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조선일보

 

서울에서 소문난 죽(粥)전문점 6곳

보양, 다이어트, 숙취해소...고소한맛에 한그릇 뚝딱
입력 : 2003.12.04 14:31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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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죽(粥)은 소화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나 노인들이 밥 대신 어쩔 수 없이 먹는 음식이 아니다. 불규칙한 식사와 음주, 스트레스로 인해 속이 좋지 않은 직장인들에게는 훌륭한 한 끼 식사요, 다이어트로 고민 중인 여성들에게는 실속 있는 인기 메뉴다. 최근에는 종류마저 다양해져 골라 먹는 즐거움까지 더해졌다. 서울의 잘 나가는 죽집들을 모아봤다.

/이은숙·쿠켄편집장 /사진제공=쿠켄

내장까지 통째로 끓인 전복죽 별미

해천죽집

제철 해산물과 자연산 회, 다양한 생전복 코스 요리로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난 이태원의 횟집 해천이 그간의 노하우를 살려 문을 연 죽 전문점이다. 한남동 순천향대학 병원 정문 바로 앞에 있어, 환자복 차림에 링거 액을 맞는 채 죽을 사러 오는 손님도 꽤 많다.

이 집의 자랑은 통전복 하나가 내장까지 전부 들어가는 전복죽. 주문하는 즉시 그 자리에서 수조 안의 전복을 꺼내 죽을 끓여준다.

이 집 전복죽은 내장을 넣어 은은한 녹둣빛을 띠는데, 전복의 엑기스는 본래 내장에 들어 있다 하니 제대로 끓인 전복죽은 응당 녹둣빛이어야 할 듯. 다섯 가지 해초를 넣고 끓여낸 해초죽은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있어 한 번 먹어 본 사람은 다시 찾는 메뉴다.

새우, 홍합, 전복살, 조갯살이 들어가는 어패류죽은 씹는 맛이 좋다. 숙취해소에 좋은 다슬기죽이나, 송이향이 그윽한 자연송이죽도 좋은 선택이다. 호박죽과 야채죽도 있지만 구색에 불과하다. 이 집의 죽 맛을 제대로 보려면 해산물을 기본으로 한 죽을 주문하는 것이 현명하다.

☎(02)790-2944/전복죽 1만5000원, 자연송이죽 1만5000원, 해물죽 8000원, 다슬기죽 8000원, 해초죽 5000원, 호박죽 5000원, 야채죽 5000원

밤,은행등 첨가 단팥죽 '겨울의 맛'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요즘 맛거리로 한창 뜨고 있는 삼청동에 있는 작은 전통 찻집이다. 잘 나가는 죽 전문점들을 제치고 이 집을 소개하는 이유는 겨울 별미 단팥죽 때문이다.

최고, 최대, 1등, 원조 등 일류 병에 걸린 현대인에게 질책이라도 하듯 ‘나는 2등’이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상호에 정감이 간다. 낡고 허름한 가구와 실내 분위기가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이 집은 문을 연 지 벌써 30년이 되어간다.

이 집의 매력은 무엇보다 달콤한 단팥죽에 있다. 단팥죽은 반가공 상태에서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지는데 적당히 물러 터진 팥, 달콤한 울타리콩과 삶은 밤, 은행이 들어간다. 단팥죽 속에 들어 있는 쫀득쫀득한 찹쌀떡을 입 안에 넣으면 은은한 계피 향이 난다.

당귀, 천궁, 작약, 감초 등 한약재로 달여내는 쌍화탕과 녹각대보탕 등도 유명하다. 20대부터 중년층까지 단골손님도 다양하다.

☎(02)734-5302/단팥죽 4500원/쌍화탕 3000원/녹각대보탕 5000원/생강차·수정과·식혜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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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능 약한 직장인 현미 찹쌀죽 즐겨

죽향

을지로 백병원 건너편에 있는 죽집. 종합병원에서 영양사로 일하다 산이 좋아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던 여성 산악인이 주인이다. 주인의 전직을 느낄 수 있는 메뉴들이 눈길을 끈다.

환자들은 물론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변 직장인을 위해 개발한 현미찹쌀죽이 바로 그것. 유기농 현미찹쌀에 콩, 좁쌀을 섞어 푹 끓여내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및 위장질환에 효과가 좋은 죽인데, 한의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에 한 술 입에 넣으면 ‘맛이 뭐 이래’ 하고 얼굴을 찌푸릴지도 모르겠다. 간을 전혀 하지 않아 처음에는 아무 맛도 느낄 수 없기 때문. 하지만 계속 먹다 보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우러나와 쉽게 한 그릇을 비울 수 있다.

맛을 내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간을 맞추기보다는 재료 자체가 가진 자연 그대로의 맛을 뽑아 내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인 셈이다. 곁들여 나오는 심심한 간의 열무김치와 물김치, 조개젓과 콩나물무침도 반찬으로 잘 어울린다.

☎(02)2265-1058/현미찹쌀죽 6500원, 팥죽 6000원, 야채죽 5000원, 녹두죽 6000원, 버섯굴죽 5000원, 잣죽 6000원, 전복죽 8000원, 1만2000원(특)

담백한 소두부죽...아늑한 카페 분위기 '덤'

다화

여의도 샐러리맨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죽 전문점. 여의도 맨하탄호텔 뒤편 맨하탄21 리빙텔 1층에 있다.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 아늑하게 깔리는 음악, 쇼 케이스에 가득 들어있는 과일…. 편안히 앉아 수다를 늘어놓고 싶은 카페 분위기다.

죽집도 이런 식의 인테리어를 하니 색다른 느낌이다. 서빙을 하는 직원들 역시 여느 레스토랑 못지않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은 사실 다른 죽 전문점과 크게 차별되는 메뉴는 없지만 다들 평균점 이상은 해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소두부죽.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담백하고 부드럽다. 부드러운 두부와 곱게 다진 쇠고기가 만나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을 연출한다. 이유식을 하는 어린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의 외식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듯. 조금 떼어 아이에게 먹이면 될 테니 말이다.

☎(02)783-9808/전복죽 1만원, 1만5000원(특), 버섯굴죽·새우죽·야채죽·소두부죽 등 기타 죽 8000원/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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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들오들 씹히는 삭스핀과 살살 녹는 흰죽 조화

빨간 간판이 지나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홍콩식 죽 전문점이다. 홍콩식 죽은 우리나라 죽보다 조금 더 묽고 맑은 것이 특징. 칭에서 맛볼 수 있는 죽은 정통 홍콩죽이라기보다는 한국식 죽과의 접점을 찾은 듯한 맛이다.

입에 살살 녹아 없어지는 부드러운 맛의 흰죽이 기본. 여기에 부재료로 뭐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새우가 들어가면 새우죽, 중국 요리에 많이 등장하는 검게 삭힌 오리알이 들어가면 송화단죽, 삭스핀이 들어가면 삭스핀죽…. 기호에 따라 넣어 먹으라고 잘게 썬 파가 따라 나오고 기본 반찬으로 중국식 짜사이와 새콤달콤한 오이피클이 곁들여져 죽 맛을 돋운다. 모처럼 음식 호사 한번 누려보고 싶다면 삭스핀죽을 권한다.

죽 한 그릇이 왜 이리 비싸냐고 할지 모르지만 삭스핀이 들어갔으니 어쩌랴.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아 없어지는 흰죽과 오돌오돌 씹히는 삭스핀의 대조적인 어울림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죽과 더불어 일반적인 중국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역산동 스타타워 빌딩 뒤편에 있다.

☎(02)561-5551/죽 5000원, 야채죽 6000원, 송화단죽 7000원, 새우죽 9000원, 자연송이죽 1만3000원, 삭스핀죽 2만5000원/주차가능

쫀득한 전복에 고소한 참기름,김가루 듬뿍

미가

안세병원 옆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집으로 죽과 가정식 백반이 전문이다. 작고 허름하지만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의 맛깔스런 손맛 때문인지 단골손님이 많다.

전복죽을 시키면 커다란 대접에 가득 담겨 나오는데 참기름과 깨소금의 고소한 향이 먼저 코를 자극한다. 여기에 김가루와 달걀 노른자를 깨뜨려 섞으면 고소함이 배가된다. 푹 퍼진 쌀알이 씹을 새도 없이 스르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 쫀득쫀득한 전복이 입안에 그 여운을 받쳐준다.

반찬으로 나오는 시원한 동치미와 오징어젓갈, 무생채, 배추김치 맛도 보통 이상이다. 가정식 백반집이라 매일 반찬이 조금씩 바뀌는데 이 때문에 매일 죽을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다.

☎(02)512-3469/전복죽 8000원, 버섯굴죽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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