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겨레 기사입력 2008-04-07 17:28


[벗님 글방/두경우]

직립보행으로 문명 얻었지만 질병 생긴 숙명
신세대 체형은 등의 중간 굽어 ‘환자 예비군’

 
 ‘앞으로 참 큰일이네!’ 사람들마다 앞날을 내다보며 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정치, 경제에 관한 예견일 터인데도, 나는 늘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마음이 꽂힌다. 그들은 입시나 공부라는 미래의 행복(?)을 담보로 중노동에 밤늦도록 시달리며, 왜곡된 먹거리를 주식으로 삼고, 온실에 갇힌 화초처럼 허옇게 자라가고 있다.

 수 천년 전부터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말들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분명 상황이 다르다. 아니 심각하다. 지구 온난화만큼은 아니어도 앞날은 대단히 비관적이다. 주변 환경인 온실도, 영양을 공급하는 뿌리도, 습관에 의해 형성되는 줄기도 자연성을 상실했으니, 앞으로 피워낼 꽃도, 맺을 열매도 그리 희망적이지 않은 듯하다.


흐름이 차단되거나 소통 원활하지 못하면 탈


 온실, 즉 주변 환경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다 보이고, 영양 공급에 관한 것도 더러 이야기 된 바이니, 여기서는 우선 줄기 이야기, 즉 생활습관에 대해 말해보자.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생활습관에 의해 형성된 척추의 변형과 그에 따른 질병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건강한 몸은 힘과 유연성과 균형이 갖춰져야 한다. 이 세 요소는 서로 밀접하게 의존되어 있다. 유연성이 있어야 균형을 잡고 힘을 쓸 수 있으며, 힘이 있어야 유연성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균형이 잡혀야 힘과 유연성이 의미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대체로 건강을 위해 힘을 기르는 데 더 관심이 있을 것이며, 필자는 척추를 말하고자 함이니, 여기서는 유연성과 균형을 더 강조해야겠다.

 인간은 직립을 통해 동물과 다른 문화를 꽃피울 수 있게 되었지만, 필연적으로 척추의 부담과 그로 인한 인간만의 질병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아래 이야기는,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지 않았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들이다. 그만큼 직립은 척추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했고 빛나는 문명만큼이나 많은 질병을 일으키고 있다.

 건강한 사람은 척추가 유연하고 균형 잡혀 있다. 유연성은 앞뒤좌우 굴신의 정도를 말하는 것이고, 균형이란 좌우로 치우침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병이 많은 사람은 척추가 뻣뻣하고 불균형하거나 바른 곡선을 벗어나 있다. 불균형하거나 경직되어 있으면, 아직은 아닐 수 있어도 머지않아 통증과 질병이라는 불청객들이 벗하려 찾아올 것이다. 척추를 따라 뇌와 전신의 모든 세포와의 연결망인 신경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흐름이 차단되거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해당 장기나 기관은 제 기능을 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 지나가는 것만 봐도 그가 동행하거나 맞닥뜨릴  질병 예견


 여기서 유연성이라 함은 체조선수 같은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각기 타고난 개별성 내에서의 유연성이다. 또한 등뼈는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근육과 인대에 의해 바로서는 것이니, 척추의 유연성은 주변근육의 힘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근육긴장이 지나치면 유연성을 잃고, 긴장이 치우치면 불균형을 초래한다. 힘을 주면 단단하고 힘을 빼면 부드러워야 좋은 근육이다. 마치 고무줄처럼 탄력적이어야 한다. 소나무나 갈대가 아니라, 대나무 같은 유연함이어야 한다.

 척추의 구조와 건강에 눈뜬 사람들은 지나는 사람들을 보면, 그가 동행하거나 곧 맞닥뜨릴  질병을 예견할 수 있다. 이것은 신경의 작용에 따라 매우 구체적이고 과학적이기 때문이다. 근골계 질환 뿐 아니라, 편두통이나 비염, 천식, 변비에서 당뇨나 혈압, 암에 이르기까지 척추의 구조는 대부분의 질병과 관련되어 있다. 구조를 보면 병이 보인다. 불균형한 작은 습관이 큰 병을 부르고, 척추의 경직과 불균형이 만병을 부른다.

 보행기를 밀며 다니는 노인들은 대한민국 아니면 보기 힘든 풍경이다. 도시 노인은 등이 굽고, 시골 노인은 허리가 굽는다. 그야 물론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등이 휘도록 일해 먹고살고, 자식들 가르치며 집 장만하느라 그랬겠지만, 몸의 왜곡을 알아차리고 수정할 도구 하나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제 몸 바라보고 단속할 방도 하나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고 답답하다. 인도의 은퇴한 노인들이 아쉬람으로 명상여행을 떠나거나 요가 수련을 하고, 중국의 노인들이 아침마다 태극권 수련으로 반듯한 허리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약으로 안 되면 수술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이 힘이 있고 균형 잡힌, 유연한 몸을 유지하고 있는 아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성장기 아이들의 신체적 왜곡은 대단히 심각하다. 신세대 체형은 등의 중간부분이 굽어져 있다. 몸 쓰는 일을 많이 한 앞선 세대는 등의 윗부분이 발달했다면, 컴퓨터나 TV에 익숙한 몸은 등의 중간부분이 많이 굽어져 있다. 또한 습관적으로 한쪽을 사용하여 좌우 불균형이 심각하다.
바른 자세로 컴퓨터에 TV에 몰두해 있는 모습은 보기 힘들 것이다. 야생성을 모두 잃어버리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저들은 수많은 질병의 예비후보군이다. 아니 이 순간에도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며, 증상을 제거하고자 무던히 애쓰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대부분은 척추의 강직, 불균형과 연관되어 있고, 이를 간과해서는 본질에 접근하기 어렵다.


불편한 쪽이나 익숙하지 않은 쪽 더 사용해야


 자신의 자세와 몸 쓰는 습관을 관찰하여 척추의 불균형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울에 가로 세로 직선을 긋고 앞에 서서, 손의 길이, 어깨의 높이, 골반의 높낮이를 비교해 보자. 거울 앞에 서서 흐뭇한 미소와 함께 몸의 불균형도 찾아내자.

 의자에 앉아 한발을 꼬고 있는지, 어느 쪽 다리를 올리는 것이 편한지, 어느 쪽 엉덩이에 더 무게가 가는 지 비교해 보자. 틀어지게 앉는 습관이 있는지 관찰하자.

 바닥에 앉을 때 어느 발을 위에 또는 밑에 두는지, 어느 무릎을 세우는지, 등을 구부리고 있는지. 바닥에 누워 어느 쪽 발이 길고 각도가 더 누워 있는지, 어느 쪽 옆으로 눕는 것이 편한지 비교해 보자.

 이를 수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령들이 있지만, 쉽게 생각하여 불편한 쪽, 익숙하지 않은 쪽을 더 사용해 주는 것이다. 오른손잡이는 의식적으로 왼손을 사용하려 애써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몸은 사용하는 대로 전체가 반응하며 그에 알맞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운동을 한다면, 좌우를 골고루 이용하는 균형 잡힌 운동이어야 하고. 한쪽을 사용하는 운동을 한다면 반대쪽으로 훈련하여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주로 한다면 긴장을 풀어주는 동작을 병행해야 한다.

 발을 꼬고 의자에 앉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그로 인한 고관절의 변형은 척추 전체의 변형을 초래한다. 요추도, 흉추도, 경추도 무게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좌우로 뒤틀려 측만이 되고, 골고루 질병을 달고 다닐 것이다. 등받이에 몸을 바짝 붙여 허리를 펴고 앉는 습관을 갖춰야 한다. 그릇된 운전자세도 심각한 변형과 통증, 질병을 초래한다. 책상에 엎드려 단잠에 빠지는 것도 목과 허리가 틀어지게 할 것이고, 등이 굽어 그에 따른 질병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바르게 걷는 습관만으로도 건강이 따라 온다


 특히 짧은 치마를 즐겨 입는 여성들의 앉는 자세는 일방적일 때가 많다. 하이힐은 허리에 부담을 주고 등을 더 굽게 만든다. 브래지어 끈의 지속적인 압력도 통증과 소화 장애를 일으킨다.

 발을 벌리고 걷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발을 벌리면 등이 굽는다. 자연히어깨 위에 올려놓아야 할 무거운 머리를 들고 다니니 어깨가 아프고 힘이 빠진다. 두통이 오고 머리가 맑을 수 없다. 바른 걸음은 엄지발가락에 조금 힘을 주고 발이 벌어지지 않고, 어깨의 움직임으로 발이 따라오게 것이다. 척추의 긴장은 풀리고 점점 힘이 생길 것이다. 바르게 걷는 습관만으로도 건강의 많은 부분을 챙길 수 있다.

 노인들처럼 등이 굽었다면 그 부분에 방석이나 베개를 넣고 누워주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복원할 수 있다.  쿠션이 심한 침대에서 자는 것도 이미 굽은 부분을 더 굽게 하여 잠이 휴식이 될 수 없게 한다. 가능한 만큼 딱딱한 바닥에서 잠드는 것이 척추에 도움이 된다. 자칭 움직이는 종합병원이거나, 늘 질병에 시달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척추가 경직되어 있거나 불균형하다. 이를 수정해야 척추가 바로 서고 건강이 바로 선다.

 반 자연적인 음식이나 지나친 육류의 섭취는 몸에 독소를 남기고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채식 소식 자연식 하는 사람이 훨씬 유연하다. 맑은 음식은 몸도 마음도 유연하게 한다. 몸을 정화하거나 단식을 하는 사람의 몸이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보면 납득이 갈 것이다.

 정신적인 긴장도 근육과 척추의 긴장과 왜곡을 불러온다. 공포, 분노, 근심, 슬픔 등의 정서적 긴장은 근육긴장을 동반하고, 지속되면 척추는 변형된다.


사용하는 대로 반응하고 변하는 것이 몸


 척추의 교정은 생활의 교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틀어진 뼈를 바로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근육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척추가 바로 서고, 이를 위해 생활의 교정이 앞서야한다. 특별한 훈련과 교정기법들은 많아도, 자신의 생활습관을 관찰하면 어렵지 않게 불균형의 원인과 균형의 해법을 스스로 구할 수 있다. 어떤 노력이든 척추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유연성을 높여야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다. 척추의 왜곡이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 이를 복원하려는 노력도 한순간에 될 일이 아니다. 늘 관찰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은 오직 자신만이 해 낼 수 있다.

 몸은 부분만을 보면 난해할지라도, 전체를 통해 바라보면 그리 난해한 일이 아니다. 전체 속에서 부분을 이해해야 하고, 부분은 전체의 표현임을 알아야 한다. 그 표현을 제거하는 방식의 치료는 이제 그쳐야 한다. 사용하는 대로 반응하고 변화하는 것이 몸이고, 그 또한 모두 상식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질병은 우연히 박복하고 재수 없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완벽한 건강체란 있을 수 없지만, 육신이 늘 아프지 않기를 바랄 수도 없지만, 또 늘 몸에 좋은 짓만 하며 살아갈 수도 없지만, 내 몸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유연성과 힘과 균형을 갖추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질병 아닌 건강이 익숙한 생활이 될 것이다.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 할 일이 아니고. 내 몸에 부족한 요소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에 맞추어 몸을 가꾸어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그럴 수 있는 도구 하나라도 부디 챙기자! 그리하여, 유연하고 균형 잡힌 몸을 만들고 힘 있게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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