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조선일보 이덕진 생활칼럼니스트 dukjinyi@hotmail.com


생후 11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맞벌이 주부 윤나영(34)씨는 장을 볼 때마다 판매대 앞에서 오래오래 고민한다. 식품마다 안전과 신선도를 내세워 자랑하는 다양한 인증마크를 비교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흐르기 때문. 인터넷으로 장 볼 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식품 인증'이란 게 너무 여러가지가 있다는 거예요. 대체 뭘 믿어야 하는 거죠? 유명 외국계 마트의 유기농 냉동야채 제품에서까지 생쥐 추정 이물질이 발견되고 나서는 더더욱 의심이 가요." 그래서 꼼꼼히 짚어봤다. 인증이 알려주는 것과 말하지 않고 감추는 것이 무엇인지.

◆국내 식품 안전 보증은 GAP과 HACCP

'안전한 식품이라고 표시돼 있으면 장보기가 훨씬 편할 텐데' 하고 생각하는 주부라면 GAP와 HACCP 마크를 찾아라. 우리나라에서 식품 안전을 보증하는 인증 제도는 GAP(우수농산물 관리)와 HACCP(위해 요소 중점관리)가 대표적. GAP는 생산·수확·포장 단계까지 농약·중금속·미생물 등 위해 요소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기준에 부합하는 농산물에 국립농산물관리원이 지정한 전문인증기관이 부여하는 인증이다.

추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농산물을 추적해 원인 규명과 필요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돼 있다. HACCP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가공식품에 부여하는 인증.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생산·가공·제조·유통을 관리하는 업체의 쇠고기나 유제품, 가공식품에 부여된다. 외국 수입식품에 대한 안전보증 마크는 아직 따로 없다.
식약청 수입식품과 김현진씨는 "수입 농산물과 가공식품은 수입 당시 검사를 통과한 경우에만 판매가 가능하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폐기, 반송, 혹은 식용 외 용도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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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산물이라고 같은 등급 아니다

쌀과 잡곡, 채소, 과일 등 친환경 농산물을 고를 때에는 포장지에 찍힌 인증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모두 같은 등급이 아니기 때문. 또 마크가 비슷하기 때문에 하단에 적힌 글씨까지 자세히 읽어야 한다.

국립품질관리원에서 관리하는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은 유기농, 무농약, 저농약 3개 등급으로 나뉜다. 최상급인 '유기농'은 3년 이상(다년생 작물은 3년, 그 외 작물은 2년)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 농약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만 권장량의 1/3 이내로 사용했다면 '무농약' 등급이다. '저농약'은 제초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되 화학비료를 권장량의 1/2 이내로 사용하고, 농약 살포 횟수는 안전사용 기준 1/2 이하로 사용한 것을 말한다. 수입 유기농산물의 경우 외국에서 인증을 받았더라도 국내 기관에서 다시 인증을 받아야 유기농산물 표시와 판매가 가능하다.

◆국산 유기농 가공식품은 제품명을 꼼꼼히

유기 가공식품엔, 별도의 인증 기준이 없는 게 문제다.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유기농 원료의 함량에 따라 포장에 제품명을 표시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 국내 제품 가운데 유기농 원료를 95% 이상 사용했다면 포장 전면에 '유기가공식품', '유기', '유기농'이란 단어를 쓸 수 있다. 유기농 원료가 70~95% 미만일 경우에는 용기와 포장의 주요 표시 면을 제외한 곳에 표시해야 한다.

예를 들면 유기농 원료가 95% 이상인 제품은 제품명에 '유기농 현미 과자'라고 표기할 수 있지만, 70~95% 의 경우는 제품명은 '현미 과자'로 표기하고 앞부분에 작은 글씨로 '유기농 현미 사용'이라고 쓰거나, 뒷면 또는 측면에 '유기농 현미 사용'이라고 쓰는 식이다. 그러니 깐깐한 주부라면 구입 전 포장재의 어느 부분에 '유기농'이라는 단어가 쓰였는지 잘 살펴야 한다.

◆오가닉?… 나라마다 인증기준 천차만별

문제는 수입 유기농 가공식품. 농산물과 달리 수출국에서 받은 인증만 있으면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국내에서 자유롭게 '유기농(Organic)'으로 표시하고 판매할 수 있다. '유기농'이라고 표시돼 있더라도 수출국의 기준이 얼마나 까다로운지에 따라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뜻. 또, 인증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오가닉(Organic)'과 판매자가 임의대로 사용할 수 있는 '내추럴(Natural)'을 혼동해선 안된다.

따라서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이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유기 가공인증까지 공부해야 한다. 대표적인 외국의 유기농 가공식품 인증기관은 미국 농무부(USDA), 일본 농수성(JSA), 국제 유기농업 운동연맹(IFOAM) 등이 있다. 또한 독일정부가 발급하는 'BIO' 마크는 먹거리에 관해 까다롭기로 이름난 EU가 정한 EU 유기, 무공해 식품 기준을 준수한 식품에만 발급하므로 비교적 믿을 수 있다.

◆'로하스'라고 해서 반드시 유기농은 아니다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란 마크는 뭘까. 한국표준협회에서 주관하는 로하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제품의 경제성·환경성·건강성 등 10가지 기준에 대한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어떤 제품이 로하스 인증을 받았다면, 완성된 제품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도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착한' 제품이라는 의미이지만, 그 제품이 반드시 유기농산물을 사용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기농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환경정의 박명숙 국장은 "똑똑하게 먹으려면 '유기농'을, 지혜롭게 살려면 '우리 농산물'을 고르라"고 제안한다. 기왕이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을 구매해 유기농가가 늘어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얘기다.


 

입력 : 2008.05.13 22:55 / 수정 : 2008.05.14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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