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경향신문 입력: 2007년 07월 10일 09:44:29
[여름방학 수학 따라잡기](1) 학부모 지도요령
‘영재교육원 수학특강’을 마치고 이번주부터 초등학생을 위한 ‘여름방학 수학 따라잡기’를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30분씩 열번보다 100분씩 두번 효율적-
# 수학을 우습게 보지 말라!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지가 지난 2일 “한국인에게는 영어가 전부다.(English Is The Golden Tongue For S. Korean)”라고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열풍에 대하여 시사한 바처럼 대부분 학부모들의 초등학교 계획은 이렇다.
“글로벌화 시대인 만큼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영어에 가능한 한 집중한 후에 초등학교 4학년 정도부터 수학을 시작하자.”
그전까지는 시중의 학습지나 문제집을 풀고 있는데, 문제는 풀고 답은 맞았으되 도대체 곱셈은 왜 하는지, 분수와 소수는 왜 사용되는지, 비율과 비는 무엇이 다른지, 또한 그런 것들은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어떤 공식에 대한 원리는 어디에서 출발되었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이 그저 문제를 푸는 테크닉만 익히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필자가 가르쳤던 어떤 3학년 학생이 숫자만 나오면 무조건 더하기에 “왜 그렇게 계산하냐”고 질문을 하니까 그 대답이 “여기는 덧셈단원이니까요… 뺄셈 단원에서는 빼고, 곱셈 단원에서는 곱하면 거의 맞거든요!” 하면서 자랑스럽게 대꾸하는 것이 아닌가?
그 학생은 그후부터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식을 보고 문제를 만드는 훈련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수학은 영어처럼 현지 연수를 갔다 온다고 단기간에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과목이 아니다. 벽돌을 쌓듯이 차곡차곡 개념을 쌓아가지 않으면 어려운 문제를 잘 풀다가도 쉬운 문제에서 구멍이 생기는 일이 허다하다. 고3이 되어서 가장 변별력을 가지는 과목이 바로 수학이다. 수학을 우습게 보지 말라!
# 가르치지 않고 수학 성적 올리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학공부는 문제를 푸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수학적인 개념으로 잘 접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몸과 마음의 여러 가지 습관이나 태도들이 잘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이번 지면에서는 현장에서 느낀 방법들을 통하여 얻은 나름대로의 처방(?)을 개략적이나마 다음의 과정을 통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수학의 기초 습관 형성하기
◇연산 및 문장제 문제에 접근하기
◇수학에 관련된 용어 정리
◇집이나 휴가지에서 할 수 있는 수학 놀이 몇 가지
오랫동안 수학을 가르쳐 오면서 느낀 것인데 수학을 못하는 학생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찾아 수정하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몇 가지를 요약해 보았다.
◇공부하는 장소와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공부를 시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책이나 준비물, 숙제 등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가져오지 않는다.
◇글씨 쓰기나 그림 그리는 것이 엉망이다.
◇문제를 끝까지 읽지 않고 아는 문제를 자주 틀린다.
위에 열거한 내용 중에 거의 모든 항은 학부모의 역할에 따라 바뀌어질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으므로 이번 여름에 학부모들이 알아 두어야 할 십계명을 나열해 본다. ①~⑥번은 생활 습관에 관한 것이고, ⑦~⑩번은 실제로 수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다.
# 이번 방학에 알아두어야 할 엄마들의 십계명
① 수학 숙제는 다음 스케줄이 안 잡혀 있는 시간에 배치
어려운 수학 문제는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가 많다. 그런데 제한된 시간 내에 숙제를 마쳐야 하고, 다음 스케줄이 있다면 아이들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 문제는 ★ 표를 치고 그냥 넘어가면서 형식적인 숙제를 할 것이다.
1시간 동안 수학 숙제 다 끝내고 다른 학원에 가야 해!라는 말로 아이들의 마음을 서두르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② 사고력 문제 풀땐 시간 충분히 배정하라
수학은 어떤 영역을 공부하느냐에 따라서 시간 배정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한 계산 스킬을 몸에 익히는 연습은 매일 30분씩 할애하는 것도 좋지만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문제를 풀 때는 절대로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도 어떤 문제에 사로 잡히면 3~4시간씩 꼬박 그 문제에 매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 습관 형성은 시간이 충분할 때만이 가능하다.
③ 운동 뒤에 수학을 배치하지 말라
특히나 더운 여름날 농구 같은 격렬한 운동이나 수영을 하고 땀을 뻘뻘 흘리고 나서 맛있는 간식이라도 먹은 아이는 십중팔구는 수업 시간에 졸게 마련이다.
꼭 같은 날 수학과 운동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수학을 공부한 후에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하는 것이 좋다.
④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공부하게 하라
학부모님들 중에 내가 보지 않으면 노는지 공부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면서 부엌에서 일하면서 아이의 상태를 감시?하는 경우가 있다. 때로 아이는 거실의 테이블에서 공부를 하다가 다른 식구가 오면 옮겨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바닥에 엎드리거나 테이블에서 불안정한 자세로 공부하면 오랫동안 집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몸도 힘들어져 학습효과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항상 일정한 장소에서 가능한 한 책상에 앉아 공부하도록 분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
⑤ 책상에 앉으면 곧바로 공부하게 하라
책상에 앉은 후에 메일을 체크하거나 개인 홈피를 뒤져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일을 하게 되면 그것에 빠져 결국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간식을 챙겨주는 것도 타이밍이 정말로 중요하다.
⑥ 글씨·그림 등을 제대로 쓰고 그리게 하라
숫자쓰기는 어려서 엄마한테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숫자 쓰는 것 때문에 오답이 발생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숫자 6과 알파벳 b, 숫자 9와 알파벳 q, 숫자 1과 알파벳 ㅣ, 숫자 0을 제대로 쓰지 않아서 숫자 6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숫자 8을 쓰는 데 아이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므로 제대로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혹시 지금 아이가 숫자나 글씨를 잘못 쓰고 있다면 지금 당장 고치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수직선 긋기, 수평선 긋기, 원 그리기, 겨냥도 그리기, 다각형 그리기 등도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그림이 잘못되면 아예 문제를 달리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어떤 초등학교 선생님은 반드시 자를 사용하라고 강요한다고 하는데 사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려서부터 자를 사용하지 않고 선을 바로 긋고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해야 그래프 등을 그릴 때 정확하게 그릴 수 있게 된다.
⑦ 책이나 학습교구는 손 닿는 곳에 미리 배치하라
수학 공부를 하다 보면 자, 컴퍼스, 각도기, 지우개, 모눈종이 등등…. 학습을 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은 후에 이런 것들을 찾아다니다가 시간을 거의 써버리고, 기진맥진해진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교구 등을 체크해서 미리 준비해 두게 한다.
⑧ 틀린 문제의 이유를 스스로 찾게 하라
다음 장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아이가 문제를 틀렸을 때 무엇이 틀렸는지를 알려주고 그 문제를 풀어주는 것은 적어도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아이의 능력을 사장시키는 행위”이다. 아이가 문제를 틀렸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틀린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찾게 하고 그 잘못이 개념이나 원리에 관련된 것이라면 다시 한번 그 개념을 상기시키거나 토론을 해 보고, 단순한 실수라면 고치게 한다. 만약 이 시점에서 교사나 학부모가 섣불리 나선다면 그 아이는 다음 번에 똑같은 실수를 다시 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⑨ 수학 교과서를 소설책처럼 읽게 하라
누누이 강조하지만 수학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개념들이 문제 풀이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 나오는 용어에 관한 정의 부분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므로 마치 소설책 읽듯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나 도형 부분에서는 거의 모든 정의를 이해하고 용어를 외워야만 다른 형태로 문제를 변형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⑩ 식과 답을 반드시 쓰게 하라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시키기가 어려운 것이 식과 계산 과정을 서술하게 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서술형, 논술형이 강조되는 시기에는 더욱더 필요한 과정이므로 엄마들이 절대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필자의 경우에는 식을 안 쓰고 문제를 푼 뒤 답만을 써오면 오답 처리를 하는 것을 물론 다시 돌려주거나 남게 해서 완벽하게 할 때까지 시켜서 결국에는 연습장에도 식을 가지런히 쓰는 습관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정흠/ 시매쓰 서초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