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부머 인생 2막 ◆
한국 베이비붐세대가 은퇴를 목전에 두고 있다. 내년은 한국 베이비붐세대(55~63년생)의 맏형인 55년생이 만 55세를 맞아 정년퇴직을 하는 시기다. 이후 9년 동안 이들의 은퇴 행진이 이어진다.
베이비붐세대는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15%에 육박한다.
이들이 대거 은퇴를 맞이하는 것은 베이비붐세대 개인적으로도 큰일이지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 고령화사회를 더욱 심화시켜 한국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금융자산이 그리 많지 않은 이들이 현 상태에서 은퇴하면 이들 가정경제가 위태로워질 것은 뻔한 이치다. 반면 한국 베이비붐세대가 멋진 인생 2막을 맞이하면 이는 한국 경제가 고령화로 인한 악영향을 조금 덜 받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베이비붐세대의 근사한 인생 2막을 위해 개인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또 정부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인가.
한국전쟁 이후 55년부터 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한국판 베이비붐세대.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이들은 약 712만명으로 총인구의 14.6%를 차지하게 된다. 일본판 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세대’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베이비붐세대 비중이 주는 의미가 어떠한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이처럼 워낙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베이비붐세대는 연령대별로 다양한 사회 현상을 일으켜왔다. 88년을 전후로 한 주택 가격 급등, 2000년 이후 본격화된 중대형 아파트 가격 급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베이비붐세대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도달하면서 주택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게 88년 전후의 주택 가격 급등 배경이다. 이후 집값은 수도권 200만호 주택 건설이 완성되기까지 수직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런가 하면 2000년 초반 있었던 중대형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40대에 진입한 이들이 중대형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시도하면서 나타난 사태다. 이제 은퇴기에 들어선 이들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주택을 판다면 이는 주택 가격 하락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내년은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맏형인 55년생이 만 55세를 맞이하면서 정년퇴직을 시작하는 해다. 바야흐로 2018년까지 계속될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행진이 이때부터 비로소 시작된다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시작된 일본의 제로 성장,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단카이세대의 은퇴였다. 50~60년대 청년으로 성장했던 일본 베이비붐세대가 90년대 초 일자리를 잃으면서 소비를 줄인 것이 내수시장 위축과 투자 감소를 야기했다는 논리다. 더불어 이들이 한창 경제활동을 하던 시기에 천정부지로 올랐던 부동산 가격이 이들의 몰락과 함께 급락했다. 이 같은 부동산 불황은 부동산을 소유한 은퇴 단카이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고, 이는 다시 소비를 줄이는 단초가 됐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일으킨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또한 실제 배경은 미국 베이비부머의 소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베이비붐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6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7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무려 30%를 차지한다. 이들은 2006년부터 본격적인 은퇴기에 접어들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일본과 미국에 이어, 이제 한국이 베이비붐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겨우 경제위기에서 빠져나온 듯한 한국 경제가 자칫 베이비붐세대 은퇴라는 장애물을 만나 다시 수렁으로 가라앉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 베이비붐세대의 대거 은퇴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한국에 한층 더 큰 고령화사회 파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고령화사회는 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수가 7% 이상인 사회를 가리킨다. 더 나아가 14% 이상이 되면 고령사회가 된다. 통계청은 2018년에 65세 인구가 14.3%를 기록하면서 한국이 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고령화사회 문제점의 핵심은 일할 사람이 줄어듦으로써 경제 활력이 줄고, 또 고령자들이 은퇴 이후 삶을 채 준비 못한 상황에서 은퇴 이후를 맞이함으로써 경제적 불안 계층으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자 문제만으로도 심각한데, 베이비붐세대가 65세도 채 되기 전인 55세부터 대거 은퇴 후 생활로 내몰리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임은 불 보듯 훤한 일이다.
소위 중고령자에 해당하는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이처럼 목전에 와 있지만, 이들의 은퇴준비는 거의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높은 집값으로 인한 거액의 주택담보대출금 상환과 허리가 휠 정도인 자녀 사교육비 때문에 금융자산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탓이다.
결국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세대를 어떻게 생산가능인구로 유지시킬 것인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준비가 덜된 은퇴 이후 시기 도래를 연기시킴으로써 좀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한편, 한국 경제에 몰아닥칠 고령화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중고령자 고용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은 2004년 고령사회대책기본법에 의해 65세 정년이 거의 의무화됐다. 미국은 정부가 직접 노동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대신 충분한 연금 적립을 통해 베이비붐세대 은퇴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도 저도 아닌 한국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현실이다.
[김소연 기자 sky6592@mk.co.kr]
[베이비붐 세대 인생 2막 준비] 부동산
베이비붐세대와 부동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계 자산의 70~80% 정도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007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7.8%. 미국 등 선진국이 30~40%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 전문가들은 은퇴에 대비한 부동산 투자 해법 중 하나로
내재가치가 높은 ‘대지지분 넓은 연립·다세대주택’ 투자를 권한다. 사진은 서울 도심 연립·다세대주택 모습.
실제로 베이비부머들의 금융자산 준비는 낙제에 가깝다. 인생 2막을 준비하기에 실탄이 턱없이 부족하다. 씀씀이와 예상 투자수익률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국내 주요 PB들이 전망하는 노후자금은 대략 5억~15억원 선. 가장 보수적으로 내다본 이남신 농협중앙회 PB전략팀 차장은 "부동산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해도 2억원 정도 유동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한다.
60세 은퇴 예정인 50세 직장인이 80세까지 살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부부가 매월 필요한 돈은 200만원. 물가상승률 3.5%, 투자수익률 연 5%로 가정했다. 이 경우 은퇴 시점에서 6억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은퇴 연령이 55세 남짓이라는 점,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 투자수익률 5% 달성이 만만치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노후자금은 이보다 늘어난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40~49세 인구가 보유한 평균 금융자산은 약 85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평균 연봉 4400만원으로 계산해볼 때 65세까지 부지런히 벌어도 5억원 넘게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 베이비붐세대의 노후가 불투명하다는 조사는 여럿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노후자금으로 은퇴 직전 연봉의 60%를 원하지만 실상 40%도 준비하지 못했고(피델리티), 예상보다 오래 살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장수 리스크'가 커졌다(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더 충격적인 수치도 있다. 정확히 베이비붐세대라 할 수 있는 45~54세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2007년 말 현재 1312만원뿐이다(한국은행). 금융자산 규모가 다른 어느 연령층보다 작다. 대신 빚은 5500만원으로 다른 연령층의 4배에 달한다. 은퇴하면 당장 먹고살기조차 힘겨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불황으로 주식 등 자산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생계형 자금일 뿐
'국민연금이 해결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버리는 게 좋다. 40세에 월 평균 337만원(2008년 기준)을 버는 사람이 60세가 되면 현재 가치로 월 138만원의 국민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현재 60세 이상 가계의 월평균 지출은 180만원. 둘만 비교해도 국민연금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제는 또 있다. 한국인들은 부동산자산 보유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도 이를 분명히 보여줬다. 베이비붐세대 순자산 3억원 가운데 70%가 넘는 2억2000만원이 부동산자산이다. 미국은 거꾸로 부동산 비중이 30%에 그친다.
많은 PB들이 미국처럼 금융자산 비중을 70%까지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덕수 삼성증권 Fn아너스 삼성타운 팀장은 "경제계획개발로 부동산값이 올라가던 시기에는 부동산 투자가 매력적이었지만 부동산은 규제가 늘어가는 반면 금융시장은 커지고 있다"며 "금융자산을 늘려야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나이가 들수록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적인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을 6:4로 제시한 김형철 국민은행 목동남PB센터 팀장은 "임대수익이 가능한 부동산자산을 가진 경우를 염두에 뒀을 뿐, 적어도 50% 이상 금융자산을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행스럽게 지난해에 불어닥친 세계 금융위기는 베이비부머들에게 노후준비와 금융자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듯하다. 조찬형 대우증권 광교지점 WM 팀장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언제 일을 그만둘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노후준비에 나서는 베이비부머가 늘었다"고 밝혔다. 또 은퇴를 위한 자산관리 방법으로 부동산에서 금융상품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는 게 PB들의 일치된 견해이기도 하다.
해법
자녀교육보다 은퇴자금 준비가 우선
노후대비 금융자산 마련을 위한 전문가 조언 제1계명은 부동산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돌리라는 것이다. 80%가 넘는 부동산자산 중 20~30% 정도만 금융자산으로 옮겨도 1억원 넘는 여윳돈이 생긴다. 수익형 부동산 비중까지 낮출 필요는 없다. 다만 거주 목적의 부동산 비중이 높다면 면적을 줄이고 저렴한 곳으로 옮기라고 주문했다.
그 뒤 마련된 목돈으로 금융상품을 제대로 골라야 한다. 베이비붐세대라고 해도 연령대별로 투자 요령이 달라진다. 은퇴를 앞둔 50세 이후 세대는 보수적인 투자가 바람직하다. 채권이나 적금 등 이자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상품이 알맞다는 뜻이다. 이때 고려해야 할 게 '100-현재 연령' 원칙이다. 100에서 본인 나이를 뺀 만큼만 주식형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54세 직장인은 54%만 주식형상품에 넣고 나머지 46%는 예·적금 등 금리상품이 좋다. 45세의 젊은 베이비부머라면 55% 이상 주식형상품에 넣어 공격적으로 나서볼 만하다.
(100-현재연령) 비중만큼 주식투자
노후대비라는 관점에서 연금상품을 추천하는 PB들이 많았다. 양종석 미래에셋증권 금융영업 본부장과 박병향 기업은행 평촌지점 PB팀장은 변액연금을 적극 권했다. 변액연금은 연금액이 정해지지 않고 주식 등에 투자한 수익에 따라 결정된다. PB들이 변액연금을 추천한 배경에는 금융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매월 연금도 받고 투자 효과도 누리자는 계산이다. 연금 가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았다. 납입 기간이 길수록 보험료 부담이 적어서다.
서재연 HSBC은행 압구정지점 FP는 목돈을 한꺼번에 납입한 뒤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연금으로 받는 즉시연금을 권했다. 실제로 퇴직 후 고정 수입원이 끊긴 미국 베이비붐세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그는 "즉시연금을 이용해 예치한 뒤 월 이자는 다시 적립식 펀드로 재투자하는 복합 방법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PB들은 적절한 분산투자를 요구했다. 서재연 FP는 자산을 단기 유동성, 중장기 투자성, 장기 안정형 자산으로 나누라고 조언했다. 비중은 10:40:50으로 장기자금 비중이 높다. 구체적으로 단기자금은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중장기 투자성 자산은 주식형 중심의 적립식상품 가입을 권했고, 장기 안정 자산 운용 방법으로는 연금형상품 가입을 추천했다. 박경일 미래에셋지점 평촌지점 차장은 주식(현물), 주식형 펀드, 채권(선박펀드·리츠 포함), 주가연계증권(ELS), CMA를 20% 내외씩 보유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박 차장도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적절한 배분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추천할 만한 상품도 물어봤다. 한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센터 도곡팀장은 "누구에게나 꼭 맞는 '절대' 상품이란 없다"고 전제했다. 다만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적절한 상품을 찾는 게 문제다. 한정 팀장은 "본인이 감내할 만한 위험 수준을 먼저 파악한 뒤 벤치마크보다 실적이 좋을 만한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전문가 추천 주식형 펀드상품을 나눠보면, 대형주, 원자재 관련주, 그린산업 등 테마주로 나뉜다. 삼성그룹주, 미래에셋5대 그룹주 등은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안정성에 좀 더 무게를 둔 추천 상품인 셈이다. 경기가 살아나고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가정 아래,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 JP모건천연자원 펀드에도 관심을 뒀다.
문국창 하나대투증권 WM부 부장은 장기 테마로 떠오를 녹색산업 펀드도 유망하다고 꼽았다. 김상철 미래에셋증권 일산지점장은 흥국알토란공모주 펀드를 단기 유망 펀드로 짚었다.
마지막 팁 하나 더. 은퇴자금을 중간에 깨먹는 게 베이비부머들의 고질적인 문제다. 자녀 교육 등이 주된 핑계(?)다.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본부장은 "이는 부모와 자녀가 모두 불행해지는 길이다. 자녀에게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노후자금은 타임캡슐에 묻었다 생각하고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응답자
김상철 미래에셋증권 일산지점장/ 김형철 국민은행 목동남PB센터 팀장/ 문국창 하나대투증권 WM부 부장/ 박경일 미래에셋증권 평촌지점 차장/ 박병향 기업은행 평촌지점 PB팀장/ 서재연 HSBC은행 압구정지점 FP/ 양종석 미래에셋증권 금융영업 본부장/ 이남신 농협중앙회 PB전략팀 차장/ 조찬형 대우증권 광교지점 WM 팀장/ 한덕수 삼성증권 Fn아너스 삼성타운 팀장/ 한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센터 도곡팀장 (가나다 순)
[명순영 기자 msy@mk.co.kr]
[베이비붐 세대 인생 2막 준비] 금융자산
'10점 만점에 5점.'
매경이코노미는 올 상반기 베이비붐세대 300명에게 '노후준비 정도를 스스로 평가해보라'고 했다. 그 결과, 점수는 10점 만점에 5.2점이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제대로 은퇴대비를 못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베이비부머들의 금융자산 준비는 낙제에 가깝다. 인생 2막을 준비하기에 실탄이 턱없이 부족하다. 씀씀이와 예상 투자수익률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국내 주요 PB들이 전망하는 노후자금은 대략 5억~15억원 선. 가장 보수적으로 내다본 이남신 농협중앙회 PB전략팀 차장은 "부동산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해도 2억원 정도 유동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한다.
60세 은퇴 예정인 50세 직장인이 80세까지 살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부부가 매월 필요한 돈은 200만원. 물가상승률 3.5%, 투자수익률 연 5%로 가정했다. 이 경우 은퇴 시점에서 6억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은퇴 연령이 55세 남짓이라는 점,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 투자수익률 5% 달성이 만만치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노후자금은 이보다 늘어난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40~49세 인구가 보유한 평균 금융자산은 약 85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평균 연봉 4400만원으로 계산해볼 때 65세까지 부지런히 벌어도 5억원 넘게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 베이비붐세대의 노후가 불투명하다는 조사는 여럿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노후자금으로 은퇴 직전 연봉의 60%를 원하지만 실상 40%도 준비하지 못했고(피델리티), 예상보다 오래 살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장수 리스크'가 커졌다(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더 충격적인 수치도 있다. 정확히 베이비붐세대라 할 수 있는 45~54세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2007년 말 현재 1312만원뿐이다(한국은행). 금융자산 규모가 다른 어느 연령층보다 작다. 대신 빚은 5500만원으로 다른 연령층의 4배에 달한다. 은퇴하면 당장 먹고살기조차 힘겨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불황으로 주식 등 자산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생계형 자금일 뿐
'국민연금이 해결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버리는 게 좋다. 40세에 월 평균 337만원(2008년 기준)을 버는 사람이 60세가 되면 현재 가치로 월 138만원의 국민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현재 60세 이상 가계의 월평균 지출은 180만원. 둘만 비교해도 국민연금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제는 또 있다. 한국인들은 부동산자산 보유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도 이를 분명히 보여줬다. 베이비붐세대 순자산 3억원 가운데 70%가 넘는 2억2000만원이 부동산자산이다. 미국은 거꾸로 부동산 비중이 30%에 그친다.
많은 PB들이 미국처럼 금융자산 비중을 70%까지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덕수 삼성증권 Fn아너스 삼성타운 팀장은 "경제계획개발로 부동산값이 올라가던 시기에는 부동산 투자가 매력적이었지만 부동산은 규제가 늘어가는 반면 금융시장은 커지고 있다"며 "금융자산을 늘려야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나이가 들수록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적인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을 6:4로 제시한 김형철 국민은행 목동남PB센터 팀장은 "임대수익이 가능한 부동산자산을 가진 경우를 염두에 뒀을 뿐, 적어도 50% 이상 금융자산을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행스럽게 지난해에 불어닥친 세계 금융위기는 베이비부머들에게 노후준비와 금융자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듯하다. 조찬형 대우증권 광교지점 WM 팀장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언제 일을 그만둘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노후준비에 나서는 베이비부머가 늘었다"고 밝혔다. 또 은퇴를 위한 자산관리 방법으로 부동산에서 금융상품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는 게 PB들의 일치된 견해이기도 하다.
해법
자녀교육보다 은퇴자금 준비가 우선
노후대비 금융자산 마련을 위한 전문가 조언 제1계명은 부동산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돌리라는 것이다. 80%가 넘는 부동산자산 중 20~30% 정도만 금융자산으로 옮겨도 1억원 넘는 여윳돈이 생긴다. 수익형 부동산 비중까지 낮출 필요는 없다. 다만 거주 목적의 부동산 비중이 높다면 면적을 줄이고 저렴한 곳으로 옮기라고 주문했다.
그 뒤 마련된 목돈으로 금융상품을 제대로 골라야 한다. 베이비붐세대라고 해도 연령대별로 투자 요령이 달라진다. 은퇴를 앞둔 50세 이후 세대는 보수적인 투자가 바람직하다. 채권이나 적금 등 이자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상품이 알맞다는 뜻이다. 이때 고려해야 할 게 '100-현재 연령' 원칙이다. 100에서 본인 나이를 뺀 만큼만 주식형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54세 직장인은 54%만 주식형상품에 넣고 나머지 46%는 예·적금 등 금리상품이 좋다. 45세의 젊은 베이비부머라면 55% 이상 주식형상품에 넣어 공격적으로 나서볼 만하다.
(100-현재연령) 비중만큼 주식투자
노후대비라는 관점에서 연금상품을 추천하는 PB들이 많았다. 양종석 미래에셋증권 금융영업 본부장과 박병향 기업은행 평촌지점 PB팀장은 변액연금을 적극 권했다. 변액연금은 연금액이 정해지지 않고 주식 등에 투자한 수익에 따라 결정된다. PB들이 변액연금을 추천한 배경에는 금융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매월 연금도 받고 투자 효과도 누리자는 계산이다. 연금 가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았다. 납입 기간이 길수록 보험료 부담이 적어서다.
서재연 HSBC은행 압구정지점 FP는 목돈을 한꺼번에 납입한 뒤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연금으로 받는 즉시연금을 권했다. 실제로 퇴직 후 고정 수입원이 끊긴 미국 베이비붐세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그는 "즉시연금을 이용해 예치한 뒤 월 이자는 다시 적립식 펀드로 재투자하는 복합 방법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PB들은 적절한 분산투자를 요구했다. 서재연 FP는 자산을 단기 유동성, 중장기 투자성, 장기 안정형 자산으로 나누라고 조언했다. 비중은 10:40:50으로 장기자금 비중이 높다. 구체적으로 단기자금은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중장기 투자성 자산은 주식형 중심의 적립식상품 가입을 권했고, 장기 안정 자산 운용 방법으로는 연금형상품 가입을 추천했다. 박경일 미래에셋지점 평촌지점 차장은 주식(현물), 주식형 펀드, 채권(선박펀드·리츠 포함), 주가연계증권(ELS), CMA를 20% 내외씩 보유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박 차장도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적절한 배분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추천할 만한 상품도 물어봤다. 한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센터 도곡팀장은 "누구에게나 꼭 맞는 '절대' 상품이란 없다"고 전제했다. 다만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적절한 상품을 찾는 게 문제다. 한정 팀장은 "본인이 감내할 만한 위험 수준을 먼저 파악한 뒤 벤치마크보다 실적이 좋을 만한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전문가 추천 주식형 펀드상품을 나눠보면, 대형주, 원자재 관련주, 그린산업 등 테마주로 나뉜다. 삼성그룹주, 미래에셋5대 그룹주 등은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안정성에 좀 더 무게를 둔 추천 상품인 셈이다. 경기가 살아나고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가정 아래,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 JP모건천연자원 펀드에도 관심을 뒀다.
문국창 하나대투증권 WM부 부장은 장기 테마로 떠오를 녹색산업 펀드도 유망하다고 꼽았다. 김상철 미래에셋증권 일산지점장은 흥국알토란공모주 펀드를 단기 유망 펀드로 짚었다.
마지막 팁 하나 더. 은퇴자금을 중간에 깨먹는 게 베이비부머들의 고질적인 문제다. 자녀 교육 등이 주된 핑계(?)다.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본부장은 "이는 부모와 자녀가 모두 불행해지는 길이다. 자녀에게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노후자금은 타임캡슐에 묻었다 생각하고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응답자
김상철 미래에셋증권 일산지점장/ 김형철 국민은행 목동남PB센터 팀장/ 문국창 하나대투증권 WM부 부장/ 박경일 미래에셋증권 평촌지점 차장/ 박병향 기업은행 평촌지점 PB팀장/ 서재연 HSBC은행 압구정지점 FP/ 양종석 미래에셋증권 금융영업 본부장/ 이남신 농협중앙회 PB전략팀 차장/ 조찬형 대우증권 광교지점 WM 팀장/ 한덕수 삼성증권 Fn아너스 삼성타운 팀장/ 한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센터 도곡팀장 (가나다 순)
[명순영 기자 msy@mk.co.kr]
[베이비붐 세대 인생 2막 준비] 평생직업
30년 동안 대기업에 다니다 3년 전 정년퇴직한 신모 씨(59)는 요즘 재취업의 어려움을 새삼 느끼는 중이다. 퇴직 후 실업급여를 받다가 재취업의 필요성을 느끼고 직업훈련학교에 등록해 컴퓨터와 사무교육 받았다. 이후 전 직장과 관련된 중소기업에 쉽게 입사할 수 있었다.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능력과 경험도 높이 평가받았다. 문제는 그 다음. 3년의 계약 기간 후 재계약이 거부돼 새로 취업할 곳을 찾기 어려웠다. 금융위기 여파로 일자리가 줄어든 까닭에 그나마 있는 자리는 젊은이 몫이었다. 주차장 관리와 아파트 경비 일자리를 소개받기는 했는데 이는 또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어 고민 중이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못해도 20~30년. 그 시간을 일자리 없이 지낼 것으로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얼마 없는 은퇴자금도 걱정이다.
국내 준고령층(50~59세) 상당수가 이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조기퇴직을 걱정하는 40대 중후반 연령층도 이 같은 일이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4월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고령층 고용불안과 관련된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40~50대 중고령 실업자가 현재(27만6000명)보다 10만명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었다. 벌써부터 중고령자들의 실업급여 신청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3월 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업급여 신청자 수 증가율은 40대가 48.7%로 전체 실업급여 신청자 수 증가율 35.9%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전용석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기술혁신 수준이 빨라지면서 40대 생산핵심연령층도 정리해고, 권고사직 등의 비자발적 실업 위험에 놓이게 됐다. 생애 주기를 고려할 때 이들의 재취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고용안정성은 급격히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들 중고령자층은 재취업도 어렵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고령화 속도가 빠른 데다가 노동유연성이 경직되다 보니 중고령층의 재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고령화·저출산·청년실업 논의는 많은데, 허리층을 형성하는 중고령층 지원책은 없어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고령층 은퇴와 재취업이 안되는 것은 단순히 이들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9년 뒤에 베이비붐세대 712만명이 모두 은퇴한다고 가정해보자. 같은 기간 경제활동이 가능한 15세 이상 인구 수는 547만명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도 경제활동가능인구가 무려 165만명 줄어든다. 올해 기준 근로자 현재 1인당 조세부담액은 467만원. 일률적으로 1인당 조세부담액 467만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하면, 7조7200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그렇다고 정부 재정을 그에 맞춰 줄일 수도 없는 노릇. 부족 재정을 맞추기 위해 베이비붐 이후 세대의 조세 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의 은퇴가 완료되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60% 안팎으로 감소한다. 베이비붐세대를 포함하면 이 수치는 70%를 훌쩍 넘어선다. 단순히 생산가능인구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2007년 일본에서는 단카이세대 은퇴로 숙련 노동자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 역시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김충일 기자 loyalkim@mk.co.kr]
[베이비붐 세대 인생 2막 준비] 임금피크제 성공사례
베이비붐세대의 대거 은퇴에 따르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방법 중 하나로 인식되는 것이 바로 임금피크제다. 중고령층에 대한 재취업과 사회복지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정년연장형
LS전선
정년연장형은 취업 규칙에 명시된 정년을 일정 기간 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정년 전후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다. 가장 바람직한 임금피크제 유형으로 꼽힌다. 정년이 연장되다 보니 노동자의 조직 충성도가 강화되고 기업은 숙련인력을 장기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회사 측에선 인건비 감소 효과가 적고 직원들의 업무집중도 저하와 인사적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이 나타난다.
제조업체 LS전선은 2007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2007년 당시 회사의 50세 이상 고령인력은 20% 수준이었지만 2년 뒤에는 3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로선 점차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근로자들도 조기퇴출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었다.
노동자 측에서 먼저 임금피크제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노동조합은 자체 설문을 실시했고 그 결과 조합원 1152명 중 45%인 510명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찬성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반대 측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회사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왜 도입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모르겠고, 또 과연 회사가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줄지에 대해서도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단기적으로 비용감소 효과가 적다고 본 경영자 측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수십 차례 설명회와 노사 만남을 거치면서 합의점을 찾았다. 양 측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을 만 53세 이상 현장기능직 사원으로 한정했다. 9월 말 기준으로 이들은 173명. 총 현장 근무자 900명 중 20%에 해당된다. 임금 지급 방식은 '상승둔화 후 삭감형'을 택했다.
만 53세부터 57세까지 5년 동안은 호봉인상 2%만 적용해 임금을 동결하고 만 58세부터 만 60세까지는 만 57세 기본급을 기준으로 15%를 삭감해 일괄 적용하는 방식이다.
김환 LS전선 노경(노동자경영자)기획팀장은 "단기적으로 비용이 더 들어가겠지만 대신 정년 연장으로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이 해소됨으로써 직원들의 근로 욕구와 애사심이 고취돼 작업장 분위기를 개선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사 측은 사 측대로 이들 임금이 신입사원 초임보다 조금 높지만, 임금 대비 노동생산성은 훨씬 높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 후 회사의 현장기능직 노동자 평균 연령은 현재 44세로 높아졌다. 50세 이상 고령인력 비율은 예상대로 35%가 넘었다. 53세 이상 노동자 비율이 20%인 것을 감안하면 50~52세 고령 노동자 비율만도 15%에 이른다. 이들은 3년 안에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된다.
고용연장형
대우조선해양
고용연장형은 기존 정년까지 근무를 보장하고 정년 이후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하는 제도로, 정년 전후 임금을 감액한다. 장점은 정규직과 근로 조건을 차별화할 수 있고 직무 변경 시 인사적체 현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신분 변동에 따라 업무집중도가 떨어지고 적합한 직무를 부여받지 못할 경우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4년 2월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99년부터 직원 자연감소율이 연 2% 이하로 급감해 2011년에는 44세 이상 직원이 절반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 것이 도입 이유다. 더군다나 사무, 기술직의 고위 직급이 점차 늘어나면서 회사는 인력 배치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노사합의를 통해 회사는 사무와 기술직에 국한해 정년을 만 58세로 하고 피크임금은 정년 5년 전인 만 53세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임금 지급 방식은 '상승둔화형'을 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기본급 없이 평가급과 성과급으로 연봉을 지급한다. 만 53~55세 직원에게는 성과급(그해 지급액의 50%)과 임금인상률(그해 지급액의 25%)을 줄여 지급하고, 만 56~58세 직원에게는 평가급과 성과급 없이 55세 연봉 수준만을 지급한다.
59세 이후 재입사도 가능하다. 퇴직 후 회사가 그 인력을 필요로 하고 퇴직자도 건강 등 조건이 맞으면 회사에 재입사해 1년 단위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1년 단위 재입사는 최장 61세까지 가능하다. 임금 수준은 퇴직 전 임금의 최고 70%에서 최저 50%까지다.
한편 회사는 임금피크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같은 해 '전문가제도'를 만들었다. 팀장급(부장 이상)이 아닌 10년 차 이상 직원이 대상이며, 전문가로 선정되면 임금과 성과급이 계속 늘어난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던 중고령자도 전문가로 선정되면 원래대로 임금과 성과급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주로 기술 노하우가 있는 40~50대이다 보니 임금피크제 보완 효과를 갖는다. 전문가는 2년에 한 번씩 선정되며 연속 3번까지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회사에서 전문가로 선정된 직원은 180명 정도다.
권종석 대우조선해양 인사1팀 차장은 "임금피크제 도입 전까지 매년 크고 작은 구조조정이 있었지만 도입 후 사라졌다. 전에는 숙련된 기술자가 승진할 자리가 없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 뒤 고용 불안을 느끼지 않고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됐다. 회사도 필요에 따라 재입사 형태로 전문 기술인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 이익"이라고 말했다.
정년보장형
한국농어촌공사
정년보장형은 취업 규칙에 명시된 정년을 보장하되 정년 전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다. 인위적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공기업에서 많이 적용하는 방식이다. 제도 도입에 따른 가장 큰 장점은 인건비 감소 효과가 크다는 것. 단점은 기존 근로 조건이 저하되는 것으로 인식돼 구성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06년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정년은 만 58세로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년까지 근무하고 퇴직한다. 그러다 보니 고령자 인력 적체가 심한 편이다. 40대 이상 근로자 수가 전체 인원(5764명, 2007년 기준)의 약 70%에 해당하는 4000명에 이른다(40대 2230명, 50대 1769명). 고령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임금피크제는 회사가 먼저 제안하고 노동조합이 동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방식은 58세 정년보장형으로 하고 정년 3년 전부터 임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만 56세부터 만 58세까지는 만 55세 기본급을 기준으로 매년 10%를 삭감하는 방식. 단 피크제 적용 시기를 1급은 58세, 2급과 6급은 57세, 3급 이하는 56세부터 하는 것으로 했다. 왜냐하면 제도 도입 전 1급의 정년은 58세, 2급과 6급은 57세, 3급은 56세였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선진화에 따라 정년연장형이 일부 가미됐다.
한편 지난해 말 한국농어촌공사는 고임금 인력과 간부를 중심으로 602명을 구조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임금피크제 대상자 282명도 포함됐다. 그 결과 현재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없다.
[김충일 기자 loyalkim@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