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매일경제

강남역에서 꽃 전문점을 운영하는 P씨는 "올해는 정말 이상하다"는 얘기를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화이트데이를 지나서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줄줄이 이어지는 4월과 5월 초는 꽃집 최대 성수기. 그런데 올 봄 장사는 완전히 주저앉았다. P씨뿐 아니다. 근처 꽃집 주인들도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준비했던 물량의 3분의 1가량만 준비할까 싶다는 P씨는 "그 또한 다 팔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대통령 선거 전에는 대통령 선거만 끝나면, 대통령 선거 후부터 총선 전까지는 총선만 끝나면 경기가 좀 풀리겠지 하며 기다려왔는데 이제는 그런 희망조차 없다"며 한숨을 쉰 P씨는 "장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요즘 같은 최악의 상황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4년 11월 일명 '솥단지 시위'로 가시화된 자영업자 구조조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2004년 11월 전국에서 몰려든 3만여명의 음식점주들이 항의의 표시로 솥단지를 내던지며 '음식업을 살려내라' 시위했던 일이 엊그제 같다. 2003~2004년간 계속된 자영업 불황이 일명 솥단지 시위로 표현됐다. 이후 나아지기는커녕 계속 불황을 거듭해온 자영업계가 최근의 성장률 악화, 내수 부진과 더불어 더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자영업계 2차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사실 자영업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지난 2005년에 마련된 영세자영업자 대책에서 '5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해 생활형 서비스업(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 개인운수업 등)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을 자영업자라 한다'는 가이드라인만 제시됐다.

이 기준에 따랐을 때 자영업에 속하는 사업체 수는 2006년 말 현재 206만개에 달한다. 2002년 204만개에서 2003년 209만개로 급증한 후 계속 줄어들어 2006년 말에는 206만개가 됐다. 종사자 또한 감소 추세다. 2002년 356만명에 달하던 자영업 종사자 수가 2003년 364만명을 거쳐 2006년 352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감소세는 지난해에도 여전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종업원 1명 이상을 둔 개인사업체 사장은 156만명. 2006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6만8000명)가 줄었다. 1998년(-15.1%)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다. 개인 사업체 고용주 수는 2005년(-0.9%)에 감소세로 돌아선 후 2006년에는 1.9% 줄어드는 등 꾸준히 감소세를 보여왔다.

문제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닌, 자영업자의 비중이다. 절대 수치는 감소하고 있지만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여전히 높다.

2006년부터 자영업자 감소세

2006년 기준 자영업자 비중은 취업자 대비 32.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를 훨씬 웃돌면서 4위를 차지했다.

자영업자 1차 구조조정이 시작됐던 2004년에 비해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2004년에도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OECD 평균의 2배에 달했다. 당시 일본은 인구 140명당 음식점 1곳, 미국은 419명당 1곳이었지만 우리는 식당 하나가 인구 80여명을 상대로 밥벌이를 하고 있었다(국내 요식업체 수 60만개). 택시만 하더라도 일본 도쿄 택시는 태울 수 있는 승객이 하루 70명인 데 반해, 서울 택시는 49명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폐업이나 사업 전환이 필요한 한계 자영업 수만도 15.4%(40만개)에 이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처럼 자영업자가 너무 많은 것은 자영업이 몰락하게 된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자영업자 몰락의 두 번째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이 대두된다.
내수 부진은 결국 소비가 안 이뤄진다는 의미다.
소비가 안 이뤄지는 데는 다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고, 다음은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비와 노후 대비 자금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 소비 여력을 줄이는 최대 변수다.

OECD가 발표한 '2006년 기준 통계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기관에 대한 민간 지출 비중은 2004년 2.8%로 회원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003년 2.9%보다 1%포인트 떨어졌지만 OECD 평균 0.7%의 4배가 넘는 수치다.

그런데 OECD가 집계한 '교육기관에 대한 지출'은 학교 교육에 대한 지출만 포함하고, 사교육 분야 지출은 포함하지 않는다.

2007년 초·중·고교생 연간 사교육비는 20조원으로 2000년(12조원)에 비해 70% 늘었다. 그뿐인가. 사교육비 증가세는 매우 가파른 곡선을 그린다. 2007년 한 해 동안 교육물가상승률은 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2.5%의 2배가 넘었다. 교육물가상승률이 6%대까지 높아진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 2005년을 기점으로 연간 교육물가지수 상승세가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처럼 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전체 가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에 처음으로 12%를 기록했다. 교육비 비중은 식료품비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후 대비 자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소비 여력을 줄이는 주요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2026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이 전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소위 초고령화 사회로 변화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당연히 노후 대비 자금에 대한 수요와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것과 별도로 소비자의 소비 욕구 대상이 변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물질적인 쪽이 아니라 정신적인 쪽의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대두되고 있다. 돈을 어디에 써야 하느냐 하는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돈이 흐르는 길이 아예 바뀌어버렸다"고 설명한다.

세 번째로 유통채널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소상공인 특례보증제도 시작

소비 위축으로 내수 부진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유통주 주가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1분기 실적호조에 이어 하반기도 좋다는 증권가 전망이 잇따른다. 이처럼 유통주 주가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백화점, 할인점을 앞세운 상장 유통기업들 실적이 그만큼 좋을 것임을 반영한 결과다. 결국 대형 백화점, 할인점 득세에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들 설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넷째 경쟁력 약화다. 공급 초과, 유통채널의 변화, 내수 부진 등의 변수가 모두 외부 변수라면 경쟁력 약화는 자영업자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한 내부 변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전문가는 "예전에 비해 고객들 기호가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졌다. 고객들은 훨씬 다양하면서 또한 차별화된 제품을 원한다. 동시에 보다 많은 정보로 무장된 이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은 기대수준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들 눈높이를 맞춰줘야 할 자영업자들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유가 어쨌든 자영업계는 '몰락'이라는 표현이 무색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자영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
뉴스타트 2008' 프로젝트 중 하나인 소상공인 특례보증제도. 중소기업청은 지난 4월 10일부터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총 1조원의 특례보증 대출을 해주기 시작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간단한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으면 농협,
새마을금고 등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1%포인트가량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게 핵심이다. 대출이 개시된 지 열흘 만에 모두 100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중소기업청 측은 총 30만~40만명이 자금 혜택을 받을 수 있으리라 계산한다.

물론 이 같은 자금지원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운영자의 경영능력을 키워 경쟁력을 높여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다시금 '자영업자의 경쟁력 약화'와 맞물리는 얘기다.


자영업 대수술 시작됐다

◆ 자영업 대몰락 ◆
2004년 11월 전국에서 몰려든 3만여명의 음식점주들이 여의도 한강둔치에 솥단지를 내던지며 '음식업을 살려내라'고 시위했다. 2003~2004년간 계속된 자영업 불황을 견디다 못한 음식점 주인들이 전국적으로 들고 일어났던 당시 사태는 자영업계 구조조정 촉발의 계기가 됐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거치고도 자영업계는 나아지기는커녕 계속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올해는 사정이 더욱 심화됐다. 1분기 성장률이 0.7%에 그쳤을뿐더러, 경기가 하락기에 진입했다고 정부가 인정한 만큼 2~4분기 성장률 또한 녹록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장률 곡선이 최악으로 거꾸러지고 그 결과 내수 부진이 좀처럼 타개될 기미가 안 보이면서 자영업자들은 'IMF 경제위기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바야흐로 시작된 '자영업계 대수술'의 현장을 직접 가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구 상권 중심인 동성로

"94년부터 여기에서 금은방을 했는데 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이후로는 올해가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최근 2~3년 계속 안 좋았지만 올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요즘 같으면 차라리 가게 문을 닫는 게 나을 정도예요."

대구 신암동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A사장의 말이다.
A사장은 "손님이 하루에 한 명도 없을 때도 있다. 간혹 들어오는 손님도 70%는 금을 팔러 오는 쪽"이라 설명했다.

A사장은 이번 달은 적자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100만원 정도의 월세와 가게 유지비를 빼고 나면 본인 인건비도 건지지 못할 것 같다는 예상이다.

산업 기반이 취약한 데다, 건설·부동산 경기마저 꺼진 대구 지역 자영업자들은 요즘 말 그대로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황이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수성구 들안길 가게와 음식점들 또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수성구 들안길 B해물 음식점은 2층으로 운영하던 매장을 최근에는 1층에서만 손님을 받고 있다. 매니저 P씨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종업원이 7~8명에 달했을 만큼 영업이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장사가 거의 되지 않아 종업원도 3명으로 줄이고 사장님이 직접 음식 준비를 도운다"고 전했다. 그나마 사장이 가게를 직접 보유하고 있어 적자 상태는 면하고 있다는 게 P씨 설명이다.

대구 동성로에도 빈 가게 30%

수성구 황금동 G노래방은 아예 단란주점에서 노래방으로 업태를 바꿨다. 하룻밤에 한 팀도 받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면서 더 이상 유흥주점을 운영하기 어려웠다는 게 K사장의 호소다. "노래방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나서도 여전히 하루에 두세 팀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라면 리모델링 비용이나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K사장이 가게 문을 여는 시간은 9시 이후다. 그나마 손님이 없으면 12시에서 1시 사이에 셔터를 내린다. 전기세라도 아낄 요량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래방으로 전업한 후 두 달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 시민들이 흔히 '시내'라고 부르는 동성로, 중앙로 등도 불황 여파는 다를 바 없다.
대로변을 벗어나면 '임대'나 '가게 정리' 등의 표식을 써 붙인 가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동성로 일대에 가게가 1만곳 정도인데 이 중 공실률이 30% 수준에 이를 만큼 경기가 안 좋다"고 밝혔다.

문을 닫는 음식점이나 소규모 옷가게 등은 이동통신대리점이나 초저가 중국산 액세서리점 등으로 바뀌고 있는 중. 이마저도 오래가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2~3달 주기로 계속 업종이 바뀌는 가게를 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한편 중구 남일동에 위치한 대구 최초의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중앙시네마는 아예 문을 닫았다. 대구에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늘어난 데다, 상권마저 죽은 탓. 주변 상인들은 "적자가 지속되면서 사무실로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대에 장사가 진짜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 상권을 벗어난 주택가 상황은 더 심각하다.
상인동에서 막창집을 운영하는 Y사장은 폐업을 각오하고 있다.
"상가 1층에 3개의 가게가 있는데 그나마 우리 집만 가게가 들어와 있고 나머지는 비어 있어요. 한두 달 상황을 지켜보다 가게 유지가 힘들 것 같으면 아예 문을 닫으려고요."

소자본 창업의 대명사 격인 일반음식점 수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대구 자영업 현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4년 2만9207곳이었던 일반음식점 수가 지난해 2만6542곳으로 줄어들었다. 3년 새 10% 이상 줄어든 수치다. 폐업의 경우,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점포도 많아 실제로는 건수가 훨씬 더 많을 공산이 크다.


자영업발(發) 금융위기 가능성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여름 상암동에 팬시전문점을 새로 연 K씨는 최근 소호대출 금액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상암동은 지난해 말부터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등 대규모 건물이 최근 속속 입주를 완료하면서 막 상권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곳. K씨 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며 보증금 1억원 월세 350만원의 상가를 잡았다. 가게를 오픈한 뒤 소호대출을 알아보던 K씨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부닥쳤다. 오픈 전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을 때만 해도 K씨가 계획하는 사업규모라면 4000만원 정도는 충분히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귀띔을 들었다. 그러나 막상 대출을 신청하고 나니 '대출금 2000만원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출을 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워보려던 K씨 청사진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K씨가 받은 대출은 소상공인지원센터 보증 소호대출. 소상공인지원센터는 상권, 보증금과 월세 금액, 초기 매출액, 추후의 매출액과 수지타산 전망 등을 근거로 보증금 규모를 산정한다. 최근 내수가 수그러드는 바람에 초기 매출액이 별로 안 좋았고 더불어 향후 매출액 전망치도 낮아지면서 보증금 규모가 크게 줄었다. 결과적으로 대출금 또한 예상 금액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게 됐다.

일명 개인주민등록번호로 거래하는 사업자 대상 대출인 소호대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출금 규모가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연장도 쉽지 않다.

자영업 사정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대상 매장 매출액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소호대출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음을 눈치 챈 은행들이 소호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음식·숙박·미용 부문 연체율 최고

하나은행의 소호대출 연체율 추이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2006년 말 1.64%였던 하나은행 소호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72%를 거쳐 2008년 4월 현재는 2.5%로 급증했다. 0.5%대인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음식, 숙박, 미용 부문 소호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다"는 게 하나은행 관계자 전언이다. 통상 은행들은 연체율이 1.5%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적극적인 관리에 들어간다. 연체율이 2.5%까지 올라간 하나은행의 경우는 거의 비상관리에 돌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자영업자 대상 소호대출뿐 아니다.
"2005년 이후 임대 목적으로 상가, 건물을 매입하기 위한 대출이 크게 늘었는데 이쪽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게 김장희 국민은행경제연구소 박사 설명. "심지어 아파트발 부동산 거품 붕괴가 아니라 상가발 부동산 거품 붕괴가 올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게 김 박사가 덧붙인 얘기다.

아파트 세금 부과와 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2005년 후반부터 대안으로 상가 투자가 성행했다. 상가 하나를 매입한 후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시 상가를 매입하는 식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까지 꽉 채워 줄줄이 대출을 일으키는 경우 또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자영업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임대가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는가 하면,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임차인도 늘어나 임대료로 대출이자를 갚으려던 상가 매입자들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강남역 사거리에 위치한 주상복합 S건물 내 상가에 투자한 P씨도 이런 경우다.
삼성타운이 들어오면서 강남역이 뜰 거라 본 P씨는 평당 3000만원이 넘어가는 S건물 내 33㎡(10평)짜리 상가를 분양받으면서 동시에 주변 상가 여러 채도 함께 매입했다. 그런데 일은 P씨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삼성타운이 들어온 블록 외에 다른 블록은 기대만큼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다. P씨의 S건물 내 33㎡짜리 상가는 내내 주인을 못 찾고 반년 넘게 비워져있다가 최근 겨우 계약을 했다. 지난 1년간 임대가 제대로 안 된 상가들 때문에 관리비와 대출이자로만 수천만원을 날렸다는 P씨는 "만사가 다 귀찮아 그냥 은행더러 상가를 맘대로 처분하라고 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취재팀 : 김소연(팀장) / 김병수 기자 / 정광재 기자 / 김충일 기자 / 사진 = 송은지 기자 / 성혜련 기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