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재테크
‘순간의 선택이 노후를 좌우한다’.
동일한 월급을 받고, 같은 기간 동안 근무했다 해도 어떤 퇴직연금을 선택하느 냐에 따라 퇴직연금 수령액이 달라진다.
올 12월부터 도입될 퇴직연금은 현행 퇴직제도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무엇보 다도 근로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실정에 맞는 퇴직연금 상품을 선택해야 한 다. 사업주도 여러 가지를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노사간에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노사합의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 다.
과연 내 몸에 맞는 퇴직연금은 어떤 유형일까. 근로자와 사업주 입장으로 나눠 고려 사항이 무엇인지 진단했다. 또한 퇴직연금을 관리하고 운영할 금융회사들 은 어떤 점을 내세워 고객을 유인하고 있는지도 짚어봤다.
퇴직연금제도가 뿌리를 내리려면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과연 퇴직연금 제도 를 운영하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으며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전문가 시각을 들어봤다.
■내 몸에 맞는 퇴직연금은 : 근로자■
Q> 퇴직연금으로 언제 전환하는 게 좋을까.
A> 현행 법정퇴직금은 퇴직 해당년도 연봉의 월평균 급여를 근무연수에 곱해 지급하는 형식이다.
만약 퇴직금 누진제가 적용되는 회사에 다닌다면 서둘러서 퇴직연금으로 전환 할 이유가 없다. 수익률 개념으로 따졌을 때 퇴직금 누진제가 훨씬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회사라면 재무건전성과 임금상승률이 퇴직연금 전환의 중요한 잣대다. 재무건전성이 열악한 회사라면 서둘러서 전환하는 게 좋다. 또한 사양산업에 속해 임금상승률이 낮거나, 앞으로 연봉이 줄어들 가능 성이 있다면 가능한 빨리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
현재 퇴직보험이나 퇴직신탁에 가입한 회사라도 2010년까지 무조건 퇴직연금으 로 전환해야 한다.
Q>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때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가운데 어떤 것 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A> 수익률과 본인 취향에 따라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 DB형은 확정된 퇴직금이 지급되는 퇴직연금으로 최소 현행 법정퇴직금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설사 회사 가 운용실패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해도 근로자에게 법정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DC형을 선택했다면 무조건 본인 책임이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올렸다면 퇴직 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 DB형 수익률은 임금상승률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임금상승률이 높다면 DB형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류건식 보험개발원 팀장은 “임금상승률이 평균 4% 미만이라면 DC형을 선택하 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Q> DB형과 DC형 퇴직연금은 누가 선택하는가.
A> 회사와 근로자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 근로자 의견을 무시하고 회사가 임의 로 선택할 수 없다. 회사는 50% 이상의 근로자가 소속된 노동조합의 뜻을 물어 야 한다. 노조는 DB형과 DC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지 아니면, 조합원 뜻에 따 라 각자 알아서 선택할지를 투표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조합원 80%가 DB형을 선택했다면, 나머지 20%도 DB형을 선택하게 할지, 아니면 80%만 DB형을 선택하고 나머지 20%는 DC형을 선택하게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근로자들의 불만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근로자 마음대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부서원이라도 어떤 사람은 DB형을 또 다른 부 서원은 DC형을 선택할 수 있다.
Q> DC형을 선택했을 경우 장단점은 무엇인가.
A> DC형을 선택하면 기존 근무 기간에 대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일시금을 다시 DC형에 넣을 수도 있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근로자 들이 DC형을 선택했으나, 회사가 일시에 기존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재정적 인 여유가 없다면 노사 협의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분할 형식으로 지급할 수 있다. 반면 DB형을 선택하면 기존 퇴직금을 일시금 형태로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무엇보다도 근로자 자신의 책임으로 자유롭게 투자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그러나 손실을 입었을 때 자신의 책임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
Q> 회사가 과거 퇴직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을 경우 어떻게 되나.
A> DC형 퇴직연금을 선택하면 과거 퇴직금을 중간 정산할 수 있다. 퇴직금을 받아 개인적으로 쓰거나, DC형 퇴직연금에 불입할 수도 있다.
만약 회사가 과거 퇴직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경우엔 5년 이내에 분할상환하 거나, 과거 퇴직금에 한해 현행 퇴직금 제도를 운영해도 된다.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노사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만약 향후 퇴직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속한 근로자라면 퇴직금 중 간 정산이 유리하다.
Q>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는 누가 선택하는가.
A> 퇴직연금제도를 보면 퇴직금 관리회사와 운용회사가 존재한다. 퇴직연금 수 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곳은 운용회사이나, 관리회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퇴 직연금 관리회사와 운용회사는 회사와 근로자가 합의해서 선택한다. 한 금융회 사에 관리회사와 운용회사를 통합해 맡길 수 있고, 분리할 수도 있다. 회사 입 장에선 주거래 은행이 퇴직연금 관리회사로 지정되는 게 유리하겠지만 최종 결 정은 노사합의가 있어야 한다.
DB형이라 해도 노사합의를 통해 선택해야 한다. 운영회사나 관리회사 모두 한 군데만 선택할 수 있다. 대상 금융회사는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사다 .
Q> 퇴직연금 운영 회사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A> 자산건전성이 좋은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게 좋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회사 가 망하더라도 퇴직연금을 떼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DC형 퇴직연금을 예 금자보험에 포함시킬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자산건전성이 높은 금융회사를 고르는 것은 필수다.
은행을 선택할 때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 증권사는 영업용 순자본비율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Q> 퇴직연금은 언제 받을 수 있을까.
A> 한 직장에서 계속해서 다닐 경우 기본적으로 55세가 됐을 때 일시금 또는 분할해서 연금형태로 받는다. 그러나 예외 조항이 있다. 무주택자가 집을 장만 할 때나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할 때는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
Q> 퇴직연금 가입자가 중도에 회사를 옮기게 되면 어떻게 되나.
A> 회사를 옮기면 퇴직연금을 일시금 형태로 받을 수 있다. 만약 DC형 가입자 가 곧바로 다른 회사로 옮긴다면 기존 퇴직연금을 그대로 승계해서 적립할 수 도 있다. 퇴직연금을 찾아 개인퇴직계좌에 넣어둘 수도 있다.
Q> 개인퇴직계좌 가입 요령은.
A> 퇴직연금에 가입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퇴직연금이 일시금 형태로 지급 되는 데 이 경우 개인퇴직계좌(IRA)를 활용할 수 있다.
개인퇴직계좌에 가입하면 55세까지 기다려서 일시금이나 연금을 받거나, 중도 해지도 가능하다. 개인퇴직계좌에 추가 불입은 불가능하다. 개인퇴직계좌 가입 중에 새로운 직장을 잡게 되면 별도로 퇴직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Q> 비정규직이나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들도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나.
A> 2008년 이후에나 시행여부가 결정된다. 2008년 이후 노동부장관이 시행시기 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1년 미만 근로자들은 퇴직연금 대상에 포함되 지 않는다.
▷잠깐 용어
·DB형 퇴직연금 : 확정급여(Defined Benefit) 형태로 퇴직금 급여 책임이 사 용주에 있다. 현행 퇴직금제도와 달리 수급권이 보장되나 퇴직금 지급액은 동 일하다.
·DC형 퇴직연금 : 확정기여(Defined Contribution) 형태로 퇴직금은 본인 책 임이며 운용 실적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진다. 퇴직연금은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시행된다.
[특별 취재팀 : 이제경 차장(팀장) / 김병수 / 명순영 / 김경민 기자]
내 몸에 맞는 퇴직연금은 : 사업주
Q>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중 무얼 고를까.
A> 퇴직연금제도 핵심 이슈는 어떤 방식의 연금을 고르느냐다. 전문가들은 조 심스럽게 “기업 입장에서는 확정기여형이 낫다”고 얘기한다. 사용자는 정기 적인 기금 적립을 빼면 아무런 의무가 없어서다. 쉽게 말해 일정 액수만 꾸준 히 내면 사용자로서 역할은 다한 셈이다.
확정기여형의 기금 운용 위험부담은 전적으로 근로자에 있다. 이런 이유로 일 반적으로 사용자는 DC, 근로자는 DB를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기업도 확정급여형에서 확정기여형으로 옮기는 추세라고 한다. 강현철 우 리증권 차장은 “확정급여형은 기업이 내야 할 부담이 유동적이라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그는 “근로자도 능동적으로 안정자산에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DC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Q> 사용자에게는 확정기여형이 낫다는 얘기인가.
A> 그렇다고 사업주 입장에서 확정기여형이 낫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어렵다. 반대로 확정급여형을 살펴보자. 금융상황이 좋아 투자수익률이 임금인상률보다 높다면 확정급여형을 선택했을 때 기업 부담이 준다. 운용사를 잘 고르는 게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확정급여형은 60% 이상 사외에 적립하도록 했다. 최대 40%까지는 사내에 유 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확정기여형의 경우 원칙적으로 새로운 퇴직연금을 100 % 사외에 적립시켜야 한다. 따라서 현금부담을 줄이는 제도는 확정급여형인 셈 이다. 현실적으로 기업으로서는 곧장 100% 사외 적립시키거나 중간정산하기가 힘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노사합의로 퇴직금 처리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새로운 퇴직연금제도 도입 전의 퇴직금은 기존 제도대로 유지해 법정퇴직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Q> 퇴직금제도를 꼭 없애야 하나.
A> 근로자뿐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도 현행 퇴직금제는 문제가 많았다. 불규칙한 퇴직금으로 재무상황 예측이 힘든 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 그렇 다면 올 12월 시행과 동시에 꼭 바꿔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현행 법정퇴직금제도에서 퇴직연금제도로의 전환은 어떤 법률적 요구사항도 없는 임의적인 형태다. 2010년까지는 현재의 법정퇴직금제도를 그 냥 운영해도 된다.
일정시점부터 확정급여형이나 확정기여형으로 바꾸면서 이전 퇴직금 제도는 그 대로 유보시킬 수도 있다. 이 퇴직금은 근로자가 회사를 떠날 때 법정퇴직금제 도에 따라 지급하면 된다.
그러나 법정퇴직금제도를 남겨두고, 정산도 하지 않은 채 퇴직연금제도로 바꾸 면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경영상황이 안 좋은 회사의 경우 부도가 났을 때 근로자가 유보된 퇴직금을 받 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첫 번째다. 또 법정퇴직금에 대한 이자 문제도 불거질 소지가 크다.
Q> 인사시스템, 기업문화 등이 어떤 영향을 끼치나.
A> 예를 들어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차의 평균근속연수는 각각 17.4년과 13 .6년으로 길었다. 반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7.4년과 6.8년에 불과했다. 근속연수가 길면 기업 근로자들이 확정급여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가 안정적이라 근로자들이 위험을 안고 확정기여형으로 옮겨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
이는 기업문화와도 관련이 깊다. 확정급여형은 기존 퇴직금 제도와 비슷한 면 이 있다. 남상길 교보증권 과장은 “회사가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졌다면 편하게(?) 확정급여형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성주 한국투자증권 자산전략부장은 “자동차와 조선 등 업체는 근로 자의 고령화로 퇴직금 부담이 크다”며 “이들 업종의 퇴직급여 충당금 부채가 자기 자본 30%에 달한다”고 말했다. 확정급여형을 선택하면 할인율과 임금상 승률에 영향을 받아 기업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봉제를 사용하는 사업장도 확정기여형이 적당하다. 남상길 과장은 “연봉제 는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기 때문에 사내에 40% 적립하는 DB형과는 맞지 않는다 ”고 밝혔다.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회사는 어떨까. 이 경우도 확정기여형이 대세다. 확정급 여형은 개인 차등을 둔 퇴직금 산정이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확정급여형도 누 진제 설계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서창환 팍스넷 컨설턴트는 “일반적으로 기업 수명이 짧은 사업장, 근로자수가 적은 중소기업은 DC형이 맞고, 기업 수 명이 긴 업종이나 공기업은 DB형이 적당하다”며 “근로자가 근무하는 기업이 안정적이며 임금인상률이 퇴직연금 운용수익보다 높을 경우는 DB형이 바람직하 다”고 말했다.
가입 시점은 언제가 좋을까. 강현철 차장은 가능한 빨리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모든 상품은 발매 초기에 혜택이 많다”며 “손실이 났을 경우 상 품 혜택이 줄어들 수 있어 가능한 빨리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른 제도의 전환은 노사합의만 있으면 가능하다.
Q> 사업주 혜택은 없나.
A> 이번 제도가 사업주들에게는 부담만 주는 게 아닌지도 궁금하다. 일면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 퇴직연금제도 아래서는 꾸준한 납입을 요구해 강제성이 적 은 퇴직보험제도보다 엄격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근로자 퇴직 시 일시에 큰돈이 빠져나가지 않아 훨씬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끌고 갈 수 있어서다.
세제 혜택도 낫다. 기존 퇴직금제도는 불이익을 받는다. 기존 퇴직금제도는 사 내에 40% 유보하고, 사외에 60%를 유치해도 100% 손비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사내 30%, 사외 70%를 예치해야 100% 손비를 인정받도록 했다. 사 외적립에 따른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Q> 노사가 합의해 할 사항이 뭔가.
A> 조종철 대신증권 퇴직연금 팀장은 “퇴직연금제 시행이 만만치 않을 것”이 라 전제한 뒤 그 이유로 노사협의의 어려움을 들었다. 실제로 이번 퇴직연금제 도의 성공적인 안착은 노사협의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합의해야 할 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확정급여형으로 가느냐 확정기여형으로 가느냐부터 합의사항이다. 기존 퇴직금제도의 처리 방안 선택도 마찬가지다. 퇴직연금 관리회사와 운용회사를 고르는 작업도 노사 합의사항이다.
확정급여형으로 한다면 잠재적인 수익률을 몇%로 산정할 것이냐도 큰 관심사다 . 잠재적인 수익률을 높여 합의하면 회사가 부담할 금액이 줄어든다. 서창환 컨설턴트는 “지금은 화두에 오르지 않았지만 실무적으로는 큰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근무기간을 새로운 제도에 포함시키느냐 마느냐도 중요하다.
적립금을 얼마나 쌓을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확정기여형의 경우 적어도 연봉 의 12분의 1을 넣어야 한다. 사업주의 경우 법정 최저치를 고집할 수도 있다.
또 연금액을 얼마로 정할지, 연금지급대상은 누구로 한정할 지도 이슈다.
노조에게 상당한 인센티브를 줘야 할 상황도 생길 수 있다. 한 예로 확정기여 형 제도 도입을 추진한 한 건설사는 퇴직금 누진제로 전환해 100% 정산하기로 했다. 임금을 대폭 올려 근로자 반발을 무마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봉제와 DC를 같이 추진할 수 있었다.
서창환 컨설턴트는 “합의를 중시하는 일본의 경우 1년 이상 걸린 기업이 허다 하다”며 “한국도 상당한 진통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너무 복잡하다”며 “회사 측에서 안을 만들어 노조 에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근로자의 관점에서 노후를 보장하자는 퇴직연금제도 취지에 어긋난다. 근로자 에게 충분히 교육시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퇴직연금 어디에 가입할까
퇴직연금 제도 실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금융회사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일단 내년 시장 규모만 12조원으로 예상되는 데다, 퇴직연금 고객은 평생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미 퇴직보험 시장을 독차지하는 보험사들에 ‘주거래 은행’ 카드를 쥐고 있는 은행권이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다. 여기에 증권사들은 DC(확정기여)형 퇴직보험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는 대형 금융회사들은 각 자회사들의 연합 전 선을 구축하기 위한 계획도 마련 중에 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 40~50%, 은행 30~40%, 증권 10~20%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내 다본다. 일단 각 금융사들은 TFT(태스크포스팀)를 만들어 시스템 개발과 인력 유치, 퇴직연금 설명회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차적으로 기업 경영층 을 상대로 퇴직연금 컨설팅을 벌이기도 한다.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 운용회사 또는 관리회사로 선택될 수 있는 논리 개발에 열심이다. 근로자들을 상대로 퇴직연금 상품 소개에 집중하는 모습도 눈에 띈 다. 또한 퇴직연금을 운용할 회사를 상대로 하는 간접 마케팅에도 열심이다. 퇴직연금 운용회사와 관리회사가 될 수 없을 때엔 금융회사를 상대로 상품이라 도 팔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 - 대출금리 인하에 수수료 혜택까지■
금융권의 퇴직연금 선점 경쟁에서 은행권의 대응이 단연 돋보인다. 지금까지 사실상 보험권이 퇴직보험 시장 대부분을 점유한 상황.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 행권의 퇴직신탁 시장 점유율은 보험 83.3%에 비해 한참 뒤진 16.7%에 머물렀 다. 결국 은행권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단순한 자금관리에 그친 자산관리 시장 보다는 시장이 크고 수익이 높은 운용관리 시장을 파고들 계획이다. 폭넓은 지 점망을 기본으로 전국 지점과 거래관계가 있는 중소기업 고객을 주로 노린다. 또 DB형보다는 고수익을 내기 쉬운 DC형을 취급하려는 은행들이 많다.
국민은행은 기업을 위한 각종 부가서비스 제공에 주력한다. 기업들이 일정 퇴 직금을 예치할 경우 나중에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예측하는 ‘시산진단프로그 램’을 통해 신뢰도를 높인다는 계산이다. 타 금융권보다 한발 앞서 자체 전산 시스템을 갖췄다. 아직까지 다른 은행들은 퇴직연금 관리, 운용을 위해 금융결 제원에서 제공하는 기록관리 시스템인 ‘RK(Record Keeper)’를 공동으로 사용 하고 있다. 홍운 국민은행 신탁팀 과장은 “국민은행은 퇴직연금 관리, 운용비 용을 줄이기 위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별도 TF팀까지 구성해 마케팅, 컨설팅에 관한 전방위 영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은행권 중 퇴직신탁 실적이 1위인 산업은행은 DB와 DC 시장을 모두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올 3월부터 4개월 간 국내 최초로 머서인적자원컨설팅(Mercer Human Resource Consulting)사로부터 퇴직연금 컨설팅을 받아 사업 전략과 모 델을 직접 수립했다. 올 9월부터는 연금전문가로 불리는 경희대 성주호 교수를 초청해 직접 연금컨설팅 연수과정을 진행한 것도 특징. 이 컨설팅에는 대우증 권, KDB에셋이 공동으로 참여해 목표고객을 세분화하고 퇴직연금시스템과 콜센 터를 공유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주력했다.
올 10월부터는 미국 피델리티와 일본 JIS&T 등 해외 퇴직연금 사업자를 직접 벤치마킹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최근엔 연금계리 주요 인력을 외부에서 채용했 다. 이상욱 산업은행 신탁본부 연금운용팀장은 “올해 12월부터 퇴직연금제를 당장 시행하지는 않지만 시스템, 인력 등 각종 준비과정을 진행 중”이라며 “ 내년 초 연금관련 팀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한편 10월까지 선진형 퇴직연금시 스템을 구축해 본격적인 상품 공급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올 11 월 미래에셋생명과 포괄적 업무제휴를 체결해 사업정보 상품개발, 컨설팅 등 각종 분야에서 상호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개인 서비스 면에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우선 우리은행 고객이라면 의료보험, 대출금리와 함께 자기앞수표 발행 등 각종 수수료 혜택 을 받게 된다. 또 근로자마다 개별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예금과 같은 확정금리형 상품에서부터 각종 투자형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들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또 대출 상품과의 연계를 통한 마케 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산시스템 마련에도 착수했다. 퇴직연금상품 개발과 운 용 모두에 도입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한다는 입장이다. 세 계적 컨설팅 회사인 휴잇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광주은행, 경남은행, 우리 투자증권 등 그룹 계열사와 공동으로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 업 대상 설명회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조선호텔에서 250여개 기 업을 초청해 퇴직연금제 특징을 설명하는 한편 하남공단 등 각종 산업단지를 직접 찾아가 현장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 김홍중 우리은행 신탁사업단 부부 장은 “은행 고객 층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제에 가입할 때 의료보험 대출금리를 낮춰주거나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을 줄 것”이라며 “아무래도 은행이 접근성이나 안정성 면에서 유리해 장기적으로 개인, 기업고객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근로자 컨설팅 능력 강조】
하나은행도 ‘근로자 컨설팅 능력’을 우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업연금이 개인종합관리계좌(IRA)로 이동할수록 근로자 개개인 종합 노후설계가 중요해지 기 때문. 결국 금융상품을 직접 취급하고 설계할 수 있는 은행만의 특징을 강 조해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 기업 고객을 위해 지난 9월부터 고객과 지점장 등을 100명씩 초청해 정기적인 퇴직연금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보험 - 퇴직보험 시장 그대로 이어간다■
퇴직연금시장 쟁탈전서 겉보기에 가장 여유로운 곳이 보험업계. 회사별로 1~2 년 전부터 시스템 정비와 전문 인력 확보 등 준비를 해 둔데다, 퇴직보험 노하 우를 갖고 있기 때문. 생보와 손보사들은 기존 퇴직보험 시장 84%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퇴직보험 계약을 맺고 있는 기업들을 고스란히 퇴직연금 계약으 로 연결시키는 게 보험회사들 목표다. 대형보험사들은 대기업 계열사들을 갖고 있어 이를 활용한 퇴직연금 유치에서도 유리하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퇴직연금 시장을 성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속성상 장기로 운용되는 장기상품이기 때 문에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험권에 적합한 상품이다”며 “보험사들의 각종 조 사에서도 금융회사 선호도에 있어 보험사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 자신한다.
실제 보험사들은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원하는 기업이나 근로자들의 관심을 유 도하기 위해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만들어놓고 있다. 투자형 상품의 경우에도 안정적으로 기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보험업계의 구상이다. 보험 개발원을 중심으로 시스템도 공동 개발한 상태. 보험개발원 시스템 컨소시엄에 는 대한, 미래에셋, 신한, 금호 등 12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생보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생명은 지난해부터 TF팀을 만들어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퇴직연금 홈페이지를 개설한 데 이 어, 퇴직연금 시스템의 자체개발도 마무리 한 상태. 삼성생명은 기존 퇴직보험 시장에서도 3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퇴직연금 관련조사와 세미나 등 행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면서 “퇴직보험 컨 설턴트들이 기업 담당자들을 방문, 직접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 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0월 전담팀을 구성, 올 11월부터 본격적인 컨설팅을 수행 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한 미국퇴직연금계리사인 박진호 상무를 영입, 기업 고객들에게 퇴직연금 설계와 자산운용, 회계서비스 등을 종 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10명의 컨설턴트들을 확보한 상태. 15명이 TF팀 을 구성한 대한생명은 주요 기업을 방문하며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팀원 전원이 2회씩 일본과 미국 등 퇴직연금 선진국으로 연수를 다녀오는 등 노하우를 축적했다.
삼성화재는 원리금 보존형에 대해 다양한 펀드 상품을 구성, 고객 요구에 대응 한다는 전략이다. 전문컨설팅 조직인 연금솔루션 TF를 구성하고, 각 사업부별 로도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퇴직연금 판매를 통해 향후 단체상해보험과 건강보 험 등 다른 상품에 대한 연계 판매도 기대하고 있다. LG화재는 판매 인프라 구 축에 주력하는 동시에 LG그룹 계열사와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증권 - 확정기여형 상품에 올인■
증권업계는 아직까지 퇴직연금제에 관련해 은행, 보험사보단 노하우가 미흡한 여건이다. 이 때문에 향후 시장점유율 목표를 10~20% 정도로 잡고 있다. 증권 사들은 결국 한국증권업협회와의 ‘공동마케팅’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를 통해 은행과 보험사 간 틈새를 뚫는다는 전략이다.
증권사는 다른 금융권과 차별화된 상품판매, 운용 노하우를 살려 퇴직연금제에 대비한다는 입장. 이들은 주로 수익증권 같은 금융상품을 제시하면서 주가연계 증권(ELS), 환매조건부채권(RP), 특정금전신탁 등을 주로 판매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아무래도 증권사 서비스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이용하기에 적합 하다는 분석이 많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38개 국내 증권사 중 삼성, 교보 등 13개사가 퇴직 연금 시장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중 10개사는 올 12월 바로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고 대한투자, 신영, 대우증권 등 3개사는 기반을 다진 뒤 내년 상반기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증권사들은 퇴직연금제도 중 확정기여형(DC)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확정급여형 에 비해 수익률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다른 금융권과 달 리 고위험·고수익 상품 운용을 통해 높은 수익률 제고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 이다. 게다가 퇴직연금에서 한발 앞선 미국, 일본은 이미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그룹 공동설명회 개최】
당장은 기업들이 안전 위주로 DB형을 주로 선택할 게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DC형이 DB형을 앞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퇴직연금 시장이 10년 뒤인 2015년엔 최대 188조원까지 커진다는 장밋빛 전망이 많다. 결국 증권시장 에 적잖은 규모의 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은 최근 퇴직연금파트에 10명을 보강하는 등 먼저 칼을 빼들었다. 인 력 보강을 기반으로 고객 특성에 따른 퇴직연금 표준제도를 개발하고 차별화된 영업활동으로 선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증권사와 달리 대기업과 공기 업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펴기에 앞서 2010년까지 퇴직연금 추정 시장 규모를 65조원으로 보고 전체시장 점유율 3%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삼았다. 현 재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일본과 미국 퇴직연금 시장을 직접 점검해 특징을 벤 치마킹한다는 전략이다. 김희주 대우증권 상품개발마케팅부 팀장은 “각종 전 산개발이나 영업전략을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아직 시장점유율 목표치는 정하지 못했지만 증권인구 저변을 확대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 성필규 우리투자증권 연금신탁부 과장은 “퇴직연금이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계층은 근로 자”라며 “고령화 추세가 심화되는 만큼 이번 제도를 통해 근로자들이 증권사 를 통해 직접 자산관리에 나서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직접 고객을 방문해 대면 영업을 실시하고 그룹 공동설명회 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기온창 굿모닝신한증권 퇴직연금파 트 부장은 “같은 그룹 계열사인 신한은행, 조흥은행, 신한생명과 달성 목표는 다르지만 상품개발, 설명회 등을 개최해 공동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퇴직연금 보완점
현대 복지국가의 노후소득보장체계는 공적, 사적 연금제도 역할분담에 따른 다 층보장체계가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근로자퇴직급 여보장법의 제정·시행(2005.12)과 함께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국민연 금(1988년), 개인연금과 함께 제도적으로는 선진국형 다층 노후소득보장체계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제도 자체의 발전적 정착과 실질적인 다층 보장체계 구축을 위해서 해결돼야 할 다음의 몇 가지 주요한 정책과제를 남겨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첫째, 제도전환의 미완결성 문제다. 퇴직연금제도는 기존의 퇴직일시금제도를 존치한 상태에서 연금제도로의 전환을 노·사간 합의에 따라 임의적으로 이뤄 지도록 하고 있어서 강력한 정책적인 개입이 없는 한 제도 전환이 장기간에 걸 쳐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본의 사례를 참조할 경우 퇴직일 시금제도가 끝까지 존속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법·제도 아래에서는 제도전환을 위한 유일한 개입수단은 퇴직일시금과 퇴직연 금제도를 차별하는 세제정책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새로운 퇴직연금제 도가 갖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서 의의와 개인차원의 유익에 대한 교육과 홍보 뿐만 아니라 적정한 세제 유인정책을 통해 제도전환을 촉진시킬 필요성이 있다 .
둘째, 퇴직연금제도의 운영형태는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 가운데 기업사정과 근로자 선호에 따라 최선의 제도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금 융시장 환경과 기업환경에 따라서 고용주와 근로자간 이해가 갈리게 될 가능성 이 높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각 운영형태가 갖고 있는 역인센티브를 어떻게 완화하거나 해소하느냐가 향후 제도발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퇴직연금의 지급보장과 관련된 문제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경우 보험료 기여가 적시에 정기적으로 이뤄진다면 지급보장에 대한 필요가 약하나 확정급여형의 경우 지급보장에 대한 필요성이 상존하게 된다. 따라서 지급불능 위험성이 상존하는 제도가 확정급여형 제도다.
한편 확정기여형의 경우도 기여금을 성실하게 적립했을 경우 리스크는 없을지 라도 운영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운영 리스크가 아주 크게 될 경우(즉 수익 률이 아주 낮을 경우) 지급불능에 못지 않은 위험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 실이다. 따라서 제도 도입 이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어떻게 경험적 으로 나타나느냐, 그리고 확정급여형의 경우 기금의 적립과 연금급여 약속이 어떻게 성실하게 이행되느냐에 따라서 제도의 활성화가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 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각 형태가 갖고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 으로 제도운영과정에서 적정한 정책개입과 지원체제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과제로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제도의 연계발전 과제가 있 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퇴직연금제도가 국민연금제도와 함께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의 한 축을 견고하게 형성할 수 있기 위해서는 두 제도간 연계 발전이 필수적이다.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국제적인 추세와 현재 우리 국민연금이 당면하고 있는 장 기적인 지속가능성 문제를 고려해 볼 때 퇴직연금제도가 어떤 형태로는 노후소 득보장제도로서 국민연금 역할을 부분적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 자명한 과 제일 것이다. 퇴직금제도는 사용주의 100% 기여에 의해 운영되는 법정 강제제 도인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본격적인 노후소득보장 장치로의 전환 을 촉진시킬 의무와 권리가 있다고 본다. 단, 과제는 두 공·사연금 제도간 역 할분담 모형을 어떤 형태로 설정할 것인가 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기존 국내외 논의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향후 국민연금제도에 필요한 개혁 방향 등을 고 려해 설정할 필요가 있다.
[방하남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외국 퇴직연금 사례
퇴직연금제도 도입으로 금융시장에 퇴직연금과 관련한 여러 새로운 시장과 기 회가 창출되고 있다. 이전 퇴직금 제도에서는 단순히 퇴직금 운용수단으로서의 퇴직보험 및 퇴직신탁 상품 시장만 존재했으나 퇴직연금제 도입은 퇴직연금플 랜 설계와 컨설팅, 연금자산관리, 연금자산운용, 기록보관, 상품제공 등 퇴직 연금과 관련된 다양한 시장의 탄생을 의미한다.
미국, 일본, 홍콩 등 주요국의 퇴직연금 관련 시장 공통점들을 분석해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외국 퇴직연금 설계 업무의 경우 도입 절차와 서비스를 단순화해 도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미리 만들어져 있다. 모든 기업에 적용 가능한 신탁 또는 퇴 직연금 규약 제공도 늘어나는 추세다. 향후 금융기관들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일본식 종합형 퇴직연금 규약의 제공에 노력을 기울이고 정책당국은 장기적으 로 홍콩 MPF와 같은 마스터인증(Master Trust)제도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대기업의 경우 개별 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퇴직연금규약이 적합하지만 중 소기업은 퇴직연금에 대한 관리비용 축소 측면에서 종합형 퇴직연금규약을 제 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리·운용사 분리 추세■
외국 퇴직연금 자산관리 업무의 경우 기업 파산 시 근로자의 적립금을 보호하 고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는 해당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운용상품 확보 능력 을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자산관리기관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은행과 보험사가 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퇴직연금 자 산관리를 위한 보험사와 증권회사의 신탁업 겸영은 허용하되 높은 수준의 공신 력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고도의 공신력과 안정성을 요구하는 신탁업 특성상 현행 신탁업법 시행령과 감독 규정은 은행법에 준해 주요 출자자 요건을 설정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출자자 요건은 보험회사와 증권회사의 신탁업 겸영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외국 퇴직연금 자산운용 시장에선 업무 자체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자 산운용과 관리업무 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 겸영보다 는 자회사나 외부 위탁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는 미국 퇴직연금 지배구조에서 보이는 수탁자와 자산운용자 그리고 외부감사인과 연금계리인 등 역할 분담에 따른 상호견제 및 준법감시(Compliance) 기능이 취약하다. 이 때문에 한 금융기관이 퇴직연금 운 용과 자산관리 업무를 내부겸영으로 동시에 수행할 경우 이러한 상호견제 및 준법감시 기능 취약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금융기관은 퇴직연금 운용과 관리업무를 동시에 제공하는 경우 내부겸영보다는 자회사나 외부 위탁을 이용함으로써 이해상충 문제와 관한 소비자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
외국 기록보관 업무의 경우, 업무 특성상 대규모 시스템 투자가 필요하고 전문 성을 요하므로 외부 위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금융결제원, 한국증권전산, 보험개발원 등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기록관리시스템 구축을 준 비하고 있으며 다수의 개별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전문 업체를 활용할 예정이다 .
외국 퇴직연금 관련 서비스 제공 방식에선 분업형(Unbundled)이나 완전겸업형( Fully Bundled)보다 기록보관업무, 자산관리업무, 자산운용업무 중 일부를 외 부에 위탁하는 부분겸업형(Semi bundled)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결국 부분 겸업형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나 이러한 서비스 제공 방식은 대상 기업 의 규모 및 선호 등 특성에 따라 달리 접근돼야 한다. 즉, 대기업의 경우 분업 형을 통한 비용 절감을 도모할 가능성이 큰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겸업형 방 식을 통한 편리성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각 금융기관은 목표로 하고 있는 고객 특성에 맞는 서비스 제공 방식을 특화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
[남재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