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5-10-05]


[창간59주년] 50세 퇴직, 연봉 10배 준비됐나요?

인생의 황혼을 위해서는 얼마나 돈이 필요할까.

미국에서 백만장자 연구로 이름이 높은 토머스 스탠리는 자기 나이에 연간 소득을 곱해 10으로 나눈 금액(나이×연간소득/10)을 재산기대치라고 말한다. 그는 재산기대치의 2배는 가져야 여유로운 노년이 가능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의 공식대로 계산해 보자. 50세인 사람이 은퇴 직전 연 8천만원의 소득을 올렸다면, 최소한 4억원(부동산 제외)이 있어야 은퇴하면서 생활수준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4억원의 2배인 8억원 넘게 가졌다면, 넉넉한 황혼이 기대된다. 55세이고 연 소득이 4천만원일 경우에는 못해도 현금 2억2천만원을 가져야 한다. 4억4천만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여유로운 노년을 열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 통계를 보자. 현재 도시근로자 가구의 연 평균 지출액은 2천8백만원가량이다. 이 정도 돈을 이자로 받으려면, 금융회사에 8억3천만원(금리 4%·세후 기준)을 넣어둬야 한다.

자식을 다 키우고 난 노년층은 근로자 가구의 평균보다 적게 쓰고도 살림을 꾸려갈 수 있다. 따라서 현금 8억원 이상이 있다면, 풍족한 노년 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약간 쪼들리는 노년생활(월 1백10만원 지출)을 한다고 해도 은퇴할 때는 2억6천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금융회사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통계들은 모두 60세 부부가 80세까지 약 20년 동안 생존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100세 사는 세상’을 위해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어느 금융회사도 자신있는 계산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20년 후를 가정하기도 쉽지 않은 마당에, 60세에 사회에서 한 발 물러난다면 ‘은퇴 후 40년’인 100세 노년을 위한 계산을 하기에는 너무나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의 무게가 인생에 던지는 숙명적인 위험을 고려한다면, 80세 노인에 비해 1억~2억원은 더 가지고 은퇴를 해야 경제적으로 100세까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럼 종신까지 보장해 주는 국민연금은 100세 노년을 위해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물론 국가가 지급을 약속하는 국민연금은 다른 어떤 금융상품보다 확실한 노후수단이다.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연금에만 전적으로 노년을 맡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1천7백만명이 넘는 연금 가입자의 월 평균 납입액은 10만원이 조금 넘는다. 가입자 전체 평균 수준에서 30년 동안 돈을 냈을 때 받는 돈은 월 59만원이다. 부부 두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최소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사회 생활 30년 동안 줄곧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도는 고소득층(연금을 내는 45개 등급 중 40등급)에 속해 보험료를 납부해야 월 91만원을 수령, 연금으로 최소 생계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회에는 연금수령액을 줄이려는 정부의 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다. ‘저출산-노령화 사회’는 정부로 하여금 언젠가는 연금 받는 액수에 ‘칼질’을 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만 믿고 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인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본인 스스로 적극적인 준비를 하라고 권한다. 경제적 뒷받침이 전혀 안되는 ‘100세 노년’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용석기자 kimys@kyunghyang.com>





[창간59주년] 직장 새내기들이여, 노후를 보라

취업 재수 끝에 지난 8월 하늘의 별을 따듯 어렵게 대기업에 취업한 김혁수씨(27)는 첫 월급을 받자마자 거래은행의 연금신탁에 가입했다. 40대에 조기퇴직을 걱정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자신도 불안한 노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

김씨는 연금신탁을 매달 20만원씩 30년간 가입하고 60세부터 연금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60세부터 80세까지, 매달 1백10만원(배당률 연 5%로 가정)씩 연금을 지급받게 된다.

몇 년 전만하더라도 20, 30대가 노후준비를 위해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일이 흔치 않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김씨처럼 직장 새내기 시절부터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맞춤 재테크’는 지금 시작해도 이른 것이 아니다.

◇연금신탁은 기본

연금신탁 가입은 풍요로운 노후준비를 위한 필수 입문과정이다.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가릴 것 없이 1년간 가입한 금액 중 2백40만원까지 전액 소득공제 받는다. 배당률도 연 3~5%대로 정기적금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연금신탁 주식형은 원금의 10% 이내에서 주식에 투자하며 원금을 보장받는다.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만기에는 원금을 보장받는 노후준비 상품이다.

◇기쁨 3배 장기주택마련펀드

장기주택마련펀드에 가입하면 15.4%에 이르는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며, 연말정산 때 적립금액의 40%(3백만원 한도)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장기주택마련펀드에 가입해 3백만원 소득공제를 받는다면 본인의 급여 수준에 따라 26만∼1백15만원이나 되는 많은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펀드가 아닌 저축상품에 가입할 경우에도 금리가 괜찮은 편이다. 가입 기간도 일부 은행은 최장 50년이지만 7년이 지나 해지하면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아 노후를 준비하는 데 그지 없이 좋은 상품이다.

◇연금보험 가입하면 온 가족이 행복

40대에 연금보험 하나쯤은 가입해 둬야 한다. 연금보험의 장점은 10년 이상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는 점이다. 10년 이상 가입할 경우에는 비과세로 은행 적금보다 유리하다. 현재 40세인 사람이 연금보험에 매달 50만원씩 20년간 납입하고, 60세부터 100세까지 연금을 받는다면 매년 약 3천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일찍 사망한다면 안타깝기야 하겠지만 연금지급이 끊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최소 20년간 연금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60세부터 80세까지 20년에 걸쳐 연금을 받겠다면 매년 2천만원, 원금에 대한 이자만 연금으로 받는 상속형의 경우에는 매년 1천2백만원에 해당되는 연금(원금은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인에게 지급)을 받는다.

◇마지막 보루 퇴직금, 일시납 즉시연금보험에 맡겨라

최근 은퇴를 앞둔 50, 60대에게 가장 인기있는 상품이 일시납 즉시연금보험이다. 일시납 즉시연금보험이란 목돈을 한꺼번에 가입해서 다음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이 상품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곧바로 연금을 받으면서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되기 때문이다. 매달 받는 금액도 은행 정기예금보다 유리하다. 매달 이자형태의 연금을 받고 원금은 자녀나 배우자에게 상속하는 확정형 즉시연금보험에 1억원을 가입할 경우 매달 30만원 전후의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은행 정기예금 이자는 25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100세까지 연금을 받으려면 종신형으로 가입하면 된다.

◇망설이지 말고 원금을 쪼깨 써라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명심해야 할 것은 이자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최근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대까지 떨어져 1억원을 맡겨봤자 매달 30만원 받기도 어렵다. 금융자산이 10억원을 넘지 않은 한 결국 원금의 일부를 쪼개 쓸 각오를 해야 한다.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을 지출하느라 정작 본인의 노후준비를 소홀히 했다면 주택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는 ‘역모기지론’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은퇴 이후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자녀에게 ‘올인’할 필요가 없다.

◇다 쓰고 가라

자식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물려줘야 한다며 늙어서까지 자린고비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재산을 남겨두고 가봤자 자식들은 다툼으로 날새기 일쑤다. 고생해서 번 돈, 건강할 때 다 쓰고 간다고 생각하자.

서운하면 살고 있는 집만 유산으로 남겨줘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울러 여유 자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기부 정신’도 필요하지 않을까.

〈서춘수/ 조흥은행PB 강북센터지점장〉




[창간59주년] 준비 덜된 ‘노령복지’ 주름살 깊어진다

충북 옥천에 거주하는 이모씨(42)가 최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앞으로 보낸 국내 경로당 운영비 실태는 한국의 노인 복지가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씨는 글에서 경로당 노인들이 폭등한 기름값을 모으기 위해 화투놀이로 ‘개평’을 뜯어 난방비를 모으고 있다고 적었다.

김씨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경로당 한곳에 지급된 예산은 연간 운영비 72만원과 11월~3월 동절기에 지급되는 난방비 38만원이 전부다. 추위에 떨지 않기 위해서는 노인들끼리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도 해서 난방비를 마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의학적으로는 100세 시대가 눈앞에 있지만, 사회보장적 측면에서는 100세 시대를 맞을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것이다.

◇열악한 노인예산=올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 복지를 위해 배정한 예산은 모두 1조7천7백억원. 얼핏 보기에 적잖은 금액이지만 세부 항목으로 들어가면 ‘팍팍’하기 짝이 없다.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등 시설 신축과 운영에 4천9백억원이 사용되고 노인단체 지원 등 기타 예산으로 3천7백억원이 쓰인다. 전체 예산의 48% 가량이 노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소득 보장 외의 경비로 사용되는 것이다.

나머지 예산으로 노인교통비(5천5백억원·버스요금)와 경로연금(3천1백억원) 등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금액이 초라하기만 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력에 따라 지원액이 다르지만, 충남 일부 시·군의 경우 노인교통비로 월 1인당 8,400원을 주고 있다. 노인할인요금을 낸다고 해도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그나마 노인교통비는 65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지만 경로연금은 저소득층과 기초생활보장자만 받을 수 있다. 올해의 경우 62만명이 지급 대상이다. 금액도 80세 이상 노인은 5만원, 65~79세는 4만5천원. 요즘처럼 기름값이 폭등하고 물가가 오른 시기에는 한달 부식비 마련하기에도 빠듯한 금액으로 정작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요양·간병비 등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노인 소득보장 시스템 갖춰야=노인문제 전문가들은 노인복지를 위해서는 소득보장 문제를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실제 국내 노인의 90% 이상이 연금 소득 등이 아닌 자신이 직접 돈을 벌거나 자녀들에게 의존해 생활하고 있어 소득보장 체계가 갖춰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재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복지연구팀장은 “국민연금제도가 있지만 현재 지역가입자의 절반 가량이 연금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등 사회보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국가 차원에서 노인들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부가적인 장치와 노인 일자리 등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에서 65세 이상 노인 3만5천명을 대상으로 환경관리사, 문화재해설사 등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으나 5~6개월만 일을 하는 한시적인 일자리에 그치고 있다. 급여도 월 20만원으로 많지않은 금액이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정년을 연장하거나 아예 정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인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60세 이후에도 충분히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건강한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양·간병, 문화·관광 서비스에 국가 지원 필요=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80% 이상이 치매와 관절염 등 세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노인 간병·요양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계획중인 대책은 2008년부터 치매 등에 걸린 최중증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노인수발보장보험제다. 이는 지금의 건강보험제와 비슷한 것으로 치매 등의 노인들에게 수발과 간병을 보험으로 커버해주는 제도다. 본인이 일정한 보험료를 내고 나머지는 국가에서 부담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계획이다. 1차적으로 최중증 노인 7만2천명을 대상으로 하고 2010년 이후 모든 노인환자를 커버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는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복지부의 계획에는 구체적인 예산이 잡혀있지 않다. 본인부담 보험료를 얼마로 할지, 수발과 간병서비스를 어디까지 할지에 따라 예산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질병을 앓는 노인들 중에는 본인부담 보험료를 낼 능력이 없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도 필요하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질병치료뿐 아니라 노인들의 문화활동에 대해서도 국가가 일정한 보장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유럽 등 선진국처럼 연극과 영화 관람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 노인전용 주택 건설 및 개량 서비스 방안 등 고령화가 더 진행되기 전에 국가 차원에서 정비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준기자〉




[창간59주년] ‘노인수발 보장제’ 알맹이가 중요


최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방송에 출연, ‘치매, 대한민국이 책임지겠습니다’라고 홍보한 후 ‘노인수발보장제도’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유래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국민연금도, 사회복지 서비스 수준도 미흡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노인수발보장제는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중요한 제도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이 제도는 요양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이 원칙이 돼야 한다. 요양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생활상의 변화를 최소화하면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가족에 의해 노인이나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는 명분이 돼서는 안된다. 수발 서비스가 ‘시설 서비스’보다 가정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이같은 수발제도는 단지 생물학적 연령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만을 위한 제도로 추진돼서도 안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젊은층에서도 만성퇴행성질환과 노인성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환자나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더이상 가족에게 맡겨둘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발 서비스는 연령이나 장애, 보험료 납부 여부에 따른 제한과 차별없이 누구나 수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제도가 국민이 낸 세금을 주요 재원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조세를 건강보험과 비슷한 정도만 지원하고 대부분의 재원을 국민이 내는 보험료와 본인부담금으로 충당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수발 서비스의 공급과 운영에 대한 정부의 책임도 간과될 수 없는 부분이다. 수발 서비스가 단지 이윤을 좇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서비스가 ‘상품’으로 전락할 경우 빈부 격차에 따른 수발 보장 수준의 차이가 발생하고 인권 침해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수발 서비스는 공공부문이 중심이 돼 제공하고 서비스 표준화와 질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여론 조사에서 90% 이상의 응답자가 노인수발보장제도의 도입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들이 제도에 대한 금전적인 부담을 어느 정도 감수할 준비가 돼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민이 기꺼이 부담을 각오한 만큼 서비스에 만족을 느낄 정도의 제도를 만드는 것은 이제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정부의 치밀한 준비를 통해 이 제도가 고령사회에 착실하게 대비하는 효자 노릇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창간59주년] “퇴물 아니다” 일하는 아름다운 황혼

과거 같으면 정년퇴직 이후 집에서 손자 재롱이나 즐길 법한 노인들이 요즘엔 자원봉사 행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노년기에 안방 아랫목이나 차지하면서 ‘퇴물’ 신세가 되면 ‘건강 100세’의 꿈은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노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는 60세 이상의 노인은 올들어 서울에서만 매월 1,600여명씩 늘고 있다. 이들 노인은 자원봉사를 통해 보람을 느끼면서 정신적·신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이 못지않게 일에 대한 보람과 긍지도 있다. 기자가 만나본 이들 자원봉사 노인들은 한결같이 “자원봉사는 남을 돕는 일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나 자신이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직 일할 수 있다=이수열씨(60)는 아름다운가게 경기 일산점에서 지난해 3월부터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재활용 가능한 물건들을 기증받아 손질한 뒤 되파는 곳이다. 지난 3월 이곳의 점장으로 취임한 이씨는 “여기서 일하고 있노라면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말한다.

이씨는 서울의 한 백화점 시계매장에서 2000년까지 25년간 근무하다 그해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여파로 은퇴했다. 한동안은 상실감에 시달렸지만 ‘뭔가 해야겠다’는 각오로 동네의 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이후 1년여간 독거노인들에게 점심도시락 배달하는 자원봉사를 하며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그는 “이미 자식들도 출가해 부담이 없었기에 돈벌이는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며 “또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면 힘들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재미있는’ 자원봉사를 하는 동안 건강해지고 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의 친구들만 봐도 퇴직 이전 자기가 했던 일을 생각하면서 권위의식에 빠져 쉽사리 자원봉사에 나서지 않는다”며 “집안에서 바둑이나 두면서 웅크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부담없는 자원봉사를 통해 활기찬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름다운가게의 서울 독립문점장인 오영순씨(63·여)도 2003년 4월부터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자원봉사를 통해 삶의 활력과 건강을 찾을 수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이가 얼마든 당당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 돕고 살아야=김석환씨(62)는 10년째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무상으로 안경을 맞춰주고 있다. 1980년부터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안경점을 운영해온 김씨는 한때 2곳의 안경점을 두기도 했다. 그는 98년 외환위기로 안경점을 닫기 이전인 95년부터 어려운 노인들을 돕기 시작했다.

김씨는 “내리사랑이라고 자기 자식은 챙겨도 노부모들에게는 소홀한 게 일반적 가정의 모습”이라며 “작으나마 이같은 도움을 받은 노인들은 너무나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위해 김씨는 직접 안경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그의 손으로 시력을 찾아준 노인만해도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다.

전적으로 사재를 털어 봉사활동을 벌여오던 김씨는 2003년 대한은퇴자협회에 가입해 이곳에서 하는 노인 대상 무상진료활동에 안경맞춰주기 사업을 접목시켰다.

협회는 지난 7월 서울 광진구 내 15명의 노인에게 안경을 맞춰주는 등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65세 이상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추천받아 사업을 하고 있다.

김씨는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누구나 자신이 결국 늙게 된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는 것 아닌가 싶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노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뿌듯하지만 이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칭찬받을 이유가 없다”며 겸손한 모습을 나타냈다.

협회 고경복 전문위원(65)도 “이같은 봉사활동은 젊은이들보다는 노인 사정을 잘 아는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적합하다”며 “이 사업은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인들과 서로 나누면서 살아가는 모범이자 ‘건강 100세’를 지향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장관순기자 quansoon@kyunghyang.com





[창간59주년] 두 전직교사의 황혼귀농


인생 황혼기의 ‘웰빙라이프’로 농촌 생활을 꿈꾸는 도시인들이 많다. 특히 100세 시대를 맞아 직장에서 은퇴한 뒤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장소로 전원생활 만한 곳도 없다. 각박하고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전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생활한다는 게 우선 장점이다. 도시 지역보다 경제적 투자 부담이 적고, 다른 직업에 비해 실패 위험성이 적다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농촌 생활은 새로운 인생이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끊임없이 연구해 농삿일에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런 뒤에도 인내심을 갖고 노력해야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섣불리 도전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두 전직교사의 농촌 생활을 통해 황혼귀농의 허실을 조명해 본다.

-“전문성 갖춰야 꿈 이룬다”-

농사를 짓는 경기 이천시 율면 총곡리 샘골농원 대표 김민호씨(62)의 연간 매출액은 6억원. 연 순이익이 1억8천만원에 이른다.

20여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던 그가 제2의 인생을 위해 귀농한 것은 10여년 전. 하지만 귀농을 준비한 것은 그보다 훨씬 이전이다. 교직 생활 틈틈이 친지의 과수원을 찾아가 일을 배웠다. 버섯농사로 목표를 정한 뒤에는 관련 공부에 매달렸다. 대학 교수를 찾아가 실험 재배중인 버섯을 분양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귀농 후 처음 손 댄 것은 표고버섯. 그러나 전문성 없이 의욕만 앞서 4년 동안의 땀방울은 물거품이 됐다. 허탈감에 빠져 농사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평생의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품목을 팽이버섯으로, 다시 새송이 버섯으로 바꾸면서 차츰 수입이 늘었다. 지금은 빚도 갚고 안정을 되찾았다. 몇년 전부터는 인터넷을 통한 판매도 시작했다. 전문농사꾼이 된 것이다. 그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작물을 재배한다 ▲버섯을 인격체로 생각한다 ▲안 된다는 생각은 안한다 ▲변화에 두려워하지 말자 등 17가지 농사철학을 세워놓고 있다.

-“막연한 귀농은 실패한다”-

경기 양주시 백석읍 방성리 차모씨(65)는 퇴직금의 절반을 농사에 투자했다.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수입은 한 푼도 없다. 교사 연금이 유일한 소득원이다.

그는 5년 전 정년퇴직 뒤 곧바로 양주에 자그마한 주택과 600평의 논을 구입하고, 200평의 밭을 빌려 황혼 농부의 길을 시작했다.

씨만 뿌리면 곡식이 저절로 자라고, 그 곡식을 거둬팔면 돈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구입한 논은 도로에 접해 있지 않아 트랙터 등 농기계를 이용하려면 남의 논을 거쳐야 했다. 때문에 주변 논이 수확을 다 마친 뒤에야 겨우 수확할 수 있었다.

수확량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은 당연했다.

영농기술도 서툴러 남의 손을 빌리는 경우가 많았고, 600평의 논농사론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밭농사는 늘 해충에 시달려 자신이 먹을 정도만 수확하는 상황이다.

농삿일을 접고 귀농 전에 살았던 서울로 다시 이사해 아파트 경비원 생활도 생각했지만 이미 서울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차씨의 부인 김모씨(60)는 “준비없이 무작정 시골생활을 동경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말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상호기자 shlee@kyunghyang.com





[창간59주년]고령화시대 사회안전망 절실

〈조용수/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중산층에게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는 중산층의 위상이 ‘양극화’와 ‘고령화’라는 두가지 트렌드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 현상의 본질은 빈곤의 확산이다. 사회의 양극단을 이어주는 중간지대, 즉 중산층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실직이나 자영업 실패, 질병 등으로 중산층에서 탈락한 가구는 차상위 계층이나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퇴직후 별 소득없이 30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고령화는 중산층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고령화사회가 베이비붐 세대인 40~50대 중산층에게 축복보다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오정’ ‘오륙도’ 등의 유행어처럼 50대에 퇴직할 경우, 평균 기대수명인 80세 전후까지 30년을 별다른 소득 없이 지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에 불과할 것이다. 실질소득은 퇴직 전의 절반, 혹은 그 이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퇴직에 대비해 상당 규모의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을 준비해놓은 경우는 사정이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 중장년층의 대부분은 자녀교육이나 집 한칸 마련에 한평생을 다 보낸 세대이다. 퇴직금과 집 한칸 말고는 노후대비가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각종 세부담 증가와 저금리 등으로 이마저도 이젠 노후보장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크게 약화된 상태이다. 물론 퇴직 후 당장 몇 년은 퇴직금이나 그간의 저축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이후의 20여년을 대체소득 없이 보내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효(孝) 개념도 희박해지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마당에 자녀들이 나이든 부모에게 얼마나 경제적 도움을 줄지도 미지수다.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국민연금 등 공적부조가 노후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도 의문이다.

암·당뇨·치매 등 각종 노인성 질환에 시달리는 고령자들이 크게 늘고, 엄청난 의료비용이 고령자 본인과 그 가족들에게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을 주게 될 것이다. 노후복지가 우리보다 낫다는 미국의 고령자들도 치솟는 의료비와 약값 때문에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 직장에서 제공하는 민간의료보험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은퇴시기를 늦추려는 경향도 보인다고 한다.

-‘준비안된 노년’ 위기 우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 저소득과 질병, 그리고 자녀를 비롯한 주위의 무관심 속에 비참한 노후를 맞는 불길한 시나리오로부터 누구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고령자 일자리 확충과 소득보완, 다양한 연금제도의 도입과 의료보장 제도의 내실화 등 고령화 시대의 안정적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범국가적인 대책마련이 그만큼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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