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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142857의 비밀과 순환소수

New Hope 2008. 5. 12. 13:45
출처 -  http://puzzle.loveneti.com/math/essay/142857.html


며칠 전 갑자기 KBS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토요일 저녁에 하는 스펀지라는 방송에서 출연 요청을 하더군요.

그 내용은 142857이라는 신기한 수(?)에 대해 설명을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몇 개의 예를 보죠.

142857에 2를 곱하면, 285714이 되어 원래의 수인 142857를 두 자리씩 옮긴 것과 같습니다.

142857에 3을 곱하면, 428571이 되어 역시 142857의 자리를 옮긴 것과 같습니다.

142857 x 4 = 571428, 142857 x 5 = 714285, 142857 x 6 = 857142이 되어 모두 142857의 자리를 옮긴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7을 곱하면 142857 x 7 = 999999가 됩니다. 신기한가요?

방송국에서 요구한 것은 이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송 이틀 전 한밤중에 학교에서 촬영하느라 아주 난리를 쳤죠. PD와 촬영팀만 와서 연예인은 한 명도 못 봤습니다만. ^^

이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방송국에서 뽑아온 참고 자료에는 그 이유로, 우리가 십진법을 쓰고 있다는 것과 7이 솟수라는 것에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별로 옳은 설명이 아닙니다.

이 현상의 정확한 이유는 1/7을 소수로 나타낼 때 순환마디의 길이가 7보다 1이 작은 6이라는 데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우선 십진법으로 전개를 해야 되고 문제의 수가 솟수가 아니라면 순환마디의 길이가 하나 작게 나올 수 없으므로 앞서의 설명이 아주 엉터리는 아닌 셈이지만, 솟수가 분모인 분수를 십진 전개하였다고 해서 항상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 분명히 올바른 설명은 아니지요.

0. 1 4 2 8 5 7
- -- - - - - - -
7 ) 1 0
7
-- -
3 0
2 8
- -
2 0
1 4
- -
6 0
5 6
- -
4 0
3 5
- -
5 0
4 9
- -
1
이 현상의 이유를 좀더 자세히 써 보면, 오른쪽 나눗셈에서 보듯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나머지로 7보다 작은 수 1~6의 여섯가지가 모두 가능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나머지인 1은 처음에 1을 나누는 계산과 마찬가지니까, 결국 소수로 나타내면 이후로 142857이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142857에 2를 곱한다는 것은 1/7 = 0.142857142857...의 양변에 2를 곱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2/7을 계산하는 것은 오른쪽 나눗셈에서 나머지가 2인 경우의 계산과 같고, 그때의 몫은 0.2857 이후에 다시 142857이 계속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3, 4, 5, 6을 곱해서 142857이 자리를 옮겨 나타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7을 곱해 999999가 나타나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것은 1/7 = 0.142857... = 142857/999999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됩니다. 바로 중학교 때 배우는 "순환소수를 분수로 고치기"지요. 어떤 의미에서는 142857의 신기한 현상의 본질은 바로 1/7 = 142857/999999라는 데 있는 셈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촬영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142857에는 더 많은 신기한 성질들이 있습니다.

우선 곱셈의 결과가 자리수를 옮기며 나타나는 현상은 1~6을 곱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42857에 8을 곱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결과는 142857 x 8 = 1142856이 되어 언뜻 보기에는 142857이라는 패턴이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부터 여섯자리를 끊어 두 수를 더하면, 1 + 142856 = 142857이 되어 다시 142857이 나타납니다.

다른 수를 곱하면 어떻게 될까요?

142857 x 9876543210 = 1410933333350970이고, 뒤에서부터 여섯자리를 끊어서 더하면 1410 + 933333 + 350970 = 1285713이고,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하면 1 + 285713 = 285714이 됩니다.

142857말고는 이런 성질을 가진 수가 없을까요?

1/n을 소수로 나타낼 때 순환마디의 길이가 n-1이 되는 수라면 이런 성질을 갖게 되는데, 이런 수들은 순환 수(cyclic number)로 불리며

    1/17 = 0.0588235294117647...,
    1/19 = 0.052631578947368421...
    1/23 = 0.04347826086956521739130...
    1/29 = 0.0344827586206896551724137931...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17의 경우 순환마디를 적당히 옮겨서 1176470588235294라는 16자리수를 생각하면, 여기에 2~8을 곱한 결과는 원래의 수를 자리만 옮긴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럼, 이런 순환 수는 무한히 많이 존재할까요? 수학자들은 아마도 그럴 것이며, 소수 전체에 대한 비율이 약 37%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도 증명이나 반증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142857과 관련된 신기한 현상 몇 가지를 더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도 있습니다.

    142 + 857 = 999, 14+28+57 = 99
이것은 Midy의 정리의 결과입니다. 또, 다음과 같은 덧셈도 성립합니다.

1 4
2 8
5 6
1 1 2
2 2 4
4 4 8
8 9 6
...
- - - - - - - - - - - - - ---
1 4 2 8 5 7 1 4 2 8 5 7 ...
 
7
3 5
1 7 5
8 7 5
4 3 7 5
2 1 8 7 5
1 0 9 3 7 5
...
--- - - - - - - - - - - - -
... 7 1 4 2 8 5 7

왼쪽 것은 14에서 시작하여 2씩 곱한 다음 두 자리씩 밀어 가며 더한 것이고, 오른쪽 것은 7에서 시작하여 5씩 곱한 다음 한 자리씩 당겨 가며 더한 것입니다.

이 현상은 등비급수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만, 생략. ^^;

마지막으로 142857과 관련된 신기한 성질 하나를 더 소개합니다.

142857을 제곱하면 20408122449이 되는데, 뒤에서부터 여섯자리를 끊어 더하면 20408 + 122449 = 142857이 되어 원래의 수가 됩니다.

이것은 인도의 수학자 Ramachandra Kaprekar가 발견하여 그의 이름을 따 "Kaprekar 수"로 불립니다. Kaprekar 수의 예로는

    1, 9, 45, 55, 99, 297, 703, 999, 2223, 2728, 4879, 4950, 5050, 5292, 7272, 7777, 9999, 17344, 22222, 38962, 77778, 82656, 95121, 99999, 142857, 148149, 181819, 187110, 208495, 318682, 329967, 351352, 356643, 390313, 461539, 466830, 499500, 500500, 533170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452 = 2025, 20+25 = 45입니다.

그나저나, 여기저기 방송 나온다고 전화를 해 놨는데, 이런 세상에!!!

방송일인 토요일 점심 무렵 스펀지 작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촬영분이 방송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이죠. 아예 이 아이템 자체가 빠져 버렸더군요.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