敎授 아빠는 어떻게 전교 230등 딸을 서울대에 보냈나

공부 비법 연구해 딸에게 전수  '열혈 아빠' 김주환 연세대 교수

초등학교 땐 덧셈도 못한 딸  뭐든지 배우는 속도 느려… 학습능력 장애 의심받기도
결국 "학교 안 가" 폭탄선언

스파르타式 아닌 사회과학式  학업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주 3회 땀내며 유산소운동… 지능도 함께 큰다는 믿음 줘

매일 두 시간씩 이야기하고  최소 15분 이상 '명상 타임'

결과는… 修能 다섯 과목 만점  "수십년 축적된 연구 결과가… 족집게 학원 교사를 이겼죠   점수보다는 노력이라는 걸요"

초등학교 때 학습능력 장애를 의심받던 아이가 있었다. 구구단은커녕 덧셈도 어려워했고, 뭐든지 늦돼 부모 마음을 졸였다. 6학년 땐 무작정 몇 주씩 등교를 거부했고, 중학교에 올라가선 "더는 공부 안 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기도 했다.

 

성적은 290명 중 230등. 그로부터 5년 후 이 아이는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2013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언어·수리·외국어를 포함한 다섯 과목 만점을 받은 김선유(19)양이다.


김양의 뒤에는 '열혈 아빠'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49)가 있었다. 김 교수는 공부 못하는 딸을 위해 '공부 비법'을 연구해 딸에게 전수했다. 그런데 김 교수의 공부 비법엔 공부에 대한 내용이 없다. '노력하면 지능이 성장한다는 믿음을 준다' '머리 좋다는 칭찬보다는 끈기를 칭찬한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습관을 기른다' '점수가 아니라 계획을 완수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유산소운동과 매일 15분 이상 명상을 시킨다'는 등의 내용뿐이다.

 

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교수의 논문을 인용하면서 "교과목을 학습하는 능력인 '인지능력'보다 인지능력을 뒷받침하는 '비인지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모은 책 '그릿(GRIT)'을 펴낸 김 교수를 지난 10일 서울 연세대에서 만났다. 아버지의 이런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알기 위해 딸 선유양의 코멘트도 함께 붙였다.


◇딸에게 준 다섯 가지

①노력하면 지능이 성장한다는 믿음을 줬다

(아버지) "딸에게 노력하면 유능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애썼다. 지능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가 실제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지능이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이다. 캘빈 에드룬트는 '문제를 풀면 초콜릿을 준다'는 간단한 동기 부여만으로 지능을 1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딸) "목표를 대학 합격이나 수능 만점에 두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좀 더 나를 강하게 단련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아빠는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단 걸 끊임없이 이야기해주셨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뛰었다."

②머리 좋다는 칭찬보다는 끈기를 칭찬

(아버지) "칭찬할 때도 '머리가 좋다'고 칭찬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풀다니 머리가 좋구나'란 말 속엔 지능이 능력이란 게 암시돼 있다. 그래서 '문제를 풀다니 노력을 많이 했구나'하고 칭찬했다. 이것은 노력이 능력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딸) "그런 칭찬이 내 사고 방식을 바꿨다. 쉬운 문제를 많이 풀어서 동그라미를 무진장 많이 쳐놓을 수도 있지만 그게 무슨 가치인가. 내 머리가 얼마나 자극을 받았는가가 가치 아닌가. 그래서 더 어려운, 난이도가 높은 문제에 도전했다. 그런 과정에서 성적이 올라갔다."

③자신을 되돌아보는 습관을 기른다

(아버지) "딸은 중학교 첫 시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열심히 한 만큼 실망이 컸던 모양이다.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공부하기 싫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약속해라. 안 할 거면 제대로 하지 마라. 수업도 듣지 말고, 공부도 하지 말고, 시험에 관심도 갖지 마라'고 말했다. 대신 매일 2시간씩 이야기를 나눴다. 딸이 느끼는 불안을 이해하고 싶었다. 딸의 걱정은 '시험을 못보면 부모님이 실망할 것' '좋은 대학에 못 가면 성공하지 못 할 것' 두 가지였다. '시험을 못봐도 엄마와 아빠는 변함없이 널 사랑한다'는 말과 좋은 대학에 가는 거랑 인생에서 성공하는 건 아무 상관이 없단 말도 해주었다."

(딸) "아빠는 만화책을 원하는 대로 전부 사주고, 게임 전용 컴퓨터도 마련해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2~3주 정도였다. 한 달쯤 지나니 싫증이 났다. 아빠의 말은 '대학 못 가면 인생 망치는 거'란 학교의 세뇌로부터 날 지켜줬다."

④점수가 아니라 계획을 완수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아버지) "딸에겐 스스로 필요한 스케줄 표를 만들고 매번 개선하는 재능이 있었다. 목표를 세우고 그걸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것 자체에서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딸의 그런 재능을 살리는 것에 중점을 뒀다."

(딸) "목표를 성적이 아니라 한 단계씩 성취하는 과정에 두니까 내 재능이 살아났다. 수능 전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데 의미를 뒀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정말 다시 한다 해도 더 많이는 도저히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열심히 했다. 하면 할수록 재능(끈기)이 늘어났다."

⑤유산소 운동과 매일 15분 이상 명상

(아버지) "딸은 원래 마음이 약했다. '유리 심장'이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엔 엄청난 시험 불안증에 시달렸다. 시험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하얘질 정도다. 그런 불안을 없애기 위해 극복할 수 있다는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되풀이해서 설명했다. 심장이라는 기관은 특히 감정에 민감하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은 스트레스로 심장이 불규칙하게 작동한다는 신호다. 그래서 심장은 뇌의 신호를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뇌와 신호를 주고받는 적극적인 기관이라는 걸 알려줬다. 심장이 튼튼해져야 불안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딸) "초등학교 때 시작했다가 그만둔 검도를 중3 겨울방학 때부터 다시 시작했다. 집 근처 검도장에 거의 매일 다녔다. 매일 15분씩 명상도 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수능 전날 만족스럽게 잠자리에 들자. 정말 열심히 했다. 수고했다. 이렇게 잠자리에 들자.' 실제로 6개월쯤 지나자 시험 불안증이 사라졌다."

◇나는 사회과학자, 연구 결과를 믿었다

김 교수에게 물었다.

―자식 문제에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사람들이 공부에 대한 통념에 넘어가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다. 위에 나온 연구 결과를 다 아는 후배 교수들조차도 '공포 마케팅의 대가' 학원 선생님 한마디에 나가떨진다. 우리 집도 결정적인 위기가 있었다. 와이프가 학원 선생님을 만나서 '애 아빠가 이러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어서, 우리 애는 선행학습 안 시켜요'라고 말하니까, 그 선생이 딱 이러더란다. '애 아빠, 서울대 나왔죠?(김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 그런 집 애들이 엄청 망가져요. 옛날처럼 하면 서울대 간다고 착각하는 거예요.' 최대의 위기였다. 하하."

―어떻게 이겨냈나?

"아빠의 출신 학교를 맞히는 무당 같은 학원 선생의 말보다 수십년 동안 축적된 연구 결과를 믿었다. 성적이 아니라 노력과 끈기라는."


-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지침


2003년 3월 중순, 대통령이 4월에 있을 국회 연설문을 준비할 사람을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늘 ‘직접 쓸 사람’을 보자고 했다. 윤태영 연설비서관과 함께 관저로 올라갔다.

김대중 대통령을 모실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과 독대하다시피 하면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다니.

이전 대통령은 비서실장 혹은 공보수석과 얘기하고, 그 지시내용을 비서실장이 수석에게, 수석은 비서관에게, 

비서관은 행정관에게 줄줄이 내려 보내면, 그 내용을 들은 행정관이 연설문 초안을 작성했다. 

그에 반해 노무현 대통령은 단도직입적이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를 원했다.

“앞으로 자네와 연설문 작업을 해야 한다 이거지? 당신 고생 좀 하겠네. 연설문에 관한한 내가 좀 눈이 높거든.”

식사까지 하면서 2시간 가까이 ‘연설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특강이 이어졌다.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열심히 받아쓰기를 했다.

이후에도 연설문 관련 회의 도중에 간간이 글쓰기에 관한 지침을 줬다.

다음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나만의 표현방식이 있네. 그걸 존중해주게. 그런 표현방식은 차차 알게 될 걸세.
2.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 같다’는 표현은 삼가 해주게.
3. ‘부족한 제갗와 같이 형식적이고 과도한 겸양도 예의가 아니네.
4.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 없네.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5. 비유는 너무 많아도 좋지 않네.
6. 쉽고 친근하게 쓰게.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8. 연설문에는 ‘~등’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연설의 힘을 떨어뜨리네.
9. 때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방법이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킹 목사의 연설처럼.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11.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12. 기왕이면 스케일 크게 그리게.
13.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14. 추켜세울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추켜세우게. 돈 드는 거 아니네.
1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16.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17. 통계 수치는 글을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19.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20.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21.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되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3.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뒤는 잘 안 보네. 문단의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그 뒤에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을 좋아하네.
24. 사례는 많이 들어도 상관없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26. 나열을 하는 것도 방법이네. ‘북핵 문제, 이라크 파병, 대선자금 수사…’ 나열만으로도 당시 상황의 어려움을 전달할 수 있지 않나?
27. 같은 메시지는 한 곳으로 몰아주게. 이곳저곳에 출몰하지 않도록
28. 백화점식 나열보다는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줄일 것은 과감히 줄여서 입체적으로 구성했으면 좋겠네.
29. 평소에 우리가 쓰는 말이 쓰는 것이 좋네. 영토 보다는 땅, 치하 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30.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좋은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 것도 안 되네.
31.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32.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33.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대통령은 생각나는 대로 얘기했지만, 이 얘기 속에 글쓰기의 모든 답이 들어있다.

지금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언젠가는 음식에 비유해서 글쓰기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1. 요리사는 자신감이 있어야 해. 너무 욕심 부려서도 안 되겠지만.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2.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하지. 싱싱하고 색다르고 풍성할수록 좋지. 글쓰기도 재료가 좋아야 해.
3. 먹지도 않는 음식이 상만 채우지 않도록 군더더기는 다 빼도록 하게.
4. 글의 시작은 에피타이저, 글의 끝은 디저트에 해당하지. 이게 중요해.
5. 핵심 요리는 앞에 나와야 해. 두괄식으로 써야 한단 말이지. 다른 요리로 미리 배를 불려놓으면 정작 메인 요리는 맛있게 못 먹는 법이거든.
6. 메인요리는 일품요리가 되어야 해. 해장국이면 해장국, 아구찜이면 아구찜. 한정식 같이 이것저것 다 나오는 게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해서 써야 하지.
7. 양념이 많이 들어가면 느끼하잖아. 과다한 수식어나 현학적 표현은 피하는 게 좋지.
8. 음식 서빙에도 순서가 있잖아. 글도 오락가락, 중구난방으로 쓰면 안 돼. 다 순서가 있지.
9. 음식 먹으러 갈 때 식당 분위기 파악이 필수이듯이, 그 글의 대상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해. 사람들이 일식당인줄 알고 갔는데 짜장면이 나오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10 요리마다 다른 요리법이 있듯이 글마다 다른 전개방식이 있는 법이지.
11. 요리사가 장식이나 기교로 승부하려고 하면 곤란하지. 글도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승부해야 해.
12. 간이 맞는지 보는 게 글로 치면 퇴고의 과정이라 할 수 있지.
13.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이 최고지 않나? 글도 그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해.



이날 대통령의 얘기를 들으면서 눈앞이 캄캄했다.

이런 분을 어떻게 모시나.

실제로 대통령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글을 요구했다. 대통령은 또한 스스로 그런 글을 써서 모범답안을 보여주었다.

나는 마음을 비우고 다짐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배우는 학생이 되겠다고.

대통령은 깐깐한 선생님처럼 임기 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설비서실에서 쓴 초안에 대해 단번에 오케이 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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