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중앙일보

한국 남자들은 이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한다'. 2004년 기준 11쌍 중 1쌍 꼴로 빈번히 일어나는 이혼율은 부부의 위기가 아니라 남편의 위기다. 일본의 황혼 이혼도 이웃 나라 얘기가 아니다. 참고 살던 나이 든 여성들도 이제는 달라졌다. 30세 미만 이혼율은 1.25%, 하지만 60세 이상은 8.39%나 된다. 부부 애정 갈등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열린 한국성과학연구소(소장 이윤수) 주최의 '아담과 이브'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한국 남성들, 아내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글=고종관 건강팀장<
kojokw@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
shotgun@joongang.co.kr>



*** 동상이몽 부부 많다

아내가 결혼 생활에 만족하는 줄 착각하고 있는 남편이 많다. 한국 남성의 81%가 '자신의 부부는 만족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여성은 61%만이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매우 만족한다는 여성은 10%에 불과했지만 남성은 32%나 됐다. 한국성과학연구소가 5월 전국 5대 도시 1000명의 기혼 여성을 조사해 기혼 남성 1613명의 자료(2003년 조사)와 비교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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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성에 대한 인식은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남성의 98%가 결혼 생활에 성생활이 '매우', 또는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은 74.8%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을 했다.

섹스 후 '돌아누워 잔다'거나 '아내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남성은 28%였고, 이들의 전희 없는 섹스는 57%나 됐다. 이런 남편을 둔 아내의 결혼 만족도는 18.5%로 낮았다.

이 소장(이윤수 비뇨기과 원장)은 "남성과 여성은 성을 바라보는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며 "남자는 크고 강한 육감적 섹스를 중시하지만 여성의 성은 관심.애정.존중 등 매우 복잡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 남성이 착각하는 여성의 성 심리

부부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후 원장은 "남편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아내는 사랑 받지 못해 불행하다"고 단언한다.

남성들이 "섹스를 잘해주면 반찬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성기 섹스가 전부라고 단정한다는 것. 부부 트러블도 잠자리에서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동물적 성 능력을 높이기 위해 몬도가네식 정력제도 마다 않는다. 하지만 여성에게 성기 결합은 사랑의 행위 중 하나일 뿐이다.

김 원장은 "여성에게 성은 애정의 연속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을 마주보고 접촉하고 얘기를 나누며 사랑에 몰두하라는 것. 과묵한 남성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이혼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심리도 남성들이 이해해야 할 대목. 아내는 남편을 곁에 두고 싶어하면서도 남편이 요구하는 섹스는 피한다. 남편은 이런 아내의 이중적 태도가 야속하다. 김 원장은 "출산 후 호르몬의 변화로 성욕은 떨어지면서 불안 심리는 극대화된다"며 "이런 여성의 태도는 아이와 자신의 안전을 위한 자연스러운 진화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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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4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 남녀의 성 역할은 완전히 바뀐다. 남성은 사회적 관계가 무너지는 은퇴 시기가 되면 가정으로 돌아오고, 거꾸로 여성은 친구.모임을 찾아 밖으로 나돈다. 이는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 남성은 일 중심, 해결 중심으로 관계를 맺지만 여성은 만나는 그 자체만으로 즐거운 정서적 교류이기 때문에 친구 관계가 나이 들수록 많아진다는 것.

김 원장은 "과거 권위를 내세워 아내를 무시했던 서구 남성들이 여성 지향적이된 데는 아내가 요구한 이혼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나이 들어 홀로서기가 불가능하다면 지금부터 남성중심 사고를 바꾸라"고 권했다.

*** 부부 관계의 연금술은 대화

결혼 생활이 자동차라면 부부의 성은 자동차 바퀴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바퀴 없이 움직일 수 없다는 것. 고려제일정신과 김진세 원장은 "부부 관계의 연금술은 아내를 '홍콩 보내는 것'이 아니라 '대화'"라고 강조했다. 대화는 친밀감을 유도하고, 정서적 친밀감이 성적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것. 아내를 존중하는 태도 역시 남편이 갖추어야 할 덕목. 김 원장은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행하고 싫어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존중"이라며 "아내의 감정.의사.육체를 존중하지 않는 부부 관계는 폭력이나 변태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내가 불안장애나 우울증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성 의욕을 떨어뜨려 성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여성의 성 생리에 대한 오해도 남성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원회(전 부산의대 교수) 박사는 "지금까지 여성의 성 반응과 오르가슴에 대한 이론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마스터스 등이 발표한 여성의 성반응 주기는 욕구→흥분→고원기→절정기 순으로
마치 계단처럼 진행된다. 하지만 최근 이론은 손 잡기.키스.피부 접촉.페팅.오럴섹스.성교 등 일련의 모든
단계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르가슴은 뇌가 인지하는 것이므로 성적 즐거움이 반드시 성교만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박사는 "여성은 '타이타닉'을 보려고 줄을 서지만 남성은 비아그라를 사기 위해 줄을 선다"며 "남성의 왜곡된 여성 성에 대한 잣대를 바꾸라"고 주문했다.

2005.11.03 15:4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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