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왕복 달리기 대신 여유를 갖고 여기저기 둘러보면 진정한 '참살이 여행'을 느낄 수 있을 듯싶다. 다행스러운 점은 서울과 동해바다를 잇는 44번 국도변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볼거리·먹을거리가 적지 않아 현장 교육을 겸한 1박 2일 일정의 가족 여행 코스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양평과 인제를 잇는 44번 국도의 4차선 확장 공사가 끝난 것은 지난해다. 시원하게 뚫린 길은 드라이빙의 재미를 더해 준다.
양평에서 50분쯤 가면 홍천읍에 이른다. 대로변에서 이정표를 따라 약 20분 정도 들어가면 천 년 고찰 수타사가 있다. 신라 성덕왕 7년(708년) 세워진 절로 안에는 사천왕상·대적광전·봉황문·칠성각, 그리고 보물인 동종 등이 있다. 절 옆으로는 약 12㎞에 걸쳐 수려한 풍광을 뽐내는 수타계곡이 있다.
수타사를 돌아보고 나면 점심은 홍천 며느리고개를 지나 오른편 길가에 있는 원조화로구이(033-435-8613)에서 숯불삼겹살구이(8000원)로 해결하면 후회는 없다.
홍천을 벗어나 소양댐을 거쳐 인제로 접어들면 약수터가 많다. 대표적으로 남전약수·필례약수·방동약수·오색약수 등이 꼽힌다. 이 중 동해바다로 가는 길 주변에 있는 것은 남전·필례·오색 등이다. 모두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마치 녹물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다. 철분 함유량에 따라 약간씩 맛이 달라 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인제에 들어서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산촌민속박물관을 들러 보자. 사라져 가는 인제의 민속 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하기 위해 2003년 개관한 박물관에는 산촌 사람들의 생업·신앙·음식·놀이 등을 모형·실물·패널·영상 매체 등으로 2개실 36개 코너에 전시하고 있다. 입장료 1000원. 033-460-2085.
인제에서 양양 가는 길은 한계령이 가로막고 있다. 지난해 입은 수해로 복구 공사가 한창이어서 통행이 불편하지만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한계령을 벗어나면 양양이다.
바닷가를 따라 해수욕장이 이어지지만 물에 들어가기엔 아직 철이 이르다. 그래도 바다가 주는 낭만은 한여름 못지않다. 양양에서는 낙산비치호텔이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낙산해수욕장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저녁은 메밀국수와 문어수육이 유명한 손양면 오산리 송월메밀국수(033-672-3696)에서 해결하면 좋다. 강원도산 메밀로 만든 국수는 소의 목뼈와 가슴뼈를 우려낸 육수에 감가루를 곁들여 나온다. 메밀 특유의 고소한 맛과 육수 맛이 어우러져 별미다. 5000원. 동해안에서 갓 잡은 문어를 끓는 물에 데친 문어(2만원)와 이 집에서 담근 막걸리(5000원)를 함께 먹으면 여름밤이 행복할 지경이다.
이튿날 서울로 돌아가는 길. 고성군 공현진에 있는 수성반점(033-631-1492)을 빼놓으면 후회할 수 있다. 인터넷에 팬카페가 있을 만큼 초마면(짬뽕·4000원)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푸짐하게 들어간 해산물 외에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을 만큼 진한 국물 맛이 별미다.
파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면 속초의 설악한화리조트 워터피아 또는 홍천의 대명비발디파크 오션월드에 들르면 된다. 집채만 하지는 않더라도 키를 넘기는 파도는 무더위를 씻기에 충분하다.
글·사진=박상언 기자 [separk@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