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중앙일보 2008-05-27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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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태균]  노인(65세 이상)의 식욕은 왜 젊을 때만 못할까. 입맛이 변하고 타액(침) 분비가 줄어서다. 미각·시각·후각도 둔해진다.

나이가 들면 혀 안의 미뢰가 손상되고 시력이 나빠져 후각세포가 퇴화한다. 시력이 후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눈을 감고 식사하면 음식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 데서 알 수 있다. 또 노인성 질병, 약의 부작용, 운동 부족 등도 식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입맛이 없어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면 열량·영양소 보충이 부족해진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남성은 하루 열량 섭취 권장량(2000㎉)의 93.7%, 노인 여성은 권장량(1600㎉)의 94%를 섭취하는 데 그친다. 칼슘·칼륨 등 미네랄과 비타민 B1·B2·C·니아신 등의 섭취도 하루 권장량을 채우지 못한다.

특히 칼슘·칼륨·비타민 B2 등의 섭취는 권장량의 70%에도 못 미친다. 노인의 식욕 증진을 돕는 '효도' 조리법을 알아보자.

◇식욕 저하=노인의 식욕을 되살리려면 유자·레몬·생강·산초 등 새콤한 향신료와 깨소금·볶은 깨 등 구수한 맛의 양념을 조리에 적극 사용한다. 쑥갓·미나리 등 고유의 향을 지닌 채소도 유용하다.

BH영양연구소 홍주연 소장은 “계피향·겨자향은 후각을 자극해 식욕을 높여준다”며 “고기·채소(감자·당근 등)를 큼직하게 썰어 노인이 음식을 씹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시각적으로 다양한 색상의 음식을 식탁에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식재료의 총천연색을 이용해 음식을 꾸미거나 음식에 고명 하나만 올려놓아도 음식을 대하는 노인의 태도가 달라진다.

그래도 식욕부진이 나아지지 않으면 가능한 한 고열량·고단백 식품 위주로 식단을 짠다. 식사가 부실한 노인에겐 저열량(다이어트) 식품보다 고열량 식품이 좋다. 식사 전 집안에서라도 걷기 등 운동을 해 식욕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미각의 변화=“며느리가 나를 싫어한다.” 노부모의 건강을 위해 음식에서 소금 양을 줄이면 흔히 이런 오해를 받는다. 노인은 짠맛에 대한 감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금 양을 무한정 늘릴 수만도 없는 일.

강북삼성병원 김은미 영양실장은 “소금·간장 대신 식초·레몬·유자 등 신맛을 적절히 이용해 입맛을 돋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쑥갓·버섯·파슬리 등 향이 강한 채소나 카레·후추 같은 향신료를 조리에 사용하거나 생채소를 초간장·초고추장에 찍어 드시게 하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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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등 굽는 요리는 약간의 탄 맛을 내면 염분이 적어도 잘 드신다. 이때 석쇠자국이 약간 날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오래 구우면 고기의 탄 부위에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

◇침 분비 감소=노인의 30%가 구강건조증을 호소한다. 노화로 침 분비량이 줄어든 데다 침 분비를 방해하는 약의 복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침은 음식물을 씹고 삼키는 일을 도와주며 입안에 붙은 음식 찌꺼기를 씻어내는 입안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침 분비가 줄어들면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지고 목이 잘 멘다. 따라서 노인은 한 번에 많이 드시기보다 식사 횟수를 늘리되 1회 섭취량을 적게 하는 것이 좋다. 두부·연두부·콩비지 등은 노인이 삼키기 쉬운 식품이고, 옥수수·어묵·건어물 등은 삼키기 힘든 식품에 속한다.

노인의 입안에서 침이 고이게 하려면 레몬·식초 등 신맛 음식과 겨자 등을 올린다. 요구르트·아이스크림도 침 분비를 돕는다.

◇치아 부실=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치아가 조금 부실하다고 해서 노인에게 너무 잘게 자른 음식이나 유동식만 제공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며 “턱이 움직여야 침이 잘 나오며 위장이 음식을 소화시킬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노인이 음식을 씹으면 머리의 간뇌(신체 조절기능)를 손으로 두드리는 것과 같은 자극이 전해진다는 것. 이는 치매 예방에도 유익하다. 또 '수면중'이던 위장의 자율신경계가 잠에서 깨어나 음식을 소화시킨다.

노인이 드시는 음식이 너무 딱딱하고 질기다면 중간중간에 칼집을 넣거나(육류), 잘게 자르거나(채소), 얇게 저미는(과일) 것이 좋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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