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중앙일보  최종수정2008-05-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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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소기업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는 김정수(34) 과장은 일명 ‘술 상무’다. 중요한 업체사람을 만나 술을 접대하는 게 김 과장의 주된 업무다. 새벽까지 과음을 하는 생활을 몇 년째 반복하다 보니 김 과장은 몸이 성치 않다. 간이 안 좋고 뱃살이 나오고 치질이라는 지병이 있다. 얼마 전에는 배변 후 변기에 고인 핏물을 발견했다. 깜짝 놀라 병원을 찾은 김 과장은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술을 많이 마셔서 치질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과음으로 인해 ‘지병’이 악화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간질환, 심장 및 혈관질환, 비만, 치질 등 술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질환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질환이 치질이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연보’ 조사결과를 보면 2006년 입원환자가 가장 많은 질환이 치질(21만3859건)이었다.

그렇다면 왜 과음이 치질을 악화시킬까?

술을 마시면 항문혈관이 팽창해 항문의 피부, 점막이 부풀어올라 치질이 더 악화된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다가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신촌연세병원 대장항문센터 채윤석 소장은 “치질환자가 과음을 반복하다가 출혈이 심해져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치질뿐 아니라 직장암일 수도 있어 꼭 제때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치질환자가 술을 자제하는 게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증상초기에 병원을 찾아 치질 자체를 뿌리뽑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치질은 증상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치료가 비교적 쉬운 질환이다.

치질은 증상에 따라 1-4도로 진단하는데 1도는 배변 후 피가 조금 나오는 상태다. 2도는 배변 시 항문 밖으로 치핵이 빠져 나왔다가 바로 들어간다. 3도는 빠져 나온 치핵이 바로 들어가지 않아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고, 4도는 손으로 집어넣는 것마저도 힘들다.

진단결과 1-2도라면 좌욕, 섬유질 섭취, 변비완화제를 사용한다. 통증이 동반되면 치핵부위를 고무줄로 묶어 떨어져나가게 하는 밴드결찰술과 치핵부위를 주사로 굳히는 경화요법을 한다.

그러나 3-4도는 수술 외에는 방도가 없다. 흔히 수술이라 하면 큰 수술로 여기지만 치질수술은 레이저나 초음파를 이용해 치핵을 절제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간단하고 재발률이 1% 이하에 달해 환자의 부담이 적다.

강남서울외과 정희원 원장은 “최근의 치질수술은 심하지 않을 경우, 당일퇴원 및 하루 입원을 하며 회복기간이 빠르고 안전해 환자들이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며 “치질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작정 병을 방치하기보다는 병원을 찾아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치질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한편 배변 후 출혈이 있으면 치질뿐 아니라 대장암도 의심할 수 있어 더욱 초기검진이 중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5년 신규 암환자 추이’ 조사결과를 보면 대장암은 위암(2만3125명) 다음으로 2번째(1만5233명)로 많이 발생한다. 의사들은 대장암은 초기에 수술하면 생존율이 95%에 달하지만, 방치하면 5% 이하대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조인스닷컴(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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