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이코노미스트
컨설팅 회사 사장이 본 요즘 CEO들 고민은? … CEO 생존 화두 3題
고독한 항해사-. 나는 그들을 ‘고독한 항해사’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왓슨와이어트 대표로 컨설팅해주는 전문가다. 누구나 알 만한 기업의 CEO라는 자리는 분명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곳은 또 너무나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야 한다.
인사·조직 컨설팅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까닭에 많은 회사의 CEO들을 만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을 때가 없다. 그들의 고민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남부럽지 않은 자리에 앉아 있는데 그들은 도대체 뭘 고민할까. 그들의 고민을 알려면 고민에 바로 접근하는 것보다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적인 변화와 상황을 먼저 들춰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업에 대한 고민 1
새로운 사업,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
요즘 CEO들을 만나면 자주 거론되는 게 기업 인수합병(M&A)이다. 회사 기획실의 가장 큰 관심 또한 M&A다. CEO가 관심이 있으니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가 M&A 이후의 통합(PMI)이어서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기업에 PMI에 대한 설명과 소개를 해오고 있었지만 사실 기업들의 관심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CEO들이 요청한 미팅에 참석해 보면 대부분 M&A에 대한 관심이 높고, M&A 이후의 통합에 대한 고민이 가득함을 알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유는 간단하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결국은 도태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각 기업들은 현재 수출 물량을 늘리거나 일부 사업을 정리하면서 현금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한 상황이다.
이 두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결론은 쉽게 나온다. 신사업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기존 사업의 확대에 이런 대규모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고민의 맨 위 리스트에 놓여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선두권에 있는 일부 대기업은 자체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및 신규 시설투자 확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CEO는 직접적 성과가 단기에 일어날 수 있는 M&A에 온통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몇몇 기업이 성공적인 M&A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와 사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이른바 변신에 성공하면서 CEO들의 관심은 조바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남들보다 빨리 선수를 쳐야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대기업 CEO는 지난 몇 년 동안 M&A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관심만이 아니라 M&A를 하기 위해 직접 입찰에 참여하는 등 행동(Deal)을 감행했지만 한 건도 성공하지 못했다. 기업의 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기업 조직의 리더로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구축하지 못하면서 그는 요즘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많은 기업이 사활을 걸고 경쟁적으로 쟁투를 하고 있어 그 치열함은 엄청나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그러려니’할 뿐 알게 모르게 진행되는 경쟁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어쨌든 그들의 1차적 관심은 M&A를 통해 기업의 성장엔진을 찾고, 그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업에 대한 고민 2
글로벌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 회사의 매출과 사업운영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조직 운영체계는 여전히 한국식으로 고착돼 문제가 많습니다.” “얼마 전 거액을 들여 미국 기업을 인수하기로 했는데 미국 기업은 우리와 전혀 다른 운영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필자가 직접 들었던 CEO들의 토로다. 이런 사례는 흔하다. 하나만 더 들어보자.
“여러 나라에 공장을 세우고 지사를 설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업장에 맞는 조직운영과 인사 운영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 하겠습니다.”
이른바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등장한 고민이다. 물론 전에도 이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민의 수준이 다르다. 이전의 고민이 ‘어떻게 하면 조기에 생산을 안정화시킬 것인가’ ‘현지 공장의 안정화를 어떻게 시킬 것인가’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말 그대로 ‘글로벌 운영시스템’, 즉 조직과 인사, 나아가 조직문화를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것에 있다. 생각이나 염려가 아닌 현실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현지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영어 원어로 하면 Talent Attraction & Retention)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식’이라고 할 수 있는 연공서열적인 인사체계, 그리고 권위주의적·폐쇄적 조직 운영체계로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고민은 주로 대기업 CEO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조직구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요즘 대기업 CEO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직은 낯선 글로벌 매트릭스(Global Matrix)형 조직이다. 간단히 말해 조직을 수평과 수직으로 겹쳐 놓은 형태다(설명이 좀 복잡하다). 당연히 역사적 경험이 많은 서구 기업의 조직구조 운영체계에 대한 벤치마킹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것이 CEO의 고민 항목에 자리 잡은 것은 여러 나라로 확산되는 사업장의 인사 운영체계가 일관성 있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시도하고 있는 직무중심의 글로벌 HRM(human resource management: 인적자원관리) 구조의 마련은 이런 고민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아무런 탈 없이 가동되고 있는’ 한국식 연공서열 체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구조를 한번에 버리고 갈 수는 없는 까닭이다.
이와 함께 최근 일어나는 M&A의 공간적인 범위가 해외로 확장됨에 따라 고민은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어느 CEO의 탄식처럼 “문제는 자금 마련이 아니다”는 게 진짜 문제다. 그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새롭게 인수한 기업을 어떤 경영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인가다. 한 기업의 CEO는 “인수 자금은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고민하는 것은 우리가 그 회사를 실제로 경영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준비와 실력이 있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여기서 심각하게 고민한다는 것은 인수를 망설이는 것이다. 먹고 먹히는 전쟁에서 타이밍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그 중요한 시간에 경영능력을 되씹어보며 주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 기업들의 내부 운영체계가 글로벌 환경에서 작동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고민 1
혁신적인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이나 기업의 CEO들이 이전과 온도차를 가장 실감 있게 느끼고 있는 것은 변화의 속도와 강도다. 많은 CEO는 “향후 우리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고민의 맨 윗자리에 올려놓고 있다. 주목할 것은 여기에서 ‘향후’가 10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2, 3년 후를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요즘 전개되는 글로벌 전자회사 경쟁구도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삼성과 인텔·소니 등의 앞날은 1년 앞을 예측할 수 없다. 이렇듯 미래는 불확실하다.
한 CEO는 회한에 찬 모습으로 “지난 2, 3년 동안 좋았던 실적에 자만하고 소홀히 했던 결과가 지금 이렇게 절박한 상황을 만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아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가슴을 치고 있었을 것이다. 불과 2, 3년 만에 시장의 경쟁질서가 바뀌고 해당 기업의 시장 내 위치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락하는 상황과 케이스들을 매 순간 직면하는 것을 보는 많은 CEO는 “등골이 서늘해진다”고 말할 정도다. 그들에게 어제와 오늘은 같은 하루가 아니다.
이런 생존 고민은 요즘 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장대한 미래가 아니다. 절박한 현실이고 과제다. 문제는 ‘미래에 대한 전략과 시나리오, 혹은 그림을 CEO가 모두 그려줄 수는 없다’는 것에 있다. 미래에 대한 그림을 CEO들이 그리기가 어렵다는 면도 있지만 미래라는 것이 워낙 변화무쌍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전략, 혹은 그림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혁신(Innovation)이다. CEO들이 혁신을 입에 담고 다니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중에서도 어떻게 하면 조직의 모든 부문이 자생적인 혁신구조로 돌아가게 하느냐에 관심이 몰려 있다. 하지만 현실은 CEO의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다. 혁신의 절박성을 인식하는 조직원들의 수준이 낮기도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저항도 높기 때문이다. 많은 CEO가 “CEO는 혁신을 회사, 혹은 조직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 조직원들은 지나가는 흐름 정도로 인식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로 이런 상황이 CEO들을 좌절감으로 몰고 간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혁신형 조직(Innovation driven Organization)의 좋은 모델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현상이다(포스코나 삼성·LG 등은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고 있다). 막막해 하던 CEO들에게 구체적인 방법론과 운영체계를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에 대한 관심은 민간기업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공공부문의 CEO들도 절박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요즘 공공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활동은 이런 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얼마 전 다국적 컨설팅 회사의 회장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가장 큰 화두는 혁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속적인 혁신만이 지속가능한 발전 및 생존을 보장한다는 얘기다.
조직에 대한 고민 2
어떻게 해야 활력있는 조직을 만들까?
“우리 회사의 인력규모가 적절한 건지 가늠이 잘 안 돼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인력채용을 가능한 한 억제해왔는데 그러다 보니 조직이 너무 고령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생기도 없는 것 같고….”
최근 CEO들이 자주 하는 또 다른 말이다. 우리 기업들에 외환위기는 일종의 상처(Trauma)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가 엄습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CEO들은 경험해보지 않았던 명예퇴직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조조정을 했다. 외견상 이런 구조조정은 직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 그것은 CEO들에게도 충격이었다. 특히 CEO들은 구조조정이 경영층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지 일종의 죄책감까지 느꼈다. 그런 예를 자주 봐왔다. CEO들이 명시적으로 하든, 혼자만의 결심이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적어도 당분간은(혹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한 것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 위해 그들은 신입 직원 채용도 자제했다.
그런데 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예상치 못 했던 고민이 생겨나고 있다. 조직의 인적상태가 정체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신규 인력은 적어지고 기존 인력은 고령화되고 있어 조직의 역동성이나 활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는 CEO들이 직면하는 현실적이고 심각한 고민이다. 성과주의 인사시스템을 도입하고, 핵심인재 관리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인재에 대한 고민
차세대 주자들을 어떻게 확보할까?
중견그룹 회장과의 대화에서 나온 얘기다. “나는 조만간 은퇴를 해야만 하는데 누가 이 사업을 이끌어 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답답할 따름입니다.”
“생각해보니 많은 리더를 내 우산 밑에만 두었지, 적극적으로 그들을 경영자로 키우지 못했어요.”
무슨 얘기일까. 그의 의중을 짐작하게 하는 다른 CEO들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우수 인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박하게 인식하고 데리고 오려고 해도 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CEO들은 대개 두 가지 방향으로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의 도입과 우수 인재 채용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잭 웰치가 현 회장인 제프리 이멜트에게 자리를 넘겨주면서 세상에 알려졌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예가 있어 CEO들이 도입에 주저함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 조직에는 여전히 낯설고 생소한 것이어서 당위성은 인식하면서도 실행을 머뭇거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조직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기업에서는 적극적인 후계자 양성보다는 임원진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조차 임원에 대한 교육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지도가 있다는 대기업은 모두 임원 교육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 이들이 임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우선, 그런대로 후계자 준비가 돼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임원에까지 오를 정도라면 나름대로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둘째는 우수 인재를 내부에서 직접 육성하고자 하는 생각에서다. 대상자인 임원은 회사가 기대하는 우수 인재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조직표 상에서 리더인 그들은 ‘아직은 어린’ 잠재 후계자들을 길러내는 ‘보육자’의 역할을 한다. 많은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잠재 리더들이 크는 것을 방해만 하지 않아도 일정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CEO들도 있다. 그만큼 인재는 조직의 사활을 좌우한다.
한편 대기업이나 선두기업이 아닌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 과정에서 CEO들은 무엇보다 회사 자체의 독특한 브랜드, 또는 매력 포인트가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인재에 대한 욕심은 한없이 높아가는데 현실적인 유인력은 없는, 그 간극이 CEO의 고민으로 채워지고 있다. 또 인재를 데려온다고 해도 기존 조직의 문화가 과연 인재와 개선 프로그램을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05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이 시간에도 CEO들의 고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실 어디 이뿐이겠는가? CEO라는 자리는 빛나는 자리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배를 이끌고 있는 선장, 혹은 항해사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루가 다르게 천변만화하는 시대에 장기적인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는 어감의 차이로 따지자면 고민이 아니라 고뇌의 수준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고뇌가 결코 CEO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이해와 협조, 그리도 동참이 절실하다.
컨설팅 회사 사장이 본 요즘 CEO들 고민은? … CEO 생존 화두 3題
‘너무 빠르게 변한다’ ‘사업기회가 없다’ ‘세계화가 숙제다’
고독한 항해사-. 나는 그들을 ‘고독한 항해사’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왓슨와이어트 대표로 컨설팅해주는 전문가다. 누구나 알 만한 기업의 CEO라는 자리는 분명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곳은 또 너무나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야 한다.
인사·조직 컨설팅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까닭에 많은 회사의 CEO들을 만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을 때가 없다. 그들의 고민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남부럽지 않은 자리에 앉아 있는데 그들은 도대체 뭘 고민할까. 그들의 고민을 알려면 고민에 바로 접근하는 것보다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적인 변화와 상황을 먼저 들춰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업에 대한 고민 1
새로운 사업,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
요즘 CEO들을 만나면 자주 거론되는 게 기업 인수합병(M&A)이다. 회사 기획실의 가장 큰 관심 또한 M&A다. CEO가 관심이 있으니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가 M&A 이후의 통합(PMI)이어서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기업에 PMI에 대한 설명과 소개를 해오고 있었지만 사실 기업들의 관심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CEO들이 요청한 미팅에 참석해 보면 대부분 M&A에 대한 관심이 높고, M&A 이후의 통합에 대한 고민이 가득함을 알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유는 간단하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결국은 도태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각 기업들은 현재 수출 물량을 늘리거나 일부 사업을 정리하면서 현금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한 상황이다.
이 두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결론은 쉽게 나온다. 신사업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기존 사업의 확대에 이런 대규모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고민의 맨 위 리스트에 놓여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선두권에 있는 일부 대기업은 자체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및 신규 시설투자 확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CEO는 직접적 성과가 단기에 일어날 수 있는 M&A에 온통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몇몇 기업이 성공적인 M&A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와 사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이른바 변신에 성공하면서 CEO들의 관심은 조바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남들보다 빨리 선수를 쳐야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대기업 CEO는 지난 몇 년 동안 M&A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관심만이 아니라 M&A를 하기 위해 직접 입찰에 참여하는 등 행동(Deal)을 감행했지만 한 건도 성공하지 못했다. 기업의 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기업 조직의 리더로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구축하지 못하면서 그는 요즘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많은 기업이 사활을 걸고 경쟁적으로 쟁투를 하고 있어 그 치열함은 엄청나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그러려니’할 뿐 알게 모르게 진행되는 경쟁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어쨌든 그들의 1차적 관심은 M&A를 통해 기업의 성장엔진을 찾고, 그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업에 대한 고민 2
글로벌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 회사의 매출과 사업운영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조직 운영체계는 여전히 한국식으로 고착돼 문제가 많습니다.” “얼마 전 거액을 들여 미국 기업을 인수하기로 했는데 미국 기업은 우리와 전혀 다른 운영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필자가 직접 들었던 CEO들의 토로다. 이런 사례는 흔하다. 하나만 더 들어보자.
“여러 나라에 공장을 세우고 지사를 설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업장에 맞는 조직운영과 인사 운영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 하겠습니다.”
이른바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등장한 고민이다. 물론 전에도 이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민의 수준이 다르다. 이전의 고민이 ‘어떻게 하면 조기에 생산을 안정화시킬 것인가’ ‘현지 공장의 안정화를 어떻게 시킬 것인가’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말 그대로 ‘글로벌 운영시스템’, 즉 조직과 인사, 나아가 조직문화를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것에 있다. 생각이나 염려가 아닌 현실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현지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영어 원어로 하면 Talent Attraction & Retention)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식’이라고 할 수 있는 연공서열적인 인사체계, 그리고 권위주의적·폐쇄적 조직 운영체계로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고민은 주로 대기업 CEO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조직구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요즘 대기업 CEO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직은 낯선 글로벌 매트릭스(Global Matrix)형 조직이다. 간단히 말해 조직을 수평과 수직으로 겹쳐 놓은 형태다(설명이 좀 복잡하다). 당연히 역사적 경험이 많은 서구 기업의 조직구조 운영체계에 대한 벤치마킹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것이 CEO의 고민 항목에 자리 잡은 것은 여러 나라로 확산되는 사업장의 인사 운영체계가 일관성 있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시도하고 있는 직무중심의 글로벌 HRM(human resource management: 인적자원관리) 구조의 마련은 이런 고민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아무런 탈 없이 가동되고 있는’ 한국식 연공서열 체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구조를 한번에 버리고 갈 수는 없는 까닭이다.
이와 함께 최근 일어나는 M&A의 공간적인 범위가 해외로 확장됨에 따라 고민은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어느 CEO의 탄식처럼 “문제는 자금 마련이 아니다”는 게 진짜 문제다. 그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새롭게 인수한 기업을 어떤 경영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인가다. 한 기업의 CEO는 “인수 자금은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고민하는 것은 우리가 그 회사를 실제로 경영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준비와 실력이 있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여기서 심각하게 고민한다는 것은 인수를 망설이는 것이다. 먹고 먹히는 전쟁에서 타이밍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그 중요한 시간에 경영능력을 되씹어보며 주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 기업들의 내부 운영체계가 글로벌 환경에서 작동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고민 1
혁신적인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이나 기업의 CEO들이 이전과 온도차를 가장 실감 있게 느끼고 있는 것은 변화의 속도와 강도다. 많은 CEO는 “향후 우리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고민의 맨 윗자리에 올려놓고 있다. 주목할 것은 여기에서 ‘향후’가 10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2, 3년 후를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요즘 전개되는 글로벌 전자회사 경쟁구도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삼성과 인텔·소니 등의 앞날은 1년 앞을 예측할 수 없다. 이렇듯 미래는 불확실하다.
한 CEO는 회한에 찬 모습으로 “지난 2, 3년 동안 좋았던 실적에 자만하고 소홀히 했던 결과가 지금 이렇게 절박한 상황을 만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아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가슴을 치고 있었을 것이다. 불과 2, 3년 만에 시장의 경쟁질서가 바뀌고 해당 기업의 시장 내 위치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락하는 상황과 케이스들을 매 순간 직면하는 것을 보는 많은 CEO는 “등골이 서늘해진다”고 말할 정도다. 그들에게 어제와 오늘은 같은 하루가 아니다.
이런 생존 고민은 요즘 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장대한 미래가 아니다. 절박한 현실이고 과제다. 문제는 ‘미래에 대한 전략과 시나리오, 혹은 그림을 CEO가 모두 그려줄 수는 없다’는 것에 있다. 미래에 대한 그림을 CEO들이 그리기가 어렵다는 면도 있지만 미래라는 것이 워낙 변화무쌍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전략, 혹은 그림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혁신(Innovation)이다. CEO들이 혁신을 입에 담고 다니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중에서도 어떻게 하면 조직의 모든 부문이 자생적인 혁신구조로 돌아가게 하느냐에 관심이 몰려 있다. 하지만 현실은 CEO의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다. 혁신의 절박성을 인식하는 조직원들의 수준이 낮기도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저항도 높기 때문이다. 많은 CEO가 “CEO는 혁신을 회사, 혹은 조직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 조직원들은 지나가는 흐름 정도로 인식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로 이런 상황이 CEO들을 좌절감으로 몰고 간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혁신형 조직(Innovation driven Organization)의 좋은 모델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현상이다(포스코나 삼성·LG 등은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고 있다). 막막해 하던 CEO들에게 구체적인 방법론과 운영체계를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에 대한 관심은 민간기업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공공부문의 CEO들도 절박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요즘 공공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활동은 이런 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얼마 전 다국적 컨설팅 회사의 회장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가장 큰 화두는 혁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속적인 혁신만이 지속가능한 발전 및 생존을 보장한다는 얘기다.
조직에 대한 고민 2
어떻게 해야 활력있는 조직을 만들까?
“우리 회사의 인력규모가 적절한 건지 가늠이 잘 안 돼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인력채용을 가능한 한 억제해왔는데 그러다 보니 조직이 너무 고령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생기도 없는 것 같고….”
최근 CEO들이 자주 하는 또 다른 말이다. 우리 기업들에 외환위기는 일종의 상처(Trauma)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가 엄습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CEO들은 경험해보지 않았던 명예퇴직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조조정을 했다. 외견상 이런 구조조정은 직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 그것은 CEO들에게도 충격이었다. 특히 CEO들은 구조조정이 경영층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지 일종의 죄책감까지 느꼈다. 그런 예를 자주 봐왔다. CEO들이 명시적으로 하든, 혼자만의 결심이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적어도 당분간은(혹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한 것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 위해 그들은 신입 직원 채용도 자제했다.
그런데 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예상치 못 했던 고민이 생겨나고 있다. 조직의 인적상태가 정체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신규 인력은 적어지고 기존 인력은 고령화되고 있어 조직의 역동성이나 활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는 CEO들이 직면하는 현실적이고 심각한 고민이다. 성과주의 인사시스템을 도입하고, 핵심인재 관리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인재에 대한 고민
차세대 주자들을 어떻게 확보할까?
중견그룹 회장과의 대화에서 나온 얘기다. “나는 조만간 은퇴를 해야만 하는데 누가 이 사업을 이끌어 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답답할 따름입니다.”
“생각해보니 많은 리더를 내 우산 밑에만 두었지, 적극적으로 그들을 경영자로 키우지 못했어요.”
무슨 얘기일까. 그의 의중을 짐작하게 하는 다른 CEO들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우수 인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박하게 인식하고 데리고 오려고 해도 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CEO들은 대개 두 가지 방향으로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의 도입과 우수 인재 채용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잭 웰치가 현 회장인 제프리 이멜트에게 자리를 넘겨주면서 세상에 알려졌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예가 있어 CEO들이 도입에 주저함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 조직에는 여전히 낯설고 생소한 것이어서 당위성은 인식하면서도 실행을 머뭇거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조직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기업에서는 적극적인 후계자 양성보다는 임원진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조차 임원에 대한 교육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지도가 있다는 대기업은 모두 임원 교육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 이들이 임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우선, 그런대로 후계자 준비가 돼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임원에까지 오를 정도라면 나름대로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둘째는 우수 인재를 내부에서 직접 육성하고자 하는 생각에서다. 대상자인 임원은 회사가 기대하는 우수 인재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조직표 상에서 리더인 그들은 ‘아직은 어린’ 잠재 후계자들을 길러내는 ‘보육자’의 역할을 한다. 많은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잠재 리더들이 크는 것을 방해만 하지 않아도 일정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CEO들도 있다. 그만큼 인재는 조직의 사활을 좌우한다.
한편 대기업이나 선두기업이 아닌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 과정에서 CEO들은 무엇보다 회사 자체의 독특한 브랜드, 또는 매력 포인트가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인재에 대한 욕심은 한없이 높아가는데 현실적인 유인력은 없는, 그 간극이 CEO의 고민으로 채워지고 있다. 또 인재를 데려온다고 해도 기존 조직의 문화가 과연 인재와 개선 프로그램을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05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이 시간에도 CEO들의 고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실 어디 이뿐이겠는가? CEO라는 자리는 빛나는 자리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배를 이끌고 있는 선장, 혹은 항해사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루가 다르게 천변만화하는 시대에 장기적인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는 어감의 차이로 따지자면 고민이 아니라 고뇌의 수준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고뇌가 결코 CEO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이해와 협조, 그리도 동참이 절실하다.
인터뷰 김광순 한국왓슨와이어트 사장 CEO들이 자주 하는 말 “미치겠다” “얼마 전 한 CEO를 만났는데 그러더군요. ‘이제 실망 안 하기로 했다’.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자신은 마음이 급한데 조직 구성원들은 회사 일을 쉽게 ‘후 순위’로 밀쳐버린다는 겁니다. 가족이 더 중요하고 개인적인 일이 더 급하다는 겁니다.” 세계적인 인사·조직 컨설팅 회사인 왓슨와이어트의 한국지사를 맡고 있는 김광순 사장은 “개인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들은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요즘 CEO들의 심정을 말했다. 그런 그에게 “CEO들이 입만 열면 나오는 단어나 문장이 뭐냐”고 물었더니 ‘예상했던’ 얘기가 나왔다. “ ‘나는 급한데 잘 안 따라온다’는 겁니다. ‘못 따라온다’는 말도 많이 합니다. 시간 개념의 차이겠죠. 그러다 보니 ‘미치겠다’는 말도 흔히 합니다.” 김 사장은 기업이라는 공간을 지칭하는 키워드로 ‘불안’을 들었다. 개인도 사장도 회사도 모두 불안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그 급변하는 환경이 단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CEO들에게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결점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바뀌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얘기하자면 한 가지는 있습니다. 원인을 남에게 전가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어차피 CEO가 느끼는 위기감과 조직 구성원이 느끼는 위기감은 차원이 다릅니다. 다를 수밖에 없고요. 그걸 인정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안 따라주어서…’ 이런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해는 되지만 문제 해결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친절하게 해야 할 일들을 제시해야 합니다. 변화는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그렇다고 변화가 기업에 반드시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CEO들이 처절한 고민을 독서, 조찬 세미나 참여 같은 학습으로 메우고 있는 긍정적인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그는 “덕분에 최근 우리나라 CEO들은 엄청난 학습량을 축적하고 있다”며 “이는 주먹구구식 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를 나와 앤더슨컨설팅(현재는 엑센추어컨설팅)에서 컨설턴트를 시작한 김 사장은 노틸러스효성 상무를 거쳐 2003년부터 한국왓슨와이어트 사장을 맡고 있다. 서광원 기자·araseo@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