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퍼온 글

남자나이 40대는 ‘제2의 방황기’해 주세요.

New Hope 2009. 6. 26. 10:19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에 ‘회의’… 자신의 진정한 모습 찾아 나서

“개인적으로 소외감 같은 걸 많이 느껴요. 이게 뭐 하는 짓인지… 하는 질문을 매일 항상 하게 돼요. 사실 특별히 집에 돈이 있는 사람들 아니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회사 다닐 거예요. 처음에는 저도 안 그랬죠. 회사를 위해, 아니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재작년쯤부턴가, 그러니까 마흔 넘어서 이렇게 됐어요. 책임은 커지고 부담도 커지는데, 사회나 회사가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40대 남성 ㄱ)

“예전에는 아버지가 집안의 기둥이고 그야말로 가장이었잖아요. 근데 요즘은 그런 게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돈 벌어오는 기계라고 생각하는 것이 전반적인 세태예요. 아내도 그렇고, 전에 아이한테 아버지가 왜 좋으냐고 물으니까 돈 벌어오니까 좋다고 하더라고요. 전에는 하다못해 형식적인 예의라도 갖춰서 균형을 잡았는데 요즘은 그것조차 유지되지 않으니 더욱 쓸쓸해요.”(40대 남성 ㄴ)

짙은 공허감·불안감·소외감 느껴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로 푸는 40대. 그러나 오히려 병만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경향신문>
땅거미가 가라앉은 지난 6월 16일 밤.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는 삼삼오오 찾아온 40대 남성들이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인권재단(이사장 박은정 서울대 교수)이 마련한 생활인권 대화마당 ‘알지(知)’에 참석한 사람들이다. 이날의 주제는 ‘한국 40대 직장남성들의 생활과 인권’이었다. 정유성 서강대 교수가 한국의 40대 남성에 대한 6개월간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46·마인드프리즘 대표)도 참석해 40대 남성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한국인권재단이 40대 남성의 인권에 주목한 것은 ‘40대 남성 자살률 세계 1위, 우울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한국 남성들이 봉착한 위기의 내용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현재 한국의 40대는 1961년생부터 1970년생까지다. 386세대 대다수가 이제는 40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386세대란 잘 알려졌다시피 1960년대에 출생해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고, 1990년대에 30대였던 사람들을 말한다. 지금은 40대가 돼 한국사회의 중년세대를 이루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분포상 가장 숫자가 많은 세대이기도 하다(표 참조).

‘인생 40은 불혹(不惑:유혹에 정신이 흔들리지 않음)’이라는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이 말은 오랜 세월 동안 40대 중년의 대명사로 불려왔는데 어떤 학자는 이를 공자의 역설적인 표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40대가 가장 흔들리는 시기이므로 경계하라는 뜻에서 한 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나이대의 대다수 남성은 짙은 공허감과 불안감, 소외감 등을 느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술, 여자, 도박 등에 쉽게 휘말린다.

그렇다면 40대는 왜 이렇게 방황하는 것일까.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은 중년을 ‘인생의 정오’라고 말했다. 40대 중년이 되면서 인간은 이전까지 외형적인 것에 치중했던 삶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 자신의 욕구에 대한 강렬한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30대까지만 해도 직업적 성취를 위해 집중해 쏟던 에너지를 40대가 되면 자신의 내부에 쏟아붓게 된다고 한다. 정혜신 박사는 “남자들은 학력, 지위, 경력 등을 확보하거나 결혼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면 인생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오다가 막상 중년이 되어 그것을 어느 정도 이루었을 때, 자신이 꿈꾸던 것과는 다른 현실을 맞닥뜨리면서 비로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0대에 이르러 소울메이트를 포함, 지적 대화가 가능한 여자친구를 갈망하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심리학자인 브뤼와 브레넌은 남성들은 중년이 되면 인간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가정을 돌아보지만 이 시기에는 아내도 구원의 여성이 아니라는 현실을 마주치고 절망한다고 했다. 이에 40대 남성들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으려고 방황하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안식처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호르몬의 영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중년이 되면 왕성하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 대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이 증가하면서 예민해지고 감성적으로 된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중년 두렵지 않다>의 저자인 이미나 서울대 교수는 “에스트로젠이 증가하면서 중년남성들에게는 내면에 억압돼 있던 여성성이 발휘된다”며 “그들은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감정적 요구를 의식해 자신을 인정해주고 친절하며 따뜻한 위로를 주는 정 많은 여성을 찾게 된다”고 전했다.

40대라면 일반적으로 결혼생활을 10년 이상 해왔고, 자녀가 있으며, 사회적으로 일반 기업에 속해 있다면 과장 또는 부장의 자리에 올라 책임이 막중할 때다. 40대 돌연사가 많은 이유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촌에서 유독 한국의 40대 사망률은 눈에 띄게 높다. 사회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집단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그야말로 ‘발악’을 하는 동안 구성원들의 삶의 질은 목적 달성을 위한 소모품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며 “근대화의 급물살 속에 우리 사회는 어느새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동안 써먹다가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가차 없이 버리고 새로 만들어 쓰는 부품들의 사회가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실제 오늘날의 40대가 사회에 진출할 무렵인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는 한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하던 때다. 취업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하면 된다’거나 ‘언젠가 상응하는 결과가 오겠지’ 하는 신념으로 청운의 꿈을 불사르며 산업역군으로 제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계기로 평생직장, 연공서열의 개념이 깨지고 말았다. 오늘의 중년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매서운 칼바람을 가장 뼈저리게 경험한 세대다. 정성호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오정(45세 정년)으로 상징되는 중년의 실업 문제는 이들을 위기로 몰고 있다”며 “이들은 경제적 기반을 미처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육비 부담이 가장 큰 생애주기에 직면해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대비도 잘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실업의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라고 저서 <중년의 사회학>에서 기술했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매서움 경험 IMF 외환 위기는 한편으로 ‘믿을 건 실력뿐’이라는 도식을 갖게 했다.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의 밥줄인 조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밤낮을 잊고 회사일에 매달렸다. 그러나 40대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회사는 더 이상 자신의 든든한 울타리가 아님을. 그래서 그들은 ‘정리해고’ ‘명예퇴직’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회의를 느끼게 된다.

당연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과로와 그로 인한 만성피로, 스트레스는 한국의 40대 남성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와 같다. 그러나 그들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조차 알지 못한다. 기껏해야 술과 담배로 푸는 정도다. 문제는 가뜩이나 업무적으로 술자리가 많은 40대 남성에게 술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병만 키울 뿐이다. “뭐 한 2주일 업무 때문에 계속 술을 먹었는데, 이러다 죽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오랜 만에 가까운 친구들 만나 스트레스 풀려고 했더니 또 술을 먹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한 어느 40대 직장남성의 말은 40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자화상일 것이다.

정유성 교수는 “예컨대 비만이나 당뇨 같은 성인병에 노출돼 암이나 뇌혈관, 심장질환과 같은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릴 확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높을 뿐 아니라 같은 연령대 여성에 비해서도 아주 높다”며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의 삶이나 생활방식이 모두 불건강하고 만성 스트레스를 부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40대 남성(40, 50대 남성 직장인 3.7%가 정신질환 경험)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몸과 마음이 시름시름 앓으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의할 점은 40대 남성들이 인간관계에서의 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마찬가지다.

정유성 교수는 “40대 직장남성을 심층면접한 결과, 그들이 직장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업무 자체 부담이라기보다 상사와 관계, 본사와 관계, 동료와 관계 등 주로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40대 남성이 대부분 중견 간부급 직책이다 보니 업무에는 익숙할 대로 익숙한 수준이라서, 오히려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간관계에서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또 “인터뷰 내용 중에는 직장 내 왕따에 대한 견해도 곁들여졌는데, 대부분 그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이고, 심지어 그럴 만해서 왕따당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어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미 정서적으로 이혼상태 상당수”

존재의 위기, 관계의 위기에 내몰린 40대는 짙은 공허감과 불안감, 소외감에 시달린다. <경향신문>
문제는 상당수 40대 남성이 가정에서도 소외감에 시달리는 것. 이는 40대 이혼율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도 엿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한 사람 중 40~44세 남성이 2만2200건으로 가장 높았다. 정신과 전문의 정찬호 박사(44)는 “남편과 아내가 직장 업무로 인한 피로감 등으로 대화가 줄어든데다 아이 양육이나 교육 문제에서 의견 충돌까지 일면서 갈등이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40대 부부 중에는 법적 절차까지는 밟지 않더라도 이미 정서적으로는 이혼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자녀와 소통에서도 한국의 40대 남성은 큰 어려움을 겪는다. 주로 자녀와 관계, 대화 단절, 교육 문제 등이다. 학자들은 이를 가부장 아래 오랜 세월 동안 뿌리내린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상은 사라졌지만 평등하고 조화로운 아버지 상은 아직 만들어지지 못한 시대적 한계로 해석한다. 이와 관련해 정혜신 박사는 한 상담 사례를 소개했다. 기업의 임원인 한 40대 가장은 자신이 자녀와 친구같이 지낸다는 확신에 나름대로 가정을 성공적으로 가꿔 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여고생인 딸의 일기를 우연히 읽고 큰 충격에 빠졌다는 것이다. 일기장에는 아빠에 대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즐비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2005년 발표한 전국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버지의 50.8%는 ‘자녀가 고민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나와 의논한다’고 답했다. 또 65.8%는 ‘자녀와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을 자녀들에게 했을 때 결과는 천양지차였다. ‘아버지와 고민을 나눈다’는 자녀는 4%에 불과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40대 남성이 갖고 있는 이 같은 여러 가지 고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40대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내적 성장의 기회라는 것이다. 정혜신 박사는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의 관계에 목마름을 느끼는 이 시기를 반갑게 받아들이라”며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타인과 소통에 노력하면 역할에서 벗어나 본래의 자기의 모습을 되찾으면서 심리적·정신적인 안정감을 갖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유성 교수는 “삶터의 틀을 ‘돌봄 사회’로 바꾸고 그에 걸맞은 삶의 방식을 만들어감으로써 중년 남성들에게 감수성 훈련과 인간관계 훈련을 통해 자신을 만나고 찾을 수 있는 자리를 열어줘야 한다”며 “자연 속의 명상이나 체험, 지나치게 종교색을 띄지 않은 영성 프로그램, 봉사활동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86이 된 386세대는

386세대는 경제개발을 목표로 국가총동원체제를 정비하던 박정희 정권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또 1980년대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던 암울한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다. 대학생활 내내 최루탄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며 민주화운동에 청춘을 불사른 이들은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이끈 주역이었다. 반미운동의 선봉이기도 했다. 정성호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중년의 사회학>에서 386세대를 가리켜 “다른 세대와 비교해 이념적이고 파괴적이었으며 진보적이었다”며 “비판의식과 현실 참여에 대한 열의, 진취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이야말로 그들의 전매특허“라고 했다.

386세대는 근대적인 교육을 대규모로 받고 자란 세대기도 하다. 대학이 늘고 정원도 2배로 증가하면서 이전의 어느 세대보다 많은 사람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지금의 10대, 20대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 속에서 성장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절대빈곤의 고통 속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다.

정성호 교수는 386세대를 상징하는 단어로 돌, 형, 이념서적과 술, 컴퓨터, 비디오카메라, 배낭여행을 꼽았다. 돌은 시위문화를 상징하는 것이고 형은 그들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 여자후배가 남자선배를 부르던 호칭이다. 대학 시절 운동권 학생은 사회과학 계통의 서적을 커리큘럼에 따라 독파했으며 그로 인해 당시 사회과학서적이 넘쳐났다. 더불어 노래운동도 활발해 ‘동지가’ ‘광야에서’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는 386세대의 필수곡이다.

386세대는 또 PC와 인터넷을 사용하고 이러한 IT기기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할 능력을 지닌 제1세대이며, 유학이 아닌 여행의 개념으로 배낭을 메고 해외로 나간 첫세대다.

386세대가 다시금 주목받은 건 2002년 대선이 계기가 됐다. 그해 12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은 6월항쟁을 이끈 386세대를 일약 시대의 주역으로 발돋음시켰다. 참여정부에도 대거 입성했다. 정 교수는 “이들의 활약에 대해 일부는 이를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보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 경륜이 부족한데 너무 설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386세대는 권위주의적 정치권력에 몸으로 저항했던, 그야말로 절망의 조건 속에서 희망을 실현해낸 세대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명]이혼율 제일 높고 자살률도 심각


통계로 본 40대 남성의 현주소… 인터넷 검색어 1위는 로또

‘이혼율 최고. 사망률 최고. 실낱 같은 소망은 로또 당첨!’
한국의 40대 남성이 갖고 있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다. 한국의 40대 남성과 관련한 여러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최근 정유성 서강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 40대 남성들의 생활과 인권’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수록된 내용과 그동안 각 언론을 통해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통계로 본 40대 남성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취업 및 직장생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0대 남성의 총 취업 인구는 2009년 5월 현재 387만8000명이다. 직업 구성은 2007년 기준 임금 근로자 234만, 시간제 근로자 5만, 자영업자 110만5000, 고용주 35만8000명으로 대부분 임금 근로자다. 이들의 근속 기간은 3년 미만 57만, 5년 미만 37만, 10년 미만 70만, 10년 이상 174만 명으로 10년 이상 근속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주당 근로시간은 2007년 기준 36~45시간이 125만, 45~53시간이 99만, 54시간 이상도 143만 명이나 돼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긴 노동시간으로 정평이 난 한국인 중에서도 40대 남성들의 노동시간 또한 만만치 않게 길다.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지난 1월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7%나 늘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경제 불황의 여파가 40대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실업급여 신청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실직하기 전 직장에서 1년도 채 근무하지 못했고, 40대 75% 이상이 앞으로 고용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표1 참조).

근로 여건 만족도는 만족 37.5%(매우 만족 9.6%, 약간 만족 27.9%), 보통 52%, 불만 9.5%(약간 불만 7.2%, 매우 불만 2.3%)로, 비교적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만족도는 2003년 기준 만족 11.4%, 불만족 50.8%, 보통 37.8%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노후에 대한 준비는 별로 해놓지 못했다. 지난 2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50대 직장인 107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0대는 현재 직장을 그만둔 이후 삶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35.0%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20대(46.4%), 30대(43.4%)에 비해 은퇴 후의 삶에 대한 대비가 더 없었다.

■가족문화
‘일’에 삶의 중심을 두고 살아온 한국의 40대 남성들은 가족과 소통에 서툴다. 부부 사이는 물론 자녀와 관계도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으니,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가정과 가족이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상당수 40대가 불안한 결혼 상태에 놓여 있으며 가족 부양이라는 짐을 버거워한다. 부모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전 세대 중 40대 이혼률이 가장 높은 건 당연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남자 중 이혼을 가장 많이 한 연령대는 40~44세였다. 전체 이혼 건수 11만6500건 중 2만2200건이 40~44세였다. 자식들은 아버지를 ‘돈 벌어다주는 존재’로 인식한다. 대학생 44%가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은 재력뿐이라고 답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버지의 생활비 부담률은 95.5%로 한국이 세계 1위다. 반면 고민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아버지와 의논한다고 답한 자녀는 4%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40대는 인터넷에서 어떤 검색어를 가장 많이 찾을까.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의 40대는 1위 ‘로또’를 비롯해 2위 ‘환율’, 3위 ‘팍스넷’ 등 돈 버는 것과 관련된 검색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교육비 걱정이 많은 40대 가장은 뛰는 환율, 떨어지는 주가로 주머니가 매우 궁핍해진 상황에서 로또라도 당첨되길 바랐던 것이다.

■수명&사망률
40대는 자신들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신체의 변화로 깨닫기 시작하는 시기다. 피부가 탄력을 잃고 눈 가장자리에 주름이 생겨난다. 이마와 목 부위에 주름이 생기고 턱이 처진다. 시력 감퇴와 생식 능력 감퇴도 두드러진 변화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신체 내부 질환이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집중되면서 몸의 기능이 20대의 80%로 떨어지고 암이나 뇌혈관, 심장질환과 같은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기본적으로 남자와 여자 중 기대수명이 더 긴 쪽은 여자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여성과 남성 간 기대수명의 차이는 벌어진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체 79.6세로 10년 사이 5.2년이 늘었고, 45세 기준 기대여명만 해도 남성은 4.2년, 여성은 3.9년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이 82.7세로 남성 76.1세보다 6.6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드러났다(표2 참조).

한국의 40대 사망률은 부동의 세계 1위다. 세계보건기구(WTO) 홈페이지에는 여러 국가의 연령별 남녀 사망률을 한데 모은 그래프가 있는데, 어느 나라나 남성 사망률이 여성 사망률보다 높다. 또 어느 나라든 남녀 사망률은 비슷하게 시작해 20대와 30대에 큰 차이를 보이다가 40대에 접어들면서 비슷해진다. 그런데 그래프에서 유일하게 40~50대에 접어들면서 남성의 사망률이 치솟는 나라가 한국이다(표3 참조).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저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에서 ‘엽기적 사실’이라며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 40대와 50대 남성들의 목숨이 가장 파리 목숨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40대 사망률은 인구 1000명당 10.7명이다. 의학의 발달로 10년 전에 비해 인구 1000명당 1.1명 줄어든 수치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다. 40대에는 간과 심장질환 발병이 크게 늘어나면서 간질환이 40대, 50대 사망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대에 시작한 과도한 음주가 20여 년이 지나면서 간질환으로 악화하는 것이다(표4 참조).

그렇다면 40대 전반에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남자는 얼마나 될까. 한국갤럽이 지난해 20~60대 한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기 건강검진에 대한 국민 태도’를 조사한 결과 40대의 48%만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40대의 자살률도 심각하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0, 50대 자살 사망자 수는 4004명으로 전체 자살 사망자의 33%로 가장 많았다. 남성의 자살충동 원인은 경제적 이유가 2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가정불화(7.9%), 질환장애(7%)가 그뒤를 따랐는데 특히 40대의 경우 경제적 문제로 자살하는 이가 많았다.


[조명]“자기 성찰·타인과 소통이 가장 필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말하는 ‘40대 남성의 성장통’

20년 넘게 40·50대 중년 남성의 정신건강을 연구해온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40대 남성이 겪는 불안감과 외로움은 그 시기 남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라고 말한다. 또 “내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이며 “40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성찰과 가면을 벗은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타인과 소통하기”라고 덧붙인다. 정 박사에게 한국의 40대 남성이 혼돈의 시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왜 40대 남성의 정신건강을 논의하는 게 필요한가.
“개인의 각성(깨달음)은 살면서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사회적으로 중추적 연령이면서도 각성 면에서는 가장 진도가 늦은 그룹이 40대예요. 왜냐하면 한국의 남성들은 페르소나(Persona:연극 등의 등장인물)와 자신을 과도하게 동일시하기 때문이죠. 광대가 왕의 가면을 쓰면 왕이 되고 거지가면을 쓰면 거지가 되지만, 무대에서 내려와 가면을 벗으면 본래 자신의 모습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한국의 40대 남자들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고 주문하면, 자기의 역할을 이야기해요. 심리적 진도가 여기까지만 도달한 탓이에요. 정신과에서는 ‘사회적 성공은 곧 자기 억압의 결과’라고도 이야기해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억압으로 인한 개인적 대가나 비용은 몹시 많이 치르죠.”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이 정신적으로는 더 황폐화돼 있다는 이야기인가.
“예를 들어 기업의 과장이나 대리는 임원이 되면 현재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고, 삶도 안락해질 것으로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얘기예요. 실제 사회적으로 성공을 이루었을 때 또 다른 이면들도 동시에 갖게 된다는 것을 남자들이 알 필요가 있어요. 40대의 남성은 지위가 높건 낮건 돈이 많건 적건 누구나 본질적인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어요. 모두 굉장히 불안해하죠.”

40대 남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뭔가.
“직장에서의 관계의 어려움도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 40대 남성들이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가족과의 갈등이에요. 그리고 가족과의 문제보다 더 힘겹고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죠. 자기 자신의 무능함, 삶에 대한 불안감, 자신이 걸머지기엔 너무도 무거운 짐들이 40대를 버겁게 만들어요. 사회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성공한 사람도 스스로 무능감에 시달리죠.”

왜 40대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가.
“성장환경이 달라도 누구나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40대만의 집단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40대는 인간에게, 특히 남자들에게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느끼는 시기예요. 여자들은 40대 전에도 이런저런 인간관계를 통해 스스로 돌아볼 기회가 많지만 남자들은 학력, 일, 지위, 경력 등 무언가 성취하거나 결혼해 안정된 가정을 갖게 되면 심리적으로도 안정될 것이라고 흔히 착각하거든요. 그것을 1차적 목표로 삼고 살아온 남자들이 자기가 꿈꿨던 것을 어느 정도 도달한 즈음에 ‘아, 이게 아니구나’ 하고 느끼게 되죠.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그 시기가 40대인 거예요. 때문에 30년 전의 40대나 지금의 40대인 386세대나, 30년 후의 40대나 동일하게 이런 시기를 거치게 돼요.”

학자들은 아들을 키우는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미래에도 40대가 같은 고민을 할 것이라는 것은 교육도 영향력이 없다는 얘기인가.
“40대의 문제는 미국이나 유럽이나 똑같이 존재해요. 하지만 차이가 있어요. 사망률, 자녀와의 관계 등 한국의 40~50대 남자들이 그 시기에 겪는 지표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비관적이에요. 유난히 한국 중년남자들이 스스로 조절이 안 될 만큼 가혹한 상처를 받는다는 얘기예요. 우리나라 문화나 교육 등 사회적 환경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체계라는 게 굉장히 물질적이잖아요. 그런 영향이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부모의 교육보다 선행해야 할 것은 사회적·문화적인 집단의 성찰이에요. 40대 남자들의 문제를 계기로 아이들의 문제, 부모들의 문제는 물론, 일터에서 사람의 문제까지 들여다보는 성찰이 되어야 해요.”

40대는 유난히 외도에 대한 욕망과 유혹에 휘청댄다. 아내 외 지적 대화가 가능한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도움이 될까.
“그런 욕망은 큰 맥락에서 외롭고 무기력하고 큰 혼란에 빠졌을 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감각이 살아나기 때문이에요. 그러면서 마침내 사회적 페르소나와 거리가 생기는 거죠. 다만 한 인간에게는 성장의 기회이고 인생에서 굉장한 중요한 시기지만 이런 약한 모습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여러 부작용도 있어요. 여자친구가 도움이 된다 안 된다는 지엽적인 문제예요. 정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가 생겨 지금까지 덮개로 감춰온 자기 자신을 세상에 내놓고 다시 숨기지 않는 계기가 된다면 좋은 일이거든요. 그게 아내일 수도, 동성친구일 수도, 애인일 수도 있어요. 어떤 남자는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최초로 드러내는 상대가 술집 마담이기도 해요.”

속내를 보여주는 대상이 아내이면 가장 좋을 것 같은데, 오랫동안 사이가 멀어진 채로 살아왔다면 회복이 힘들지 않나.
“멀어진 관계라도 자신의 진솔한 내면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복원이 가능해요. 하지만 시작이 쉽지 않은 탓에 지레 포기하는 부부가 많은 거죠.”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 외에 유효한 자기성찰의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남자로서 또 역할로서의 나를 벗어나서 자기 자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자극이면 좋겠죠.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기를 내놓으면서 자기를 찾고, 스스로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공감하고 지지해주면 ‘아, 내놓아도 되는구나. 사람들은 다 이러고 사는구나’ 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게 돼요. 또 그런 도식이 생기면 자기에 대해 과도하게 방어하고 살지 않게 되니까 자기로 살아가기가 훨씬 수월해지죠. 시나 소설, 수필과 같이 다른 사람의 삶과 인간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서적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는 것도 도움이 돼요. 대다수 40대 남자는 책은 영어서적이나 리더십 관련 서적, 자기계발서 등만 읽고 TV는 뉴스와 다큐멘터리 정도만 본다고 말하잖아요. 그러지 말고 사람이 살아가는 것과 인간관계의 본질, 이런 것을 일상에서 간적접이든 직접적이든 경험하는 게 좋아요.”

자녀와의 관계를 잘 풀지 못하는 40대 가장이 많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부모가 자식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하듯이, 자식도 부모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평가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자기가 보여주거나 말해주는 대로만 자식이 알고 있을 거라는 착각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거예요. 자녀와 문제가 생겼을 때 수평적인 관계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아요. 가령,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내가 너무 슬프다. 내가 그동안 너에게 어떻게 했기에 네가 그런가 싶어 마음이 착잡하다’와 같이 진솔한 말부터 해야 해요. 그런데 ‘내가 그동안 너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힘들었는데, 네가 옳지 않다’와 같이 주장하거나 설득하려고 하면 안 돼요. 그럼 자녀는 속으로 ‘웃기고 있네’ 하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내 생각이나 내 가치관, 내 의견을 이야기해선 인간 대 인간의 대화가 불가능해요. 내 느낌이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해요. 이런 방식의 소통은 아이가 7살만 넘으면 가능해요.”

직장에서 얻는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고용 불안도 그렇고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다.
“고용 불안과 같은 외부적 맥락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중요한 것은 동일한 자극에도 가족을 포함해 타인과 관계에서 소통을 잘 해온 사람은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거예요. 이건 사교적인 것이나 마당발의 개념과는 다른 얘기예요. 그런 점에서 과거 하버드대가 졸업생을 상대로 30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는 주목할 만해요.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안정적으로 잘 유지하는 사람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만족감을 갖고 정신적으로 건강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적으로도 성공했다고 하잖아요.”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