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프레시안 2008-08-13 오후 12:00:50

산업혁명과 비유럽세계의 탈산업화 ⑦
산업혁명과 비유럽세계의 식민화

지금까지 산업혁명이 어떤 행태로 전개되었는지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석탄과 철, 증기기관 같은 것의 단순한 결합에 의해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부문인 면직산업의 경우 그것은 식민지 착취와 노예노동, 그리고 제국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 매우 복잡한 사건이다.
 
  그러나 다른 산업도 큰 차이는 없다. 철강산업도 18세기의 유럽은 기술이나 생산성면에서 특별히 나은 상태에 있지 않았다. 1790년에 영국인들이 실험한 바에 의하면 일본 산
강철이, 스웨덴 산과 마찬가지로 영국 산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시기에 인도 제철업의 단위 생산비용은 영국보다 싸고, 생산시간도 덜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같은 양을 생산하는 데 영국에서는 4시간이 걸리나 인도에서는 2시간 반이면 생산이 가능했다.
 
  철강산업도 철도건설이 본격화하여 안정된 내수기반이 마련되는 1830년대 이전까지는 주로 해외시장에 의존하여 발전했다. 따라서 식민지와 해외시장을 어떻게 확보하고 유지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이 점에서는 면직산업과 본질적으로 같은 성격을 가졌다.
 
  그 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 것이다. 영국과 인도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그것은 한 편에서 영국을 부유하고 강하게 만들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인도경제를 파멸시키고 인도를 의존적인 경제를 가진 빈곤한 식민지로 전락시켰다. 이는 산업혁명이 영국과 인도 사이의 제로섬 게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쪽의 이득은 다른 쪽의 손실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산업혁명은 결코 프로테스탄티즘에 의한 도덕적인 자본 축적, 위대한 발명가들, 앞선 과학, 모험적인 기업가들, 이로 인해 탄생한 거대한 생산력, 이런 것들에 의해 미화될 수 있는 평화스럽고 단순한 경제적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비유럽 지역 사람들의 땀과 고통, 살육 위에 서 있는 정치적, 사회적 사건이다. 그러니 비유럽인들이 그것을 서양 사람들 마냥 찬양할 수는 없고 또 찬양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산업혁명이 풀어 놓은 거대한 생산력은 19세기 중반 이후에 오면 이제 국제질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리하여 산업화를 먼저 달성한 몇몇 나라들이 국제정치를 좌우하게 되었다.
 
  중국은 아편전쟁에서 패한 이후 강제로 개항을 당하며 점차 유럽국가들의 반식민지로 전락했다. 유럽의 전통적인 강대국의 하나였던 러시아도 1850년대의 크림 전쟁에서 산업국가인 영국, 프랑스에게 패한 후 큰 충격을 받고 개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땅의 크기나 인구의 다과가 문제가 아니라 인구는 적더라도 기계와 동력을 이용해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생산력이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산업혁명을 먼저 경험한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나라들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이 그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런 대국들은 그만두더라도 비유럽 지역의 대부분의 중, 소국가들이 어떤 운명에 빠지게 될 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거의 모든 나라가 1880년대 이후의 제국주의 시대에 몇몇 서양 국가들과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또한 탈산업화 되었다. 오늘날 제 3세계 빈곤의 많은 부분은 여기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업혁명과 식민주의의 깊은 연관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05년도에 중국의 GDP는 영국,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4위로 올라섰다. 20년 정도면 아마 세계 1, 2위 자리를 넘볼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인도도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타고 있다. 한국도 10위권에 근접했고 20년 정도 지나면 10위권 안에 안착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혁명이 흐트러 놓은 세계질서가 200년 만에 제자리를 찾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산업혁명이 세계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고 비유럽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 주었는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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