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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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 제조업체에 다니는 김형석(35) 씨와 최순기(36) 씨는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김 씨는 늘 남보다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고 성격도 꼼꼼하다. 보고서를 만들 때는 많은 자료를 검토해 치밀하게 작성한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은 늘 비슷비슷하다.
최 씨는 지각이 잦고 업무 처리도 치밀하지 못한 편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여러 사람의 조언과 피드백을 거쳐 참신한 내용이 많다.
10년 전만 해도 김 씨가 일을 잘하는 편에 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기업은 최 씨 같은 사람을 점점 원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인 문요한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는 “이 시대 작업 우수성의 기준은 업무량과 업무 시간이 길다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과 네트워킹 능력”이라고 말했다.
○ 직장인 96% “업무 스트레스 있다”
직장인들이 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심각하다. 최근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중 ‘업무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96%로 미국(40%) 일본(61%)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분비되는 스트레스호르몬은 인체의 여러 곳을 공격한다. 혈관을 공격해 동맥경화를 만들어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을 일으키거나 뇌중추에서 식욕자극호르몬을 자극해 비만을 유발한다. 근육통, 당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 삶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개인이 속한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일을 잘하는 방법을 알면 스트레스에 강해진다. 일 잘하는 방법을 알면 적절히 휴식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 문제 중심적 사고보다 해결 지향적 사고를
일을 잘하려면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의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사람은 일에 자신을 맞추려고 할 뿐 자신에 맞는 일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잘 맞는 연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직업이나 직장을 자주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넓혀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점점 더 좋아하는 일에 다가서라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해결 중심적 사고를 갖는 것이다.
실천력이 강한 사람은 실행 중심적이고 해결 지향적인 생각이 강하다.
목표 달성이 안 됐을 때 문제 중심적인 사람은 안 된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해결 지향적인 사람은 잘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데 주력한다. 결국 일 못하는 사람들은 당장에 바꿀 수 없는 문제점을 잘 찾아내는 반면 일 잘하는 사람들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해결책을 잘 찾는다.
○ 일을 나누는 능력을 길러라
일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잘 나눠야 한다.
하나는 일의 순서를 잘 나누는 것이다. 우선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긴급성과 중요성에 맞춰 구분해서 처리해간다.
자신이 할 일과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나누는 작업도 중요하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이 할 일과 다른 사람이 할 일을 구분하고 이를 조정할 줄 안다.
세부 목표와 세부 과정을 잘 나눠서 전체적인 흐름과 개별적인 요소들을 놓치지 않는 통합적인 시야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목표가 이뤄졌다고 가정하고 역으로 어떤 일들이 있어야 했는지 추정해보면 도움이 된다.
○ 자신만의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라
일을 할 때 참조할 자료나 경험 있는 선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러나 자료를 베끼고, 선배 말대로 그대로 따라 하면 발전은 없다. ‘이 정보를 나의 일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염두에 두면서 자신만의 매뉴얼을 만든다. 자신의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는 네트워킹 능력이 우선이다.
회사 내 네트워킹뿐만 아니라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사외 네트워킹도 필요하다. 업무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실무교육을 받으면서 다져진 네트워크는 자신의 전문성과 업무능력 향상의 거름이 된다. 흔히 일을 하다 보면 무한정 시간이 늘어난다. 스스로 마감시간을 부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간이 부족하니까 시간을 늘리자’가 아니라 ‘시간이 없으니까 시간 안에 끝내자’로 생각을 바꿀 때 만성적인 시간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의 업무 시작 시간과 끝내는 시간을 기록해보면 도움이 된다.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도 시간관리 능력은 향상된다.
(도움말=채정호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경정신과 교수, 문요한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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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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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없는데… 왜 나만 상처받죠?
○ 내가 없어 아쉬운 건 상대방
회사원 최모(34) 씨는 1년 동안 사귀던 남자 친구로부터 “끝내자”라는 문자메시지로 이별을 통고받았다. 최 씨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뭘 잘못한 것인지 알 수 없고 눈물만 날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최 씨의 남자 친구는 헤어지는 이유에 대해 “그녀와는 그냥 안 맞을 뿐이다. 점점 더 부담스러워진다”고 말했다.
남녀관계는 교환되는 감정의 강도가 크다. ‘관계중독’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이별로 인한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
관계중독은 내 주위에 관련된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떤 사람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며 혼자일 때 느끼는 우울함, 소외감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관계 자체에만 얽매이는 중독이 생긴다.
이런 사람의 성격을 보면 부당한 요청을 받더라도 관계가 끊어질까봐 두려워 거절하지 못한다. 또 관계를 유지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투자한다.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상대적으로 타인의 이미지는 높게 평가하는 것도 특징이다. 자신을 비하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관계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싫다’ ‘좋다’는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싫다는 표현이 당장은 부담스럽지만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는 것보다 미리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는 것이 상대방을 위해서도 좋다.
또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내가 냉정하게 대해도 그는 나를 찾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에너지를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돌려서 사용한다.
○ 갈등의 화살받이 자처 말아야
직장인 박동을(39) 씨는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 끼여서 힘들다.
맞벌이하는 아내는 직장 스트레스와 6세 된 딸을 키우느라 주중 내내 힘들어한다. 혼자 사는 노모는 주말에 박 씨 가족이 찾아와 함께 보내주기를 바란다. 노모는 박 씨가 아내 이야기만 듣고 자신을 소홀히 한다고 불평하고, 아내는 고생하는 자신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한다.
박 씨는 아내가 시어머니에 대해 불평을 하면 “그 정도는 며느리가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왔다. 그러면 아내는 “내 편이 돼 주지 않느냐”고 화를 냈다.
가족은 사랑으로 이루어지고 사랑을 배우고 만들어가는 심리적 공간이다. 대인관계 갈등의 많은 부분이 가족관계에 있다. 특히 아내-남편-시어머니, 자녀-엄마-아빠 관계는 서로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많아 중간에 끼여 있는 사람은 힘들 수밖에 없다.
가령 고부 사이에 남편은 ‘갈등의 화살받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아내와 시어머니 관계에서 자신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나서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갈등은 더욱 증폭될 뿐이다.
이때는 삼각관계에서 빠져 나와 아내와 어머니에게 각각 일대일 관계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내에게는 동반자로서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려 노력하고, 어머니에게는 부모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태도로 대하는 기본 원칙을 지킨다.
이는 다른 가족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어머니도 아들에게 며느리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며 삼각관계를 만들기보다는 며느리와 일대일 관계에서 해결한다. 이것이 일대일 관계의 중요한 원칙이다.
일대일 관계에서는 어머니와 아내 사이의 숨겨진 갈등이 드러나고 직접 대화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또 아내와 어머니 모두 서로에 대해 좀 더 책임 있는 결정과 행동을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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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하지현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박재선 남송M정신과 원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직장-고부갈등도 정신과 도움 필요”
■ 조수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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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조수철(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사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28일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정신질환자들이 몰래 치료를 받거나 아예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신건강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정신질환자라고 일단 한 번 낙인이 찍히면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힘들기 때문에 정신병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면서 “정신질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좀 더 일찍 주변에 알리고 치료를 받았으면 나아질 수 있다는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직장스트레스, 고부 갈등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문제들도 정신과 영역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를 방치하면 개인적 불행뿐 아니라 사회적 손실도 크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의사들이 나서서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 4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기념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희망콘서트’에서는 시각장애를 극복한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윤도현, 성시경 씨 등이 출연한다.
조 이사장은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을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공익활동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02-537-6171, www.knpa.or.kr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