라이 클리닝한 옷은 통풍이 잘 되는 곳에 3~4시간 두는 것이 좋다. 휘발성이 높은 물질들이라 공기 중에 쉽게 날아가기 때문이다. 또 옷을 구입하고 나면 반드시 세탁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실제로 여러 자극성 화학물질들이 정부가 정해놓은 기준치보다 낮게 나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고 말한다. 포름알데히드 같은 물질은 소량이라도 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사람들이 환경호르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라고 강조했다.
김범규 기자 bgk11@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