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겨레 신문

[교육불평등] 기획-“개천에서 용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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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지역·고교유형별 계층 분리 실태


“한달 사교육비 50만원이상 투자” 강남 19명 지방 1명

 

〈한겨레〉가 5개 고교 2학년 한 반씩을 선정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의 학력과 소득, 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기대수준 등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의 모든 항목에서 외고와 강남구 학생들이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외고는 ㄱ고, 강남구 인문계고는 ㄴ고, 금천구 인문계고는 ㄷ고, 충남 홍성의 인문계고는 ㄹ고, 서울 실업계고는 ㅁ고로 표기했다.

부모 월소득 500만원이상 강남ㄴ고 24명중 10명 지방ㄹ고 27명중 2명

가정배경=부모의 월 평균 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정은 ㄱ고가 9명으로 응답자 16명의 56%를 차지했다. ㄴ고는 24명 가운데 10명(42%)이었으며, ㄷ고는 26명 가운데 6명(23%)이었다. ㄹ고와 ㅁ고는 각각 2명(7%), 1명(4%)에 그쳤다. 반면, 가구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학생은 ㅁ고가 12명(46%)으로 가장 높았고, ㄹ고가 9명(33%), ㄷ고가 4명(15%)이었다. ㄴ고와 ㄱ고는 각각 2명(8%), 1명(6%)뿐이었다.

이혼 등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은 서울 실업계 ㅁ고는 응답자 28명 가운데 8명이나 됐다. 홍성 ㄹ고는 26명 가운데 5명, 금천구 ㄷ고는 37명 가운데 3명, 강남구 ㄴ고는 31명 가운데 2명이었다. 외고인 ㄱ고는 한 명도 없었다.

부모의 학력뿐만 아니라 형제의 학력에서도 차이가 났다. 외고 ㄱ고는 손위 형제가 있는 학생 9명 가운데 8명이 대학생이었으며, 이 가운데 4명이 서울 4년제 대학교에, 2명은 수도권 4년제 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나머지 2명은 해외 유학 중이었다. 강남 ㄴ고는 형제 14명 가운데 10명이 대학생이었다. 서울 4년제 대학교 3명, 지방 4년제 대학교 2명, 수도권 전문대 2명, 지방 전문대 2명, 해외 유학이 1명이었다. 반면, 실업계 ㅁ고는 7명 가운데 3명만이 대학생이었다. 서울지역 전문대가 2명, 지방 4년제 대학교가 1명이었다.

사교육=현재 수강하고 있는 사교육 숫자를 비교한 결과, 3개 이상이라고 답한 학생이 실업계 ㅁ고와 홍성 ㄹ고는 한 명도 없었으며, 금천 ㄷ고는 36명 가운데 4명에 그쳤다. 반면, 외고 ㄱ고는 응답자 22명 가운데 8명, 강남 ㄴ고는 33명 가운데 13명으로 나머지 세 학교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교육 종류에 있어서도 금천 ㄷ고는 종합반 수강이 17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외고 ㄱ고와 강남 ㄴ고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과목별 전문학원 수강이 대부분이었다. ㄱ고의 경우, 수학단과학원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논술학원 9명, 국어단과학원 7명 차례였다. 종합반은 3명뿐이었다. ㄴ고는 1명만이 종합반에 다닌다고 답했다. 한 달 사교육비 규모가 100만원 이상이라는 이는 외고 ㄱ고 응답자 18명 가운데 6명, 강남 ㄴ고는 26명 가운데 7명이었다. 반면, 금천 ㄷ고와 홍성 ㄹ고는 각각 1명에 그쳤으며, 실업계 ㅁ고는 한 명도 없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영어학원에 다닌 사람은 외고 ㄱ고와 강남 ㄴ고는 각각 5명이었으며, 금천 ㄷ고는 1명이었다. 홍성 ㄹ고와 실업계 ㅁ고는 한 명도 없었다.

“석사 이상 공부햇으면 ㄱ외고 학부모 절반 금천 ㄷ고 38명중 1명뿐”

교육에 대한 지원=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지원 정도에 대한 응답을 점수화해보니 강남 ㄴ고가 가장 높았고, 실업계 ㅁ고가 가장 낮았다. 부모가 △진로 상담을 위한 학교 방문 △집안의 공부 분위기 조성 △입시정보 수집 △공부 방법에 대한 충고 △대학 및 학과 특성에 대한 논의 △자녀의 성적 관리 등에 대해,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점, ‘하지 않는 편이다’ 2점, ‘하는 편이다’ 3점, ‘자주 한다’에는 4점을 매겨 평균을 냈다.(표 참조) 그 결과, 강남 ㄴ고가 2.74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외고 ㄱ고가 2.65점, 금천 ㄷ고가 2.42점, 홍성 ㄹ고가 2.20점, 실업계 ㅁ고가 1.79점이었다.

미술관, 박물관, 클래식 음악회, 오페라, 뮤지컬 관람, 문학작품 읽기 등 6개 문화활동을 얼마나 해왔는지를 물어 점수화해 보니, ㄱ고가 2.88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ㄴ고가 1.99점으로 뒤를 이었다. ㄷ고가 1.63점, ㅁ고가 1.56점으로 나타났으며, 농촌지역인 ㄹ고가 1.42점으로 가장 낮았다.

교육에 대한 기대수준=‘부모님은 학생이 어느 수준까지 공부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ㄱ고는 응답한 24명 가운데 9명이 박사, 2명이 석사라고 답했다. 나머지는 4년제 대학교 10명, ‘잘 모르겠다’ 3명이었다. ㄴ고는 31명 가운데 2명이 석사, 22명이 4년제 대학교, 7명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농촌지역의 ㄹ고는 27명 가운데 1명이 석사, 15명이 4년제 대학교, 5명이 전문대, 6명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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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ㄹ고 아버지 40% 중졸 강남ㄴ고 학·석·박사 78%

 

5개 고교생 심층질문 우리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이미 옛말이 됐다. ‘교육을 통한 계층 고착화’는 사회통합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겨레>는 계층·지역별 교육 불평등 실태와 대안을 다섯 차례에 걸쳐 짚어보기로 했다.

그 첫회로, 부모의 학력과 소득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어떻게 자녀 세대의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있을까를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지난 9~10월 서울과 지방의 고교 다섯 곳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벌였다. 서울에 있는 외국어고인 ㄱ고와 강남구의 인문계 ㄴ고, 서울에서 가장 교육 여건이 처진 지역으로 꼽히는 금천구의 인문계 ㄷ고, 충남 홍성 면지역에 있는 인문계 ㄹ고, 서울지역 실업계 ㅁ고에서 각각 한 반씩을 골랐다.

서울지역 외고와 강남구 인문계고 학생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및 교육 지원 정도 등은 금천구와 홍성군의 인문계고, 서울지역 실업계고 등 다른 세 학교에 견줘 월등하게 높았다.

아버지의 학력을 보면, 강남구 ㄴ고는 응답자 32명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1명이 석·박사였다. 4년제 대학 졸업자 14명을 포함하면 고학력자 비율이 78%나 됐다. 외고인 ㄱ고는 23명 가운데 석사가 4명, 박사가 2명, 4년제 대학 졸업자가 14명으로 고학력자 비율이 87%에 이르렀다. 금천구 ㄷ고는 39명 가운데 석·박사는 한 명도 없었고, 4년제 대학 졸업자가 15명(38%)이었다. 홍성 ㄹ고는 25명 가운데 4년제 대학 졸업자가 2명, 실업계 ㅁ고는 26명 가운데 1명에 그쳤다.

반면, 중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은 ㄹ고가 1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ㅁ고가 6명, ㄷ고는 3명이었다. ㄱ고와 ㄴ고는 중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이 한 명도 없었다.

어머니의 학력에서도 ㄱ고와 ㄴ고는 각각 71%, 77%가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였다. 반면, ㄷ고와 ㅁ고의 고학력자 비율은 13%, 8%였다. ㄹ고는 4년제 대학 졸업자가 한 명도 없었다.

아버지의 직업을 보면, 통계청의 표준직업 분류를 기준으로 고소득 직종으로 꼽히는 고위 임직원·관리자와 전문가에 해당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ㄱ고는 7명, ㄴ고는 10명, ㄷ고는 4명이었으며, ㄹ고와 ㅁ고는 각각 1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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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월 평균 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정은 ㄱ고가 9명으로 응답자 16명의 56%를 차지했다. ㄴ고는 24명 가운데 10명(42%)이었으며, ㄷ고는 26명 가운데 6명(23%)이었다. ㄹ고와 ㅁ고는 각각 2명(7%), 1명(4%)에 그쳤다. 반면, 가구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학생은 ㅁ고가 12명(46%)으로 가장 높았고, ㄹ고가 9명(33%), ㄷ고가 4명(15%)이었다. ㄴ고와 ㄱ고는 각각 2명(8%), 1명(6%)뿐이었다.

국회 교육위 김영숙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대에서 받은 ‘출신 고교별 입학생 현황’ 자료를 보면, ㄱ고와 ㄴ고의 경우 2005~2006학년도 2년 동안 각각 76명과 51명의 합격생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ㄷ고는 3명에 그쳤으며, ㄹ고와 ㅁ고는 서울대 입학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

 

 

② 배경 따라 ‘출발선’ 달라진다

 

대치동 엄마 ‘입시 매니저’…면지역 부모는 “신경 못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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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불평등의 원인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한겨레>는 교육 격차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교육 특구’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고교생 4명과 지방 읍·면 지역 고교생 4명을 개별적으로 만나 심층 인터뷰를 했다. 두 지역에서 각각 성적이 반에서 상위권인 학생 2명, 중위권 1명, 전교 최상위권 1명씩을 선정했다.

우등생은 만들어진다?=강남 학생들의 공통점은 어머니가 ‘입시 매니저’라는 점이다. 강남 ㅈ고 2학년 ㄱ군의 성적은 반에서 5등 안팎이다. 동작구 사당동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6학년 말에 대치동으로 ‘교육 이사’를 왔다. ㄱ군의 어머니는 여느 ‘대치동 엄마’처럼 입시 전문가와 상담도 하고, 학원 설명회에도 자주 참석해 입시정보를 수집해 온다. ㄱ군은 “논술 등 입시 정보에 관한 한 엄마가 나보다 훨씬 많이 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서 전교 최상위권인 ㅂ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ㅂ군의 어머니는 입시설명회는 물론 상위권 학생 학부모 모임에도 자주 나가 정보를 나눈다. ㅂ군이 학교와 학원, 독서실에 갈 때 늘 차로 태워다 준다. ㅂ군은 “지난해 서울대가 통합교과형 논술을 도입한다고 발표하자 엄마가 논술 대비용 고전 요약·해설 전집을 사 들고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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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도 읍 지역은 면 지역과 상황이 달랐다. 읍 명문고에서 성적이 전교 최상위권인 2학년 ㅇ양의 아버지는 대학 교직원, 어머니는 교사다. ㅇ양의 어머니는 ‘대치동 엄마’처럼 적극적인 매니저 구실은 못하지만 딸 공부에 도움을 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는 딸에게 문화체험을 시켜주려고 일부러 인근 대도시의 연극·뮤지컬 공연장을 찾기도 했다. 지금은 딸의 성적표를 모아 놓고 성적 추이를 분석해주곤 한다. 반면, 면 지역에 있는 학생 2명은 “부모님 모두 내가 대학에 가길 원하긴 하지만, 내 공부 문제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신다”고 말했다. ㄱ군은 “오히려 주말이면 내가 아버지 일을 거들 때가 많다”고 했다.

메우기 힘든 간극, 사교육=강남 ㅈ고 ㄱ군이 현재 받는 사교육은 모두 5가지다.(표 참조) 겨울방학 때는 이 밖에도 자연계 논술학원에 다닐 계획이다. 사교육을 받는 시간은 일주일에 24시간, 한 달 사교육비는 250만원 가량 된다. ㄱ군은 “주변 친구들도 다 이 정도는 한다”며 “3학년 막바지에 과외를 받으려면 강사가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지금 해두는 것이 더 싸다”고 말했다.

강남과 지방의 차이 못지않게, 같은 지방에서도 읍 지역과 면 지역의 사교육 여건 차이가 컸다. 읍 소재지에 사는 2학년 ㅅ양은 서울지역 대학생 2명한테서 영어와 수학 과외지도를 받는다. 과목당 매달 30만원씩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전과목 보습학원에 다녔다. ㅅ양은 “우리 반의 경우 30명 가운데 10명 정도가 과외를 받고, 학원에 다니는 친구도 5명 정도 된다”고 전했다. 읍에는 서울 명문대 출신이 하는 학원이 한 곳 있는데, 수강료가 다른 학원보다 훨씬 비싸다.

그러나 면 지역에 사는 ㅇ군과 ㄱ군은 학교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이 유일한 ‘과외 수업’이다. ㄱ군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도 학원에 다닌 적이 없고, ㅇ군은 중학교 3학년 때 1년 동안 학원 종합반에 다닌 것이 전부다. 입시학원에 다니려면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 ㄱ군은 “우리 반에서 학원에 다니는 친구는 2~3명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주변 환경과 포부 수준=강남 ㅇ고 1학년 ㅂ양은 지난 겨울방학 때 어머니와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파리와 런던 등의 미술관 관람이 주요 목적이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ㅂ양을 위해서다. ㅂ양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함께 전시회에 자주 다닌 것이 내 진로 결정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ㅅ고 2학년 ㅈ양은 지난 여름방학 때 고려대생인 친구 언니의 주선으로 이 학교가 목표인 친구들과 함께 고려대를 탐방했다. ㅈ양은 “강남이어서 유리한 것 중 하나는 친구 언니, 부모 등 가까운 곳에 명문대생이나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 많다는 점”이라며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꿈을 구체화할 수 있고, 공부에 대한 의지를 다지거나 자신감을 갖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ㅈ양은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어서 지방의 학생회장들과 만날 기회가 종종 있는데 지방 학생들은 자기 능력에 비해 포부를 낮게 잡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원조강남’ 뺨치는 대구 수성구·대전 서부 ‘지방의 강

대졸 학부모·명문대 진학 2배 ↑

서울뿐 아니라 대구와 대전에서도 사는 지역에 따라 학력이 차별적으로 재생산되는 ‘거주지 분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 대도시에도 곳곳에 ‘강남’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의 강남, 수성구=통계청의 ‘2005 인구주택 총조사’를 바탕으로 대구 8개 자치구의 학력을 분석해 보니, 수성구의 대학생 학부모 연령대(50~54살) 인구 가운데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는 26.19%로, 같은 연령대 대구 전체 평균인 12.50%보다 갑절 이상 많았다. 가장 낮은 구(3.81%)의 6.9배에 이르는 수치다.

대구 수성구
고위 공무원 44% 거주…아파트 값 훨씬 비싸

이런 격차는 자녀 세대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20~24살 인구 가운데 4년제 대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사람 비율이 수성구는 62.39%인 반면, 가장 낮은 구는 36.19%에 그쳤다. 2005~2006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수(김영숙 한나라당 의원 자료)를 일반계고 졸업자 수(2006 대구교육통계연보)와 견줘 본 결과 수성구의 1천명당 서울대 합격자 수는 38.34명으로, 대구 전체 평균(17.36명)보다 갑절 이상 많았다.

또 정만진 대구시교육위원이 대구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초·중·고교생 1만명당 입시학원 수는 수성구가 41.7개로 대구 전체 평균인 29.12개보다 훨씬 많았다. 중학생 가운데 급식비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 학생 비율은 수성구가 6.0%로, 가장 높은 구(20.4%)의 3분의 1에도 못미쳤다.

이와 함께 대구시의회 김충환 부의장이 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는, 대구시청 소속 서기관급 이상 공무원 121명(구청 소속 제외)의 43.8%인 53명의 주소지가 수성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력 있는 계층이 수성구로 몰리면서 아파트값에도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 자료를 보면, 수성구의 아파트 평당 매맷값은 593만원(12월1일 기준)으로, 2위인 달서구(485만원)나 대구 전체 평균(483만원)보다 100만원 이상 높았다.

대전은 동서 격차=대전 서부는 새도시 지역인 서구와 유성구, 동부는 옛 도심인 중구와 동구, 대덕구를 말한다.

대전 서부
특목고 진학 ‘싹쓸이’…“거주지 분리 심화”

학부모 연령대인 40~59살 인구 가운데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 비율이 서부는 33.94%, 동부는 14.70%로 갑절 넘게 차이가 났다.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전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서부의 2005~2006학년도 서울지역 4년제 대학교 진학률은 12.4%로, 동부(5.9%)의 두 배가 넘었다. 특목고 입학률에서는 더 큰 차이가 났다. 시교육청의 ‘2007학년도 대전외국어고와 대전과학고 자치구별 합격자 현황’을 보면, 서부 출신 비율이 외고는 76.3%, 과학고는 84.7%에 이르렀다. 특히 대전 전체 입시·보습학원의 38.9%가 밀집한 서구 출신은 외고 합격자의 48.47%, 과학고 합격자의 45.83%를 차지했다.

거주지 분리 현상을 연구해온 서울대 지역개발조경연구소 최은영 연구원은 “거주지 분리와 학력자본 재생산의 차별화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자녀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세습에 가까울 정도로 고착화해, 건강한 사회의 기반이 되는 ‘기회의 균등’을 말뿐인 구호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구 대전/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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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성구로 몰리나

“한반서 3~4명씩 의대 진학하니…”
뛰어난 교육 인프라…이사 줄줄이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 허아무개(41)씨는 지난 9월 대구 북구에서 수성구로 집을 옮겼다. 북구에 눌러 살면서 아파트 평수를 늘려 이사할 마음도 없지는 않았으나, 꿈을 접었다. 아이들 교육 때문이다. 같은 평수의 집으로 옮기면서 9천만원을 더 들여야 했지만 후회는 없다. 워낙 사교육 여건이 좋은데다, 주변에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허씨는 이사 뒤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함께 수성구에서도 잘나간다는 영어학원에 등록하려고 찾아갔다. 그러나 원한다고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2시간 동안 듣기와 영어 에세이, 독해, 회화 등의 시험을 치렀다. 결국 퇴짜를 맞았다. 한 수학·과학 전문학원에서도 “너무 선행학습이 안 돼 있다”며 등록을 받아주지 않았다. 허씨는 “이전 학교에서는 반에서 상위권이던 아들의 성적이 중위권으로 떨어진 것보다 학원에서 퇴짜를 맞은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름난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서라도 올 겨울방학 때는 바짝 선행학습을 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성구의 교육열과 사교육 여건, 명문대 진학률은 서울 강남구 뺨친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구”라거나 “범어동은 대구의 대치동”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세 자녀를 둔 정아무개(46·수성구 범물동)씨는 “큰아이의 경우 학원강사에게 한 달에 200만원을 주고 수학 개인과외를 시킨 적이 있는데 아이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 같아 고액을 들였어도 아깝지 않더라”고 말했다. 정씨는 세 아이의 사교육비로 평소에는 300만원 안팎, 고액 과외를 시킬 때는 500만~600만원을 쓴다고 털어놨다. 박아무개(48·수성구 범물동)씨는 “수성구에는 가까운 곳에 학원이 많고, 강사의 질도 높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입맛에 맞는 학원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수성구에서도 입시명문고로 꼽히는 ㄱ고 3학년 김아무개군은 “우리 학교에는 의대와 약대를 목표로 하는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이 특히 많이 몰린다”며 “지난해 입시에서 의대에 진학한 사람만 한 반에 3~4명씩 된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한아무개군은 “고교 때 전교 10등 안에 드는 친구들은 거의 100% 초등학교 때부터 시험 쳐서 들어가는 영어·수학 전문학원에 다녔던 애들”이라고 전했다.

명문대에 진학하려면 수성구로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교육 이사’가 줄을 잇고 있다. 달서구에 사는 초등학생 학부모 백아무개(40)씨는 “올여름 수성구의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자 주변에서 괜찮게 산다는 집 아이들은 거의 수성구로 전학을 갔다”며 “나도 경제적 능력만 되면 수성구에서 학교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수성구 집중 현상을 두고 대구시의회 김충환 부의장은 “잘사는 사람이 몰리면서 좋은 학군과 학원가가 형성되고, 뛰어난 교육 인프라가 다시 ‘교육 이사’를 부추기면서, 수성구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진입하기 힘든 공간이 되고 있다”며 “이런 집중 현상은 나머지 지역을 계속 낙후하게 만들어 대구의 발전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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