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헤럴드경제 2008년 02월 18일 (월) 12:16   


귀지.가래.코딱지 청소 藥일까 毒일까
코에서 나오는 콧물과 코딱지, 귀에서 생기는 귀지, 입에서 나오는 가래는 흔히 더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 우리 몸을 외부의 오염물질에서 보호하는 방어 작용을 한다. 유익한 물질인 셈이다. 그래도 그대로 놔두자니 때때로 가렵고 미용상 지저분해 보인다. 코와 귀를 파거나 가래를 뱉고 나면 시원한 쾌감마저 있다. 과연 속 시원히 제거하는 게 옳을까, 아니면 그대로 둬야 할까.

◆귀지, 절대로 파지 말고 내버려 둬야
귀지는 땀샘이 변화된 이구선에서 나온 끈끈한 피지분비물, 땀샘의 묽은 분비물이 표피에서 탈락된 각질, 먼지 등과 혼합돼 형성된다. 아미노산과 지방산, 병원균에 대항하는 라이소자임과 면역글로불린 성분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외이도 피부를 외상으로부터 보호해 주며 염증방어 작용을 한다.

귀지는 따로 팔 필요가 없다. 외이도와 고막의 피부는 특이하게 귀 바깥 방향으로 자라 내버려둬도 귀지는 자연히 귀 밖으로 배출된다. 귀지가 많아도 소리를 듣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손을 대지 않더라도 저절로 세척되고 밖으로 배출된다.

오히려 손을 대면 탈이 나기 십상이다. 귀지를 인위적으로 파내다 보면 귀의 자가 청소능력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물리적 자극으로 귀지선에서 더 많은 귀지가 분비될 뿐이다. 이렇게 증가한 귀지는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는 먹이가 된다. 결국 다시 파내는 악순환이 된다.

귓속 피부는 대단히 민감해 면봉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미세한 상처가 남는다. 감각이 둔해서 이를 잘 못느낄 뿐이다. 또한 외이도나 고막 손상을 일으키기 쉽고, 심지어 귀안의 소리를 전달하는 뼈인 이소골이 손상되는 예까지 보고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의 이광선 교수는 “계속 귀를 파는 습관이 있는 것은 일종의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면서 “그 쾌감은 사실 염증을 유발하는 자극이다. 염증이 심해지면 치통 만큼 고통이 극심하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정 가렵거나 지저분해 보일까 싶어 염려스럽다면 최대한 주의해서 청소한다. 이광선 교수는 “목욕이나 수영을 하다 귀에 물이 들어갔더라도 면봉으로 닦아내지 말고 드라이어기의 찬바람으로 말리는 게 좋다“며 “가정에서 꼭 귀를 파야겠다면 면봉에 살균효과가 있는 애프터셰이브로션을 살짝 묻혀 귀 안쪽 주변을 가볍게만 닦아내는 정도로 그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래, 뱉을 수 있으면 뱉어라
가래는 정상적인 몸 상태에서도 조금씩 분비된다. 점액 성분으로 돼 있어, 숨을 쉴 때 몸 바깥에서 들어온 나쁜 물질을 흡착해 폐 깊숙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여러가지 항균 성분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담배 연기나 공해 등 나쁜 물질이 호흡기로 들어오면 더 많이 만들어지게 된다.

대전선병원 호흡기내과 이연선 과장은 “가래는 일종의 물청소로 생각하면 된다”며 “지나치게 양이 많거나 끈적끈적할 때는 가래배출을 도와주는 방법을 이용해야 하지만 대개 저절로 기도에서 목구멍으로 나오는 것이 정상적인 경로”라고 설명했다.

폐결핵 등 전염병이 있는 환자가 아니라면 대개 가래를 그냥 삼켜도 별 문제는 없다. 가래에 세균이 섞여 있을 경우는 있지만 그 정도의 세균은 위액에 의해 대부분 죽는다. 또한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다 분해된다. 그래도 나쁜 물질이 섞여 있기 때문에 뱉을 수 있으면 뱉는 것이 좋다.

가래를 배출하려면 가급적 편안한 자세에서 급격히 숨을 들이 쉬었다가 그 압력으로 내뱉는다. 어린이나 젊은 여성들은 뜻 밖에도 가래를 뱉는 방법을 잘 모르는 수가 많다. 이런 경우라면 가래를 호흡기에 머금고 있는 것보다는 호흡기에서 배출해 삼키는 경우가 더 좋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오연목 교수는 “가래의 색이 병명을 곧바로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누런 가래가 수 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나 가래에 붉은 핏기가 있다고 하면 호흡기 질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면서 “건강한 사람은 가래가 말라 붙지 않도록 방안의 습도를 유지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콧물, 코딱지 굳이 파낼 필요 없어
사람은 코로 호흡한다. 이 때 코 속에서 분비되는 콧물은 숨을 들이마실 때 먼지나 세균이 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먼지 양이 많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콧물 양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콧물이 마르면 소위 코딱지가 된다.

콧물, 코딱지 역시 그대로 내버려 둬도 된다. 하지만 코가 막혀 불편한 정도라면 적절히 제거해도 탈은 없다. 최근 오스트리아 의학계 폐 전문의로 유명한 프리드리히 비스친거 박사가 코를 손가락으로 후비고 코딱지를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면 손톱이 점막을 다치게 할 우려가 있다. 이광선 교수는 “콧물과 코딱지는 샤워를 하면서 풀거나 물로 세척하는 것이 무난하다”며 “콧물이 식도로 넘어오기도 하는데, 들이마셔도 자연히 변으로 배출되므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맑은 콧물이 지속적으로 나오면 알레르기 비염, 콧물이 끈적끈적하면 만성 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누런 색깔의 끈적끈적한 콧물은 만성 축농증에 흔히 나타나며 피가 섞여 있을 땐 급성 비염이나 비중격만곡증의 증상이다. 건강한 코를 유지하려면 생활 환경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코를 풀 때는 한쪽 코를 막고 반대쪽으로 살살 풀도록 한다.

<도움말:오연목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광선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박문규 대전선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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