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에서는 고속도로휴게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매년 '고속도로휴게소 맛집 선발대회'를 연다. 별 일이 없는 한 매년 추석 전에 열리는 이 대회에서 수상한 맛집의 메뉴는 그 후 일년 동안 '휴게소 맛집'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고 그만큼 장사도 잘 되어 수입도 짭짤해진다고 한다. 작년에도 어김없이 대회가 열렸는데, 선정 기준이 나눠먹기식을 배제하고 피 튀기는 경쟁을 요구하고 있어서, 일단 입상을 한 집은 '꼭 가 볼만하다'는 게 경험자들의 이야기이다. 또한 메뉴 장르별로 세 팀씩을 뽑기 때문에 메뉴 편중 현상이 없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우동과 국수류의 경우 경부고속도로 신탄진휴게소(서울 방향)의 도토리묵국수가 금상 작품이다. 이 집 특유의 육수와 시원한 양념에 탱긍탱글한 도토리묵을 얇게 썰어 먹는 도토리묵국수는 여름철 지친 운전자의 정신을 화들짝 깨워주는 영양식이다.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부산 방향)의 닭육수 토속 된장라면 의 인기도 최고 수준이다. 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이 메뉴의 필살기는 닭육수. 그 국물맛이 60년대 우리나라에 처음 라면이 들어왔을 때의 오묘한 향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일부러 이곳을 찾는 장년도 있다고 한다. 호남고속도로 정읍휴게소(논산 방향)의 불닭구운면 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각광받고 있다. 휴게소 내 '미소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불닭구운면은 동상 수상 후 휴게소 곳곳에 프렌차이즈가 생기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구운닭과 면을 소스에 버무려 마치 리조또를 먹는 느낌이 강하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역시 '밥'. 경부고속도로 죽전휴게소(서울 방향)의 용인 백옥쌀 버섯덮밥 은 메뉴 이름 그대로 용인쌀로 한 흰쌀밥에 버섯, 불고기, 야채를 함께 먹는 든든한 영양식이다. 동해고속도로 옥계휴게소(강릉 방향)의 시래돌솥밥 도 별미다. 옥게휴게소는 야트막한 산을 등에 업고 해안선을 바라보는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명소 가운데 한 곳이다. 게다가 휴게소 아래로 달리는 7번국도와 중앙선 기찻길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시래돌솥밥은 돌솥밥에 강원도 토산 식품 가운데 하나인 시래기를 넣은 밥이다. 경부고속도로 청원휴게소(서울 방향) 청원생명영양돌솥밥 은 청원 지역의 쌀 브랜드인 청원생명쌀을 돌솥으로 지은 깊은 맛의 주인공이다.

시원한 국물의 탕 종류도 고속도로휴게소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메뉴 가운데 하나다. 남해고속도로 사천휴게소(순천 방향)의 천연웰빙순두부찌개 는 담백한 국물과 맑은 순두부가 잘 어우러진 명물이다. 경부고속도로 안동휴게소(부산 방향)의 인삼안동간고등어매운탕 은 안동의 특산물인 안동 고등어에 시원한 양념과 인삼을 넣어 만든 웰빙 음식이다.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서창 방향)의 마래장국밥 역시 현지의 향토음식을 휴게소에 올린 케이스다.

양식으로는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강릉 방향)의 횡성한우떡더덕웰빙스테이크 가 금상을 받은 메뉴다.
횡성 한우에 더덕을 넣어 잘게 다진 후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 노릇하게 구운 다음 소스와 함께 제공되는데, 한우와 더덕의 고유 맛을 느끼고 싶다면 소스를 뿌리지 말라고 사전 주문하면 된다. 남해고속도로 섬진강휴게소(순천 방향)의 청매실떡갈비스테이크 ,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부산 방향)의 해물크림소스 오므라이스 도 인기 있는 메뉴다.

고속도로 사나이들의 강추 맛집

공교롭게도 남자들에게서만 휴게소 맛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OO화물운수의 김동철(가명) 사장은 금강휴게소 의 오랜 단골이다. 그가 좋아하는 메뉴는 올갱이국밥과 도리뱅뱅이 . 올갱이국밥은 속이 허전할 때 뜨근하게 한 그릇 먹으면 오랜 운전으로 인한 심신의 고단함이 한방에 사라진다고 한다. 도리뱅뱅이는 금강에서 서식하는
민물고기인 피라미를 잡아 프라이팬에 둥글게 올려 튀겨내는 음식으로 '둥근 모양'을 뜻하는 도리뱅뱅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금강 휴게소(하행선)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다큐멘터리 PD인 안동수 씨는 일년 중 거의 절반 이상을 객지에서 생활하는데, 자연히 고속도로 위에 있을 때가 많다. 그는 전국의 휴게소 맛집을 꿰고 있는데, 여름에는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 부산 방향의 약콩국수, 영동고속도로 강릉휴게소의 매밀묵사발 냉면 을 즐겨 먹는다. 검은 약콩을 갈아 만든 국물에 가는 소면을 넣어 먹는 약콩국수 한 그릇 먹으면 촬영중 흘렸던 땀과 육신의 고단함이 한번에 풀려버린다고 한다. 메밀묵사발은 봉평에서 맛보았던 것인데 메밀 함유량이 비교적 높아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는 별미라고 한다.

문구나 완구를 트럭에 싣고 전국 방방곡곡의 문방구에 납품하는 자동차를 보고 '루트카'라고 한다. 루트카 기사는 그야말로 3D 업종의 최고봉을 달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독한 레이서들인데, 그래도 전국을 여행한다는 즐거움이 있어서 그나마 위로가 된다고 한다. 루트카 기사 방성진(가명) 씨는 10년 째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찾아가는 고속도로 단골 맛집도 늘어난다고 한다.

그는 특히 국수 종류를 좋아하는데, 그가 추천하는 최고의 메뉴는 섬진강휴게소의 유부우동 섬진강휴게소의 대표 메뉴는 재첩국인데, 그는 재첩국 보다 유부우동을 즐겨 먹는다. 전날 객지에서 하룻밤 자며 소주 한잔으로 외로움을 풀기라도 했다면 꼭 그 집의 유부우동을 찾는데, 특별한 맛이 있다기 보다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그리고 면발에서 풍기는 특유한 향기가 좋아서라나? 우동 하면 경부고속도로 향천휴게소 부산 방향의 향천우동정식 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향천우동정식은 일본에서 가져온 가츠오부시, 고등어, 정어리로 만든 국물에 우동을 말아주는데, 그 맛이 정말 기가 막혀서, 한번은 가족과 함께 일부러 그곳을 찾은 적도 있다고 한다. 중부고속도로 함양휴게소의 연칼국수 도 강추 메뉴 가운데 하나다. 이 휴게소는 연잎을 주제로 한 음식으로 유명한데, 백연큰밥상과 연칼국수가 대표 메뉴다. 칼국수를 뽑을 때 연잎, 연꽃, 연근 등을 배합해서 만들어 독특한 향과 담백한 맛을 내 역시 많은 단골을 갖고있는 메뉴다.

[이영근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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