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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는 자작나무 스튜디오 가는 길에서도, 야외정원에서도, 산책로에서도 자작나무가 항상 함께 합니다

횡성에는 나무이름을 가진 미술관이 하나 있습니다. '자작나무 숲 미술관' 입니다. 자작나무 숲 미술관은 사진작가이신 원종호 선생이 지난 1991년 만 여평의 부지에 자작나무 1년생 묘목 1만2000주를 심으면서 탄생한 공간입니다.

오래 전 백두산에 갔다가 끝없이 이어진 자작나무 숲을 보고, 자작나무를 심은 지 18년 째…. 이제 자작나무는 숲을 이뤄 근사한 풍경을 선사하고,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곳의 자작나무 숲은 지난해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자작나무 숲에서 바라본 하늘 1만2000주가 넘는 자작나무 묘목이 10년이 훨씬 넘은 지금 숲으로 변했습니다

자작나무 숲 미술관을 찾아가기는 그리 수월하지 않습니다. 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나와 좌회전 한 뒤 442지방도를 타고 가다 둑실마을 인근에서 작은 표지판을 하나 만날 수 있고, 북쪽인 6번 국도에서 내려와 442번 지방도를 타면 그나마 작은 표지판도 하나 없어 유턴을 해 해매기 일쑤입니다.

 

둑실마을 표지판을 보고 찾아들어간 둑실마을 끝자락에 이르러서야 자작나무 숲 미술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둑실마을 입구부터 시작되는 비포장 길과 차에서 내린 주차장에서 야외정원에 이르는 동안 '거칠다'라는 느낌을 적잖이 받았습니다. 아마도 꾸밈 없이 자연에 자연을 더하고, 인위적인 풍경과 시설을 빼다보니 느껴지는 투박함 때문이 아닐는지….



▲ 자작나무 숲 미술관의 야외정원 자작나무가 어우러진 야외정원엔 잔디가 깔려 있고,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자작나무 숲 미술관은 두개의 전시관과 야외공연장, 카페정원, 두 채의 펜션 등으로 이뤄져 있고, 야외정원 건너편으로는 자작나무가 식재된 산책로가 있습니다. 숲 속에 자리잡은 원종호 선생의 스튜디오와 전시관, 자연 그대로를 만끽 할 수 있는 펜션, 푸른 잔디 위에 조성되어 있는 야외정원은 여유롭게 흐르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배려의 공간들입니다. 자작나무가 전시관 건물의 일부분이 되어 지붕을 뚫고 자라기도 하고, 몇 그루씩 무리지어 자라는 자작나무 아래 시원한 그늘에는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기도 합니다.


▲ 자작나무 숲을 따라 나 있는 산책로 야외정원 건너편으로는 자작나무 숲을 따라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자작나무는 하얀 껍질이 인상적인 나무입니다. 이른 봄 연녹색의 잎이 나기 시작하거나 가을 단풍으로 잎이 모두 떨어진 뒤 추위가 찾아오기 시작하면 자작나무는 그 빛을 발합니다. 더구나 숲을 이룬다면 더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그래서인지 서양에서는 자작나무를 숲속의 여왕이라 부르기도 하고, 귀족들의 정원에는 이 자작나무를 꼭 심었다고 합니다.

 

자작나무는 불에 잘 타고, 습기에도 강한 데다 껍질에 부패를 막는 성분이 들어있어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한 나무입니다. '화촉'을 밝힐 때 쓰이던 나무도 자작나무였고, 경주 천마총의 장니에 그려진 천마도에도 자작나무의 껍질이 쓰였습니다. 합천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에도 산벚나무, 돌배나무와 함께 자작나무가 섞여있다고 합니다.


▲ 야외정원에서 마셔보는 자작나무 수액 자작나무 숲 미술관 야외정원은 음료를 마시며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일요일(17일) 오후인데도 찾는 이들은 드문드문 한적하기 그지 없습니다. 야외정원의 자작나무 아래에 마련된 의자와 탁자에서는 커피나 음료 등을 마시며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습니다. 야외카페에선 커피 등 여러 음료 외에도 자작나무 수액을 마실 수도 있습니다.

 

자작나무에서도 수액이 난다는 것은 처음 들었는데, 고로쇠처럼 맑은 수액입니다. 마시면 수박향처럼 단내음이 살짝 나고, 상쾌함이 느껴집니다. 그리 많이 추출되는 수액이 아닌데다 고로쇠 수액처럼 장기 보존이 어려워 다소 비싸긴 하지만 한 번쯤 마셔볼 법도 합니다. 백화점 등지에서 핀란드산 자작나무 수액이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하는데, 국산 자작나무 수액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어쩌면 하나의 행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자작나무 숲 미술관의 매표소이자 카페 자작나무 숲 미술관 야외정원에서는 매표를 한 뒤 음료를 마실 수 있습니다. 음료를 마시면 입장료는 받지 않습니다.

 

자작나무 숲 미술관을 운영하시는 원종호 관장님도 잠시 뵈었습니다. 만 주가 넘는 자작나무를 심었는데 그동안 많이 고사했다고 합니다. 알락하늘소가 자작나무에 알을 낳고, 유충이 자작나무에 기생하면서 나무껍질과 목질를 파먹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 살충제를 써보시는게…"라고 말을 하고나서 그만 실수했음을 느꼈습니다. 이곳 자작나무 숲 미술관의 모든 나무, 풀, 숲 등이 바로 전시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화학비료나 살충제 등을 쓰지 않고 직접 사람의 힘으로 가꾼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자작나무 숲 주변에서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를 간혹 들을 수 있는데 딱따구리가 알락하늘소의 천적이라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청아한 딱따구리 소리도 자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자연과의 조화를 꿈꾸는 곳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 자작나무 숲 미술관의 제1전시관 제 1전시관에는 사진작가이자 원장이신

원종호 선생의 자작나무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제 1전시관에는 원종호 선생의 자작나무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사계 속에서 만나는 자작나무 숲은 묘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특히 가을과 겨울 자작나무 숲 사진은 계절이 찾아오면 다시금 찾고 싶게 만들기도 합니다. 적막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이 절로 드는 자작나무 숲의 표정이 가슴에 파묻힙니다.

▲ 조망언덕에서 바라본 미술관 전경 산책로를 따라 철쭉 동산, 조망 언덕, 야생화 언덕이 펼쳐져 있습니다.

산책로에 들어서면 자작나무 숲을 오롯이 지나며 철쭉동산, 조망언덕, 야생화동산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책로를 오르는 길은 일일이 제초작업을 해서 만든 길입니다. 인위적인 로프나 계단을 설치하지 않아 마치 등산로를 따라 걷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정상인 야생화 동산까지 올라가는 동안 수십 년을 자란 자작나무가 하늘을 메우고, 다소 어두운 배경 속에 자작나무가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야생화 동산에 올라서면 저 아래로 소소한 미술관 풍경이 펼쳐지고, 자작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가녀린 소리와 떨림을 전합니다. 의자나 하나 있으면 잠시 주저 앉아 자작나무가 전하는 바람의 소리를 엿들을 텐데….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 터덜터덜 비포장도로를 달려 나가는 길…, 들어설 때의 거친 느낌은 이내 사라지고 사람이 만들어가는 자연의 투박함이 만드는 길, 자연에 자연을 더한 길이기에 기쁘게 달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바실리카 열린공론장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작나무 숲 미술관 여행정보
★ 가는 방법 :
① 6번 국도 추동교차로에서 새말IC방면 442지방도 이용, 횡성테마랜드(토지세트장) 지나 둑실마을 표지판 보고 좌회전해서 둑실마을 끝까지 가시면 됩니다.
② 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내려 횡성읍 6번국도 방향으로 직진 후 둑실마을 입구에서 우회전해서 둑실마을 끝까지 가시면 됩니다.
★ 입장료 : 입장료는 2,000원이며, 음료를 마실 경우 입장료는 면제됩니다.
★ 입장기간 : 매년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오전 10시∼오후 8시(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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