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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증가하는 이혼… 불륜남녀들 “일부일처제는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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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 ‘충족’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이혼. 동고동락하던 부부가 갈라선 이유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배우자의 ‘외도’다. 배우자에게 들키지 않은 외도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쉽게 짐작된다. 인류학자와 진화심리학자, 그리고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보편적 결혼제도인 일부일처제는 21세기에도 유효한 것일까. 이 기획은 다음과 같은 서적에서 도움을 받았다.

‘털 없는 원숭이(The Naked Ape)’|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문예춘추사 ‘짝짓기의 심리학’| 이인식 지음·고즈윈 ‘위험한 열정, 질투(The Dangerous Passion)’| 데이비드 버스 지음·추수밭 ‘그저 친구는 아닌 사이(Not Just Friend)’| 셜리 글래스 지음 ‘지구촌 불륜사유서(LUST IN TRANSLATION)’| 파멜라 드러커멘 지음·담담

“사랑하는데 왜 양보해야 하죠? 내가 사랑하는 김 팀장님은 부인과 껍데기뿐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저와는 달라요. 저랑 일하고 만날 때는 활기와 의욕이 살아나고 사는 맛과 멋이 느껴진데요.” 로펌의 인턴사원인 김유진(27·가명)씨는 소위 유부남과 불륜을 맺는다는 주위의 비난에 항변했다. 그와의 관계를 도저히 끊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왜 자신이 비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혼인 그녀는 결혼보다 일에 더 몰두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하지만 40대 초반의 팀장과 몇 가지 프로젝트를 하다가 둘은 사적인 시간을 갖게 되었고 팀장이 사랑이 식은 결혼 생활을 마지못해 유지한다는 속사정을 안 뒤로는 적극적으로 팀장에게 다가갔다. 무엇보다 피곤에 절어 있던 팀장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가끔씩 서툰 유머도 던지며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이 눈에 띄게 젊어 보이게 된 팀장을 볼 때마다 김유진씨는 은근히 자신의 ‘공(功)’으로 여겨지고 ‘비밀의 화원’을 가꾸는 듯한 기쁨도 느꼈다. 서로 늦게까지 있다가 헤어지기 싫어 바래다주고는 바로 문자를 주고받던 그들은 넉 달 만에 팀장의 아내에게 들켜 당장 불륜남녀로 지탄받는 신세가 됐다. 김유진씨는 “사랑하는 애인끼리 사랑 없는 부부관계를 우습게 보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한다.

이 상황을 애인과 아내 사이에 있는 당사자인 박진혁(43·가명)씨는 어떻게 말할까. “일부일처제는 족쇄 아닙니까? 결혼은 사랑할 수 있는 자유와 파트너 선택권의 방해물이고 걸림돌이라고 생각해요. 일부일처제가 없다면 불륜이나 외도란 말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 아닌가요?”

박진혁씨는 자기는 지극히 정상적인 한국의 중년 남성이라고 한다. 덧붙여 룸살롱이나 마사지업소의 직업 여성과 쾌감만 즐기는 동물적 외도에 비하면 자신은 한 여성을 인간적으로 사랑하는 ‘깨끗하고 순수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마저 든다고 한다. 그는 김유진씨와 사귀면서 구름 위를 나는 듯한 행복감에 빠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0여 년 전 아내를 처음 만나 막 연애를 시작할 때에도 같은 느낌이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다.

불륜 소재 아침드라마 인기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사람은 온 종일 애인 생각만 한다. 그 또는 그녀와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하루 종일 마주보고 있어도 질리거나 지치지 않는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처럼 애인과 함께라면 어떤 역경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전화통화라도 되지 않으면 쉽게 불안감을 느낀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프랭크 탈리스(Frank Tallis)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 속에서는 강박신경증 환자가 보이는 뇌활동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강박신경증은 특정한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정신적 안정감을 느끼는 행동장애다. 강박신경증 환자는 뇌 속에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세로토닌(serotonin)이 부족하다. 프랭크 탈리스에 따르면 특히 연애 초기의 사람들은 강박신경증 환자처럼 세로토닌 수치가 평균보다 40% 이상 낮다. 즉, 사랑에 빠진 사람은 강박신경증 환자와 비슷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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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사람은 애인의 사진만 봐도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도파민이 생성되는 복측피개영역이 활성화된다. <경향신문>
미국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자신의 저서 ‘우리는 왜 사랑하는가(Why We Love)’에서 로맨틱한 사랑은 뇌 안의 특정한 화학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고, 로맨틱한 사랑을 할 때 뇌 안에서 두 부위가 활성화한다고 밝혔다. 하나는 미상핵(포유류의 대뇌 반구의 깊숙한 곳에 있는 회색질의 덩이. 골격근의 무의식적인 운동을 통제한다)인데 미상핵은 뇌의 보상시스템의 핵심 부분이다. 즉 음식, 음주, 섹스, 자식의 양육 등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행동을 규칙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보상으로 쾌락을 제공하는 일련의 신경세포집단이다. 또 하나는 뇌의 쾌감중추에서 기쁨과 행복을 불러 일으키는 도파민(dopamine)이 생산되는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이다. 피셔는 애인 사진을 볼 때 뇌의 복측피개영역이 마치 마약을 복용했을 때와 같이 행복감을 느끼는 도파민으로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

미국의 약리학자 마이클 리보비츠는 자신의 저서 ‘사랑의 화학(The Chemistry of Love)’에서 사랑에 빠지는 첫 단계에서는 상대방에게 홀린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페닐에틸아민(PEA)이, 남녀가 애착을 느끼는 사랑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평온하고 안정된 느낌을 갖게 하는 엔도르핀(endorphin)이 뇌 안에 가득 찬다고 밝혔다.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하지만 이 같은 열정적인 사랑의 감정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페닐에틸아민의 지속성이 기껏해야 2~3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목숨이라도 바칠 것처럼 사랑을 읊어대던 연인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증오하며 헤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본다.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겠다고 맹세하던 부부가 적개심을 드러내며 갈라서는 일도 많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이혼율 증가는 사랑의 감정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물론 관계를 지속하는 기간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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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 외도는 단골소재다. 사진은 온 가족이 외도를 저지르는 드라마 ‘조강지처클럽’. 아내의 또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인정한 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두 명의 아내를 오가며 두집살림을 하다 결국 들통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라이어’(위쪽부터).
이혼하지 않더라도 적잖은 남녀가 배우자 외의 상대와 정사(情事)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흔히 불륜(不倫) 또는 외도(外道)라고 부른다. 외도에 관해서만 30년 이상 연구·임상을 한 미국의 심리학자 셜리 글래스는 ‘혼외 관계의 정당화’라는 논문에서 외도의 개념에 결혼 밖의 성 관계뿐 아니라 결혼 밖의 정서적 관계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의 연구는 혼외 성교만 외도의 기준으로 삼아왔지만, 그것은 남성적 편견이 반영된 기준이라는 것이다. 여성에게는 성교보다는 사랑이나 감정이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실제 성인이 된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정서적 교류 없이 혼외 성관계를 하는 편인 남성과 달리 여성은 성교와 관계 없이 혼외 관계를 맺는 것이 드러났다는 얘기다. 남자들은 결혼생활에 만족해도 성생활에 대한 욕구 때문에 외도하지만 여자들은 결혼에 만족하지 않을 때, 결핍된 정서적 친밀감을 찾기 위해 외도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구 상의 수많은 남녀가 일생 동안 단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또 설령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더라도, 이미 결혼한 몸이라도, 또 다른 사랑을 꿈꾸거나 제2, 제3의 로맨스를 현실에서 실현한다.

지구촌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외도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동물학자에서 성 연구학자로 변신한 인디애나 대학의 앨프리드 킨제이가 1948~1953년 1만8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성에 관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50%와 여성의 26%가 40세 전에 혼외 정사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04년 미국 ‘내셔널 오피니언 리서치센터’가 미국 성인의 16%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알아낸 바에 따르면 미국 남성의 21%, 여성의 12%가 결혼생활에서 한 번 이상의 외도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유럽에서 성 연구가 가장 활발한 국가로 알려진 핀란드의 경우 1999년 설문조사에서 41%의 남성과 30%의 여성이 살면서 한 번은 혼외 관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의 경우 얼마나 많은 부부가 혼외 정사를 하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다만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이혼한 부부 12만4600쌍 중 7.8%가 배우자 외도 때문에 갈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문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문화 소비자들의 판타지를 유입한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불륜’을 채택한다는 사실은 현실에서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사람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려 있음을 입증한다. 요즘 방영 중인 TV드라마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것은 SBS 주말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이다. 아버지, 아들, 사위 등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바람을 피우는 집안의 이야기다. 말이 안 되는 설정임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조강지처클럽’만이 아니다. 아침드라마의 주 소재가 ‘외도’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미국 남성 50% 40세 이전 혼외정사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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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이 혼외 정사로 낳은 마자랭 펭조. 
2006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의 남자 주인공은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이 없다는 연인에게 사생활 보장을 약속하며 꿈 같은 결혼생활을 한다. 하지만 아내는 어느 날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며 “그와도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럴 경우 현실적으론 이혼하는 게 마땅하지만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은 아내와의 결혼 관계를 깨지 않은 채 그녀의 또 다른 결혼을 인정한다. 올 하반기 김주혁·손예진 주연으로 영화로도 완성돼 관객에게 선보일 이 소설의 이야기는, 일부일처제를 채택하는 한국에서 남편이 아내의 이중 결혼생활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허무맹랑한 게 사실. 하지만 복수의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재론의 여지가 있다. 실제 외도를 하는 모든 사람이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내(남편)는 아내(남편)대로, 애인은 애인대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도 상당수 있다.

헬렌 피셔는 ‘우리는 왜 사랑하는가’에서 인간의 사랑은 욕망, 로맨틱한 사랑, 장기간의 애착, 3개의 독립된 감정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감정들이 단계적으로 또는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한 사람이 오랜 기간 함께 지낸 상대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과 로맨틱한 사랑을 나누고 또 다른 사람에게 성적 욕망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욕망은 성교 행위로, 로맨틱한 사랑은 부부관계로, 장기간의 애착은 자녀의 출산과 양육으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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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자들은 외도는 인간의 생식 본능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여비서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희화화한 작품.
지구 상의 대다수 문명국가는 일부일처제를 채택하고 있다. 인류학자들은 결혼을 남녀가 사회의 동의를 받아 성교하고 출산하는 관계로 정의한다. 그러나 과학저술가 이인식씨는 ‘짝짓기의 심리학’에서 “결혼이 반드시 배우자 상호 간의 성적 충실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일처제는 인간의 짝짓기 전략 가운데 하나일 따름이며 제2의 생식 전략으로 혼외 정사를 자주 하기 때문이다”라고 기술했다.

인류가 일부일처제를 선호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출산율이 점차 낮아지고 정자의 도움 없이도 수정시키는 방법까지 개발한 상황에서 일부일처제가 과연 여전히 유용한 것일까. 이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류가 생존하는 한, 또 일부일처제가 인간의 보편적 결혼제도로 유지되는 한 혼외 정사는 제2의 생식 전략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계의 결혼제도

헬렌 피셔의 ‘사랑의 해부(Anatomy of Love)’(1992)에 따르면 853개의 문화권 가운데 일부일처제를 규정한 곳은 16%에 불과하다. 나머지 84%는 남자가 동시에 두 명 이상의 아내를 얻을 수 있는 일부다처제를 채택하고 있다. 일부다처제는 남자가 자손을 많이 낳을 수 있는 최상의 생식 전략이기 때문이다. 일부다처를 공인한 대표적 종교는 미국의 모르몬교로, 모르몬교회 간부들은 평균 5명의 부인과 25명의 자식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부다처제인 문화권에서도 실질적으로 여러 명의 아내를 거느린 남자는 인구의 5~10%에 불과하다. 또 일부다처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 대부분은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작은 사회다.

일처다부제의 나라도 있다. 티베트가 대표적이다. 여자가 다섯 명까지 남편을 둘 수 있는데 남편들은 대개 형제들이다. 맏형이 장가를 들면 그 아래 남동생들도 줄줄이 형수와 결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처다부제는 여자들이 일생 동안 25회 이상은 출산이 불가능한 생물학적 한계로 확산되지 못했다. 때문에 인류사회의 0.5%만 채택하고 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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